기업경기 금융위기 수준으로 털썩…기업들 대응책 마련 고심

BSI 2월 실적치 2009년 이후 최저…3월 전망치도 하락
현대차 포터 생산 중단 등 기업들 셧다운 우려 지속
생산 재개해도 내수·수출 부진에 실적 악화 불가피
  • 등록 2020-02-25 오후 4:06:36

    수정 2020-02-25 오후 4:06:3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란 기업 활동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던 수출이 뒷걸음친 것은 물론 영업과 투자 등 모든 기업 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 코로나19 따른 사업 영향 상당

25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실제 영업이나 투자 실적을 반영한 2월 실적치는 78.9를 기록했다. 이같은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위축됐던 지난 2009년 2월(62.4) 이후 132개월 만에 최저다. 부문별로는 내수(79.6), 수출(85.4), 투자(89.5), 자금(92.0), 재고(102.3), 고용(95.4), 채산성(88.1) 등 전 부문에서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3월 BSI 전망치는 84.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전망치(92.0)에 비해 7.6포인트(p)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의미다. 특히 3월 전망치는 지난해 12월(90.0) 이후 상승세였던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3월 BSI 전망치의 하락 폭은 사스(-11.7p), 메르스(-12.1) 당시에 비해 작은 수준이다. 다만 한경연은 코로나19가 아직 초기 단계이고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이라 그 영향이 과거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 설문 결과 10개 기업 중 8개 기업(80.1%)이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으며, 전체 기업 중 14.9%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상당한 영향을 받는 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여행업(44.4.%), 운송업(33.3%), 자동차(22.0%), 석유·화학제품(21.2%), 도·소매(16.3%)순이었다. 또한 기업들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문으로 내수 위축(35.6%), 생산 차질(18.7%), 수출 감소(11.1%)를 꼽았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공장 비가동으로 인한 생산중단과 중국 수요 감소로 인한 생산량 저하 등의 영향이 크다고 응답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이번 조사가 시작된 1주일 전만 해도 코로나19 관련 낙관론이 우세했음에도, 경기 전망치가 84.4를 기록했다”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포함한 2·3차 감염으로 코로나19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조사된 수치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 설문 결과 (자료=한경연)
◇ 내수·수출 동반 부진에 기업 실적 타격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중국 공장 가동 중단에 따란 생산 차질과 부품 공급망 붕괴를 우려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일부 공장 셧다운이 현실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자동차(005380) 울산4공장의 소형 화물차 포터 생산라인은 이날 가동을 중단했다. 포터 적재함 철판(데크)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인 서진산업이 전날 공장을 닫은 여파다. 서진산업은 지난 21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직원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자 사업장을 임시 폐쇄했다.

앞서 LG화학(051910) 충북 청주 오창2공장에서는 청주 신천지 모임에 참석한 직원 1명이 24일 미열 증상을 보여 한때 건물 내 근무 인력들을 귀가시키고 방역작업을 벌였다. 22일에는 삼성전자(005930) 구미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24일까지 폐쇄됐다.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생산과 판매 둔화가 불가피하다. 대면 접촉 기피 현상으로 인해 자동차, 가전, 의류 등 소비가 위축됨에 따라 기업들의 2월 판매 실적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를 맞아 신제품을 야심차게 내놓은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수출도 문제다. 수출은 이달 들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뒷걸음질 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1~20일 일평균 수출액은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감소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데 이어 최근 세계 각국에서 ‘코리아 포비아’가 확산됨에 따라 수출 타격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업종별로는 항공업계의 타격이 가장 크다. 한국인 입국 금지 또는 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른 실적 악화로 이스타항공은 이날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기만을 바랄 뿐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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