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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낮춘 민주당…이해찬 “피해 호소 여성 아픔 위로” 공식 사과
지난 10일 박 시장의 빈소에서 성추행 의혹을 묻는 취재진에 버럭 화를 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3일 한껏 몸을 낮췄다. 잇따른 성추문 사태에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 `피해 호소에는 무심하다`는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냉담한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5만명(전날 오후 10시 기준)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는 등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에 공백이 생긴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 호소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하고 이런 상황에 이른 것에 사과한다”고 말했다고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빈소에서 취재진에게 “예의가 아니다”며 격노한 데 이어 욕설 파문까지 휩싸인지 사흘 만이다.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고소인에 대한 도 넘은 공격과 비난은 멈춰야 한다. 제가 아는 박 시장이라면 (그것을)간절히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해영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공식적인 사과를 처음 언급했다.
김 최고위원은 “수도인 서울이 전혀 예상치 못하게 권한대행 체제로 돌입하게 돼 당의 일원으로서 서울시민과 국민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 소속 고위 공직자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깊은 성찰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박 시장의 영결식 이후 성추행 의혹 진상 규명에 동참하라며 민주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에 “영결식이 끝나면 피해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과 함께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언론단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인과 40년 지기로 우정을 쌓아 왔다고 한 만큼 이 대표의 슬픔이 클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면서도 “집권당을 대표하는 공인으로 사적 감정을 개입시켜 과격한 언행으로 대응하는 것은 분명 적절치 못한 처사였다”고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아울러 당 대표의 잘못에 수석대변인이 사과를 한 것은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어 이 대표가 결지해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세 고삐 죄는 통합당, 진보당은 내홍에 진통
통합당은 고 백 장군 대전현충원 안장 논란과 관련, 고인의 공로를 인정해 서울현충원에 장지를 마련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6·25 전쟁의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출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분”이라며 “장지를 놓고 정치권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을 보고 과연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빈소는 찾지 않은 통합당 지도부는 전날 백 장군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라면서도 “그 밖에 사항은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정책, 3차 추경안과 관련해 정부·여당과 각을 세운 정의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범여권’ ‘민주당 2중대’란 오명에서 벗어나 차별화를 가속화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