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그동안 유보금은 공장을 증설하고 설비를 들이는 데 썼다. 하지만 지금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투자를 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둬야 한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이 어려운데, 유보금이 있다고 해서 여기에 과세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내년부터 개인 유사법인을 만든 후 유보금을 쌓아두면 일정 수준을 초과한 유보금을 사실상 배당한 것으로 간주, 소득세(이하 유보소득세)를 부과한다. 소득세율에 비해 낮은 법인세율을 통해 절세하거나, 유보금을 이용해 슈퍼카를 타고 자녀 유학을 보내는 등 탈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중소기업 사이에선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보금에 세금까지 부과한다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개인 유사법인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상당수 비상장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조세특례법 개정안에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를 신설하고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이 80% 이상인 법인을 사실상 개인사업자로 보고 세법상 ‘개인 유사법인’으로 정의했다. 개인 유사법인이 조세 회피 목적이 있다고 본 기재부는 이들 법인이 적정 유보소득 이상을 쌓아두면 여기에 과세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상장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사정권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비상장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과세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최대주주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은 49.3%에 달했다. 비상장 중소기업 절반이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실제로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유보금에 과세하는 것에 대해, 향후 배당이 이뤄질 것을 전제로 한 ‘선(先)과세’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만일 법인이 관련 세금을 낸 후 손실이 날 경우, 실제로 배당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세금만 낸 꼴이 된다. 이럴 경우 정부가 세금을 환급해줄 일은 만무하다. 무엇보다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대부분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재단법인 경청이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 중 77.0%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매출액은 평균 39.2% 줄었다.
유보소득세 내용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기 전이다. 가능하면 관련 법안을 폐기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누가 봐도 탈세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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