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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벼랑끝' 기업 등 떠미는 유보소득세

내년부터 개인 유사법인에 유보소득세 부과키로
사실상 개인사업자, 조세 회피 막기위한 조치
하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中企 상당수 사정권
폐기하거나, 탈세 목적 법인에 제한적 적용해야
  • 등록 2020-09-22 오후 6:15:26

    수정 2020-09-22 오후 9:29:43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때에 정부가 지원은 못 해줄망정 오히려 세금을 더 걷는다는 건 상식 밖의 일입니다.”

기계설비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그동안 유보금은 공장을 증설하고 설비를 들이는 데 썼다. 하지만 지금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투자를 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둬야 한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이 어려운데, 유보금이 있다고 해서 여기에 과세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내년부터 개인 유사법인을 만든 후 유보금을 쌓아두면 일정 수준을 초과한 유보금을 사실상 배당한 것으로 간주, 소득세(이하 유보소득세)를 부과한다. 소득세율에 비해 낮은 법인세율을 통해 절세하거나, 유보금을 이용해 슈퍼카를 타고 자녀 유학을 보내는 등 탈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중소기업 사이에선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보금에 세금까지 부과한다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개인 유사법인을 겨냥한다고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상당수 비상장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조세특례법 개정안에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를 신설하고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이 80% 이상인 법인을 사실상 개인사업자로 보고 세법상 ‘개인 유사법인’으로 정의했다. 개인 유사법인이 조세 회피 목적이 있다고 본 기재부는 이들 법인이 적정 유보소득 이상을 쌓아두면 여기에 과세하기로 했다.

이는 법인세율(현재 최고 25%)과 소득세율(최고 42%) 간 차이에 따라 소득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최근 1인 법인, 가족법인 등 개인사업자와 다를 게 없는 법인이 증가하는 데 따른 조치다. 이를 통해 개인사업자와의 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조세 회피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비상장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사정권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비상장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과세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최대주주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은 49.3%에 달했다. 비상장 중소기업 절반이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실제로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유보금에 과세하는 것에 대해, 향후 배당이 이뤄질 것을 전제로 한 ‘선(先)과세’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만일 법인이 관련 세금을 낸 후 손실이 날 경우, 실제로 배당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세금만 낸 꼴이 된다. 이럴 경우 정부가 세금을 환급해줄 일은 만무하다. 무엇보다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대부분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재단법인 경청이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 중 77.0%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매출액은 평균 39.2% 줄었다.

중소기업에 있어 유보금은 예상치 못한 경영상 위기가 찾아올 때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비상금’ 역할을 한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있어 유보금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때에 유보금이 많다는 이유로 과세를 한다면 벼랑 끝에 놓인 중소기업에 등을 떠미는 꼴이 될 것이다.

유보소득세 내용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논의되기 전이다. 가능하면 관련 법안을 폐기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누가 봐도 탈세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강경래 이데일리 중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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