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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6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투자처가 적자에 빠졌다고 해서 이를 구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투자처의 적자를 앞으로 소프트뱅크나 비전펀드가 메워주는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손 회장은 앞으로 5~7년 이내에 순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서만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 기준은 오직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라며 “스타트업의 특성상 당장 순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 5~7년 안에 구현된다는 가정 아래서 FCF이다”라고 강조했다.
비전펀드 손실에 소프트뱅크, 14년만에 적자
세계최대 벤처투자펀드인 비전펀드를 출범시키며 알리바바·우버·디디추싱 등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발굴한 손 회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이날 기자회견은 소프트뱅크 그룹이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7001억엔(약 7조 4420억원)의 손실을 내며 14년 만에 분기별 적자를 기록했다는 발표를 한 뒤 곧바로 이어졌다.
소프트뱅크 본업에서의 매출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비전펀드’에서의 손실액이 9702억엔에 달하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달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위워크다.
여기에 상장한 우버·슬랙 등 기업 등 주가로 하락세를 타면서 비전펀드의 투자가 정말로 비전이 있는 투자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목소리가 커졌다. 손 회장 자신도 이날 실적을 가리키며 “지난해 흑자와 동일한 적자를 기록했다”며 “너덜너덜해졌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95억 구제금융 패키지…본질은 위워크의 구제가 아니다”
당장 위워크의 상장 실패에 따른 손실보다 더 후폭풍이 컸던 것은 투자처를 선택하는 손 회장의 안목에 대한 우려다. 이번 위워크 투자 역시 창립자였던 아담 노이만에 대한 손 회장의 신뢰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특히 상장 실패 후 자금난에 빠진 위워크에 소프트뱅크가 총 95억 달러의 구제금융 패키지를 결정하면서 손 회장이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아집을 부린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은 위워크의 구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자신들이 위워크의 주가를 너무 비싸게 샀다는 판단 아래 평균매수단가를 내리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이미 소프트뱅크는 내년 4월에 15억달러의 추가출자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조치로 평단은 4분의 1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르셀로 클라우어의 지휘 아래 빌딩 신규 계약을 전면 중단, 구조조정을 통해 1년 반 아래 흑자로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야후, 스프린트 등 어려운 기업들을 실제 재건한 경험이 있다”며 “위워크에 대한 추가 투자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손 회장은 이날 위워크에 대한 투자 실패 자체는 부정하지는 않았다. 기업 가치를 과도하게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손 회장은 “변명은 않겠다. 반성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워크의 가치를 왜 이렇게 높게 봤느냐의 질문에 대해서도 “당시 다른 투자처도 비슷하게 평가해 그 흐름에 휩쓸린 측면이 있다”며 “아담 노이만에 대해서도 과대한 평가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반성한다, 그러나…”
손 회장은 이번 위워크 투자 실패가 비전 펀드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역대 최악의 적자이지만 소프트뱅크 그룹의 주주 가치는 1조 4000억엔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는 “보유주식에서 순부채를 뺀 주주 가치는 22조 4000억엔으로 과거 최대”라며 “반성하지만 위축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세계 5000개 벤처투자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3%이며 비전펀드의 수익률은 이보다 2배 넘게 높다고 강조했다. 또 벤처 투자의 특성상 10개의 투자처가 모두 성과를 낼 수 없으며 언제든지 제2, 제3의 위워크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에 비견하는 성공사례가 나오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익률에서는 충분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투자자들이 신중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자 의향을 보여주거나 새롭게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