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방사람'이 강남 급매 3채 중 1채 샀다

강남3구 아파트 매매 중 외지인이 30%
2억 낮은 급매 노린 지방사람
진입 장벽 낮아져…실거주 목적 추정
  • 등록 2020-03-31 오후 5:44:45

    수정 2020-03-31 오후 6:37:28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시세보다 2억원 정도 떨어진 급매가 나오면 연락 달라는 경기도 지역 사람들이 많다. 아마 4월 되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강남구 반포동 C공인중개업소)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금이 강남입성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서초구 방배동 B공인중개업소)

서울 강남권 아파트 급매가 늘면서 ‘강남 입성’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강남 진입을 꿈꿨던 외지인들은 몸값을 낮춘 급매를 낚아채는 상황이다. 지난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외지인 비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강북권 아파트 외지인 매매 비율이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 하락세로 외지인들의 ‘매입 부담’이 적어진 것으로 분석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외지인 비율, 강북권 달리 강남3구 증가

31일 한국감정원 ‘월별 아파트 매매현황’에 따르면 2월 강남3구 아파트 매매 중 외지인(서울 외 지역) 매입 비율은 29%로 확인됐다. 2월 강남3구 아파트 매매 911건 중 265건이 외지인 매매로 나타난 것이다. 3건 중 1건이 ‘지방 사람’이 산 셈이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15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강북권 대표 거주단지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보면 강남권의 외지인매매 비율은 도드라진다. 마용성과 노도강의 2월 외지인 매입 비율은 각각 21%로 전월에 비해 하락했다.

강남3구의 외지인 매매 비율이 늘어난 데에는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2·16 대책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강남3구 아파트 값이 내려가는 상황이 ‘강남 입성’을 꿈꾸는 외지인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한 것.

현재 강남구 반포동 반포미도 아파트 전용 85㎡짜리도 두 달 전보다 약 2억원 낮은 가격에 급매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18억 4500만원에 손바뀜되면서 직전 12월 최고가인 20억 500만원보다 몸값이 한참 낮아졌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송파구 대장주인 잠실동 잠실엘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7일 이 단지 85㎡는 18억 53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시세인 20억원보다 약 2억원가량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서울 서초구 D공인중개사는 “좋은 학군과 뛰어난 생활 인프라로 강남권 입성은 성공의 상징으로 예전부터 평가돼왔다”며 “가격이 떨어지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매수자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대전·부산 ‘큰손’이 사들인 급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근 경기도와 지방 주요 광역시 부자들이 강남아파트 ‘큰손’이다. 송파구 잠실동 J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55)씨도 최근 개인적으로 아는 대전 고객의 상담을 진행 중이다. ‘잠실 엘스’ 아파트를 찾고 있는 해당 고객은 이씨에게 17억원보다 싼 급매가 나오면 바로 연락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남양주·하남시 등 3기 신도시 고객들의 상담도 늘었다. 올해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토지보상으로 자금 여유가 생길 수요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강남구 반포동 일대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억원의 토지보상을 받는 지역 유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아파트 단지(사진=방인권 기자)
지방 뿐 아니라 비(非)강남권 서울 거주자들도 강남 입성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강남권 아파트 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비교적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시세 차가 줄었다는 계산 때문이다.

지난 2월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7단지 전용 53㎡짜리를 영등포구 주민이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매가는 15억 4500만원으로 직전 최고가인 17억원보다 2억원 싼값에 팔렸다. 해당 아파트를 중개한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영등포구에 있던 집을 정리하고 강남 ‘급매’만 노리던 매수자였다”며 “영등포구 아파트 집을 팔고 묵돈을 조금 보태 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셋째주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변동률은 0%를 기록한 반면 강남3구는 평균 -1.26%로 나타났다. 비강남권의 아파트 값 변동이 크게 없는 와중에 강남3구 아파트 시세만 떨어진 것이다. 심지어 강남3구의 하락은 1월 중순부터 2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흘 새에 팔리는 급매…대기 걸어 놓기도

상황이 이렇자 강남권 급매물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사흘 안에 팔리고 심지어 예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송파구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간간히 나오는 급매물을 찾는 매수 문의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매물은 나오자마자 바로 팔린다”며 “특정 가격 이하로 내려간 급매가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하는 매수 대기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주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60㎡은 급매가 나온 지 이틀만에 팔렸다. 최고가보다 4000만원 낮은 16억 3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진 것.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경기도 사람이 사들인 매물”이라며 “집을 보자마자 당일 바로 계약한 물건”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강남 집값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외지인 대기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이라면 향후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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