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근로시간 단축…여가 늘지만 소득도 줄어

정치권 주당 근로시간 현행 68시간서 52시간 단축 추진
"기업은 인건비 부담 늘고, 근로자는 소득 감소 불가피"
휴일근로 연장근로 산입으로 수당 휴일근무시 할증 100%
장시간 근로 대신 일자리 나누기로 신규채용 확대 기대
  • 등록 2017-03-21 오후 3:56:17

    수정 2017-03-21 오후 3:58:19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는 지난 20일 주 7일 근로시간을 5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단계별 시행을 하지 않으면 산업체 생산라인과 노동시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고용노동부는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방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노동시장이 적용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단기간내 정책을 추진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고용부는 현재 소위에서 논의한 안대로 법안 개정이 이뤄질 경우 단기간내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할 수 밖에 없어 기업과 근로자들이 직면할 충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 인건비 증가, 근로자는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는 20일 주 7일 근로시간을 5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 근로일을 주 7일로 명시해 근로시간 제한

현행 근로기준법은 하루 근로시간을 8시간씩 40시간으로 정하되 연장근로를 한주에 12시간씩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주 52시간 근무’를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고용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을 ‘근로일’에서 제외했다. 이를 근거로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해 사실상 실제 근로시간 제한은 총 68시간(40+12+16)이다.

소위는 토·일요일을 포함한 7일을 모두 ‘근로일’로 정하는 법문을 명시해 주 근로시간의 허용치를 52시간으로 정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올해부터 7일 근로시간을 60시간(토·일요일 특별연장근로시간 8시간 한시 적용 포함)으로 줄이고 2024년 1월 1일부터는 52시간(특별연장근로시간 폐지)으로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도 김 의원의 개정안을 준용해 올해 1월 1일부터 1000인 이상 사업장, 내년부터는 300인 이상 1000인 미만 사업장, 2019년부터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체, 2020년부터는 5인 이상 100인 미만 기업체에 단계별로 적용할 예정이었다. 모두 4단계로 나눠 시행하고 2023년 12월 31일까지는 특별연장근로시간 8시간도 허용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하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정애·홍영표 의원 등은 당장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공포 후 즉시 7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적용하자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다만 노동시장의 적응을 위한 일정한 ‘면벌’ 기간을 두기로 했다.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기업에 대해서는 2019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의 기업에는 2021년 1월 1일부터 새 법률에 의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환노위는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즉시 도입할 것인지 유예 기간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의원들의 의견을 통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 근로자는 소득 줄고 기업은 인건비 증가

또 휴일근로에 따른 수당 할증 문제도 정리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한 내용대로 법안을 개정할 경우 기업들은 2~4년간 주당 52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법적인 처벌은 면책받지만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면서 발생하는 할증 수당은 지급해야 한다.

고용부는 단계적으로 개정안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줄이면 임금감소분이 생기고 그에 따른 신규 채용도 늘려야 해 근로자와 기업 모두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인력난으로 인해 생산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방안이 시행될 경우 임금상승분 약 1754억 원과 인력 보충에 따른 직접노동비용 약 9조 4000억원, 법정·법정 외 복리비 등 간접노동비용 약 2조 7000억원 등 총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총 12조 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전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며 “원청(대기업)에 책임을 물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함은 물론 OECD 최장시간근로 국가 2위의 불명예를 씻어내도록 산업계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위는 이날(20일) 합의를 토대로 법문을 조정한 뒤 오는 23일 소위를 다시 열어 법안 처리를 시도할 계획이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만장일치 의견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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