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 수돗물` 만든 활성탄지 정수장, 5년 뒤 전체 70%로 늘린다는데

전국 정수장 49개소 긴급점검 결과…전국 7곳 정수장서 유충 발견
깔따구 유충 살 수 있는 환경 만든 고도화된 ‘활성탄지 정수장’
“문제는 관리부실”…정수장 12곳 창문 깨지고 방충망 없고
“인천 외엔 정수장서 가정집으로 간 유충 없다”…저수조·배수로 추정
  • 등록 2020-07-21 오후 6:26:52

    수정 2020-07-21 오후 9:53:27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인천 지역의 가정집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 발견된 이른바 ‘인천 수돗물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정부가 전국의 활성탄지 설치한 정수장을 전수 조사하자 7곳에서 유충이 발견됐습니다. 다만 인천 지역 외에는 정수장에서 발생한 유충이 가정집까지 간 사례는 없다며 전국적으로 신고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을 일축했습니다.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온 사례는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으로,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는 정수장을 고도화하는 과정서 도입한 활성탄지와 정수장의 관리부실이 꼽히고 있습니다. 사실상 예고된 인재였던 셈입니다.

15일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유충이 물병에 담겨 있다.(사진=연합뉴스)


유충 살 수 있는 ‘활성탄지 정수장’…5년 후 전체 정수장의 70%로

환경부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수돗물 유충의 원인으로 지목된 활성탄지가 설치된 전국 정수장 49개소에 대해 긴급점검을 실시한 결과를 21일 발표했습니다. 점검 결과 문제가 된 인천 공촌·부평정수장을 포함한 7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소량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정수장은 △인천 부평 △경기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의령 화정정수장입니다.

유충이 발견된 주요 원인으로는 정수장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도입한 활성탄지가 꼽힙니다. 활성탄은 목재, 톱밥, 야자껍질, 석탄 등의 원료를 가공한 숯과 비슷한 물질로 물속에 있는 유기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에 기존의 방식인 모래로 여과하는 방식에선 없앨 수 없었던 수돗물 특유의 맛과 냄새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실제로 활성탄 도입하면 맛·냄새물질 약 91~97% 제거되고 오존처리까지 병행하면 100% 제거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활성탄지 방식의 여과 기능을 세척하는 이른바 역세척 기간이 월 2~3회가량으로 기존 방식의 3~4일에 한 번 정도로 역세척을 하는 것에 비해 길다는 점입니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존 모래여과 방식은 보통 24~48시간 정도에 한 번씩 세척을 하기 때문에 그 안에 유충이 번식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그러나 활성탄은 자체에 생물막이 형성돼 거기서 냄새물질 등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세척을 자주 할수록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깔따구 등 날벌레가 혹시나 유입돼 알을 까게 되면 기존 방식보다 번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인데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활성탄지를 설치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오는 2025년까지 70%까지 늘리는 제3차 수도 종합계획도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활성탄지 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도정수처리시설은 냄새나 녹조, 미량유해물질 등을 제거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며 “다만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누가 운전하느냐에 따라서 관리나 이런 것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문제는 관리부실”…활성탄 정수장 12곳 창문 깨지고 방충망 없고

정부는 정수장이 철저하게 관리만 되면 시설에서 유충이 발생할 우려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정집까지 유충이 흘러가 가장 큰 문제가 된 인천 공촌 정수장은 먼지나 날벌레를 막을 수 있는 유입방지시설이 미흡했습니다. 이에 정수장 내 활성탄지에서 부화된 유충이 걸러지지 않고 정수장, 배수지를 거쳐 가정까지 공급됐다는 겁니다. 신 국장은 “인천과 같은 개방형 정수장이라도 여과지 부분만 개방됐고 건물 안에 다 들어가 있다”며 “미세방충망을 설치하고 철저하게 건물을 관리하면 날벌레 유입이 안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가 된 인천 공촌과 부평정수장 계통에서의 유충 추가 발생은 차단됐고 아직 급·배수 관로 상에 남아 있는 유충만 배출되면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입니다. 신 국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활성탄 여과지 처리공정을 폐쇄하고 모래 여과지를 활요한 표준처리공정으로 전환했다”며 “근원이 막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여과지에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12곳의 정수장이 관리가 미흡해 수돗물 유충 사태가 발생할 우려는 여전했는데요. 서울도 두 곳의 정수장의 방충망이 찢어져 있는 등 관리가 미흡했고, 부산의 한 정수장은 창문이 깨져 있기도 했습니다. 광주 등 7곳의 정수장은 방충망이 아예 없었습니다. 이에 이날 환경부 장관은 전국 17개 시·도 부단체장과 영상회의를 개최해 뒤늦게 창문 및 출입문의 벌레 유입차단 설비 설치, 활성탄지 주변 물웅덩이 제거 등을 통해 유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수장의 환경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정수장 개방형, 밀폐형 비교(사진=환경부 제공)


“인천 외엔 정수장서 가정집으로 간 유충 없다”…아파트 저수조·배수로 추정

다만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유충이 발견되고 있다는 민원에 대해 현재 인천 지역 외에는 정수장에서 유충이 나간 사례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인천 이외의 지역은 활성탄지 표층에서 유충이 발견됐지만 정수장 후단 배수지·수용가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유충 발견 이후 즉시 활성탄 교체 또는 세척·오존 주입률 상향 등의 조처하기도 했습니다. 활성탄지 외에도 관로 말단 및 배수지에도 거름망을 설치해 확인했지만 현재까지 유충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지난 20일까지 인천 외 서울, 부산, 화성 등 다른 지역에서도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발견됐다는 민원 총 19건이 확인했지만 지자체와 환경청, 유역수도지원센터 등이 공동으로 현장 조사한 결과, 수돗물 공급 과정에서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의 경우 오피스텔 욕실 바닥에서 유충이 발견됐지만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지는 않았고 배수구 등 외적 요인을 통한 발생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부산은 모기·파리 유충이 발견됐지만 조사 결과 하수구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고, 화성·파주 등 다른 지역 역시 정수장·배수지·저수조 등에서는 유충이 발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배수구 등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인천시 등 일부 지자체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됨에 따라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상수도사업소 용인정수장에서 관계자들이 안전한 수돗물을 위해 여과지 활성탄 검체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깔따구 수돗물 지나는 통로에선 증식 못 해…유충 유해성도 적어

한편 인천 지역의 수돗물에 유입된 깔따구가 관로 상에서 증식해 수돗물 공급 과정을 오염시킬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깔따구 유충 발육 과정상, 수돗물 내 섭취 가능한 유기물이 적고, 긴 유충기간을 고려할 경우 오염가능성 낮기 때문입니다.

또 환경부는 국내에 알려진 깔따구류가 유해성에 대해선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고, 인천시에서도 시민 안전을 위해 깔따구 유충이 발생된 수돗물에 대해 생활용수로의 사용은 문제가 없고 음용은 자제하라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 공촌·부평정수장의 유충 발생의 원인 파악을 위해 인천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이 공동으로 지난 16일 인천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조사 결과에 맞추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신 국장은 “정수장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인천의 책임 소재, 관리 부실 등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이 꾸려져서 운영 중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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