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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은 저임금 노동자인 블루칼라 계층이지만, 이제는 중산층·고소득층인 화이트칼라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 신용카드회사 디스커버 파이낸셜 서비스의 로저 호치쉴드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경제적 고통은 대부분 소득이 적은 계층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화이트칼라 해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이트칼라 계층이 타격을 입게 된 것은 실직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부채 때문이다. 미 의회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화이트칼라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 일자리조사기관 고용자복지연구소(EBRI)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세전 소득이 9만8018달러 이상인 가정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부채 평균은 지난 2016년 기준 9만2000달러(한화 약 1억700만원)에 달했다. 이는 2004년 대비 32%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세전소득이 5만2655달러~9만8018달러인 세대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부채는 33% 늘어난 3만3378달러(약 3900만원)로 집계됐다.
이처럼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실직이 늘자 중산층 가정의 재정은 크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8월 미 실업률은 8.4%로 팬데믹 이전인 2월 3.5% 대비 크게 상승했다. 예술·디자인·미디어·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실업률이 8월 12.7%로 전년동기 대비 3배 이상 뛴 것은 물론 교육 부문에서도 2배 이상 상승한 10.2%를 기록했다. 영업·사무직 실업률 역시 지난해 8월 3.8%에서 올해 8월 7.8%로 껑충 뛰었다.
주당 평균 1826달러(세전)를 벌어들인 건축가와 엔지니어의 실업률은 1년 전 0.8%에서 올해 8월 3.7%로 상승했다. 주당 평균 1919달러(세전)의 소득을 올렸던 컴퓨터 및 수학 관련 종사자의 실업률도 3배 이상 증가한 4.6%를 기록했다. 이들 직종은 모두 정규직 근로자(주당 1389달러)보다 소득이 많은 부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화이트칼라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8월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5세 이상 학사 학위를 가진 구직자는 33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월 120만명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물론 2008년 위기 당시 220만명보다 많다. 앤서니 카니발 조지타운대 교육노동연구소 교수도 “코로나19는 대학 교육을 받은 중산층 세대에 대한 치명적 공격이다. 전문직 인력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