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무산 땐 모든 책임 HDC현산에"..산은, 아시아나 매각 '플랜B' 돌입

채권단, 재실사 요구 거부…'노딜' 현실화
"12일" 계약해지 통보 시점도 제시
HDC현산-금호산업 서로 '네 탓'
2500억 계약금 두고 소송 불가피
  • 등록 2020-08-03 오후 7:41:59

    수정 2020-08-03 오후 9:07:48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2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계약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단은 매각무산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채권단 관리 등 플랜B를 본격 준비하겠다는 모습이다.

계약 당사자인 HDC현산과 금호산업은 향후 벌어질 계약금 반환소송에서 서로 법적인 책임소재를 다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 “아시아나 매각 시도 때부터 대안 준비”

KDB산업은행은 3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HDC현산의) 인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플랜B 준비는 당연하다. 아시아나 매각 시도 때부터 대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당장 가능성이 높은 건 아시아나를 채권단 관리 하에 두는 방안이다. 시장에서 이른바 ‘국유화’로 부르는 시나리오다. 이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아시아나 영구채를 80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두 국책은행은 총 36.9% 아시아나 지분을 갖게 된다. 현재 대주주인 금호산업(30.7%)을 앞서게 된다. 채권단은 향후 아시아나 매각이 불발되는 상황을 대비해 최대주주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영구채를 인수해왔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영구채 전환을 통한 채권단 경영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을 임의 조건으로 처분할 수 있는 방안도 갖춰놨다. HDC현산의 인수가 무산되면 향후 아시아나 매각의 주도권은 채권단이 완전히 갖게 되는 것이다. 저비용항공사(LCC) 등 자회사 분리매각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아시아나의 최대주주가 돼 경영을 다시 정상화한 뒤 시장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신속히 다른 대기업 등에 재매각을 추진하는 게 기본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입장도 비슷하다. 아시아나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에는 금융당국과 채권단 모두 긍정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향후 매각협상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아시아나를 어떻게 할 지는 (다들) 생각하는 게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8월 12일’이라는 구체적인 데드라인도 언급했다. 금호산업은 지난달 28일 거래 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됐다며 ‘8월 12일 이후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HDC현산 측에 보냈다. 최 부행장은 “11일까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12일에 계약해지 통지가 가능하다”며 “실제 통지실행의 여부는 HDC현산의 최종의사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걸 “지금 위기 지나면 항공산업 좋을 것”

이 회장은 “계약무산에 따른 모든 법적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 말했다. 매각무산 때 예상되는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소송에 대해 매도자인 금호산업 측과 채권단은 전혀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HDC현산의 행동은 신뢰받기 어려울 정로 의심스럽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HDC현산이 유상증자나 계약금 추가 납입 등의 조치를 보여줘야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계약이 무산돼도 HDC현산이 계약금 반환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HDC현산이 계약무산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계약금을 과감히 포기하고 법적분쟁은 벌이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HDC현산이나 금호산업 모두 이번 계약에 대해 상대방의 귀책사유를 주장하고 있어 향후 계약금 반환소송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회장은 HDC현산에 마지막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은 “HDC현산이 지난해 말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 인수 결정 때 항공산업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밝게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먹구름이 걷히면 항공산업이 어둡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시장이 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두차례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만난 이 회장은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달라고 촉구한 셈이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HDC현산 상황에 대해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소매업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의 엇갈린 길을 간 시어스와 몽고메리 워드의 사례를 들었다. 몽고메리 워드는 전쟁 후 병사들이 실업자가 돼 공황에 빠질 것을 우려해 투자를 줄인 반면, 시어스는 교외로 사업을 확장하며 수요증가에 대비했다. 성공의 길을 걸은 건 시어스였다.

이 회장은 이제는 결단을 할 시점이 왔다고 했다. “그동안의 쓸데없는 공방은 마무리하고 양측이 정말 진지하게 협상해 종결지었으면 한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간담회 내용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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