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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볼턴 보좌관의 방한은 한일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원론적 입장표명에 그쳤다. 이날 공개된 청와대 대외발표문에서도 한일갈등과 관련된 문구가 아예 빠져 있었다.
한·일 갈등 빠진 대외발표문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한미 안보실장 협의 결과 대외발표문’을 보면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이 최우선 현안이었다. 그간 남북미 간 첨예한 사안이었던 북미 비핵화 협상보다도 먼저 자리했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정 실장은 중·러 군용기에 우리 측이 강하게 대응한 것을 볼턴 보좌관에 설명했고 볼턴 보좌관은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답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한일관계에 관한 논의도 진행했다. 다만 한일 간 갈등을 풀어낼 만한 단초 마련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중·러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대응을 강력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전히 한일 관계에 대한 관망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관계는 발표문 상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양국간 협력강화 방안(에 담았다)”고 했다.
‘지소미아’ 대신 한·미·일 안보 협력 강조
이날 오후 이뤄진 강경화 장관과의 만남에서도 볼턴 보좌관의 한일갈등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그는 한·미·일간의 공조에 더 무게감을 실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역내 평화·안정 등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한미와 한미일간 공조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어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미측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포함, 향후 더욱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볼턴 보좌관은 강 장관을 만나기 전 ‘한국이나 일본에 양국간 긴장완화를 위해 할 제안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나중에 봅시다”라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이날 정 장관과의 회동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볼턴 보좌관은 국방부 청사에 들어서며 호르무즈 파병에 대한 논의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그는 이날 연쇄 회동을 마치고 취재들과 만나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앞으로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