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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사협회는 지난해 5월 말 프롭테크기업인 빅밸류의 자동시세 서비스가 감정평가법이 정한 무자격자에 의한 감정평가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형사고발했다. 수사기관은 1년여 간의 조사 끝에 지난 5월 말 불기소 처분했지만, 협회가 다시 이의신청하면서 보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온라인 시세산정 서비스는 빅밸류 외에도 공감랩, 랜드북, 나집사랩 등 많은 프롭테크 기업들이 감정평가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기존 감평업계와 프롭테크 기업 간 밥그릇 싸움에 주요 판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감평협회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빅데이터의 오류로 인한 시장 혼란이다. 실거래가를 허위로 신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데이터를 기초로 한 평가액이 산정되면 개인은 물론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감정평가사협회는 자동가치평가모형이 전문가 검증을 거칠 수 있는 상황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평협은 프롭테크 기업들이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정확도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거래가는 한국부동산원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등 국가기관과 부동산 포털·앱 등 민간기업 등을 통해 주가지수처럼 확인되고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작년 2월부터 올해 9월말까지 부동산 실거래 시스템상 거래취소 공개 건수는 전체 주택매매 334만 4228건 가운데 18만 9397건(5.7%)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감평협회 관계자는 “공공데이터의 개방으로 데이터의 투명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확성에 대한 부분은 미진한 상황”이라며 “전문가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에 그쳐야 하는 단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AI의 도출값을 검증할 수 없는 비전문가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면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빅밸류는 자동가치평가모형과 일반 감정평가와 비교했을 때 정보의 오염성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감정평가사법 등 관계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감정평가액 산출근거에도 거래사례비교법, 즉 대상물건과 유사한 물건의 실거래 사례(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액을 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들이 사용하는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역시 실거래가를 기본으로 산정되며, 부동산 정책 입안 등의 기초자료로 실거래가 기준 자료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가치평가모형의 쓰임과 한계는 국가마다 다르다. 영국은 과세를 제외한 모기지론, 비구매 모기지론 심사, 체납관리(리스크관리), 부동산 중개업자 및 소비자 사용 등에 이용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평가사협회그룹의 기준서를 준용해 자동가치평가모형을 감정평가에 사용할 경우 현장조사가 요구된다. 국내 감정평가법과 관련 법령 등에는 자동가치평가모형의 사용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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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롭테크기업은 과도한 업권 보호가 부동산 서비스 혁신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은 정보 비대칭성을 축소하고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는 프로세스 효율화를 이뤄내고 있는데, 이를 기존 산업의 존치를 위해 막아서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존산업과 프롭테크기업의 협업 확대를 통해 업역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감평협회와 공간의가치, 공감랩(하우스머치), 디스코, 랜드바이저, 밸류맵, 밸류쇼핑 등 프롭테크 기업들은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