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빠진 WTO사무총장 선거…韓 전략은

美 ‘보이콧’ 차기 총장 선출 못해…지지로 반전카드 노려
제3자 후보 대체시 실익 없을 수도…“美 밀착 좋지 않아”
"임기 늘려 두 후보 번갈아 사무총장 맡을수도…전례 있어"
  • 등록 2020-10-29 오후 5:43:19

    수정 2020-10-29 오후 5:45:04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추대가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 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WTO에 입김이 센 미국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하겠다고 나서면서다. WTO사무총장 추대가 미·중 통상갈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서는 복합방정식을 풀 묘수가 필요한 셈이다.

29일 외교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가 지난 19~27일 두 후보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오콘조 이웰라 전 장관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외신 등을 종합하면 오콘조 이웰라 후보는 총 164개국 중 100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양 후보자 간 격차는 크지만 아직 WTO 내 컨센서스(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WTO 내 영향력이 큰 미국의 ‘비토권’이 거세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8일 오후(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차기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며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교섭과 무역정책 수립에 두드러진 경력을 쌓은 통상 전문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WTO의 효과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모든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비토권’을 행사한 것은 아프리카 출신의 수장이 앉으면 세계보건기구(WHO)처럼 중국의 입김이 더 세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강력한 원조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지지는 ‘양날의 칼’이다.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자칫 미·중 갈등이 확대되면 WTO 교착상태가 커질 수가 있다. 유럽연합(EU), 중국 등에서 유 본부장에 대해 반대로 ‘비토권’을 행사하면 제3자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승산 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보면서 시나리오별로 점검하고 있다”며 “여러 국가 간의 이해관계도 함께 고려하면서 적정 시기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국제법과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WTO 다자주의 위기 가져온 트럼프 행정부에 밀착한 인상을 주면 다수의 지지를 포용하기 어려워진다”며 “무역이익 독점 반대, 코로나 극복 국제연대 등 독자적 소통 강화하면서 미국 대선 결과 지켜보면서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164개국의 만장일치 추대 형식이다. 내달 9일까지 회원국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WTO 사상 최초로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 사무총장 임기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는 합의안도 나올 수 있다. 지난 1999년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막판까지 경합했다. 두 후보의 혼전으로 합의를 보지 못하자 WTO는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각각 3년식 나눠 맡도록 했다. 외교가에서는 WTO 논의 결과에 따라 두 후보가 번갈아 맡는 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결선에서 경쟁하고 있는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장관.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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