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3년 고시낭인, 마지막 사시 수석…"내가 끝이 아니길"

70년 역사 마침표 마지막 사시 수석 이혜경씨…"봉사하는 법조인 될것"
"아직 남은 고시생들 생각하면 가슴 아파"…사시 존치 희망
  • 등록 2017-11-07 오후 6:11:38

    수정 2017-11-07 오후 6:35: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70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제59회 사법시험의 수석은 10년 넘게 고시촌에서 사시를 준비해온 ‘장수생’ 이혜경(37·사진)씨가 차지했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이씨는 사시 역사상 마지막 수석 합격자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이씨는 “자신의 성공담이 ‘고시낭인’들의 희망이 됐으면 한다”며 “제가 마지막 합격자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13년 동안 ‘고시낭인’으로 살았다. 대학 졸업 이후 사시 준비에만 매달렸다.

이씨는 7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04년 단국대를 졸업한 후 경기도 수원 집을 떠나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만 했다”며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장수생이자 고시낭인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졸업 후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며 “울면서 공부했다”고도 했다.

이씨는 며칠 전 법무부에서 수석으로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고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며칠 전 법무부 법조인력과에서 연락을 받았다. 감기 기운에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다, ‘수석’이라는 말 대신 ‘최고득점’이라고 했다. 잘못 걸려온 전화가 아닐까란 생각에 오늘까지 긴가민가하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13년간의 고시낭인 생활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께 수석합격 식을 전하자 ‘고맙다’고 하셨다. 제가 고맙고 보답해야 하는데 부모님께서 왜 고맙다고 하시는지 모르겠다. 여태까지 받기만 했으니 앞으로는 효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총 4번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다. 1차 합격자에겐 두 번의 2차 시험 응시 기회가 주어진다. 이씨에게 올해 사시 2차는 8번째 도전이었다.

계속되는 낙방에 이씨 역시 사시 도전을 중도에 포기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까 심각히 고민한 적이 있다.

그는 “2014년 6번째로 2차 시험에 떨어지고 나니 너무 힘들어 더 이상 사시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로스쿨 입시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그를 잡았다.

이씨는 “로스쿨에 가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잡고 ‘지금까지 한 공부 조금만 더 하자’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결과에 대해 “제 능력을 넘은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니 앞으로 좀 더 겸손하고 조용히 봉사를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막연하지만 사법연수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받아 로클럭(재판연구원)에 지원하고 싶다. 여기까지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험을 준비하며 도움을 받은 많은 분들이 저보다 실력이 좋지만 불합격했다”며 “저와 비슷한 연배인 분들이 여전히 공부 중인데 그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씨는 “올해 196명이 연세대 백양관에서 2차 시험을 봤지만 그중 55명만 합격했다. 합격하지 못한 다른 분들도 모두 법조인이 돼 만났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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