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한국만 檢 수사·기소권 가졌다?…선진국 살펴보니

'검수완박' 나선 與 "檢 수사기관화된 나라 우리 뿐"
법조계 "대륙법계 국가 檢 수사권 갖고 있어" 반박
독일·일본·프랑스 모두 검찰 수사·기소권 인정
영미법계 미국 역시 연방·다수 州 검찰 직접 수사 기능
  • 등록 2021-02-25 오후 3:46:31

    수정 2021-02-25 오후 9:51:54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여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수사청) 신설에 속도를 내면서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핵심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 뿐이라는 주장인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다수 선진국들에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 곳은 드물 뿐더러, 오히려 검찰과 경찰 그리고 제3의 수사기관 등에 수사권을 적절히 분배해 상호 협력적 견제 관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설명이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올 상반기 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수사청 설치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독점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검찰이 전면적으로 수사기관화된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어느 나라에서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심지어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지는 않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추 전 장관은 “우리에게 대륙법을 이식한 일본마저도 형사는 수사로, 검사는 기소하는 법률전문가로 각자의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며 “대륙법의 원조인 독일도 검찰은 자체 수사 인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선진국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대륙법계는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수사하고 처벌한다는 국가형벌권을 전제로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사법경찰을 수사 지휘해 수사하는 것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한국 등이 대표적인 대륙법계 국가”라며 “검사는 수사권을 갖지만 자체 직접 수사 인력을 갖지 않고 사법경찰을 지휘해 수사하는 사법 통제 장치가 갖춰져 있다”고 반박했다.

당장 추 전 장관이 예로 든 독일의 경우 실제 검찰이 자체 수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에 관해 전적으로 경찰의 협조를 받아야 하지만, 검사의 수사권은 유효하다. 독일 형사소송법상 수사 절차에서 검사는 수사 주재자로 초동수사권을 갖는 경찰을 수사 지휘하며, 영장청구권은 물론 기소권도 가진다.

일본 역시 통상 경찰이 주로 수사에 나서지만, 그렇다고 검찰이 수사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형사소송법 제191조 제1항은 ‘검찰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스스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과 별개로 검찰의 독립된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고 기소엔 전권을 부여한다. 특히 정치적 사안의 범죄나 경제 범죄와 같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수사의 경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경찰보다 우위에 있다.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지검에는 특별수사부가 있어 정치·경제 관련 중범죄 수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대륙법계를 채택하는 프랑스도 일반적인 범죄에 대해 검사가 경찰을 수사 지휘한다. 다만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 판사를 두고 있으며, 독일과 마찬가지로 검찰 내 수사 인력을 두고 있지 않아 실제 수사권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강제 수사권은 수사 판사에게, 임의 수사권 및 기소권은 검사에게 분리 귀속돼 있는 형태다.

대륙법계가 아닌 영미법계 국가인 미국 역시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한다. 미국은 각 주(州)마다 형사 사법 체계가 다르지만, 연방 검찰은 물론 다수 주 검찰 역시 전방위적으로 직접 수사를 한다.

이와 관련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지난 2017년 대검이 발간한 ‘형사법의 신동향’ 보고서에 ‘폭스바겐 사건을 통해 본 미국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게재하며 “연방 검찰 뿐 아니라 각 주의 검찰 역시 부정부패 범죄, 주요 경제 범죄, 환경 범죄 등 주요 사건 등에 대해 수사의 기획, 인지 단계부터 적극적인 직접 수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적었다.

차 검사는 “검찰이 잘할 수 있는 수사에서는 검찰의 권한을 최대한 인정하고 경찰이 잘할 수 있는 수사에서는 경찰의 권한을 최대한 인정하는 등 수사의 신속성·효율성을 도모하면서도 검찰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도록 형사사법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재 미국의 형사사법 시스템 모습”이라며 “검찰 개혁의 접근 방법을 단순히 검찰 권한 통제에서만 살필 것이 아니라 미국과 같이 수사의 신속성·효율성 담보, 국제적인 규모의 기업 범죄, 부정부패 범죄, 조직 범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등 형사사법 정의의 실현을 위한 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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