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에서 `단호박`(단호·절박)으로…달라진 이낙연

코로나19 위기 속 당 대표, 192일 간의 여정 마침표
퇴임일 행사장 입구에서 80여명 의원들 직접 맞이
"거친 유머 많이 할 것"…`이낙연표` 차별화 경쟁 예고
  • 등록 2021-03-09 오후 6:11:39

    수정 2021-03-09 오후 6:14:18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192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9일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정부 최장수 총리를 지내고 거대 여당 수장 자리에 올랐을 때만 해도 `진지``근엄` 같은 말로 수식되는, 멀게 만 느껴지는 아버지상(像)으로 `엄중 낙연`으로 통했다. 20여년 동안 언론사 기자로 지내며 체화된 습성 탓에 `빨간펜 선생님`이란 별칭도 있었다. 총리 재임 시절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그의 `질책 아닌 질책`을 듣고 귀갓길 지하철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는 일화도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돌봄 국가책임제`를 주제로 열린 기조강연 행사장에서 당 소속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퇴임 기자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한 중소기업인의 건배사 얘길 소개했다. 이 대표는 “`건배사`로 `화이팅`을 외치기에 당연히 힘내자는 화이팅인 줄 알았는데 저와 관계되는 말이었다”면서 “화내지 않고(화) 이기려하지 않고(이) 튕기지 않으려는(팅)게 제 이미지라더라. 앞으로는 거친 유머를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본선을 앞둔 이 대표가 단호해졌다”고 전했다.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재정당국과 마찰을 빚을 당시 고위 당정청 회의가 그랬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가 그렇게 무섭게 (홍남기 부총리 등을) 질타하는 것은 처음 봤다”면서 “`당이 정부의 도구인가``애국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는 등 강한 어조로 홍 부총리 등을 질책했다”고 돌이켰다.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정부의 반대가 거셌지만, 이 대표 주도로 결국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20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한 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40%를 웃도는 지지율로 선두를 달렸지만, 6개월 여의 짧은 임기를 마친 현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지지율 3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다른 관계자는 “요즘 의원들을 만나면 도와달라는 말을 직접 건네기도 하고 청와대 전 고위 관계자에게도 세 차례나 도움을 요청했을 정도”라면서 “주위 보좌진에게 `고생한다`는 문자도 보내는 등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을 본다”고 귀띔했다.

이날 오후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돌봄 국가책임제`를 주제로 열린 기조강연 행사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행사 시작 10여분 전에 도착한 이 대표는 입구에서 최고위원들을 포함, 80여명의 당 소속 의원들을 직접 맞으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한 참석자는 “마치 자녀를 여의는 혼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상임선대본부장으로 재보선 승리의 과제를 짊어진 이 대표는 시대정신으로 `신복지와 혁신 성장`을 제시했다. 박수현 홍보소통위원장은 “퇴임 날 특강 `돌봄 국가책임제`와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 미래담론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대만`(이대로 대표만)에 그칠지, 차기 여권 주자로 다시 우뚝설지 본격적인 게임은 지금부터라는 게 중론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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