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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이 아프리카에 5조원대 금융협력을 비롯한 다양한 직·간접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과 일본이 경쟁하는 아프리카 투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 개막식에 참석해 우리가 가진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산업화 촉진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하루 앞서 열린 ‘제6차 한-아프리카 경제협력(KOAFEC) 회의’에서도 앞으로 2년 동안 아프리카에 50억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 금융협력 패키지 지원도 공언했다.
김동연 “아프리카 산업화 촉진 우리가 돕겠다”
우리가 이번 행사를 주최한 건 중국이나 일본이 힘 쏟는 ‘성장 시장’ 아프리카 투자 경쟁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있다. AfDB는 아프리카 국가에 개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금융기관으로 80개 회원국이 매년 연차총회를 열고 있다. 올해 행사에도 35개국 장관급 대표가 부산을 찾아 김 부총리 등과 국가 차원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주요 참가자가 모인 개회식에서 “아프리카 산업화 촉진을 위해선 개발금융, 지식공유사업 같은 스마트 인프라 건설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가진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리카는 젊은 층 인구 비율이 높고 디지털 소비자가 늘어나는 강점이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다면 ‘사막의 기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사에선 민간 차원의 교류도 함께 진행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도로공사(EX) 등 공기업부터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지오라인’ 등 벤처기업 등이 참여해 아프리카 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색했다. 아프리카 쪽에서도 모로코 국토부, 에티오피아 도로청 등 8개 기관이 한국 기업·금융기관 대상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전력공사, 케냐 원자력전기위원회 등 45개 기관은 우리 기업과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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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성장 동력’ 아프리카 투자 본격 경쟁
중국을 필두로 전 세계 주요국은 아프리카 시장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직은 ‘가난한 대륙’이지만 그만큼 성장 잠재력은 크다.
지난해 아프리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4982달러(약 538만원)에 그쳤다. 3만달러에 육박하는 한국의 6분의 1, 중남미(1만4378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아프리카의 최근 15년 평균성장률은 5.5%로 전 세계 평균(3.9%)보다 높다. 같은 기간 UN 집계 인구증가율도 2.9%로 역시 세계 평균(1.3%)을 두 배 이상 웃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 3월 ‘아프리카 소비시장 특성분석과 산업단지를 통한 진출방안’이란 보고서에서 7년 후인 2025년이면 아프리카 잠재 소비인구가 40% 늘면서 자동차 구매가능 인구가 1억명, 휴대폰 구매자가 6억8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투자 열기도 뜨겁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5년 중-아프리카 협력 포럼에서 600억달러(약 64조원)의 직·간접 투자를 약속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중국 전체 대외원조의 절반 가까이가 아프리카를 향하고 있다. 중-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이미 2015년 1880억달러(약 203조원)까지 커졌다. 직접투자 규모도 지난해 16억달러(약 1조7000억원)로 연평균 20%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1만여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사실상 이번 행사가 출발점이다. 현재 전체 교역액 중 아프리카 국가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관세청 수출 집계치엔 아예 아프리카란 항목 자체가 없다. 김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행사에서 고위층 인사를 만난 결과 큰 잠재력과 열의, 한국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느꼈다”며 “아직 대 아프리카 교역량이나 투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우리에겐 아프리카가 꿈꾸는 빠른 성장 경험이 있는 만큼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역할을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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