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시장 소화원칙' 내걸더니…더 싼 값 부른 채안펀드

채안펀드, 롯데푸드 회사채 수요예측에 첫 참여
연기금·운용사보다 높은 가격 제시…롯데푸드, 회사채 증액
'시장 가격 우선·先시장조달' 논리와 맞지 않아
"규모는 2배 늘리고 2008년 담던 BBB+도 외면" 비판
  • 등록 2020-04-07 오후 5:54:11

    수정 2020-04-08 오후 1:13:1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금융업계에서 지난 6일 시행된 롯데푸드의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롯데그룹의 계열사 롯데푸드는 3년짜리 회사채 7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민평금리(1.676%) 기준으로 ±40bp(1bp=0.01%포인트)로 사들일 투자자를 모집했다. 롯데푸드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흥행은 성공했다.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가 1400억원이나 몰렸고 롯데푸드는 계획보다 300억원 많은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30bp에 발행했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20조원으로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덕이 컸다.

채안펀드는 롯데푸드 3년물 회사채를 300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채안펀드는 민평금리보다 20bp 높은 금리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참여자 중에서 채안펀드보다 높은 가격(+10bp)을 제시한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31~38bp)을 제시한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은 밴드 내 금리를 불렀지만 롯데푸드 회사채 인수를 접었다. 롯데푸드는 채안펀드 덕분에 유리하게 1000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그동안은 롯데 계열사의 회사채는 일본계 자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롯데푸드의 회사채 발행에는 어김없이 일본계 은행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미달 가능성을 점친 시장 참여자는 많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굳이 채안펀드가 나서지 않았어도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한 물량이었다”고 말했다.

채안펀드가 대기업 계열인 롯데푸드 회사채를 사기로 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채안펀드가 여전채 매입 과정에서 가격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발행 일정이 늦어진 상황에 회사채 매입까지 늦어졌다간 채안펀드 역할 자체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안펀드의 행보는 금융당국의 논리와 맞지 않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줄곧 “시장에서 먼저 자체 조달을 해본 후 안되면 지원 요청을 해야 한다”며 대기업과 금융회사는 시장에서 우선 조달하라고 강조했다. 채안펀드는 상황이 어려운 곳에 써야 할 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채안펀드는 카드·캐피탈사의 채권(여전채) 매입을 두고 가격 산정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자 ‘시장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없다’며 ‘비딩(입찰)’ 방식이 아닌 민평금리 수준 매입을 요구하는 업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애초 채안펀드가 AA 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만 담겠다고 한 점부터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은행과 국책기관이 종잣돈을 댄 채안펀드가 손해를 안 보려 지나치게 보수적 잣대를 적용했다는 얘기다. 보통 회사채 시장에서 AAA등급은 공기업, AA등급은 대기업 계열사나 금융회사가 대부분이다. 채안펀드는 처음부터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회사채를 인수하는 구조로 만들어 졌다는 뜻이다. 정작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A등급이나 BBB등급 회사채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의 지연으로 여전히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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