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로나19 위기에 돋보인 '파월 리더십'..美연준, 남은 과제는

“파월, 연준을 전례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이끌어”
“워낙 긴급한 상황…추후 걱정에 대한 우려 불식”
“파월의 신속한 코로나19 대응…버냉키급 찬사”
  • 등록 2020-03-31 오후 6:30:12

    수정 2020-03-31 오후 6:30:12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코로나19 사태에 전례 없이 발빠르게 대응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제대로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는 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경제학자가 아닌 변호사 출신 파월 의장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107년 연준 역사상 가장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치를 단행, 연준을 미지의 영역으로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통상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이틀 동안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 연준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성명서 단어 몇 개를 바꾸는 데에만 몇 주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3월17~18일 정례 FOMC 회의를 앞둔 지난 15일 기준금리 인하 및 대규모 유동성 공급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불과 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9명의 FOMC 위원 및 3명의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과의 회의도 화상으로 긴급히 진행됐다.

연준은 당시 회의 직후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내리고 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썼던 카드들이다. 그만큼 채권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즉각 대응을 요구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이번엔 PMCCF(Primary Market Corporate Credit Facility)·SMCCF(Secondary Market Corporate Credit Facility) 등과 같은 기업에 대한 직접 대출 및 회사채 매입이라는 카드까지 내놨다. 시장에선 “연준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다 썼다”고 평가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우리는 되도록 빨리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WSJ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례 없는 대응이었다”며 “파월 의장은 금융시장이 무너진 지 몇 주만에 연준을 전시 체제로 바꿔놨다. 그는 연준을 가본 적 없는 길로 이끌었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의 동료들을 인용, 정치적 결단력이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 경제학자 출신 전임 의장들보다 더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동료들로부터 받았던 칭찬과 찬사가 파월 총재에게도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시절, 연준 내 3인자로 꼽혔던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시장에 대한 파월 의장의 직감은 제2의 천성 이상이다. 덕분에 그는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이 없어 결정을 내릴 때 더 많은 근거를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직감에 따라)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아주 적절했다”고 말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파월 의장과 6년 동안 일했다.

그렇다면 현재 연준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WSJ은 연준의 가장 큰 과제는 미래 경제에 대한 통제력이 미흡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전임 연준 의장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마다 주택시장 거품 붕괴 등과 같은 역효과를 걱정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연준의 통제력을 넘어, 단순히 글로벌 경기침체 수준이 아닌 전세계적 대공황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골드만삭스는 4~6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연율로 환산하면 2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올봄 실업률이 1948년 이후 최고치인 12.8%로 치솟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경고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회가 한 목소리로 연준의 시장 개입을 독려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파월 의장은 전임자들과 달리 주택버블 붕괴 가능성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며 “연준의 조치는 금융시장의 핵심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CNBC는 전날 “연준이 지금까지 시장 안정을 위한 시도를 바주카포로 불렸다면, 다음 단계는 핵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주식시장에 과감하고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연준이 3조6000억달러 규모의 외환 거래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이미 연준법(Federal Reserve Act)의 긴급 조항을 통해 재무부로부터 확대된 권한을 부여받았다”며 “금융시장 상황이 추가로 악화한다면 연준은 이전엔 가보지 못한 곳까지도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연준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대응 조치 수준을 넘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시행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이달 초 “중앙은행이 보다 광범위한 유가증권이나 자산을 매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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