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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에 따르면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하에 나선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그는 지난 2004년 뉴욕 연방준비은행 고문을 지냈고,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바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긴급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전개 상황과 경제 전망에 끼치는 함의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해 이번 달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잇따라 연준의 경제·금융시장 안정 조치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블랑샤르 선임연구원은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인하는 상품에 대한 수요를 자극한다. 기업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주식 투자자들의 리스크 부담을 덜어준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은 ‘공급 충격’이다”며 “금리를 인하한다고 사업주들이 격리된 직원들을 데려올 수 없고, 물건을 만들기 위한 부품을 조달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리인하는 상징적일 뿐 실제 유용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오는 18일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100%로 봤다. 전부 0.5%포인트 인하, 소위 ‘더블샷’을 점쳤다. 하지만 이는 지난주 뉴욕증시를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폭락하면서 연준이 구원투수로 나서길 바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로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블리클리 투자자문 그룹의 피터 부크바 수석투자책임자(CIO)는 “금리인하는 백신이 아니다. 자산가격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경제성장률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성급하게 금리를 내릴 경우 진짜로 경제 침체기가 도래했을 때 대응 여력을 충분히 남겨두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손상이 지속될 경우 수요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연준은 경기침체가 현실화하고 금리인하 여력이 없을 경우 언제든 양적완화, 포워드 가이던스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으로 빠르게 전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푼 돈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시장 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 회복된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가치, 채권값, 주식값이 급락하는 등 ‘트리플 약세’가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한편 파월 의장은 3일 주요7개국(G7) 중앙은행 총재들과 전화로 코로나19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