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한명숙 모해위증 재검토하라"…法-檢 갈등 재점화 위기(종합)

박범계, 작년 추미애 이어 전격 수사지휘권 발동…헌정 사상 4번째
대검 부장회의서 오는 22일까지 기소 여부 결론 내야
검찰 수사 관행 관련 법무부-대검 합동 점검도 지시
법무부 "'결론 뒤집기' 목적 아니다" 공식 입장에도 檢은 '부담'
  • 등록 2021-03-17 오후 5:40:27

    수정 2021-03-17 오후 10:15:10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헌정 사상 4번째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 발동이다.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사건에 대해 박 장관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검찰과 법무부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장관은 17일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개최해 오는 22일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한 전 총리 사건 재판 관련 증인 김모 씨에 대한 입건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박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검찰 수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고려할 때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면서도 “본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박 장관은 구체적으로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011년 3월 23일자 증언 내용 2건의 허위성 여부에 대해 중점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위 2건의 증언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 앞선 공소시효가 지난 증언들 역시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한 개의 구성 요건에 해당해 한 개의 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이르는 법률 용어)로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이를 위해 7명의 대검 부장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실질적인 조사를 담당했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을 비롯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라는 지시도 덧붙였다.

박 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의 합동 감찰도 지시했다. 기록 검토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에 대한 인권 침해적 수사 방식을 발견했고, 재소자에게 편의 제공을 미끼로 정보원 내지 제보자로 활용한 정황 등을 포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은 각종 위법·부당한 수사 절차 및 관행에 대해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결과와 개선 방안 등을 박 장관에게 보고해야 할 상황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법무부는 이번 수사지휘가 검찰이 낸 결론을 뒤집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수사지휘의 취지는 ‘기소해라 (혹은) 말라’가 아니라 다시 한 번 판단해 달라는 것”이라며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들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해 줄 것을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차갑다. 검찰 입장에선 이미 결론 난 사건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는, 결과를 뒤집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 장관이) 기소 취지는 아니라고 했지만, 어쨌든 검찰이 본인 생각에 부합하는 결론을 냈다면 수사지휘권도 발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총장까지 공석인 상황에서 사건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장관이 한명숙 뇌물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하는 것은 자유지만 직권남용으로 수사와 처벌받을 준비는 단단히 하는게 좋겠다”며 “이렇게 되면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데 이것이 현행 형사사법 제도와 검찰 제도 하에서 허용되는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검에선 아직 박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박 장관의 지시대로라면 대검은 늦어도 오는 19일에는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처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이번 지휘권 발동으로 대검과 법무부의 관계는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극한 갈등’에 이어 다시 냉각 국면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두 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 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이어 10월엔 윤 전 총장 가족 및 측근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검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 등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고 이에 반발해 김 전 총장은 사퇴했다.

한편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지난 2011년 한 전 총리 뇌물 수수 사건 재판의 증인이었던 최모 씨가 지난해 4월 법무부에 “검사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갑작스럽게 진정을 내면서 불거졌다. 친정부 검사인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을 주임 검사로 지정했고 허 과장은 지난 5일 당시 수사팀과 증인들 모두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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