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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검찰 수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고려할 때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면서도 “본건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박 장관은 구체적으로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011년 3월 23일자 증언 내용 2건의 허위성 여부에 대해 중점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위 2건의 증언이 허위로 밝혀질 경우 앞선 공소시효가 지난 증언들 역시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한 개의 구성 요건에 해당해 한 개의 죄를 구성하는 경우를 이르는 법률 용어)로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이를 위해 7명의 대검 부장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실질적인 조사를 담당했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을 비롯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라는 지시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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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차갑다. 검찰 입장에선 이미 결론 난 사건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는, 결과를 뒤집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 장관이) 기소 취지는 아니라고 했지만, 어쨌든 검찰이 본인 생각에 부합하는 결론을 냈다면 수사지휘권도 발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총장까지 공석인 상황에서 사건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장관이 한명숙 뇌물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하는 것은 자유지만 직권남용으로 수사와 처벌받을 준비는 단단히 하는게 좋겠다”며 “이렇게 되면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데 이것이 현행 형사사법 제도와 검찰 제도 하에서 허용되는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검에선 아직 박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박 장관의 지시대로라면 대검은 늦어도 오는 19일에는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처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한편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지난 2011년 한 전 총리 뇌물 수수 사건 재판의 증인이었던 최모 씨가 지난해 4월 법무부에 “검사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갑작스럽게 진정을 내면서 불거졌다. 친정부 검사인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을 주임 검사로 지정했고 허 과장은 지난 5일 당시 수사팀과 증인들 모두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