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수익률 32.77%(에프앤가이드 8월3일 기준). 예금 금리가 1%대인 요즘 경이로운 성적을 낸 펀드가 있습니다. 동남아 주식형 펀드입니다. 국가·지역별 분류 중 가장 우수한 성적입니다.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17.54%, 국가별 분류 중 가장 설정액이 높은 중국 펀드 23.19%, 베트남 펀드 4.18%와 비교하면 월등히 견조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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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장갑 비중 늘리며 ‘대박’
동남아 증시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동남아 펀드는 베트남 및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 다양한 국가를 아우르는 만큼 포트폴리오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동남아 주식형 펀드는 총 15개로, 3개월 동안 수익을 6.93% 내는 데 그친 상품이 있는가 하면 ‘삼성아세안증권자투자신탁 3[주식-파생형]_A’(41.62%)와 ‘삼성아세안증권자투자신탁 2[주식](A)’(39.95%)는 40% 안팎의 성적을 냈습니다. 두 펀드의 차이는 환헤지와 환노출 차이로 동일한 모펀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즉 ‘삼성아세안펀드’가 동남아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삼성아세안증권자투자신탁 2[주식](A)’가 운용설정액 2332억원으로 가장 덩치가 큰 동남아 주식형 펀드 이기도 합니다.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의 해외주식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하는 모(母)투자신탁에 신탁재산의 60% 이상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기준 모펀드의 보유 자산은 태국 스리트랑농산업(11.0%), 싱가포르 DBS홀딩스그룹(6.4%), 말레이시아 톱글로브(6.0%) 태국 식품 대기업 짜른포카판푸드(5.8%) 입니다. 언뜻 보기에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이중 두 종목은 고무장갑과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바로 스리트랑 농산업과 톱글로브입니다.
테슬라 보다 잘나가, 연초 대비 1000%
1991년 설립된 톱글로브는 세계 최대 고무장갑 생산업체입니다. 현재 고무장갑에 대한 세계 시장 점유율의 26 %를 차지합니다. 연초 4.65링깃(MYR)이었던 톱글로브는 지난 8월 3일 26.88링깃으로 올라와 무려 478.06% 상승했습니다. 미국 전기차업체인 테슬라가 같은 기간 245.14% 상승한 것보다 더 높은 수익률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위생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라텍스 장갑의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올해 전 세계 고무장갑 수요가 전년보다 11% 증가한 3300억개로 추산됩니다. 이 같은 현상은 바로 실적에 반영됐는데요, 지난 분기(3~5월) 톱글로브의 순이익은 814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6% 급증했습니다.
스리트랑 농산업 역시 고무 농장, 고무 가공, 장갑 생산 등 천연 고무 산업을 주로 하는 회사입니다. 자회사인 스리트랑 글로브즈가 지난달 태국 증권 거래소에 상장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운용보고서를 보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고무 장갑 제조업체인 말레이시아 슈퍼맥스도 담고 있었습니다. 슈퍼맥스도 같은 기간 1301.45%나 올랐습니다.
“구경제 의존 동남아, 실적 저조 가능성도”
그런데 왜 고무장갑 생산업체가 이렇게 올랐을까요. ‘고무장갑’ 하면 설거지할때 쓰는 커다란 장갑을 떠올리죠. 하지만 이들 업체가 만드는 고무장갑은 의사들이 사용하는 손에 착 붙는 짱짱한 고무장갑입니다. 이런 의료용 고무장갑이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거죠.
다만 동남아 시장 전체에 대한 전망은 신중했습니다. 동남아 시장 자체가 ‘코로나 국면’에서 각광 받는 IT, 헬스케어 등 신경제 보다 소재, 에너지 등 구(舊) 경제 비중이 높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리차드슨 매니저는 “코로나19 백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동남아 시장은 선진국 대비 실적이 저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