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통일부 장관 앞에서 역설된 이인영의 '평화론'

이인영, 전직 통일부 장관 초청 간담회
"한미 평화공동체, 미중 갈등도 해소할 수 있을 것"
"한미동맹, 평화동맹으로 발전해야"
  • 등록 2020-09-17 오후 9:14:12

    수정 2020-09-17 오후 9:21: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역대 통일부 장관들 앞에서 지속가능한 대북정책을 위한 방법으로 ‘평화’를 강조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 기조가 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평화, 힘있는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이 장관의 초청으로 서울 중구 호텔에서 진행된 만찬간담회는 손재식·이세기·이홍구·강인덕·임동원·박재규·정세현·홍용표·조명균 등 모두 9명의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참가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더플라자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인영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 장관은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이다”이라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1989년 9월 11일 여야 초당적 합의로 채택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정신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바뀌면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대북정책의 기조 또한 그때그때 변하고 때로는 급격히 변해왔다”라고 말했다. 또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세대·지역·이념의 갈등이 중첩되며 우리 사회 갈등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장관은 “그래서 평화를 통일로 가는 노둣돌로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많이 하게 된다”며 “이 평화는 단지 감상적인 게 아니다. 비핵화 또 남북관계 평화체제를 견인하는 강력한 평화이고 임동원 전 장관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피스키핑, 피스메이킹을 추구할 수 있는 힘있는 평화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남과 북이 평화를 선점해서 평화공동체를 형성해나간다면, 동북아의 평화 경쟁이 확대돼서 한반도의 분단을 둘러싸고 있는 미중 간 갈등도 적대적 관계에서 비적대적 관계로, 또 가치의 대립에서 가치의 공존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남과 북이 손잡고 협력한다면 이는 한반도 정세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그는 이어 “이런 맥락에서 한미동맹도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주도하는 평화 동맹으로 더 발전하고 진화해야 한다고 최근 말씀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만나 “한미관계가 어느 시점에선가는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을 탈피해서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현재 한미 동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 장관 역시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우리 안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가치에 기반해 평화 동맹으로 더 나아갈 때 삼위일체 가치동맹을 완성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이 단순히 대북 억지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나가는 지렛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현재 남북 상황에 대해 “9·19 남북군사합의 등 2주년을 맞이해 군사적 긴장이 이전 시대보다 더 완화됐고 접경지역의 평화상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등 비교적 한반도 정세가 차분하고 또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는 남북관계가 크게 표류하지 않도록 매어두는 정상 간 합의의 힘이기도 하고 남북이 나름의 의지를 가지고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남북대화가 완전히 단절되는 등 대북협상이 한치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답함도 드러냈다.

이 장관은 “단 한 순간도 쉬운 적 없는 남북관계였기 때문에 단숨에 큰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래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작은 접근을 통해 협력의 공간을 확대하려는 그런 단단한 마음으로 임해왔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은 시간에 남북 간 합의가 조속히 이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이세기 전 장관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홍구 “운” 정세현 “통 큰 식량지원” 손재식 “여야 협력해야”

이 장관의 모두발언이 끝나고 대선배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1989년 국토통일원 장관으로서 노태우 정부가 제시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산파 역할을 했던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통일부 장관이라는 것은 사실은 본인이 어떻게 하는 것보다도 국내외 정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러니깐 사실 어떻게 보면 운(運)”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국회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은 1987년 민주화, 1988년 서울올림픽,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등 사회적 배경이 있었다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함께 ‘뭘 잘 만들어야겠다’는 협조의 모드가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데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며 국내외 정세가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ㄹ을 이어받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국제 정세, 국내 여론, 북한 내부 사정 3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정세는 가변성이 있는 것이라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대화의 문을 닫은 북한에 지속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 북한이 수해로 농산물 피해가 막심하다며 “당장 내년 봄부터 식량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식량지원 문제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동참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식량지원에 대한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립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는 대북 사업을 적극적으로 승인해주는 것이 북쪽에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식량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에서는 적게 주면 안 받는다고 할 것이다”라면서 “처음부터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50만톤(t), 40만톤 얘기를 꺼낼 순 없겠지만 여론의 눈치만 보지 말고 식량 문제도 남북 간에 다시 화해협력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노둣돌이 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건배사에 나선 손재식 전 장관은 대북협상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가장 다루기 어려운 정치집단”이라며 “통일 전 동독과 북한은 크게 다르다”라고 말했다.

손 전 장관은 “동독은 서독을 침범한 일도 없고, 핵개발을 한 일도 없고, 부자 세습 체제를 구축한 일도 없고, 기본 조약을 파기한 일도 없다. 거짓말과 속임수를 많이 쓴 걸로도 생각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지를 모아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은 동방정책을 통해서 진보 정부가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고 거기에 보수정부에서 통일을 이룩했다”며 “통일문제에 관해 여야가 견해 차이도 있지만 콘센서스를 이뤄서 이 어려운 과업을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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