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밭 일구고 있음 땅 줄게요"…국가의 약속 70년만에 지켜진다

권익위 "70년 불모지 개간 노력 인정"
5일 대통령령 시행…국유화 후 매각 절차 밟아
기금 조성으로 北소유권자 권리행사 대비
  • 등록 2020-08-04 오후 7:01:59

    수정 2020-08-04 오후 11:19:48

양구군 해안면 일대(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불모지를 일궈 옥토를 만들면 땅을 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70년 만에 지켜질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4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주민,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현희 위원장 주재로 현장조정회의를 열고 290만평 토지의 소유권을 주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산으로 둘러싼 동그란 평지가 마치 화채그릇과도 같다고 해서 ‘펀치볼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광복 이후 북한의 통치 지역이었으나 한국전쟁 때 8번을 뺏고 뺏기는 전투 끝에 1951년 수복한 영토다.

당시 원소유주의 80% 이상이 북으로 피난했고 오랜 전쟁으로 척박해진 해안면 토지를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는 1956년과 1971년 두 차례 걸쳐 260세대, 1394명을 이주시켰다. 당시 정부가 한 약속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불모지 개간 노력을 고려해 이주한 주민들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지뢰로 둘러싸인 척박한 산골짜기 마을에서 이주민들은 언젠가 내 땅이 생긴다는 희망 하나로 땅을 일구고 척박한 삶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이 약속은 오랜 시간 지켜지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북으로 피난한 이들의 소유권이 법적으로 여전히 유효하면서 이주민들의 토지 소유권은 인정받지 못했다.

여기에 행정이 분업·전문화되며 관련 기관이 10여개로 늘어나면서 소유권 이전조치는 더욱 복잡해졌다.

1983년 정부는 ‘수복지역 내 소유자 미복구 토지의 복구 등록과 보존 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해안면 내 4947필지를 국유화하고 3429필지는 무주지로 남겨뒀다.

이는 오히려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어떤 주민은 국유화된 땅을 임대료를 내고 쓰고 어떤 주민은 주인 없는 땅을 마음껏 사용했기 때문이다. 불공정·불평등 시비가 일어나면서 주민들 사이 갈등이 커졌다. 주인이 없는 땅 수십만평을 특정 개인이 점유하고 대부료를 받고 경작권을 매매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뢰가 묻혀 있어 위험한 군사작전지역의 무단 개간이 지속됐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주민들이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무법과 탈법의 혼란 속에서 주민들은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토지를 주민에게 돌려줄 것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결국 주민들은 2017년 9월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고유 권한인 조정권을 발동해 법무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조달청 등 소관부처를 민원에 참여시켰다. 이어 소관 중앙부처, 공공기관, 지자체를 중심으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3년 동안 현장방문과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려고 애썼다.

3년간의 노력이 결실이 맺어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서는 그동안 원주민이 이북으로 피난을 가서 소유자 복구등록을 신청하지 못한 토지는 원칙적으로 국유화를 할 수 없는 조항을 삭제해 국유화를 가능하도록 길을 터줬다.

또 취득한 국유재산은 10년간 처분이 불가능한 조건과 처분 시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 조건을 적용받지 않도록 해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매각 또는 대부가 가능해졌다.

토지 국유화와 매각, 대부 등을 통해 마련된 자금을 기금으로 조성돼 북한에 사는 원주민이 소유권 행사를 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오는 5일 해당 토지를 국유화하고 경작자에게 매각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규정한 시행령이 시행되면 본격적인 소유권 이전작업이 실시된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권익위는 그간 낙후돼 있던 해안면을 발전시키고 주민들의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인 대책도 마련해 같이 시행하도록 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 위원장은 “이번 조정으로 무주지 경작자들의 70년 한이 풀리게 됐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입장에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정부 내 적극 행정과 혁신 행정을 선도하는 기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현희(왼쪽 다섯번째)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양구군 해안면 무주부동산 및 국유지 매각 요구 2차 조정회의’에서 회의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권익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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