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김상윤 뉴욕특파원] 미국 정부가 자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들의 부품 관세 부담을 2년간 줄이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부품 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다만 부품 공급망 재편 및 국내 자동차 수출량 조정 등 복잡한 숙제를 안게 됐다.
 |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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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을 위해 25% 자동차 관세 중 일부를 2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조립된 차량의 가치에 최대 15%의 관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부품과 원자재에 부과되는 다른 관세를 줄여주는 방식이다.
부품 공급망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 위한 조치로, 자동차업체들이 관세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자 강경한 정책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먼저 5월 3일부터 미국에서 완성한 자동차의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부품에 대해 사실상 25% 관세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4월 3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2년간이다. 1년차에는 차량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부품, 2년차에는 10%에 해당하는 부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3년차부터는 이같은 혜택이 사라진다. 즉, 전체 부품 중 미국산 비중이 85% 이상인 차량은 관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
국내 완성차 부품 업계는 이번 조치에 따른 관세 리스크 경감 효과가 분명한 만큼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관세 혜택을 보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 내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 전략과 수출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미국서 생산하는 업체들 부담 줄여 준다는 의미인데 뒤집어 보면 그만큼 미국 내 생산량을 더 늘리라는 이야기”라며 “부품 조달은 물론 국내 생산 물량과 미국 생산량 간 밸런스를 조정하는 등 다소 까다로운 상황이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또 다른 카드를 통해 완성차 산업을 옥죌 수도 있다는 불안도 상존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수시로 말이 바뀌었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상황에 따라 또 다른 행정명령이 발효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애초 미국은 부품까지 미국서 몽땅 생산하라고 했는데 당장 부품을 미국서 생산하는 건 쉽지 않고 그래서 수입은 해도 된다는 게 이번 조치의 의미”라며 “그럼에도 미국 내 생산량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채찍’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