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26일 방송한 손석희 전 앵커와 진행한 인터뷰, JTBC ‘대담, 문재인의 5년’에서다. 전날 방송에서 윤 당선인의 당선을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표현한데 이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과 여성가족부 폐지 등 차기 정부 구성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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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방송에서 “(당선인 측이)잘 알지 못한 채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면 맞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국정운영) 경험자로서 의무”라며 “당선인 측에서 여가부가 시대적 소명 다했다며 폐지를 주장할 수 있는 것처럼,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것 조차 당연하다”고 말했다. 신구권력간 갈등이 아닌 제언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대해서도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별로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이 필요하다면 최적 장소를 논의하고 국방부와 합참이 안정적으로 이전계획을 세우게 한 후에 거기 따라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추진 방식은 수긍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후보시절,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했다 포기했던 것에는 “(이전을 하지 않은)결정을 잘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국민 소통은 코로나19 이전 외부 활동을 통해 충분히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을 공약하게 된 배경 중 하나인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권한이 있는게 오히려 행사를 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무슨 제왕인가”라 반문했다. 일종의 왜곡된 프레임이라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소탈한 면을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제왕적이지 않고 아주 민주적인데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권한을 넘어 초법적 권한을 행사했던 게 제왕적 대통령”이라 말했다.
“트럼프 대범하다… 김정은·아베 평가는 노코멘트”
문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 대상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특히 2019년 있었던 남북미 정상회담을 떠올리며 “북한과의 협상에 호의적이지 않은 미국내 분위기를 무릅쓰고 실무적 합의 없이 톱다운 방식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만나 설득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매우 대담하다. 당시 결단을 통해 한반도 국면이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방위비를 5배 올려달라고 한 것이 딱 하나 좋지 않았다”면서도 “당시 거절을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다른 문제와 섞지 않았다. 사안 별로 분명히 구분하는 면이 괜찮았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한 평가는 보류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을 감안해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다. 적절한 국면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는 예의바른 일본 사람이었다”면서도 “리더십에 대해서는 평가하고 싶지 않다. 아베 정부 시절 한일관계가 나빠진건 분명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미중갈등 속 차기 정부의 외교 방침에 대해 “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국익 차원의 실용외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말하자면 (미중 사이에)‘낀 존재’라는 것인데 나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수출을 늘려왔고 나라도 발전해왔다”며 “강대국 사이에 낀 새우같은 존재라 생각해선 안된다. 돌고래 정도는 되지 않겠나”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