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채권단 손에 달린 두산 운명… 경영지원단 파견으로 구조조정 본격화

채권단, 구조조정 역량 총동원..두산 재무구조개선 본격화
지배구조 개편·보유자산 매각 등 투트랙 구조조정 예고
"유동성 위기 극복, 오너 등 적극적 의지가 성패 가를 듯"
  • 등록 2020-04-02 오후 7:00:17

    수정 2020-04-04 오전 10:26:52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채권단의 경영지원단 파견으로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두산그룹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채권단이 선택한 구조조정 방식은 자율협약에 준하는 수준인 만큼 인사뿐 아니라 재무 등 종합적인 자구안이 수립돼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기업구조조정 사례를 비춰보면 이번 경영지원단 파견은 박정원 회장 등 오너에게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조5000억원 규모의 누적손실을 비롯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경영 책임을 짊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수직계열화된 두산그룹 내에서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이 실제 이뤄질지 주목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산은, 가용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한 구조조정 착수

124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고(最古) 기업인 두산그룹에 경영관리 목적의 채권은행 경영관리자문역이 상주하는 것은 창업 후 처음이다. 1896년 박승직상점에서 시작한 두산그룹은 동양맥주를 파는 소비재 기업에서 제조 기반의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겪어왔던 유동성 위기를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체적인 생존전략으로 버텨왔다. 이번 채권단의 경영지원단 파견이 의미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당장 이달 내 수출입은행에서 지급보증한 6000억원 규모의 외화부채를 포함해 연내 총 4조3000억원 규모의 부채성 채무를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한다.

채권단은 다만 경영관리자문역 파견이 통상 자율협약 기업에 이뤄졌던 만큼 대외적으로 두산그룹의 신용도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채권단의 이같은 선제적인 조치가 자칫 두산그룹의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의 경영관리자문역 파견이 두산그룹의 유동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오너십에 의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견제를 통해 자구안에 대한 이행이 성실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앞서 산은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오너 견제와 신속한 자구안 이행을 위해 구조조정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전담팀을 가동해왔다. 2009년 11월 금호아시아나계열을 시작으로 STX,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에도 경영지원단을 파견했다.

특히 이번 두산그룹 구조조정에는 2016년 이동걸 회장 취임후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신설한 기업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의 역할도 주목된다. 특별자문단은 산업계·학계뿐만 아니라 컨설팅회사 등 40~50명으로 구성돼 있다. 산은은 특별자문단 컨설팅과 함께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시아항공,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굵직한 구조조정 결과물을 이끌어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기업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산은은 가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 등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위=억원, 별도 기준, 자료=두산중공업
지배구조 개편·보유자산매각 중심 자구안 마련할 듯

현재 예측 가능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은 크게 지배구조 개편과 현금 마련을 위한 보유자산 매각 등이다.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해 여러 자구안을 투트랙으로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강력한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까지 염두해 둔 실제 실행 가능한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중간지주사인 두산중공업과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절연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지배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산중공업 자회사로는 두산건설만 남게 되며 두산그룹은 ㈜두산 산하로 재편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활용한 레버리지를 통해 시장성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다.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자체적으로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잠재 인수후보들에게 인수의사를 타진해본 만큼 두산건설도 매각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중공업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떠안은 라데나CC(컨트리클럽)와 클럽모우 등 골프장 사업권 매각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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