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태의 테코노미]AI는 전기화가의 꿈을 꾸는가

  • 등록 2021-03-17 오후 8:11:35

    수정 2021-03-17 오후 10:11:22

[임규태 공학박사·전 조지아공대 교수] 요즘 핫하다는 클럽하우스에서 예술가 방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마침 대화 주제가 ‘인공지능이 창조한 예술 작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였다. 인공지능은 예술과 생활의 영역까지 파고든지 오래이다. 2015년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는 인공지능이 고흐의 그림체를 학습하여 입력한 사진을 고흐 그림체로 바꿔주는 연구를 발표해 대중을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이후 인공지능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음성, 얼굴 합성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예술가들이 갖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인공지능이 만들어 낼 상상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기대감이 뒤섞여 있다.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의적 능력을 넘어설 것인가.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클럽하우스의 특성상 이 무거운 주제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지면을 통해 기술적인 관점에서 인공지능의 실체를 좀 이해시키고자 한다.

인공지능의 공포

만약 당신이 인공지능에 대해 공포감을 느낀다면 그 두려움 원천은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기원은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2001년 스페이스오디세이(1968)’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HAL이 자신을 존재를 지키기 위해 인간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필립 딕의 SF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원작으로 하는 리들리 스캇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는 4년 밖에 살지 못하는 안드로이드 들이 자신들의 삶을 연장하기 위해 지구로 밀입국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1984)’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스카이넷은 자신의 영생을 위해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 멸망시키려 한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 속에 흔히 등장하는 의식을 갖고 자신을 존재를 지키려는 인공지능을 ‘강(强)인공지능’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매일 미디어와 SNS에서 접하는 이미 실현되었거나 곧 실현 가능한 인공지능은 ‘약(弱)인공지능’이라고 부른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강(强)과 약(弱)인공지능은 전혀 결이 다르다. 어쩌면 당신은 약(弱)인공지능이 충분히 발달하면 의식을 갖는 ‘강(强)인공지능’으로 진화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기술 특이점(singularity)이다. 하지만 약(弱)인공지능이 강(强)인공지능으로 진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침팬지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문제는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겠다)

딥러닝 인공지능

원론적으로 인공지능은 방정식의 답을 구하는 수치해석 방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재 인공지능의 대표 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딥러닝은 방정식의 답을 구하는 수많은 방법 중에서 가장 비효율적이고 부정확한 방법이다. 그 이유는 딥러닝이 답을 내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의 학습을 거쳐 답을 ‘추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딥러닝이 주목을 받는 것일까.

딥러닝은 답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대신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비정형 문제의 답을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풀기 어려웠던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문제의 해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딥러닝이 의미 있는 답을 도출하는데 요구되는 학습 데이터와 계산 용량이 다른 방법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다.

2000년 이후 딥러닝이 인공지능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반도체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다. 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은 5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급속한 반도체의 발달은 컴퓨터, 통신 등 IT 전 분야에 걸쳐 비약적인 발전을 촉진했고, 인류는 딥러닝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 창조물의 가치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창조한 작품은 어떤 예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1917년 마르셀 듀상은 미술전에 동네 철물점에서 구입한 변기를 ’샘물‘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했다. 듀상은 이 작품을 통해 예술품의 창조적 가치는 작품의 결과물이 아닌 의도에 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그가 정의한 현대미술의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말을 부정한다면 엔디워홀이나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는 예술적 가치를 상실한다.

인공지능이 창조한 작품의 예술 가치 역시 듀상이 주창한 현대 미술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고흐 풍의 터치의 예술적 가치는 그 결과물에 있지 않다. 그 가치는 ‘입력된 이미지를 고흐 풍의 붓터치로 변환시킨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구현한 ’인간‘에게 속한다. 처음에는 신박해 보이는 고흐 풍의 터치는 인스타그램이나 포토샵에 활용되는 흔하게 사용되는 필터의 하나일 뿐이다. 결국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한 ‘인간’ 개발자는 라이선스나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자신이 창조한 가치를 금전화 할 수 있다.

사진의 발명

사실 혁명적 기술이 인간의 기존 영역을 파괴한 경우는 인공지능이 처음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예술계의 두려움을 이해하려면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826년 프랑스의 발명가 조제프 니세포르 니에프스는 천연 아스팔트를 이용해 창밖의 풍경을 사진 촬영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사진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화가들이 위기를 맞는다. 누구나 실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이 더 이상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화가들을 찾지 않게 된 것이다.

주 소득원인 초상화 수요의 급감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 파리의 화가들은 사진이라는 신기술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인다. 1872년 발표한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를 시작으로 ‘인상파’라는 새로운 사조가 탄생한다. 결국 기술의 위협에 저항하는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 ‘인상파’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새로운 미술 사조를 탄생시킨 것이다.

인간들이여,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지금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 혁명 앞에 당혹감과 공포를 느끼지만, 결국 현대의 창조자들과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운 영역으로 인간을 끌어올릴 테니까.

인공지능을 이용한 고흐 풍의 그림, 튀빙겐 대학 베트게 연구실 (Bethge Lab, University of Tubi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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