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생존권인가, 명예훼손인가…'배드파더스' 항소심 17일 시작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
명예훼손 혐의로 운영자 구본창씨 2심 17일 첫 공판
1심 무죄 났지만 檢 항소…양해연 "사회 요구 역행"
재판부엔 "피해자녀에 희망달라" 당부도 전해
  • 등록 2020-09-16 오후 5:35:16

    수정 2020-09-16 오후 5:35:16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자녀의 양육비를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구본창씨의 항소심이 본격화된 가운데, 구씨와 함께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에 나서 온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가 해당 재판부에 “아동의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5월 국회 앞에서 양육비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노경필)는 오는 17일 오후 4시 30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한다.

구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상세한 정보를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에 공개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에서는 올해 1월 14일 16시간에 걸친 국민참여재판 끝에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구씨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대가를 취하지 않았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다수의 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해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므로, 동기와 목적에 있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양해연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한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국민을 대표해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과 재판부 전원이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내렸음에도 검찰이 항소를 한 것은 국민의 정서와 사회가 요구하는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이 재판의 고소인으로부터 아직도 양육비를 지급 받지 못해 애태우는 피해 가정에게 검찰이 고통을 더 얹어주어 마음이 아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아동의 생존권과 무책임한 ‘나쁜 부모’의 명예 중 우리사회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상식적 가치가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부디 재판부가 피해자녀에게 희망을 주시길 간곡히 바란다”고 재판부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항소심에서는 1심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양소영 변호사 등 법무법인 숭인이 다시 한번 변호를 맡았다. 또 송시현·손지원·최희정 변호사도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동참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항소심부터 변호인단에 합류, 오명은·황용현 변호사가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편 구씨의 항소심 1차 공판이 열리는 당일 오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관상임위원회에서는 전주혜·이규민·전재수 의원 등이 발의한 ‘양육비 이행강화 및 지원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의 의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5월 20일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지방경찰청장에게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요청하고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한 후 양육비 채무자에게 징수할수 있도록 하는 ‘양육비 미지급 이행 강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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