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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무역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거침없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엔 코스피 시장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 비중 축소가 예정돼 있어 월말까지 외국인 자금이 추가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분쟁에 원화 약세까지…5월 외국인 1조원 이탈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총 47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9일부터 이날까지 6일 연속 매도를 이어가며 이 기간 1조498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앞서 외국인은 연초 이후 4월까지 매달 순매수세를 보인 바 있다. △1월 4조원 △2월 1400억원 △3월 3000억원 △4월 2조 4000억원 등 꾸준히 한국 주식을 담다가 5월 들어 1조693억원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근 일주일간 외국인은 팔자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대만에서 7억4300만달러를 순매도했고 태국과 인도네시아 증시에서도 2억달러 가량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필리핀, 베트남에서도 각각 5200만달러, 2900만달러 순매도했다.
여기에 한국의 경우 경제지표 부진과 무역분쟁 격화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부근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2.90원 상승한 119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1월 11일(1196.4원)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시간 역외 달러·위안은 전일 뉴욕장 대비 0.14% 오른 6.9132위안에 거래되며 7위안선에 가까워졌다.
5월 외국인들의 순매도 상위 종목을 봐도 패시브자금이 유출됐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패시브자금은 보통 대형주를 위주로 담는데, 외국인 순매도 종목에 대형주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5월 삼성전자(005930)를 3570억원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팔았고, 이어 △SMART 200TR(295040)(-1780억원) △삼성전기(009150)(-1420억원) △SK하이닉스(000660)(-1120억원) △KT&G(033780)(790억원) 순으로 순매도 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에 가장 큰 MSCI 이머징마켓 ETF를 보면 지난주 후반 이후 매일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 ETF에 담긴 코스피 시장의 자금 역시 함께 빠져나가면서 패시브자금이 주로 담는 대형주 위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형국”이라고 짚었다.
환율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코스피 지수는 연초 이후 주가가 올라 이익을 보긴 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른걸 고려하면 지난주부터 외국인 자금은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월말엔 MSCI 中 A주 편입 이슈까지…“2조원 추가 이탈 가능”
한편 월말로 예정된 MSCI 신흥국지수 편입비중 조정 이슈 역시 외국인 수급 악화를 가속화 시키리란 전망도 나온다. MSCI가 오는 28일(미국 현지시간)부터 신흥국지수에서 중국 A주 편입비율을 5%에서 10%로 확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SCI 신흥국지수 내 한국 시장의 비중은 12.61%에서 12.13%로 0.48%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위안화 및 원화의 약세 압력이 커지며 외국인은 현물을 매도하기 전부터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외국인의 합성선물 포지션 역시 같은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며 “월말로 갈 수록 MSCI 이슈와 원화 약세 환경이 맞물리며 외국인은 매도 규모를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월말 까지 추가적으로 2조원가량 더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