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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검은 목요일’이 현실화하면서 원화값이 1년여 만에 최저치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140원 중반대까지 급등(원화 가치 급락)했다.
원화값이 중요한 것은 외국인 자본 유출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내외 금리차가 이미 벌어진 가운데 원화 가치마저 떨어질 경우 ‘셀 코리아’가 가속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은 더이상 ‘딴 세상 얘기’가 아니다.
◇외국인 ‘셀 코리아’ 가속화할 수도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0.40원 상승한 1144.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29일(1145.40원) 이후 처음 1140원대로 올라섰다. 장중에는 1144.70원까지 상승했다. 이 역시 지난해 9월29일(1147.00)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흐름은 중요하다. 외국인 투자자가 매매를 결정할 때 주로 고려하는 변수 중 하나여서다. 요즘처럼 원화값이 내리면 주가 하락분에 더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까지 볼 수 있다. ‘바이 코리아’ 유인이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통상 △금리 차이 △통화가치 차이 △펀더멘털 차이 등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 3월 이후 내외 금리 차가 확대돼도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적이었던 건 원화 가치가 받쳐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원화값이 흔들리면 우리나라도 금융 불안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번달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2조2832억원어치 팔아치운 것도 환율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7거래일간 35.1원 급등했다.
문제는 원화값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155원을 단기 상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 인사는 “이날 역외 투자자들은 달러화를 많이 샀지만 국내 수출 기업들의 네고 물량(달러화 매도)도 유입됐다. 쏠림현상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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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채권시장 돈 몰려 ‘안도감’
다만 서울채권시장은 투자 심리 악화의 반사이익을 봤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7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2.01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일(2.005%) 이후 최저치다. 이번달 들어 채권값이 최고치 오른 것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에서는 ‘셀 코리아’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 전체로 보면 그나마 안도할 만한 일이다.
또다른 시장 인사는 “우리나라도 신흥국 금융 불안의 영역으로 해석될 경우 채권값이 덩달아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