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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외신 및 복수의 감염내과 교수들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센터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럴 벡터 방식의 백신이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설계도)를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른 안정된 바이러스 운반체(벡터)에 담아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과 같은 계열이다.
백신 개발 방식은 비슷하나 스푸트니크 V 효능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보다 뛰어나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 논문에서 면역 효과가 91.6%로 나타났다. 지난해 만 18세 이상 1만 986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다. 이는 화이자(95%)나 모더나(94.1%)와 비슷하고 아스트라제네카(62~70%), 얀센(66%)을 크게 앞지르는 성적이다. 여기에 스푸트니크 V는 가격도 20달러(2회 기준)로 모더나(50~74달러)·화이자(40달러)보다 싸고 상온 유통(2~8도)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신우 경북대 감염내과 교수도 “(러시아가) 임상 3상도 없이 백신 허가를 내주는 과정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신뢰할 수 있는 좋은 과학 잡지에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며 “91.6%라는 아주 좋은 면역 효과를 거짓말이라고 볼 필요는 없고 그대로 믿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1차 접종 후 침팬치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겨 2차 접종 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을 방해한다”며 “러시아는 서로 다른 유형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쓰기 때문에 항체 형성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바이럴 벡터는 운반체가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를 세포내로 전달해줘야 그 안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몸에 아데노바이러스 항체가 있는 경우 백신 접종으로 몸에 넣어준 아데노바이러스(항원)가 이와 결합해 중화되면서 세포내로 침투를 못하게 된다. 이 경우 당연히 세포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자체를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다. 전달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러시아 백신의 효능을 좀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적어도 발표된 내용에 근거해보면 지금까지 러시아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발표에 허가 당국 승인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표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스푸트니크 V 백신에 포함된 아데노바이러스 5형 또는 26형에 대한 기존 면역 반응 수준이 높은 그룹의 반응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백신을 도입할 때 가교 임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란셋 논문이 3상으로써 충분히 인원도 포함된 데다 국내 백신 공급 계획에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플랜 B 차원에서 러시아 백신의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다만 그냥 백신을 들여오기보다는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소규모라도 브릿징 스터디(가교 임상)를 해서 란셋 테이터와 비교되는 효능이 있는지 한번 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