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항공주들은 전 거래일 대비 11~30%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5.89%, 94.79포인트 올라 1704.76으로 마무리된 걸 감안하면 최소 2배에서 5배 오른 셈이다. 진에어(272450)(7560원)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제주항공(089590)(1만4800원)이 20.3%, 티웨이항공(091810)(2535원)이 19.3% 각각 크게 올랐다. 대한항공(003490)(1만7350원)과 아시아나항공(020560)(3160원), 에어부산(298690)(2715원)도 각각 15.7%, 12.3%, 11.7%씩 급등했다.
이러한 급등세는 전날 정부가 내놓은 100조원 이상 규모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책 중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가 실시되면 오는 4월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둔 대한항공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산세 감면 혜택을 기존 저비용항공사(LLC)에서 대형항공사(FSC)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항공사들을 위해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데 이번 대책은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미국처럼 항공업계에 500억 달러 규모를 긴급 지원하는 등 좀 더 즉각적인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며 “향후 정부의 경기부양책 발표에서 항공업계 지원에 대한 구체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입금 금지·제한 179개…“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돼야”
하지만 이날 반등은 일회성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로 멈춘 여객 수요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의 3월 둘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13만844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7% 줄었다. 한국항공협회는 이같은 추세라면 국제선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올 상반기에만 매출 피해가 최소 6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을 기준으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179개다.
전세계 항공사가 대부분 5월 말에 파산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있다. 호주의 항공 컨설팅 전문기관인 CAPA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땅에 묶여있거나 그나마 이륙한 항공기도 승객 절반을 못 채우면서 항공사의 현금 보유능력은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실적 전망치는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연초대비 영업이익 전망치가 약 80.3%나 줄어든 37억원으로 나타났다.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각각 32.4%, 21.7%씩 감소해 485억원, 4191억원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적자로 전환해 영업손실 431억원, 149억원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손실 1382억원으로 전망돼 적자폭이 약 3배나 확대됐다. 에어부산만 적자폭이 축소돼 영업손실 53억원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코로나19 확진자수 둔화나 치료제 개발로 인한 여객 수요 증가만이 주가를 근본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업 부실이 항공사 본업을 수행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정부의 금융 지원이 유동성 문제를 순차적으로 풀게는 하겠지만 결국 치료제가 개발돼야 한다고 보여 단기간 반전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