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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고대부터 그랬다. 공예용과 장식용으로 널리 쓰이는 부유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작은 금 돌반지를 주는 것도 ‘변치 않는 가치’와 관련이 있다. 금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와 함께 값어치가 떨어지지 않는 금을 필요할 때 팔아서 쓰라는 지혜가 담겨있다.
금이 다른 귀금속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화폐 기능이다. 금은 한때 기축통화였을 정도로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그 가치가 안정돼 있으며 운반·보관이 용이한, 화폐 기능을 가진 안전한 귀금속이다. 배당도 이자도 없고 오로지 시세 차익만 노리는 자산인 데도 금이 꾸준히 주목 받는 건 이유가 있다.
이런 금이 최근 경제위기 국면에서 도드라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간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1660.80달러를 기록했다. 전거래일 대비 6.0%(93.20달러) 급등한 수치다. 현재 금값은 2011년 1900달러 이상 간 뒤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골드만삭스의 조언은 당분간 금값이 오를 것이니 투자에 나서라는 의미다.
골드만삭스가 금을 추천한 것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 최근 각국의 무제한 양적완화(QE)로 추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인플레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기에는 실물자산 투자가 금융자산 투자보다 유리하다. 실물자산 중에서도 금은 가장 대표적인 인플레 헤지 상품으로 꼽힌다. 최근 4거래일간 금 가격이 온스당 200달러 가까이 급등한 건 연방준비제도(Fed)의 잇단 부양책을 등에 업은 것이다.
게다가 이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최대 2조달러의 부양 패키지에 합의했다. 이 역시 금값 상승 재료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미 전고점을 넘어 온스당 2000달러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짐 루크 슈로더스 펀드매니저는 “제로에 가까운 금리가 이어지는 동안 정부는 재정을 풀어 물가를 목표치까지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며 “이보다 더 좋은 금 가격 강세장 환경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