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8시. 아직 영업시간 한참 전이지만 서울 시내 우체국과 농협 앞에 때아닌 장사진이 펼쳐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마스크 구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상황에서 이날부터 우체국과 농협을 통해 마스크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나온 이들이었다.
하지만 아직 물량을 할당받지 못한 우체국도 있어 일부 국민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불만과 지적이 터져나오자 정부는 다시 한 번 마스크 수급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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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이 마스크 판다고 했는데”…아침부터 농협·우체국 앞 장사진
이날 서울 광진구 자양우체국 앞엔 오전 8시부터 대기줄이 늘어섰다. 영업시간(9시) 10분 전이 되자 20여 명이 줄을 섰다. 그러나 자양우체국은 문을 열기 5분 전 `3월부터 우체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예정`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줄을 섰던 한 시민은 “방송에서 마스크를 판다고 했는데 왜 팔지 않냐”고 항의했다.
우체국 건너편 농협 하나로마트에도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신모(51)씨는 “집에 준비해 둔 마스크가 떨어져 더 사려고 출근하기 전에 하나로마트를 찾았다”며 “뉴스에선 분명히 판다고 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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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실한 정보 제공, 현장선 혼란
시민들은 세밀하지 못한 정부 발표가 혼선을 가져왔다고 허탈해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우체국 앞에서 만난 이모(67)씨는 “어제는 마스크를 판다고 했는데 실제 살 수 없다니 어떻게 하나 싶다”라며 “인터넷으로 주문할 줄 모르는데, 아들에게 말해 부탁해야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서울 시내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앞엔 `마스크는 전국 읍면 소재 우체국에서 판매한다`거나 `수도권 외 지역 농협을 통해 마스크가 우선 지급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그러나 지점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일일이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고 안내하느라 직원들은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하나로마트 직원은 끊임 없는 문의전화에 “마스크가 2월쯤 들어올 예정이라는데 3월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아직 잘 모른다”고 답변하고 있었다. 이 직원은 “오픈 시간부터 마스크가 있는지 물어보는 주민 전화가 엄청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스크 판매처로 지정된 약국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방송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것은 시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생색내기가 아니냐”라며 “정부 발표 내용과 달리 여러 절차를 고려할 때 일선 약국에 마스크가 공급되는 건 3월초나 가능하다는 내용의 대한약사회 공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3월 초에 마스크가 공급된다는 안내는 받았지만 정확한 날짜는 여전히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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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불만에…부랴부랴 대책 마련 나선 정부
정부는 27일부터 하루에 350만장의 마스크를 국민들에게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농협과 우체국, 공영홈쇼핑은 생산업체와의 계약 문제로 3월 초는 돼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한편 이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첫 오프라인 공영판매처인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는 시민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행복한백화점에서 ‘KF94’ 마스크를 1인당 5개씩(개당 1000원) 한정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백화점 건물 입구부터 밖까지 30m가량 장사진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