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을 때는 웨이퍼를 투입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지금은 완전 맥스(max) 상태입니다. 공장 내 유휴 장비 없이 최대한 물량을 뽑아내고 있죠.”
K반도체가 인공지능(AI)발(發) 초호황기를 맞았다. 국내 메모리 기업들은 공장을 24시간, 365일 돌리면서도 투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웨이퍼를 투입하며 D램·낸드플래시·고대역폭메모리(HBM)를 총망라한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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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기업들의 생산 물량이 글로벌 메모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가격 인상에도 생산 물량이 만들어지는 족족 바로 팔리는 ‘품귀현상’이 계속되는 셈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1.1% 오른 7.0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초만 해도 DDR4는 1.35달러였으나 5배 이상 상승했다. D램 가격은 7개월 연속 상승, 상승 폭 역시 두자릿수 이상이다.
AI 메모리인 HBM 외에도 일반 서버용 D램도 재고가 바닥났다. SK하이닉스(000660)가 올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공급 부족으로 일반 메모리 제품에서도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싶어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당사 생산능력(CAPA)를 고려하면 내년에 HBM뿐 아니라 D램, 낸드 모두 사실상 솔드 아웃(완판)됐다”고 말할 정도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신공장을 조기에 오픈해 첫 장비반입을 시작해 내년부터 HBM 생산에 기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용인 1기 팹도 M15X 램프업(가동률 확대) 속도를 고려하면서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005930)는 내년 HBM 판매가 올해보다 2.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HBM 증산을 검토 중이다.
AI 수요는 거뜬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SK AI 서밋에서 “모든 기업이 AI를 사업에 적용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어 AI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HBM 수요 확대에 일반 D램 생산라인을 HBM으로 전환하다 보니 D램 재고도 없는 상황”이라며 “메모리 기업들이 갑자기 일반 D램을 대량 생산할 순 없으니 내년 상반기까지는 메모리 가격이 고공 행진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