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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시중 대형은행이 요청한 실시간 ETF 거래 서비스 관련 비조치의견서를 검토 중이다. 현재 은행 퇴직연금(DC·IRP) 계좌에서 일반 펀드는 사고팔 수 있지만, 증권사와 달리 ETF는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하다. 지금도 은행의 신탁 상품을 통하면 고객의 운용 지시에 따라 ETF를 매매할 수는 있으나, 당일 종가 기준으로 ETF를 매수해 다음날 신탁 재산에 편입하고 있다.
이번 퇴직연금 ETF 거래 시스템 추진은 현행 증권사의 해외주식 거래 업무제공 방식처럼, 거래소 회원인 증권사와 제휴를 맺고 증권사 전산 시스템을 거쳐 ETF 실시간 시세 및 거래까지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즉, 고객은 △은행 앱에서 제휴 증권사를 통해 ETF 시세를 실시간 혹은 30분 지연 조회한 후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로 매매를 주문하면 △신탁업자인 은행 명의로 제휴 증권사에 매매 주문이 전송되고 △제휴 증권사는 은행 신탁계좌 내 고객별 관리번호(가상계좌)를 통해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이다.
“업무영역 침해, 금소법 취지 안 맞아”
당국의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흐름과도 맞지 않다고 말한다. 은행을 찾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대체로 원리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상품을 선호하는데, ETF 매매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발생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신탁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무범위를 확대한다면 은행 쏠림 심화 및 업권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서 “은행 신탁을 통하는 만큼 결국 투자자에게 증권사 시스템 수수료가 전가될 텐데 과연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업계는 퇴직연금 자산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연금 이탈’에 대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IRP 적립금 규모는 65조5400억원으로 전년 53조8382억원 보다 21.74%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금융투자업계 증감률(32.75%)엔 미치지 못했다.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연금 계좌의 자금 이전이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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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업계의 상반된 입장과 별도로 ETF를 찾는 투자자들은 날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 2016년 말 25조1018억원에서 지난해 말 52조36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상품수도 256개에서 468개로 대폭 늘어났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외에도 포트폴리오의 약 30%를 운용사가 결정하는 액티브 ETF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판매 채널 확대라는 점에서 운용사들도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고객과 접점이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일단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의 계열사 밀어주기가 될 수도 있고, 보수적 성향의 은행 고객들에게 ETF가 적합한 상품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