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도 못 내준다”…강남 토지주와 전쟁 나선 박원순

7월 1일부터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제’ 시행
실효 위기 처한 공원 132곳·118.5㎢ 지켜내기로
“강남 땅 소유주에 10%만 개발 허용해도 특혜 엄청나”
민간 소유주 반발해 소송 준비도…법 개정이 관건
  • 등록 2020-07-04 오전 7:00:00

    수정 2020-07-04 오전 7:00:00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말죽거리공원 산책로 주변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도시공원 매입 비용으로)서울시 채무가 늘어나도 시민 편익만을 생각하겠다. 공원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어찌 제가 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은 서울시 도시공원의 새 역사를 쓰는 날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심의 허파인 도시공원 지키기에 나섰다.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 공원 지정 효력이 사라지는 땅을 사들이거나 관리 방안을 총동원해 모두 지키겠다고 천명한 것. 문제는 시 재정 부담과 민간 토지 소유주와의 갈등이다. 특히 개인 소유인 땅을 공공의 이익과 어떻게 절충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장기미집행 도시공원(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하고 20년 넘게 공원으로 만들지 않은 땅)은 132곳에 걸쳐 총 면적만 118.5㎢에 이른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605㎢)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 7월 1일부터 첫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로 상당 부분의 땅이 난개발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서울시의 해법은 세 가지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공원 땅을 시 소유로 사들이는 방안이다. 이 같은 면적은 공원 지정이 실효되는 전체 땅의 20%에 달하는 24.5㎢에 이른다. 또 이와 비슷한 면적인 24.8㎢는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편입돼 환경부가 관리하게 된다. 나머지 땅인 전체 면적의 60%에 달하는 69.2㎢ 부지가 관건이다. 이 땅을 사들이기 위해 시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돈을 끌어올 방법이 없어서다. 시는 낸 묘수는 바로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이다. 일몰제 대상인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을 ‘용도구역상 공원’으로 바꿔 일몰제 적용을 피하기로 한 것.

겉으로 보면 도시공원을 모두 지켜낸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개발제한구역과 비슷하게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여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토지주들의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도 “개인 소유의 땅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고 이를 장기간 집행하지 않으면 소유자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지적도 부담이다.

토지 소유자들의 반발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공원민간특례 개발 사업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간의 부담으로 공원을 짓고, 일부 용지를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체 면적 5만㎡ 이상 도시공원 용지의 70%에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나머지 30%는 민간사업자가 공동주택 등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으로 개발을 아예 막아버렸다.

박 시장은 “‘토지의 90%를 기부할 테니 10%를 개발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특히 강남에서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특히 강남 지역은 10%만 개발 허용을 해주면 개발이익이 엄청나서 어마어마한 특혜가 된다. 그런 특혜를 줄 수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개인 토지 소유주들의 보상 요청이 잇따를 예정이다. 일부 소유자들은 재산권 행사 자체를 막은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입장도 난감하기만 하다. 토지값이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토지 소유자들에게 보상은 물론 국·공유지 매입에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법을 바꿔 국공유지에 속한 도시공원은 실효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해법이지만 정부나 국회가 이를 용인할지가 관건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시청 브리핑룸에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제 대응 방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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