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큰 아동수당 선별 지급…행정비용만 1626억 달해

행정비용 올해 840억~1626억원…내년 이후 700억~1000억원
선별 지급 절감 비용 올해 243억원…내년 이후 729억원 예상
시민단체 "예산 절감도 못할 바엔 보편 지급으로 법 개정해야"
  • 등록 2018-04-17 오후 12:00:00

    수정 2018-04-17 오후 3:49:55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수혜 대상자 전원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가 예산절감을 이유로 선별지급으로 전환한 탓에 행정 비용이 증가해 예산절감분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보다 배꼽이 큰 정책이 된 셈이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소득 인정액이 2인 이상 전체 가구 중 하위 90% 가구의 만 0~5세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선별 지급한다.
사진=연합뉴스
아동수당 선별지급 행정비용 올해 최대 1626억 소요

17일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아동수당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아동수당 선별 지급을 위한 행정비용은 전수조사를 해야 하는 올해는 840억~1626억원, 내년 이후 매년 700억~10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날 3인 가구 기준 월 소득 인정액 1170만원 이하의 아동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시행규칙’ 및 ‘아동수당 지급 대상의 선정기준액 등에 관한 고시’를 마련해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표=보건복지부.
이에 따라 전체의 95.6%가 아동수당을 받는다. 선별지급 전환으로 소득 상위 4.4% 아동만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탈락한 것.

문제는 소득 상위 4.4%를 가려내기 위한 행정비용이 절감하는 예산보다 더 많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실질적으로 전체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더라도 상위 2% 정도는 수당 신청을 안 한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다.

지난해 기준 0~5세 아동(253만명) 중 4.4%는 약 11만명이다. 이들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면 올해(9~12월) 약 445억원, 내년 이후 매년 1336억원이 소요된다. 다만 해외 사례 등을 감안할 때 고소득층 2%는 자격이 주어져도 수당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4%(6만명)정도가 선별지급으로 인해 배제되는 실제 규모다. 이 경우 올해는 약 243억원, 내년 이후 연간 약 729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고제이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보편적 지급을 하는 영국의 경우 아동수당 신청율이 98%가 나오는 등 보통 초고소득층 2%는 정도는 자격이 주어져도 신청을 안 하기 때문에 실제로 걸러내는 대상은 2.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아동수당 비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행정비용은 이보다 더 들어간다. 복지부는 올해는 253만명을 대상으로 지급대상 여부를 선별하기 위한 전수조사 비용으로 840억~1626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년 이후엔 매년 700억~1000억원 정도다.

선별 지급을 위한 조사에 투입되는 496명에 대한 인건비 564억~744억원으로 가장 크다. 여기에 아동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가구엔 대해선 자녀 세액 공제를 유지하기로 해 발생하는 세수 손실이 약 109억원이다.

또 직접적 행정비용은 아니지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 불편 비용’이라고 하는 기회비용 성격의 사회·경제적 비용이다. 복지부는 아동수당 수급을 위해 증빙서류를 떼고 지자체 읍·면·동사무소 담당자들과 면담하며 신청하는 시간을 보수적으로 1시간으로 잡았다. 이 1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137억~723억원이다. 최소값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했고 최대값은 0~5세 아이가 있는 부모들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했다. 이 밖에 예금, 증권, 부동산 등의 조회 비용과 통보(우편) 비용도 추가적으로 든다.

“아동수당은 부모 아닌 아동에 주는 것, 소득기준 무의미”

참여연대 관계자는 “아동수당은 독자적 생존 능력이 없는 아동에게 최소한의 인권으로서 보장해 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부모의 소득 기준으로 준다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며 “또 세금을 부담하는 계층과 아동수당을 받는 계층이 나눠지면서 이 정책에 대한 지지가 낮을 수 있고 추후 아동수당을 확대하는 정책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내세웠던 예산 절감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아동수당 보편 지급 쪽으로 다시 법을 개정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아동수당 보편 지급으로 그동안 복지 혜택을 못 받던 사람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향후 복지를 확대하는데 이어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현수 보사연 사회보장통계센터장은 “아동수당 보편 지급을 통해 열심히 일하고 세금만 내던 젊은 사람들에게 처음 직접 자신이 낸 세금으로 복지 혜택을 받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며 “이런 경험을 하면 우리가 유럽만큼은 아니더라도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내자고 할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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