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현대·기아차 대규모 품질비용 발생과 관련해 신용등급 하향 수준의 부정적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9일 일부 엔진의 추가적인 충당금 설정과 선제적 고객보호 조치를 위해 올해 3분기 경영실적에 대규모 품질비용을 반영할 예정임을 공시했다.
품질비용 규모는 현대차 2조3000억원, 기아차 1조3000억원이며, △세타 직분사(GDI) 엔진의 교환율 상승, △차량운행기간 확대 재산정(12.6년→19.5년), △여타 엔진(세타MPI/HEV, 감마, 누우)에 대한 엔진 진동 감지 시스템(KSDS) 선제적 조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나신평은 3분기 일시적 세전영업이익(EBIT)적자가 예상되나, 연간 기준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최재호 나신평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고정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완성차 메이커들은 대부분 EBIT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에서의 판매확대와 믹스 개선에 따른 판매단가 상승, 우호적인 환율 영향 등으로 EBIT 흑자를 유지하며 경쟁 완성차 메이커들과 차별화된 영업실적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9년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이 증가하고, 경쟁사 평균을 웃도는 영업수익성을 기록하는 등 사업 경쟁력이 제고되는 추세”라며 “또 코로나19로 인한 시장수요 충격은 향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대규모 품질비용 발생에도 올해 연간 기준으로 EBIT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품질비용은 비현금성 비용으로 장기간에 걸쳐 현금흐름에 반영될 것이며, 시장수요 회복에 따른 실적개선 전망과 견고한 재무적 완충력 등을 감안할 때 현대·기아차의 채무상환 능력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저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이러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품질비용 이슈가 현대·기아차의 장기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준의 부정적 요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섭 한신평 연구원은 “이번 대규모 품질비용 인식이 선제적인 품질 조치를 통한 품질경영 의지 강조 및 소비자 신뢰 회복 등의 순기능도 있겠으나 △반복되는 품질 이슈와 판매보증 충당부채의 변동성 확대로 인한 수익 예측가능성 약화, △대규모 비용 인식에 따른 수익성 저하, △품질이슈에 따른 중장기적인 현금흐름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하면 현대·기아차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경쟁사 대비 양호하게 실적을 방어하면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판매믹스 개선과 판매량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현 신용등급 수준에 부합하는 크레딧 프로필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한편 한신평은 품질비용이 최근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개선을 제약하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향후 품질비용 발생 및 충당부채 사용액 추이와 이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및 현금흐름 변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그는 “품질이슈 이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수요 회복 정도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가동률 추이 및 판매량, ASP 및 인센티브 변동, 중국법인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 미래기술 관련 신사업 경쟁력 및 시장지위, 그룹 지배구조 재편 방향 등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