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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최종 라인업 6개국 97개 작품
- [안산=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최종 라인업이 결정됐다.경기 안산시는 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 한국, 스페인,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6개국 97개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개막작인 프랑스 현대무용단 컴퍼니 딥티크의 ‘환영’ 공연 모습. (사진 = 안산문화재단 제공)행사는 다음 달 4~6일 안산문화광장 일대와 안산호수공원 중앙광장에서 연다. 축제의 포문을 열 개막작은 프랑스 현대무용단 컴퍼니 딥티크의 ‘환영(축제의 하루)’이다. 이 무용단은 다수의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입체적인 공간을 구성해 축제가 열리는 안산문화광장을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보이게 만들 예정이다. 여기에 우아하고 힘찬 발걸음과 역동적인 춤사위를 더해 시민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안내한다.축제의 대미는 폐막작으로 프랑스 공연예술단체 레 꼬만도 페르퀴의 ‘불의 축제’가 장식한다. 불꽃을 음악과 리듬의 중심으로 삼아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많은 관객이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게 안산호수공원 중앙광장에서 한다.공연프로그램은 다양한 관객의 관심사와 취향을 반영하고 모두를 위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광장, 도시, 숲, 횡단 등 네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구성했다.광장 분야에서는 해외 공연으로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벗어던지며 최소한의 자신과 마주하는 프랑스 아크로바틱 사이클링 알타 감마의 ‘최소한의 거짓말’과 두 사람이 밀고 당기며 관계를 쌓아가는 영국 현대무용 듀오 카멜레온의 ‘푸시’가 있다. 국내 공연은 231과 서남재의 ‘혼둘혼둘’, 팀 퍼니스트의 ‘퍼니스트 코메디 서커스 쇼’, 드로잉과 서커스를 결합한 크로키키 브라더스와 그림광대의 ‘떠돌이 화가’, 바라로프트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가 준비됐다. 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폐막작인 프랑스 공연예술단체 레 꼬만도 페르퀴의 ‘불의 축제’ 공연 모습. (사진 = 안산문화재단 제공)도시 분야는 안산의 드러나지 않은 힘에 주목한다. 지난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쇼케이스에서 선보였던 공연창작집단 사람의 ‘어머니, 당신의 서커스를 보여주오’가 완성된 공연으로 안산문화광장을 다시 찾는다. 해외에선 스페인 일렉트리코28이 ‘더 프레임’이란 작품으로 안산의 거리를 무대 삼아 즉흥 거리극을 연다. 숲 분야는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다루며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무를 활용해 예술적 메시지와 퍼포먼스를 보여줄 프랑스 컴퍼니 이에토의 ‘너도밤나무를 위하여’, 프로젝트 날다×컴퍼니 인 비보의 ‘녹색지능’이 안산문화광장을 찾는다.이번 행사를 위해 재단은 미디어아트와 결합한 대형 전시물을 안산문화광장 초입인 골든빌 사거리 방면에 설치한다. 안산지역 서울예술대와 관학 협력을 통해 제작한 작품으로 축제의 시작점을 알리는 문이 된다. 거리미술은 20주년을 기념한 미디어아트와 조명으로 주목도를 높일 예정이다.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라인업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이 필요한 일부 작품은 네이버 예약페이지를 통해 지난 5일부터 통합 예매를 하고 있다. 전체 공연 관람은 무료이다.
- 삼성이 20년만에 또 던진 디자인 화두 '공존의 미래'[르포]
- [밀라노(이탈리아)=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는 ‘삼성 디자인’의 본류와 같은 곳이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지난 2005년 주요 사장단을 모아 놓고 “제2의 디자인 혁명이 필요하다”며 ‘디자인선언’을 한 곳이 밀라노이기 때문이다.이 회장은 당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순간은 평균 0.6초”라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삼성 디자인을 정의하는 주요 화두다. 2005년 디자인선언 직후 나온 보르도TV, 햅틱폰 등은 감성 경영의 DNA의 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005930)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디자인 경영이 큰 몫을 차지했다.노태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이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밀라노서 또 던진 화두 ‘공존의 미래’그런 삼성전자가 또 다른 디자인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산업계를 둘러싼 모든 게 급변하고 있어서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은 “삶의 전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대전환을 불러온 AI 시대를 맞아 디자인 또한 이에 맞게 진화시켜 가겠다”고 할 정도다. 삼성전자가 그리는 디자인의 미래는 무엇일까. 기자는 삼성전자가 16~21일(현지시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4’에 앞서 15일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 부지의 레카발레리제(Le Cavallerizze)에서 국내외 언론에 공개한 전시관을 살펴봤다.삼성전자가 2005년 디자인 선언 이후 햇수로 20년 만에 같은 장소인 밀라노에서 던진 화두는 ‘공존의 미래’(Newfound Equilibrium)였다. 이 박물관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심하게 훼손돼 과거 수도원이었던 모습을 잃어버렸다가 역사적인 맥락과 현대적인 디자인의 공존을 위한 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 곳이다. 과거와 현대의 건축미가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런 역사적인 공간에서 사람과 기술의 공존이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노태문 사장은 “밀라노는 전 세계 디자인과 라이프 스타일 철학이 모이는 곳”이라며 “이번에 (제품이 아닌) 디자인으로는 첫 소통으로 ‘2030 디자인’의 방향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기술 혁신과 동반됐을 때 의미있는 혁신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삼성전자가 이번 전시에서 제시한 디자인 지향점은 본질(Essential), 혁신(Innovative), 조화(Harmonious)다. 전시 공간은 크게 다섯 곳으로 구성돼 있었다. ‘본질’을 나타낸 첫 번째 공간은 5개의 반투명 큐브 속에서 우주를 유영하듯 움직이는 빛들로 본질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듯했다. 홍유진 디자인경영센터 UX팀장(부사장)은 “본질은 불필요한 수식과 군더더기는 덜어내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만 제공하자는 지향점”이라고 했다. AI 기능과 대화면 디스플레이 UX를 통해 더욱 직관적인 사용성을 구현한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가 대표적이다.두 번째 ‘혁신’ 공간은 디스플레이와 센서를 통해 관객들의 작동에 따라 스크린에 새로운 형상이 나타나 사람과 기술의 교감을 표현했다. 세 번째 ‘조화’ 공간에서는 창문형 미디어 스크린 너머를 보면서, 가상과 현실이 서서히 결합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네 번째 공간에서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한히 펼쳐지는 긍정의 미래를 표현한 몰입형 미디어 아트”라고 했다.삼성전자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실시한 전시회의 네 번째 공간에서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무한히 펼쳐지는 긍정의 미래를 표현한 몰입형 미디어 아트”라고 했다. (사진=김정남 기자)◇AI 시대 지향점은 ‘본질·혁신·조화’밀라노는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밀라노 연구소는 컬러와 소재 연구를 집중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특히 ‘CMF’(Color·Material·Finishing)로 압축되는 소재 디자인은 제품의 감성적이고 기능적인 가치를 더하기 위해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최적화한 컬러와 소재로 구현하는 것이다.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시장, 신소재 등의 조사를 기반으로 제품 디자인에 요구되는 CMF 전략을 수립하고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드는 역할이다. 독창적인 시각으로 감성을 전달하는 CMF 디자인은 제품의 주요 콘셉트부터 생산까지 프로세스 전반에 연관한다고 한다. 아울러 AI의 등장으로 삼성전자 디자이너들은 AI를 담은 무엇을 만들지, AI와 함께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면서 기술 발굴에 힘쓸 계획이다.펠릭스 헤크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신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기존 생각에 도전하고 혁신 포인트를 찾고 있다”며 “다양한 제품을 통해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수림문화재단, 과학·예술 융합 프로젝트 ‘AVS 2023-24' 개최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수림문화재단은 과학·예술 융합 프로젝트 ‘AVS(과학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 2023-24’를 4월 12일부터 5월 18일까지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수림문화재단이 2018년부터 진행한 ‘AVS’는 과학과 예술의 다양한 결합 방식을 통해 동시대 사회 현상을 다루고, 미래 사회를 새로운 관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올해 5회를 맞는 ‘AVS’는 프로젝트를 확장하여 김희수아트센터(동대문구 소재)와 수림큐브(종로구 소재)에서 동시에 전시를 진행한다. 김희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앗상블라주 Assemblage: 조립된 세계’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의미를 되짚는다. 과학과 예술의 차이를 사유하되, 서로 교차할 수 있는 지점에서 어떤 새로운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지 과학자와 예술가의 다양한 협업 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등과학원 과학자 박창범, 이필진과 예술가 강지윤, 무진형제, 박민하, 조충연이 참여했다.강지윤은 이필진과 협업하여, ‘보기’의 행위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백은 석고 캐스팅 작업을 거쳐, 물질성을 가진 조각 덩어리가 되어 전시장 안팎에 설치되었다. 영상작품은 스크린 뒤쪽 벽면에 투사된 초점이 맞지 않는 이미지와 앞면 스크린에 초점이 맞는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작가의 작업은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는 양자물리학의 구조에 가깝게 다가간다. 무진형제는 박창범과 협업하여, 예술가, 과학자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두 개의 하늘을 슬라이드 필름 프로젝션으로 표현했다. 현미경으로 100배부터 800배까지 확대한 실제 인물 사진은 마치 우주배경복사처럼 보였고, 어느 것이 우주 사진인지 우리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석고로 제작한 설치 작품 앞에 다다르면, 우주 사진의 실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박민하는 박창범과 협업하여, 박창범이 최근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우주의 제5원소 가능성을 모티프로 작업을 전개했다. 이번 작업은 우주에서 관측할 수 있는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암흑물질’(Dark Matter)을 소재로, 보이지 않는 힘을 가시화하는 천체 이미지 기술이 실마리가 되었다. 과학자가 지시어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과학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처럼, 아날로그 모니터 화면 속 이미지도 작가가 만든 일련의 지시어의 입력값으로 생산된 것이다.조충연은 이필진과 협업하여, ‘모든 것은 파동이다’라는 물리학의 명제를 AI 영상 작품으로 선보인다. 영상에는 원자의 파동 소리를 듣기 위해 특수한 청각 장치를 만든 주인공과 그 장치로 인해 소리를 듣게 된 청각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고, 이필진의 변주된 목소리를 재료로 작업한 사운드 작업은 파동의 원리를 소리와 연결한다. AI로 생산된 인물과 대조되는 고전 기계들은 1930~40년대 기술 낭만주의 시대를 소환하며,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를 질문한다. 수림큐브에서 열리는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지난 ‘AVS 2022-23’에 참여했던 세 팀의 작가를 초대하여 전작과 개념이 이어지거나, 진화한 신작을 선보인다. 과학자들의 연속적인 협업을 통해 작품에 기술적 완성도와 인문학적인 사유를 투영할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과학자 박종길, 황동현, 고려대학교의료원의 정신의학과 전문의 조철현, 3D 아티스트 임승현과 예술가 김준수, 민찬욱, 방앤리가 참여하였다. 김준수는 금속을 주재료로 키네틱 기계장치를 만들고 빛과 움직임을 실험하는데 깊은 관심을 가져온 미디어 아티스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의 손이 가진 생체역학적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여 인공손을 개발하는 로보틱스 공학자 황동현 박사와 긴밀하게 협업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관객이 로봇 손과 상호 인식을 의미하는 악수를 수행하고, 그 움직임에서 기인하는 수치를 특정 방정식에 적용하여 로봇팔에 장착된 작품에 전송하면 그 아웃풋이 약 180개의 솔레노이드 움직임을 구현하는 멀티미디어 신작을 개발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방앤리는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 기술을 연구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의 박종길 박사와의 협업을 통해 인간의 감각이나 지각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도래할 미래를 선행 사고해 보는 내러티브형 연작을 선보인다. 본 전시에서는 인공지능이 통제하는 자율주행 차량이 낸 우발적 사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메타픽션 3D 애니메이션 작업인 아이샤인(Eyeshine)과 AI 예언자 청문회(The Hearing on AI Prophet)를 비롯해 사고가 발생한 과거 기록/기억으로 돌아간 인공지능의 시선을 연출한 <사건의 재구성> 및 회화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민찬욱은 가속화된 기술이 인간의 일상생활에 빠르게 침투하는 현상을 고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테크놀로지스트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이진법의 세계에 존재하는 디지털 아바타/자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디지털 트윈 (Digital Twin)을 연구하는 고려대의료원 조철현 교수와 협업했으며, 3D 아티스트 임승현의 자문을 받아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 방식에 대한 탐색을 발전시킨다. ‘앗상블라주 Assemblage: 조립된 세계’와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김희수아트센터와 수림큐브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정오부터 여섯 시까지 운영한다. 전시 기간 중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하며 자세한 전시 정보는 수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SNS에서 볼 수 있다.
- [문화대상 이 작품]존재감 없는 소년의 ‘모두를 위한 위로’
-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한 장면. (사진=에스앤코)[김일송 (책공장) 이안재 대표·공연칼럼니스트] “난 시작도 하기 전에 멈추는 법을 배웠어, 실수하기도 전에 자신을 숨겨야만 했어. 눈길을 끌지 않게 내 모습을 감추는 거야, 부딪히지 않으면 실수할 일도 없어. 그래 피하는 거야, 해가 뜨거울 땐, 그래 피하는 거야. 넌 알잖아, 알고 있어. 창문 밖을 홀로 서성이는 나,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여기 한 소년이 있습니다. 앞선 노랫말처럼 튀어 보이지 않으려, 그래서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투명 인간이 되어 존재감 없이 살려 애쓰는 소년이 있습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주인공 에반 핸슨입니다. 이야기는 여름방학을 마친 에반의 가을학기 첫 등교 장면으로 시작됩니다.사실 그리 드문 경우도 아니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인 소수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나서지 않는 조용한 삶을 바랄 테니까요. 그런데 에반에게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에반은 사회불안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고 홀어머니 아래서 성장한 에반은 사람들 앞에 노출되는 데에 대한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는 사회불안 장애 환자입니다. 그런 에반에게 심리 상담사는 자신에게 매일 편지를 써보라고 조언합니다. 모든 일은 바로 그 편지에서 비롯됩니다. 에반이 짝사랑하던 조이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 (자신에게 쓴) 편지가 하필 조이의 오빠 코너에 눈에 띈 거죠. 코너는 마약을 즐겨 하는 반항아로, 에반은 말 한마디 제대로 붙여보지 못했던 상대입니다. 그런 코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코너의 주머니에 있던 에반의 편지가 코너의 유서로 오해를 사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평소 아들과 대화가 없던 코너의 가족들은 에반에게서 코너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고, 그들을 위로하고자 에반은 그들이 듣고자 하는 말을 꾸며냅니다. 코너가 마약을 끊으려 많이 노력했다는 둥, 여동생 조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둥. 처음에는 순수한 위로의 말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위로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만남이 지속되면서, 상황은 에반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에반의 추도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확산되어 추모 물결을 이루며 이야기는 정점에 다다릅니다. 되돌아가기에 너무 멀리 온, 에반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현재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작사와 작곡을 맡은 작품입니다. 듀오 ‘파섹 앤 폴’은 영화 ‘라라랜드’와 ‘위대한 쇼맨’, ‘알라딘’ 등의 영화 음악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층을 가지고 있죠. 이들의 음악 덕에 작품은 201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후 이듬해 제71회 토니어워즈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최고의 뮤지컬상, 극본상, 작곡상 등 6개의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이후로도 재연되며, 그래미어워즈와 로렌스 올리비에어워즈까지 석권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2020년 영화로 제작되었고, 2021년 국내에서도 개봉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로 아시아 초연 중(박소영 연출, 양주인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 오필영 디자인디렉터, 2024년 3월 28일~6월 23일)입니다. 갈무리는 에반의 편지를 살짝 비틀어 대신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에게, 오늘은 좋은 날이 될 거예요. 왜 그런지 말해줄까요? 왜냐면 오늘은, 적어도 오늘은, 당신이 당신이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한 장면. (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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