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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106건

고려 '국난극복' 상징 팔만대장경, 디지털로 만난다
  • 고려 '국난극복' 상징 팔만대장경, 디지털로 만난다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고려 국난극복의 상징인 ‘팔만대장경’을 디지털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문화재청은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의 디지털 자료를 구축하고, 누구나 쉽게 활용 가능한 웹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팔만대장경 디지털 DB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사진=문화재청).팔만대장경은 고려 고종때 부처님의 힘을 빌려 몽골의 침입을 물리치고자 만든 경판이다. 1236년에서 1251년까지 16년 동안 불교 경전을 목판에 새겨 만들었다. 해인사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인 장경판전 안에 보관되어 왔다. 대장경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장경판전은 세계유산으로 각각 등재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대장경판에 새겨진 내용을 널리 알리고자 경판을 먹으로 인쇄해 책으로 묶은 인경본이 고려시대부터 전국의 주요 사찰 등에 봉안된 바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일부 보관본과 고려시대에 일본에 전해진 본만이 남아있다. 다만 완전한 구성과 내용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일반 국민이 쉽게 열람할 수 있는 통로도 드물었다.올해 ‘팔만대장경 디지털 DB 구축’ 사업은 경판에 대한 기초학술 조사(경판의 정밀 기록, 보존 상태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통한 보존대책 마련, 각 경판 정밀사진 촬영, 전통방식의 인경본 제작 후 디지털 자료화(스캔)를 추진할 예정이다. 2025년부터는 누구나 쉽게 경판을 열람하고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는 대장경판 활용 웹서비스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사진=문화재청).
2024.03.18 I 이윤정 기자
유시민, 양문석 盧비하 논란에 “살아있는 당대표한테나 잘 하라”
  • 유시민, 양문석 盧비하 논란에 “살아있는 당대표한테나 잘 하라”
  •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원조 친노’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판 발언에 대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공직자로서의 자격 유무를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감쌌다.(사진=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18일 유 전 이사장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돌아가시고 안 계시는 노 전 대통령을 애달파 하지 말고 살아 있는 당대표한테나 좀 잘하라”고 말했다.유 전 이사장은 “갑자기 왜 노무현 내가 더 사랑한다 콘테스트를 하고 있느냐. (양문석 사퇴는) 말이 안 된다”며 “양 후보는 봉하마을 가서 절 한번 올리고 앞으로 균형감각을 갖고 정치하겠다고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이어 “누가 양문석을 쫓아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나쁜 말을 했다는 사실이 공직 후보자의 자격을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며 “그것은 노 전 대통령을 신격화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을 안고 간다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또 “박용진 후보도 민주노동당 대변인 시절에 했던 말은 ‘팔만대장경’이다. 그것으로 우리가 박 의원에 뭐라고 하지 않는다. 민노당 대변인이었기에 한 이야기를 우리가 양해하는 것”이라며 “양문석 욕하는 사람들 가슴에 손 얹고 자기 생각부터 해 보라”고 전했다.앞서 양 후보는 과거 2008년 언론 기고문에서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를 밀어붙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이에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당내에서는 양 후보에 대한 사퇴론이 제기됐지만 이재명 대표는 “표현의 자유”라며 선을 긋고 있다.
2024.03.18 I 김혜선 기자
尹대통령 “협력 잠재력 무궁무진” 마타렐라 “필수 파트너십”
  • 尹대통령 “협력 잠재력 무궁무진” 마타렐라 “필수 파트너십”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을 국빈 방문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식 만찬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환영 공식 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윤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부오나 세라”(Buona sera·좋은 저녁입니다)라는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건넨 뒤 “한국과 이탈리아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정서, 문화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기질, 사계절의 아름다운 자연이 서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작년에 역대 최고의 교역액을 기록했다”며 “양국은 우수한 제조 기술과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협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윤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첨단기술과 K-컬처를 기반으로 세계 청년 교류의 허브가 되고 있다”며 “양국이 서로에게 문화적·과학적 영감을 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마타렐라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과 이탈리아는 비슷한 여정을 걸었다”며 “역사의 격변기를 함께 겪으며 성장하고 새롭게 발전해왔다”고 평가했다.또한 “양국이 법치와 독립, 민주주의와 평화 등 심오한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둔 우호 관계를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마타렐라 대통령은 “한국이 불과 수십 년 만에 고도 발전을 이룬 여정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면서 “대한민국은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매우 견고한 양자 관계 안에서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협력하고자 한다”며 “한국과 이탈리아는 단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 반도라는 지형적 특성에서 사회 각지에 뿌리내린 창의성과 근면성에 이르기가까 많은 부분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환영 공식 만찬에서 마타렐라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998년부터 경기도 성남의 노숙인 무료 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 중인 이탈리아인 김하종 신부는 양국 정상과 함께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이날 만찬에는 버섯 잡채, 제주 옥돔구이, 궁중 갈비찜 등 한식 메뉴가 나왔다. 만찬주로는 우리나라의 오미자로 만든 건배주와 이탈리아산 와인이 제공됐다.이탈리아에서 열린 파파로티 성악콩쿠르 대상을 받았던 테너 손지훈의 공연도 이어졌다. 첼로·가야금 합동 연주도 있었다.이날 마타렐라 대통령은 개 식용 종식에 적극 나선 김건희 여사를 다룬 이탈리아 언론의 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마타렐라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는 사람과 똑같다”며 “개 식용은 생각하기도 싫은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이어 자신이 취임식 때 반려견과 함께 등장했으며 예전에는 강아지·고양이를 모두 키웠다면서 “김 여사를 응원하고 지지한다”꼬 했다.만찬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등도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이 자리했다.이탈리아 측에서는 마타렐라 대통령의 딸인 라우라 마타렐라 여사, 에드몬도 치리엘리 외교부 부장관 등이 참석했다.한편 김 여사는 만찬 전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딸인 라우라 마타렐라 영애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환담했다.김 여사는 “한국과 이탈리아는 문화적·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양국 국민들이 더 많이 교류해 깊은 우정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이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지난 5월 경복궁에서 개최한 패션쇼를 언급하며 “한국과 이탈리아, 전통문화와 현대문화 간 협력이 시너지를 발휘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김 여사는 “실력을 갖춘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K-패션이 더욱 활발히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김 여사는 또 라우라 영애가 9일 경남 합천 해인사를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기대감을 보이자 “불교와 유교 문화가 어우러진 한국만의 독특한 미술 양식이 있다”며 “팔만대장경이라는 한국의 우수한 세계유산을 꼭 둘러보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건희 여사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환영 공식 만찬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의 딸 라우라 마타렐라 영애를 영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11.09 I 박태진 기자
김수철, 데뷔 45주년 맞아 세종문화회관서 지휘자 변신
  • 김수철, 데뷔 45주년 맞아 세종문화회관서 지휘자 변신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가수 김수철(66)이 데뷔 45주년을 맞아 지휘자로 데뷔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10월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김수철 데뷔 45주년 기념공연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김수철은 이번 공연에서 지휘자로 100인조 동서양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국악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온 그의 꿈이 이뤄지는 무대다. 김수철은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음악으로 표현한 ‘팔만대장경’, 국악 현대화의 치열한 고민을 담은 ‘불림소리Ⅱ’,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편제’ OST 등으로 국악 작업을 이어왔다.김수철은 “수 년 전부터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통해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대를 선보이고 싶었지만 재정난과 코로나 19라는 역경을 겪으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를 휩쓸며 이목을 끄는 이때, 우리 순수예술 국악의 진면목을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또한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통해 특별히 청소년과 청년들이 국악에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우리 안에 숨겨진 국악 DNA를 일깨우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이번 공연엔 가수 양희은, 백지영, 이적, 성시경, 화사 등이 게스트로 함께 한다. 티켓 가격 5만~12만원. 예매는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또는 콜센터를 통해 할 수 있다.
2023.09.21 I 장병호 기자
고려 사람들은 왜 불경을 필사했을까
  • 고려 사람들은 왜 불경을 필사했을까[알면 쉬운 문화재]
  • 우리 ‘문화재’에는 민족의 역사와 뿌리가 담겨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수천,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문화재는 우리 후손들이 잘 가꾸고 보존해 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죠. 문화재는 어렵고 고루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재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고려시대 사람들은 불교 경전을 베껴쓰는 ‘필사’를 함으로써 공덕을 쌓았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사경’(寫經)인데요. 공덕을 위한 목적에서 제작된 사경은 불경을 널리 보급시키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고려인들은 이 사경을 일반적인 먹으로 쓴 것이 아니라 아교에 금가루와 섞어 만든 금니와 은니로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써서 만들었어요. 아교가 섞여 글을 쓰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불경을 필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묘법연화경 권제6(사진=문화재청).초기 사경은 불교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불교경전을 옮겨적는 방식으로 제작됐어요. 그러다 점차 소원을 빌고 착한 일을 통해 업적과 어진 덕을 쌓는 방편으로 널리 확산됐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고려 때 사경 제작이 성행했습니다. 국가 기관인 사경원을 통해 국가 안녕을 빌거나 개인적 차원에서 돌아가신 부모의 극락왕생 등을 바라는 목적으로 제작됐어요. 특히 1236년(고종 23)에 몽고침입을 불력으로 항거하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만들고 강화도에 대장도감을 세운 뒤에 많은 사경을 제작하게 됐는데요. 귀족들 사이에서도 가문의 영달을 위해서 사경을 집필하는 것이 유행하게 됐죠.고려사경은 독특한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어요. 경을 감싸주는 겉표지 그림에는 금은니로 보상당초문을, 안표지 그림에는 경전의 내용을 쉽게 묘사한 변상도가 금니로 각각 그려져 있어요. 형상은 권자본(卷子本·두루마리로 된 책)과 절본(折本·종이를 옆으로 길게 이어 일정한 폭으로 접어서 갠 책)이 있는데 보통 절본이 많습니다. 절본인 경우 크기는 너비가 31㎝, 길이는 11㎝이고 1면에 6행을 구획해 1행에 17자로 썼어요.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은 통일신라 경덕왕 때 만들어진 ‘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권43이에요. 장식경 또는 공덕경의 의미를 보여주는 최초의 작품인데요. 1979년 국보로 지정된 이 사경의 겉표지 그림과 안표지 그림은 금은니로 그림을 그렸어요. 경문에서는 흰 닥나무 종이에 묵자로 글을 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환수된 ‘묘법연화경 권제6’에서도 사경을 제작한 목적을 엿볼 수 있어요. ‘묘법연화경’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을 기본사상으로 한 경전이에요. 고려시대 묘법연화경은 호림박물관 소장본이 국보로 인정받는 등 당대 한·중·일 사경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고 있어요. 총 7권 중 제6권인 ‘묘법연화경 권제6’은 묘법연화경 전파의 중요성과 공양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만일 이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해설하고 옮겨 쓰면 이 공덕으로 눈, 귀, 코, 혀, 몸, 뜻이 다 청정하리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요.이 작품은 쪽빛 염색을 15번 이상 해야 나오는 ‘감색’(紺色) 종이에 글자마다 개성있는 필체로 표현이 돼 있어요. 특히 금은니로 글자를 썼던 것은 그만큼 금과 은이 그 시기에 가장 귀했기 때문이에요. 감색을 만들기 위해 10번 이상 염색을 했던 것도 그만큼 정성을 들인 것이라 볼 수 있는데요. 최상의 품질로 사경을 만들어 자신의 신앙을 표현한 것이죠. ‘묘법연화경 권제6’은 700년 가까운 세월에도 보존 상태가 양호해 앞으로 다양한 연구와 전시에 활용될 전망이라고 하네요.‘묘법연화경 권제6’ 변상도(사진=문화재청).
2023.06.17 I 이윤정 기자
해인사박물관 유물 해설과 만들기 체험…'길 위의 인문학'
  • 해인사박물관 유물 해설과 만들기 체험…'길 위의 인문학'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해인사성보박물관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 사업에 7년 연속 선정됐다.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은 인문정신문화의 가치를 일깨워 사회적으로 확산하고자 2013년부터 시행하는 문화 사업이다.해인사성보박물관(사진=해인사성보박물관).이에따라 해인사성보박물관은 4월부터 11월까지 ‘반짝 반짝 해인사 보물찾기’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짝 반짝 해인사 보물찾기’는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청소년·가족을 대상으로 한 ‘해인사의 보물 만들기’는 해인사와 해인사성보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국보 및 보물(비로자나불좌상, 후령통, 건칠희랑대사좌상, 장경판전, 팔만대장경, 홍치4년명 동종, 길상탑 등)에 대한 관람·해설을 듣고, 슈링클스를 활용해 나만의 스노우볼을 만드는 교육 체험프로그램이다. 성인 및 가족이 대상인 ‘불연장식에 보이는 전통매듭에 대해 알아보자’는 해인사성보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불연과 불연장식을 살펴보고 전통매듭에 대한 강의와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이번 교육프로그램의 최소 신청 인원은 단체는 20명이며 동아리, 가족 등 소규모일 경우 10명 내외다. 참여자는 초·중·고·성인까지 참여 가능하다. 해인사성보박물관 관장 관암스님은 “해인사만이 가질 수 있는 산사 문화유산에 내재된 인문학적 색채를 살려내고자 했다”며 “박제된 역사와 전통이 아니라 우리 현재의 삶 속에 살아있는 정신문화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3.04.04 I 이윤정 기자
진중권 “조국 얼굴 두께 물려받은 조민…정유라 카운터 펀치”
  • 진중권 “조국 얼굴 두께 물려받은 조민…정유라 카운터 펀치”
  •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 씨에 대해 “아버지한테 얼굴하고 얼굴 두께를 물려받았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씨는 최근 방송인 김어준 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얼굴을 공개한 바 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지난 3일 오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차량에 태운 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 9일 진 교수는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의 ‘시사끝짱’에 출연해 조씨가 지난 6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떳떳하다’고 한 것에 대해 “황당하다”고 반응했다.진 교수는 검찰이 조 전 장관이나 조씨의 어머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달리 조씨를 기소하지 않은 데 대해 “검찰에서 선처한 거다. 아버지도 기소할 거고 엄마도 기소할 거니까 조씨까지 하면 좀 심하겠다 싶어서 빼준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유출한 시험문제 답안을 시험을 치렀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가 징역형에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은 일을 언급하면서 “제대로 하려면 성인인 조씨는 기소됐어야 한다. 처음부터 허위 스펙으로 만들어졌잖나. 선처해줬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진 교수는 조씨가 아버지 조 전 장관을 빼닮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 전 장관이 몇 년 전 ‘아버지에게 배운대로 한다’고 적은 트윗을 소환했다. 그러면서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엔 없는 말이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야 한다)”고 비꼬았다.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사진=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 캡처)진 교수는 또 조씨의 방송 출연을 두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비판한 것을 언급하며 두 사람을 비교했다.그는 조씨의 가족에 대해선 “속물 근성이다. (학벌 등) 세속적 욕망을 따라가잖냐”고 평가했다.반면 정씨에 대해선 “‘원래 대학 가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가 억지로 가라 했다’고 말하고, 검찰에 출석하지 말라는데 밤중에 택시 타고 검찰에 가버렸다”며 “정씨는 세속적인 것에 물들지 않은 자유인이구나 했다”고 말했다.진 교수는 조씨를 향해 정씨가 트위터에 쓴 글을 보고 “이건 진짜 카운터 펀치다 라고 생각했다. 박장대소 했다”고도 했다.앞서 정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억울함 심정을 드러낸 조씨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가 억울할까 내가 억울할까”라며 “좌파가 뭐라고 해도 내 메달은 위조가 아니다”라고 남긴 바 있다.정씨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2015학년도 이화여대 수시 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승마 종목)으로 입학하며 부정 입학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앞서 조씨는 지난 6일 친민주당 성향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 출연해 “제가 지난 4년간 조국의 딸로만 살아왔는데 아버지가 실형을 받으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떳떳하지 못한가’라고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며 자신은 떳떳하며 검찰과 언론, 정치권이 자신의 가족을 가혹하게 다뤘다고 주장했다.또 조씨는 자신의 의사 자격 논란에 대해선 “표창장으로 의사가 될 순 없다”며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고 어떤 것들은 넘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2023.02.11 I 이선영 기자
누구도 읽을 수 없다, 4000개 한자 모조리 '가짜'<18>
  • 누구도 읽을 수 없다, 4000개 한자 모조리 '가짜'[정하윤의 아트차이나]<18>
  • 쉬빙의 ‘천서’(Book from the Sky·1987∼1991) 중 2020년 홍콩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연 ‘평범부터 비범까지: 미술관 이야기’에 나온 설치 전경. ‘천서’는 쉬빙을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4년여간 ‘개발’한 가짜 한자 4000여자를 직접 목각으로 판 뒤 목판인쇄로 찍어내, 옛날식 두루마리, 실로 제본한 전통 서책, 벽보 형식의 신문이란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한자를 닮았지만 진짜 한자는 단 한 글자도 없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안팎의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합재료·가변크기, ⓒ쉬빙.중국 그림을 보지 못한 지 한참입니다. 한국 미술시장이 자못 뜨거웠던 지난해와 올해, 세계의 작가와 작품이 우리를 기웃거리던 때도 중국은 없었습니다. 중국 ‘큰손’ 컬렉터의 규모와 수가 미국을 제쳤다는 얘기도 이미 2~3년 전입니다. ‘으레 미술은, 그림은 그런 것’이라며 반쯤 우려하고 반쯤 체념했던 한국화단을 뒤흔든, 기발한 감수성으로 뒤통수를 내리쳤던 중국 작가들이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예술을 예술이 아닌 잣대로 들여다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에 기대하는 희망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정치에도 경제에도 답이 없다 생각할 때 결정적인 열쇠를 예술이 꺼내놨습니다. 오랜시간 미술사를 연구하며 특히 중국미술이 가진 그 힘을 지켜봤던 정하윤 미술평론가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지점 그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마침 ‘한중 수교 30주년’입니다.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먼저 돌아보는 시간이고 먼저 찾아가는 길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을 깊고 푸른 ‘아트차이나’로 안내합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책이 한 권 펼쳐져 있다. 근데 어째 글자가 하나도 없다. 오직 픽토그램과 이모티콘뿐이다.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한번 시도해보자. 알람이 울리고, 해가 뜨고, 알람을 듣고, 눈을 뜨고, 불을 켠다. 어라 읽힌다! 누군가의 아침 일과로구나! 쭉 읽어보니 아침으로는 계란과 식빵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엄청 막힌 길을 뚫고 출근했나 보다. 신기하다. 아무 글자도 없지만, 스토리는 누구라도 읽을 수 있다. 문맹이라도 말이다. 이 신통방통한 책은 쉬빙(徐氷·68)의 작품 ‘지서’(2003∼)다. 쉬빙은 중국 태생의 스타, 아니 슈퍼스타 작가다. 국제화 시대니 만큼 슈퍼스타는 비행기를 타고 다닐 일이 많을 터. 쉬빙은 수많은 여행길에서 ‘지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좌석에 앉아 탑승 안내문을 읽던 어느 날, 종이를 가득 채운 픽토그램이 새삼스럽게 다가온 거다. 이것이야말로 너무나 쉽게, 누구하고나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문자’라는 사실에 무릎을 쳤다. 그 길로 작품을 만들었다. 땅으로부터 올라온 책 ‘지서’다. 쉬빙의 ‘지서’(Book from the Ground·2003∼) 중 하나. ‘지서’는 ‘그림과 문자의 경계 허물기’로 이해할 수 있다. 소통력을 가진 픽토그램 형식을 가져다가 일상을 다루는 문자기호로 고안해, 문화·언어에 상관없이 누구가 해독할 수 있게 했다. 쉬빙은 이를 위해 껌종이, 공항 표지판, 화장실 안내판, 온라인 이모티콘 등 2500여개의 보편적 기호를 수집했다. 대부분 컴퓨터로 제작되며 디지털 특성을 띤다. 혼합재료, 가변크기, ⓒ쉬빙·더페이지갤러리 제공.이전부터도 쉬빙은 문자, 또 문자로 이뤄진 책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이름을 중국 안팎에 널리 알린 첫 작품인 ‘천서’(1987∼1991) 또한 문자와 관련된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벼락이 친 자리에 새겨진 알 수 없는 문양을 ‘천서’라고 부른다. 하늘에서 내려온 글이란 뜻이다. 쉬빙은 그 의미를 빌려 작품에 ‘천서’라는 제목을 달았다. ‘천서’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지서’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책인 것과는 완전히 반대다.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책,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책‘천서’를 이루는 글자는 중국어처럼 생겼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도 읽을 수가 없다. 쉬빙이 글자 하나하나를 전부 가짜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원래 있는 한자의 획을 빼거나 더하고,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을 대칭해 세상에 없는 글자를 고안한 것이다. 한글로도 자음과 모음을 이상하게 조합해 없는 글자를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쉬빙도 한자를 가지고 장난을 좀 친 거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글자가 한두 개가 아니다. 무려 4000자가 넘는다. 그가 만든 4000여개의 가짜 한자에는 단 한 글자도 진짜가 없다. 한자는 그 양이 어마어마해 중국어 원어민조차 모든 한자를 외우지 못한다. 너무 다양해서 획을 하나 더 긋거나 빼내더라도 어딘가 존재할 법한 한자가 되기 쉽다. 그런데 쉬빙이 고안한 가짜 한자는 모두가 진정한 가짜인 거다. 놀라운 치밀함, 완벽한 완성도다. 쉬빙의 ‘천서’(Book from the Sky·1987∼1991) 중 2020년 홍콩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연 ‘평범부터 비범까지: 미술관 이야기’에 나온 설치 전경. ‘천서’는 쉬빙을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4년여간 ‘개발’한 가짜 한자 4000여자를 직접 목각으로 판 뒤 목판인쇄로 찍어내, 옛날식 두루마리, 실로 제본한 전통 서책, 벽보 형식의 신문이란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한자를 닮았지만 진짜 한자는 단 한 글자도 없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안팎의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합재료·가변크기, ⓒ쉬빙.거기에 더해 쉬빙은 그 모든 글자를 직접 목각으로 팠다. 마치 팔만대장경을 만들 듯 2년여를 홀로 골방에 틀어박혀 글자를 만들고, 목판에 새겼다. 판화를 전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조수도 없이 그 모든 글자를 만들고 새겼다는 것은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었으리라. 정성을 다해 만든 글자를 보여주는 방식도 중요할 터. 지혜로운 작가 쉬빙은 그 글자들을 종이에 찍어 ‘책’의 형태로 발표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양한 책의 형태를 두루 만들었다. 천장에는 옛 중국에서 사용하던 두루마리, 바닥에는 선비들이 읽던 책, 벽에는 마오쩌둥 시기에 성행하던 대자보까지. 중국에서 대대로 사용하던 ‘책’들을 섞었다. 그런데 그 모든 책에 정작 내용은 없다니! 어이가 없다. 아니 대체 누가 이렇게 정성 들여 가짜를 만든단 말인가. 쉬빙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쉬빙은 1955년 베이징에서 나고 자랐다. 마오쩌둥이 집권한 기간이 1949년부터 1976년까지니, 스무 살까지 마오의 강한 영향력 아래 지낸 거다. 쉬빙의 아버지는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 어머니는 도서관 사서였다. 모두 글과 책과 연관된 직업이었다. 옛 중국에서 ‘문인’은 존경받는 대상이었지만, 마오쩌둥의 중국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글쟁이, 그러니까 마오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식인은 노동자·군인으로부터 참지식을 다시 배워야 하는 부르주아 집단’일 뿐이었다. 쉬빙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연히 직장을 잃었고, 재교육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쉬빙의 ‘천서’(Book from the Sky·1987∼1991) 중 2020년 홍콩미술관이 재개관전으로 연 ‘평범부터 비범까지: 미술관 이야기’에 나온 설치 전경. ‘천서’는 쉬빙을 세계적인 스타작가 반열에 올려놨다. 4년여간 ‘개발’한 가짜 한자 4000여자를 직접 목각으로 판 뒤 목판인쇄로 찍어내, 옛날식 두루마리, 실로 제본한 전통 서책, 벽보 형식의 신문이란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구성했다. 한자를 닮았지만 진짜 한자는 단 한 글자도 없는 ‘누구도 읽을 수 없는 문자’로, 1998년 10월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후 중국 안팎의 문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혼합재료·가변크기, ⓒ쉬빙.한편 쉬빙은 학교에서 글자를 잘 쓴다는 이유로 환대를 받았다. 당을 선전하기 위한 대자보를 쓰기 위해 글자를 잘 쓰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쉬빙은 헷갈렸다. 글을 잘 안다는 이유로 부모는 고통을 받았는데, 같은 이유로 자신은 환영을 받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글은 나쁜 건가, 좋은 건가. ‘천서’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쉬빙의 예술적 대응이다. 말도 안 되는 문자로 구성한 말도 안 되는 책을 만들어 ‘글자’ ‘글’ ‘학식’에 부여된 온갖 무거운 의미와 이념을 모두 증발시킨 것. 알고 보면 상당히 젠틀하게 날린 통쾌한 한방이다. ◇알파벳 조립, 한자 닮은꼴 만들어…문화융합 시도1989년 쉬빙은 미국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톈안먼사태 이후 중국 미술계에 불어닥친 검열과 얼어붙은 분위기가 그를 떠나게 했다. 새로운 땅에서 쉬빙은 ‘영어’란 문자에 맞닥뜨렸다. 이 경험은 ‘새로운 영어 서예’(1994∼2018)란 작품을 탄생시켰다. 제목 그대로 ‘영어로 쓴 서예’다. 영어알파벳을 꼭 한자의 서예처럼 쓴 거다. 이게 무슨 말이냐. 중국어에는 ‘병음’이란 시스템이 있다. 수세기 전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에 왔을 때,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고안한 일종의 발음기호다(예를 들어 쉬빙은 병음으로 ‘Xu Bing’이라 쓴다). 쉬빙은 이 병음, ‘알파벳’을 이상하게 조립해 한자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한자를 알파벳화한 것을 다시 한자처럼 만든 거다. 치밀한 쉬빙은 자신이 만든 ‘한자+영어 글자’를 읽는 방법을 매뉴얼로도 만들었다. 그것만 숙지하면 한자처럼 보이는 영어를 읽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물론 굳이 매뉴얼을 익히지 않더라도 ‘오브’(of) 또는 ‘더’(The)와 같은 글자는 금방 알아볼 수 있지만. 쉬빙의 ‘새로운 영어 서예’(New English Calligraphy 혹은 Square Word Calligraphy·1994∼2018) 중 2014년 발표작 중 부분. 중국 서예와 서양의 영어알파벳을 결합해, 직접 개발한 네모꼴 단어(스퀘어 워드)로 옮겨 썼다. 낙관을 찍고 서예작품 특유의 여백을 가진 작품은, 겉으론 한자처럼 보이지만 속은 영문이다. ‘천서’가 읽을 수 없는 ‘가짜 문자’인 데 반해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진짜 문자’로, 처음 공개됐을 때 중국과 서양 각각의 문화권에 있던 이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혼합재료, ⓒ쉬빙·더페이지갤러리 제공.쉬빙은 이 영어와 한자 사이 어딘가에 있는 문자를 1994년에 전격 공개했고 큰 주목을 받았다. 작품이 워낙 재미있고 완성도도 높았지만 때도 잘 탔다. 바야흐로 1990년대 초,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에 문을 열 때였다. 미지의 세계에 가깝던 중국에 한창 관심을 갖던 서구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중국인 미술가’ 쉬빙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국적이면서도 접근가능한 작가라니! 게다가 1990년대는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되며 지구촌이란 말이 유행할 때였다. 쉬빙 작품의 주제가 정확히 ‘문화융합’이 아니던가. 가히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더군다나 쉬빙의 작품은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충분히 이국적인 ‘한자’란 소재, 그러면서도 익숙한 영어의 조합! 적당한 온도의 놀라움이었다. 대륙의 작가다운 거대한 스케일은 화룡점정. 여기에 완벽한 작품의 디테일까지.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 쉬빙은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2008년 베이징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여전히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쉬빙의 작업은 점잖다. 그러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경박하지 않은 지적인 유머다. 무조건 믿고 보는 작가 쉬빙이 다음엔 또 어떤 예의 있는 농담으로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1983년 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고 싶었단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작가는 일찌감치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실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었다. 하지만 그 깊이를 보려면 아시아란 큰물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 꼭대기에 있는 중국을 파고들어야겠다 했던 거다. 귀국한 이후 미술사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3.02.10 I 오현주 기자
‘창사 60주년’ SK이노베이션, 울산에 나무 18만 그루 심는다
  • ‘창사 60주년’ SK이노베이션, 울산에 나무 18만 그루 심는다
  •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오는 10월 13일 ‘창사 60주년’을 맞아 핵심 사업장이 있는 울산 지역에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의지를 담은 ‘SK 울산 행복의 숲’을 조성한다. 유재영(왼쪽부터)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총괄, 이순걸 울주군수,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이성훈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이 26일 울산 울주군 대복리 산불피해 현장에서 열린 ‘SK 울산 행복의 숲’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SK이노베이션(096770)은 26일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함께 울산 울주군 산불 피해지역에서 ‘SK 울산 행복의 숲’ 식수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이순걸 울주군수,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유재영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 총괄을 포함한 SK 구성원 20여명도 함께 자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0년 산불로 훼손된 울산 울주군 산림 60헥타르(ha)에 산벚나무 18만 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비용 10억원은 SK이노베이션이 후원한다. SK이노베이션 주력사업 발상지인 울산의 아픔을 치유하고, 지난 60년간 SK이노베이션의 발전과 성장을 응원해온 울산시와 울산시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설명이다. 숲이 조성될 지역은 동해고속도로 울주 분기점에서 남쪽으로 약 1.5킬로미터(km) 떨어진 이름 없는 야산이지만, 주변에 회야강과 자연습지가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난 곳으로 알려졌다. 봄이면 진달래 등 여러 꽃이 어우러진 가운데 산 정상에선 울산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2020년 3월, 산불로 축구장 727개 면적과 맞먹는 519ha의 숲이 잿더미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심을 주요 수종은 산벚나무다. 산벚나무는 물관이 나이테에 골고루 퍼져 나무 수분 함유율이 일정한 수종이다. 화재에 강한 것으로 평가돼 조선 효종 땐 북벌을 계획하며 활을 만들고자 대대적으로 심기도 했다. 고려 때인 1237~1252년까지 제작된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팔만대장경)의 전체 경판 8만1258장 중 약 3분의 2에도 산벚나무가 쓰였다. 조림은 혹한기를 피해 올해 10~11월과 내년 2~3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SK이노베이션은 식수 적기에 숲 조성을 위한 나무 심기 봉사활동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후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은 심은 나무가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사후 관리와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피해복구에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시와 SK이노베이션, 울주군이 협력해서 울산의 미래 60년과 SK이노베이션의 미래 60년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SK는 인재와 숲을 사랑하는 회사로, 선대회장께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우고 인재를 키우듯 숲을 가꾼다는 철학으로 회사를 경영해 왔다”며 “울산의 사랑과 동행으로 커온 SK이노베이션이 앞으로의 60년도 울산과 더 큰 상생과 행복을 만들어 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유재영(왼쪽부터)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총괄,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이성훈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 이순걸 울주군수가 26일 울산 울주군 대복리 ‘SK 울산 행복의 숲’ 조림 예정지에서 첫 나무를 심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김두겸(왼쪽) 울산광역시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6일 울산 울주군 대복리 ‘SK 울산 행복의 숲’ 조림 예정지에서 함께 심은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2022.09.26 I 박순엽 기자
문화재청, 2023년 예산 1조2935억원…전년 대비 7.7%↑
  • 문화재청, 2023년 예산 1조2935억원…전년 대비 7.7%↑[2023 예산안]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문화재청이 문화유산 보존관리를 위해 내년도 예산을 증액했다.문화재청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7.5%(921억원) 늘어난 1조2935억원으로 편성했다고 31일 밝혔다. 전체 예산의 70%가량인 8983억원을 문화유산 보존관리와 보호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분야별로는 문화재 보존에 6814억원, 청와대 시설관리(218억원)를 포함한 궁능원 관리에 1526억원, 문화재 보호에는 643억원이 투입된다. 또한 문화유산활용에 1316억원, 국제교류 및 세계 유산관리에 560억원, 문화유산 교육연구에 779억원이 각각 사용된다.주요 증액사업으로는 국보·보물 등 문화재 보수 정비에 594억원, 문화유산 기반 시설 구축에 433억원, 궁능문화재 관리에 133억원, 유물 발굴에 95억원이 각각 늘었다.내년 신규 사업으로는 문화재 사찰 보존 지원에 54억원, 마한·탐라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조사에 30억원, 무형유산 전승공동체 육성에 16억원, 팔만대장경 디지털 DB 구축에 11억원, 한국의갯벌 2단계 등재 기초조사에 6억원 등이 배정됐다.문화재청은 재정 규모가 확대된 것에 대해 “‘국민과 동행하는 문화유산 보존·활용’이라는 문화유산 관련 국정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새 정부의 의지를 예산에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2.08.31 I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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