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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Rx 태풍속…'주력약 퇴출' 삼일↓·'M&A 기대' 오스코텍↑[바이오맥짚기]
-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지난 6일 국내 증시의 제약·바이오 섹터는 미국 시간 5일 밤 정식 가동을 시작한 의약품 할인 사이트 ‘트럼프Rx’ 등의 여파로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해 온 보호무역주의와 약가 통제 정책이 실제 집행 단계에 진입했다는 충격파가 시장을 강타한 것이다.이날 시장을 뒤흔든 핵심 동력은 △트럼프Rx의 공식 출범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25% 관세 인상 위협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비승인 복제 비만치료제 단속 강화라는 삼중고였다. 그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언적 위협에 머물렀던 '트럼프 리스크'가 공식 웹사이트 가동과 규제 당국의 실질적 단속으로 이어지며 수출 기업들의 영업 비용 증가 공포를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이러한 대외적 풍파 속에서 삼일제약은 주력 제품의 판매 중단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주가가 급락한 반면, 창업자이자 대주주가 사망한 오스코텍은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 속에 주가가 상승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6일 삼일제약 주가 추이. (이미지=네이버증권) ◇삼일제약-20년 효자 품목 ‘글립타이드’ 퇴출 위기에 12.19% 급락삼일제약은 6일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가 이어지며 전 거래일 대비 12.19% 하락한 1만 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1만 200원까지 밀리며 변동성이 극대화됐는데, 이는 전날 오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주력 품목인 위·십이지장궤양 치료제 ‘글립타이드정(설글리코타이드)’에 대해 유효성 입증 실패를 이유로 사용 중지 및 처방 중단을 권고했기 때문이다.식약처는 해당 제제에 대한 재평가 자료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내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나 국내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일선 의료 현장에 대체의약품 처방을 권고하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으며, 이는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하는 ‘사형 선고’로 풀이된다. 2005년 출시돼 20년 넘게 소화기 내과 시장에서 스테디셀러로 군림해온 약물이 한순간에 ‘효능 없는 약’으로 낙인찍힌 셈이다.글립타이드정은 연간 100억~1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품목으로, 삼일제약 전체 매출(약 2193억원)의 5%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기둥이다. 특히 자체 제조 품목이라 도입 신약 대비 마진율이 높았던 만큼, 이번 사태는 2026년 영업이익률에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중견 제약사가 오랫동안 팔아온 주력 제품이 임상 재평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은 회사의 R&D 검증 역량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 공장 등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실추된 이미지 회복이 단기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지놈앤컴퍼니-정책 리스크와 ‘기저 질환’이 만난 뼈아픈 추락지놈앤컴퍼니 역시 이날 종가 기준 755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0.12% 하락해 섹터 내 하락폭 2위를 기록했다. 대외적인 규제 폭풍이 주력 파이프라인 상실로 기초 체력이 약해진 기업의 상처를 정면으로 타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이날 지놈앤컴퍼니를 비롯한 연구 중심 바이오 기업들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가장 큰 파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플랫폼인 트럼프Rx의 공식 가동이었다. 정부가 직접 유통에 개입해 마진을 깎겠다는 선언은,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바이오 벤처들에게 '성공해도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는 미래 불확실성을 안겼다. 여기에 관세 위협과 FDA의 비승인 복제약 단속 소식은 지놈앤컴퍼니의 기술력에 대한 기대 가치를 동반 하락시켰다.유독 지놈앤컴퍼니가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지난달 4일 발표된 주력 파이프라인 ‘GEN-001’의 위암 대상 임상 3상 진입 포기 이슈가 ‘기저 질환’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핵심 자산을 내려놓으며 방어 기제가 사라진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지자 섹터 내 취약한 고리로 분류된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ADC(항체-약물 접합체) 사업 역시 선두 주자들이 선점한 ‘레드오션’이라는 점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금 조달 리스크가 겹치며 미래 기대 수익은 낮아지고 비용 부담은 커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오스코텍-창업주 별세에도 3.77% 상승…‘렉라자’ 가치가 만든 반전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오스코텍은 전 거래일 대비 3.77% 오른 5만 2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창업주 별세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 및 M&A 가능성, 그리고 ‘렉라자’라는 실질적인 자산 가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오스코텍의 기틀을 닦은 최대주주 김정근 고문은 지난 5일 밤 미국 현지에서 별세했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 유고는 악재로 통하지만, 자본시장은 오스코텍의 경우 이를 냉정하게 ‘기업 가치 재평가’의 기회로 보았다. 핵심 쟁점은 약 1400억원대로 추정되는 막대한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유가족이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유 지분을 대기업에 매각하거나 통매각(M&A)을 추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 것이다.실제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점찍은 대기업들에게 오스코텍은 인수 즉시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챙길 수 있는 ‘가장 탐나는 매물’로 손꼽힌다. 대주주가 바뀌더라도 신약의 가치는 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렉라자 이후의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유리할 것이라는 역발상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평가다.근본적인 힘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항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에서 나온다. J&J를 통해 미국 FDA 승인을 마치고 판매 중인 렉라자는 2026년부터 대규모 로열티 유입을 예고하며 오스코텍을 실질적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격상시켰다. 설령 전반적인 약가가 낮아지더라도 압도적인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며, 글로벌 파트너사의 강력한 마케팅 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중소 벤처가 겪는 개별적인 수출 리스크와는 궤를 달리한다는 분석이다.
- 연휴 쉬어가도 시선은 '반도체'…"삼전·하이닉스 상승 여력 여전"
-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설 연휴로 국내 증시가 휴장에 들어간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반도체 대형주에 머물러 있다.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주도 업종인 만큼, 연휴 기간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과정에서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한 상승 여력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업황과 실적 모멘텀 측면에서도 낙관론이 우세하다.AI 생성 이미지.직전 거래일인 지난 13일 삼성전자(005930)는 처음으로 18만원 고지를 넘어 종가 사상 최고가인 18만1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전거래일 대비 3.25% 오른 18만44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 하이닉스는 장중 90만원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하락 전환해 전장 대비 0.90% 내린 8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연초 대비하면 각각 41.01%, 29.99% 상승했다. 두 종목의 6개월간 주가 수익률은 각각 153.07%, 218.26%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종 주가 상승 사이클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서버향 메모리 수요 확대와 공급 절제 기조가 맞물리며 업황이 구조적 개선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낸드플래시까지 회복 흐름에 동참하면서 메모리 전반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버 중심 수요 성장과 업계의 절제된 증설 기조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시장의 공급자 우위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며 “낸드 역시 디램 못지않은 업황 개선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추론 확산으로 서버 내 스토리지 탑재량과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올해 1분기 낸드 가격은 과거 피크였던 50%대의 영업이익률에 도달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이익 개선 사이클 진입 기대가 반영되는 분위기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실적 레벨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월 현재 메모리 공급부족 강도가 2025년 4분기 대비 더욱 심화되고, 2027년까지는 메모리의 단기 공급 확대가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대 메모리 생산능력은 향후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짚었다.그러면서 “1분기부터 시작될 대폭적인 실적 개선은 구조적 상승 국면의 초입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어닝 서프라이즈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과 주주환원 정책 기대가 맞물리며 밸류에이션 재평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HBM4 양산과 차세대 메모리 기술 리더십이 실적과 기업가치 상승을 동시에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HBM4는 이미 양산에 돌입했고 1분기 내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지속할 것”이라며 “기술 리더십과 메모리 쇼티지 효과가 맞물리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가치 증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4분기 실적발표에서 추가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시장 기대 이상의 주주환원을 시행했으며 2026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환원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확대, 기업 투명성 향상, 경쟁 메모리 업체와 밸류에이션 격차 해소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고점 우려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진단에 무게가 실린다. 업황 피크아웃 우려보다는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확장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최보영 연구원은 “고점 논쟁은 단기적 노이즈에 불과하며, 밸류에이션 확장에 따른 주가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번 슈퍼사이클은 2027년, 길게는 2028년까지 이어질 더 크고 더 긴 사이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한 사이클의 고점을 논하기보다,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서 메모리 반도체가 재평가받는 밸류에이션 확장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비트코인 4주만에 반등…美물가지표 따라 방향성 모색 [코인 위클리뷰]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시장이 좀처럼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무려 4주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7만달러 턱걸이를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주도 미국 물가와 성장률 지표를 보면서 방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재하락에 대한 경계심도 놓지 않고 있다. 15일 가상자산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9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1.4% 정도 오른 6만967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2일 7만달러 이하로 가격이 내려간 이후 7만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주간으론 0.8% 가까이 상승하며 3주일 연속으로 이어진 주간 하락세에선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여전히 위험 회피 심리가 높다. 인공지능(AI) 변화가 소프트웨어·오피스 서비스 같은 전통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매출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미국 증시 내 테크주가 장기간 하락한 탓이 컸다. 주 후반에는 자동화와 새로운 AI 도구가 기존 기업들의 전통적 사업 모델과 수익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문이 확산되면서, AI 주도 디스럽션(파괴적 변화)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테크주와 최근 방향성을 같이 한 비트코인이 이번주에도 그리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주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더 완화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물가 환경이 안정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신호를 제공했다. 예상보다 낮게 나온 헤드라인 물가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를 높였지만, 주초 강한 고용지표와는 다른 신호여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시슬라바 아이네바 넥소 디스패치(Nexo Dispatch) 애널리스트는 “가상자산시장은 예상보다 부드럽게 나온 미국 헤드라인 CPI 발표 이후 가격 흐름이 단단해지며 한 주를 안정화 국면에서 마감하고 있다”며 “다만 ETF(상장지수펀드)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포지셔닝 지표는 새로운 방향성 확장보다는 레버리지 축소와 박스권(횡보) 흐름을 가리킨다”고 말했다.그런 점에서 이번주 나올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주목해야 할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미 상무부는 20일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물가 지표인 PCE 가격지수의 작년 12월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 추정치는 전달 대비 0.3%,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상승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각각 0.3%, 2.9% 상승으로 점쳐진다. 전망대로라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더 커질 전망이다.같은 날, 미국의 작년 4분기 GDP 속보치도 나온다. 미국은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 등 3번에 걸쳐 GDP 결괏값을 내놓는다. 시장 전망치는 연율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2.5% 성장이다. 미국 경제가 작년 3분기(+4.4%, 연율 기준)에 이어 뜨거운 성장을 이어갔는지 주목된다.다만 시장 내에서는 여전히 박스권 이후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전날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주간 보고서에서 “약세장 바닥은 형성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하며, 비트코인의 ‘진정한 바닥’이 5만5000달러라고 지목했다.이 보고서는 “비트코인의 궁극적인 약세장 바닥은 현재 기준 약 5만5000달러”라며 “이 수준은 ‘실현가격(realized price)’에 해당하는데, 과거 약세장에서도 주요 지지 구간으로 작용해 왔다”고 밝혔다. 실현가격은 투자자들이 특정 가상자산을 평균적으로 어느 가격에 매수했는지를 추적하는 지표다. 크립토퀀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두 번의 약세장 바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모두 실현가격 구간을 터치했다.보고서는 “가격이 이 수준에 도달하면 통상 4~6개월 동안 그 주변에서 등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크립토퀀트의 자체 ‘강세-약세 시장 사이클 지표(bull-bear market cycle indicator)’가 현재 ‘약세(bear)’ 구간에 머물러 있을 뿐, 과거 바닥 형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자주 나타났던 ‘극단적 약세(extreme bear)’ 구간으로는 아직 진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다주택자 압박 수위 높이는 李 "투자·투기에 금융혜택은 불공정"
-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최정희 기자]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부동산 세제 합리화 로드맵 마련에 착수하며 시장의 관심은 시행 시기와 인상 수준, 방법에 집중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다주택자와 투기용 1주택자들이 주택을 보유하는 것보다 매물로 내놓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인식하게 하려면 보유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시장 역시 보유세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하는 점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공시가격 현실화율·공정비율 ‘복원’할듯시장에선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카드를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데다, 윤석열 정부가 완화한 만큼 상향이 아닌 ‘복원’ 명목으로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부동산 공시가격을 10년에 걸쳐 시세의 9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폐지하고 69%로 동결시켰다.과세표준을 좌우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 상향도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이 비율을 공시가격의 95%까지 올렸지만 윤석열 정부가 60%로 낮춘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공정비율이 오르면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나 보유세 인상 효과를 낸다.이 비율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폭으로, 어느 수준까지 올릴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은 앞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면서도 “시장이 수용할 만한 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짧게는 2027년, 길게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9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시장에선 너무 빠른 속도라며 조세 저항이 있었다.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인상 역시 시장은 정부가 꺼내들 ‘카드’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처가 종료되는 데 이어, 이후에도 매물이 나올 수 있게 유도하려면 보유세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에서다.과세표준 구간을 소득세처럼 세밀하게 나눠 세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재산세는 공시가격 기준 0.1~0.4%, 종합부동산세는 0.5~5.0%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양도가액이 12억원을 초과해도 10년간 거주한 뒤 팔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주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감면 혜택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비거주 1주택자도 투자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주택 및 1주택 장기간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봄 이사철 집값 향방을 본 뒤 정책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정부는 취득세 인하 방안도 로드맵에 담는다는 계획이다. 거주용 주택 매매를 활성화하려는 조처인 동시에,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양도소득세는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내 거래세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세법상 소득세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다.◇내년 착공물량 5% 불과…매물 늘릴 수밖에이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서울 주택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13일 현재 서울 매물은 6만 3745건으로 한 달 전(5만 6421건)보다 12.9% 증가했다. 증가 폭이 전국 1위로, 2위 제주(5.0%)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발표된 이후 중과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양도세 중과가 시작하는 오는 5월 10일 이후에도 지금처럼 매물 출회를 유도하려면 보유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정부가 지난달 29일 수도권 6만 가구 공급 방안을 내놨으나 내년 착공 가능 물량이 약 5%에 그치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팔도록 세제 정책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총동원할 수 있는 정부”라고 말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엑스(X)에 “집값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투자·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글을 올리자, 금융위원회는 즉각 다주택자에 대한 관행적인 대출 연장과 관련해 개선 조치를 신속히 내놓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날 전 금융권 점검회의를 열었고, 다주택자 대출 현황과 만기 구조 등을 파악한 뒤 이를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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