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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빈 쇼핑몰→새옷 입은 오피스…침체 자산의 ‘변신’ [0과 1로 보는 부동산세상]
-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서울 성동구 왕십리 인근. 파크에비뉴 엔터식스 한양대점이 최근 새 모습을 드러냈다. 주요 매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텅 비어가던 이 쇼핑몰이 대규모 리모델링을 거쳐 오피스 빌딩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관련 이미지(사진=챗GPT)놀라운 건 임차 상황이다. 대형 바이오 기업 GC녹십자그룹이 전체 1만1000평 중 8000평 이상을 사용하기로 했다. 국내 첫 ‘쇼핑몰에서 오피스로’ 대규모 용도전환 사례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셈이다.이런 ‘건물 변신’ 바람이 국내외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활용도가 낮은 호텔을 오피스로, 물류창고를 상업시설로, 쇼핑몰을 업무공간으로 바꾸는 사례가 잇따른다. 그리고 이런 용도전환이 단순한 유행이 아님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미국만 봐도 그렇다. 코로나 이후 구조조정을 거친 쇼핑센터들의 공실률이 20년 만에 최저인 5.4%까지 떨어졌다. 임대차 협상의 주도권도 임차인에서 건물주로 완전히 넘어갔다. 침체됐던 상업용 부동산이 용도를 바꾸며 되살아나고 있다.◇국내 성공 사례들엔터식스 한양대점 프로젝트는 투자개발사 GRE파트너스가 기존 쇼핑몰을 1100억 원에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알스퀘어가 개발 기획부터 설계, 시공, 임대, 운영관리까지 전 과정을 맡고 있다.성과는 뚜렷했다. 녹십자그룹 외에도 스타트업과 IT, BT 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다. 알스퀘어 측은 “리테일보다 오피스가 공실 위험이 낮고, 안정적이어서 임대수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00% 임대율을 확보하며 과거 쇼핑몰 시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수익구조가 바뀌었다.이런 변화는 시장 데이터 분석에서 나왔다. 알스퀘어는 해당 지역의 오피스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최적의 임차전략을 세웠다. 단순히 건물만 바꾸는 게 아니라 시장을 먼저 읽은 셈이다.GRE파트너스의 다른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명동 화이자타워를 리테일 중심 시설로 바꾼 ‘N스퀘어’는 연 임대료를 3억 원에서 6억원으로 두 배 늘렸다. 여의도 파이낸스타워도 저층부를 상업시설로 바꿔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됐다.흐름도 뚜렷하다. 코로나 때 잠깐 호텔을 오피스로 바꾸려던 시도들이 관광업 회복으로 되돌려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업시설에서 업무시설로 가는 방향이 확실하다. 디큐브시티도 적자에 시달리던 백화점을 6월에 문 닫고 6500억 원을 들여 오피스 복합시설로 탈바꿈한다.◇미국의 ‘데드몰’ 부활미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데드몰’ 살리기가 한창이다.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온이 대표적이다. 2018년 부동산투자회사 HPP가 이 낡은 쇼핑몰을 사서 4억7,500만 달러를 들여 첨단 오피스 캠퍼스로 바꿨다.결과는 대박이었다. 구글이 5.84만㎡ 전체를 14년간 임차하기로 했고, 연간 4320만 달러의 임대수익을 보장했다. 2024년 1월에는 이 건물을 UCLA에 7억 달러에 팔아 투자금 대비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뉴저지 홈델의 벨웍스도 유명하다. 벨연구소 본사였던 12만㎡ 거대 건물이 수년간 비어있다가 2016년부터 복합 업무단지로 바뀌었다. 4년 만에 전체가 임대됐고, 2023년에는 임대율 99%를 기록했다. 한때 텅 빈 연구소가 수백 개 기업이 모이는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완전히 바뀌었다.오하이오주 일부 쇼핑몰은 아예 아마존 물류센터로 바뀌어 수천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캘리포니아 라구나힐스몰은 주거와 호텔, 오피스가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재개발되고 있다.◇영국의 상징적 변화영국 런던 배터시 발전소는 용도전환의 백미로 꼽힌다. 1930년대 지어진 이 석탄발전소는 1983년 문을 닫은 후 40년 가까이 흉물로 방치됐다. 2012년 말레이시아 컨소시엄이 인수해 80억 파운드를 들여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꿨다.2022년 10월 재개장했을 때, 상업공간 96%가 이미 계약이 끝난 상태였다. 애플이 4.6만㎡를 런던 유럽본부로 쓰기로 한 것이 화제가 됐다. 개장 후 1년 만에 방문객 500만 명이 다녀갔고, 주변 고급 주택 분양도 대성공을 거뒀다. 2022년 한 해에만 8000억 원 규모 주택이 팔렸다.◇데이터가 만드는 새로운 기회이런 성공 사례들의 공통점은 뭘까. 단순히 건물만 바꾸는 게 아니라 시장 수요를 정확히 읽고 최적의 용도를 찾아낸다는 점이다. 알스퀘어처럼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통합해서 접근하는 방식도 중요하다.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전자상거래와 재택근무가 자리잡으면서 상업용 부동산 환경이 바뀌었다. 이제는 건물의 ‘최유효이용’을 찾아 유연하게 바꾸는 능력이 부동산 가치를 좌우한다.과거 예외적이었던 쇼핑몰의 오피스 전환이나 백화점의 복합시설 변경이 이제는 현실적 대안이 됐다. 중요한 건 물리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시장 빅데이터 분석, 전문적 실행, 적극적 운영관리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점이다.‘건물의 변신은 무죄’다. 낡고 비어가는 건물일수록 과감한 변신이 살 길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용도전환은 침체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수익기회를 제공하는 윈윈 전략이다. 시장 요구에 앞서 대응하는 창의적 전환이야말로 앞으로 부동산 가치를 만드는 핵심이 될 것이다.
- 서울 도심권역에 드디어 새 오피스…'공평구역 15·16지구' 완공 눈앞
-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서울 오피스시장이 만성적 ‘공급가뭄’을 겪는 가운데 종로구 공평구역 15·16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 사업이 끝나서 연면적 4만평 이상 빌딩이 들어서면 서울 도심권역 오피스 시장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도심권역에 A급 오피스가 대규모 공급 예정이지만, 완공 시점이 대부분 오는 2027년 이후인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기준 강화로 공사 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 총 1조2320억 PF 대출…내년 7월 14일 만기 도래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7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87번지(공평 15·16지구) 일원 9263㎡에는 지하 8층~지상 최고 25층 규모 업무·상업시설 2개동이 신축된다. 총 연면적은 14만3431.88㎡(약 4만3400여평)다.(자료=서울시, 업계)이 사업은 공평구역 15·16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로 진행된다. 시행사는 공평십오십육피에프브이(공평15·16PFV),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지난 2022년 11월 17일 공사를 시작했으며 내년 7월 29일 완공 예정이다. 매각금액은 총 1조5000억원(3.3㎡(평)당 3500만원)으로 추산된다. 공평십오십육피에프브이의 주요 주주는 △랜스퍼트에이엠씨(보통주 지분율 36.6%) △비얄프로퍼티(보통주 30.7%) △제이와이디앤아이(보통주 13.2%) △메리츠증권(보통주 9.8%, 1우선주 50%) △메리츠화재해상보험(보통주 5.9%, 1우선주 30%) △메리츠캐피탈(보통주 3.9%, 1우선주 20%) △신한투자증권(구 신한금융투자, 2우선주 100%)이다.공평십오십육피에프브이는 이 사업을 위해 총 8300억원 한도의 대출을 받았었으며 만기는 작년 10월이었다.이어 공평십오십육피에프브이는 1조2320억원 규모로 해당 PF대출을 리파이낸싱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대출 실행은 작년 8월 26일 이뤄졌으며, 대출 만기는 내년 7월 14일 돌아온다.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년 4월 14일까지 사용승인을 득하는 책임준공의무(미이행시 중첩적 채무인수의무)를 부담한다.리파이낸싱된 PF대출의 각 트랜치별 차입약정 한도액은 △트랜치A 1조원 △트랜치B 2030억원 △트랜치C 290억원이다. 대출원리금은 트랜치A, 트랜치B, 트랜치C 순으로 상환된다. (자료=감사보고서)특수목적회사(SPC) 에이블공평제삼차(대출한도 960억원), 트루프렌드공평제일차(대출한도 270억원)는 트랜치B 대주단에 포함돼 있다. 트루프렌드공평제이차(대출원금 190억원)는 트랜치C 대주에 포함된다.에이블공평제삼차, 트루프렌드공평제일차, 트루프렌드공평제이차는 공평십오십육피에프브이에 대해 보유한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이들 ABSTB는 12회차까지 발행되면 대출채권과 만기가 동일한 내년 7월 14일이다.이같은 유동화거래의 주관회사는 에이블공평제삼차의 경우 KB증권, 트루프렌드공평제일차·제이차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다.또한 각 회차별 유동화증권이 발행 당일 모두 판매되지 못해서 기존에 발행된 유동화증권을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이같은 위험은 주관회사를 맡고 있는 증권사들이 사모사채 인수확약으로 통제된다. KB증권은 에이블공평제삼차가 발행한 ABSTB에 차환발행 관련 유동성위험이 발생하면 960억원을 한도로 에이블공평제삼차가 발행하는 사모사채를 인수할 의무가 있다.한국투자증권은 트루프렌드공평제일차·제이차가 발행한 ABSTB에 차환위험이 생기면 각각 270억원, 190억원 한도로 트루프렌드공평제일차·제이차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인수하거나 부족한 금액을 자금보충할 의무가 있다.서울 종로구 공평구역 15·16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현장 (사진=김성수 기자)◇ 도심권역 공실률 4%대…공급, 대부분 2027년 이후건물의 지하 1층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적 전시관이 들어선다. 서울시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시행사는 매장문화재를 전면 보전하는 유적 전시관을 조성해 기부채납한다. 기부채납 면적은 총 연면적 기준 7273.21㎡ 규모다.이에 서울시는 전시시설 공공 기여에 따른 인센티브로 높이, 용적률 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 당초 지하 8층~지상 17층(높이 70m, 용적률 803%)으로 예정됐던 건물이 지하 8층~지상 25층(높이 104m, 용적률 1052%)으로 높아졌다.해당 건물이 완공되면 서울 도심지역 오피스시장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상업용부동산 종합 서비스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서울 도심권역(CBD) 오피스시장 평균 공실률(신축 포함)은 올해 1분기 기준 4.2%로, 전분기보다 0.9%포인트(p) 상승했다. 신축제외 기준 공실률은 3.3%로 전분기보다 0.6%p 올랐다.올해 1분기 도심권역 공실률이 오른 데는 지하철 2·3호선 환승역 을지로3가역 인근에 연면적 1만평이 넘는 신축 오피스 ‘프로젝트107’이 공급되고, 대기업들이 도심권역에서 이전한 영향이 작용했다. 다만 현재 도심권역 공실률은 여전히 자연공실률(이론적으로 가능한 최저 공실률) 5%를 밑돈다. 신규 오피스가 대규모로 공급될 시점도 대부분 오는 2027년 이후다.향후 도심권역에 공급 예정인 A급 오피스는 △을지로3가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제6지구 △을지파이낸스센터(EFC, 을지로3가구역 제1·2지구) △서소문구역 제10지구(동화빌딩, JB금융지주 인수) △서소문구역 제11·12지구(중앙일보 빌딩) △서울역-서대문 1·2구역 제1지구(옛 중앙일보·호암아트홀 개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남산 밀레니엄 힐튼호텔’ 재개발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 재개발 등이 있다.서울 도심권역(CBD)에 공급될 A급 오피스들 (자료=컬리어스 자료 캡처)그러나 이들 오피스는 대부분 완공 시점이 오는 2027년 이후거나 미정이다. 게다가 PF 대출 기준 강화로 공사 일정이 계속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앞서 정부는 작년 11월 PF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주택공급은 활성화하기 위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은 약 5% 내외인데, 정부는 이를 중장기적으로 선진국과 유사한 20%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토지 현물출자를 유도하고,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에 인센티브를 강화한다.금융권의 PF 대출시 사업성 평가도 강화한다. 시행사·시공사의 담보나 신용보다는 PF사업의 사업성·안정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대출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평가기준·절차, 인증방안을 도출하고 올해 상반기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에 근거를 마련하며, 올해 하반기 ‘PF리스크 모범규준’ 반영할 예정이다.이처럼 PF 대출 기준이 강화되면 도심권역 내 오피스 공급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신규 오피스들이 기존의 도심권역 핵심 지역(광화문역·시청역 부근)을 대체하는 데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컬리어스는 “앞으로 서울역 인근과 서소문 11·12지구, 삼성타운 개발, JB금융지주의 사옥건립 계획으로 프라임 오피스가 공급되는 대규모 오피스 타운이 형성될 예정”이라며 “하지만 대부분 오는 2027년 이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당분간 오피스 임대차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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