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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겨 맞고 깎인 삶, 숨쉬는 조각을 빚다
  • 두들겨 맞고 깎인 삶, 숨쉬는 조각을 빚다 [국현열화 18]
  • 문신의 ‘무제’(1978). 조각과 건축적 조형에 눈뜨게 된 프랑스 시절 제작했다. 타원, 마름모, 선 등의 리드미컬한 조합으로 빚은 형상은 악기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원과 구, 선을 기본으로 무한히 변화하는 추상조각을 지향했다. 작은 조형 단위를 반복적으로 배열한 ‘좌우대칭’은 주요한 특징. 덕분에 작가의 조각은 지구나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듯한 생명체를 떠올리게도 한다. 흑단이 주재료인 목조각이다. 프랑스에서 자주 사용한 흑단은 국내에선 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지난 5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한 ‘MMCA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 나왔다. 흑단, 114×34×20㎝. 국립현대미술관(이건희컬렉션) 소장.문득 사는 일을 돌아보니 그랬습니다. 지켜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오롯이 세월을 지키는 일 말입니다. 한국미술이 먼저 떠오릅니다. 척박한 세상살이에 미술이 무슨 대수냐고, 그림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데일리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그 쉽지 않았던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을 더듬습니다. 이건희컬렉션을 입고 더욱 깊어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통해섭니다. 5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천에서 ‘MMCA 상설전’이란 타이틀 아래 미련 없이 펼쳐내는 300여 점, 그 가운데 30여 점을 골랐습니다. 주역을 찾진 않았습니다. 묵묵히 자리를, 오롯이 세월을 지켜온 작품을 우선 들여다봤습니다. ‘열화’입니다. ‘뜨거운 그림’이란 의미고, ‘식을 수 없는 그림’이란 의지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한 사내가 있었다. 가진 것 없이 세상을 떠돌았고, 가난에 밀려 그림을 시작했으며, 맨손으로 바위를 깎아 우주의 형상을 만든 이. 그림을 그리고, 돌을 세우고, 쇠를 두드려 자신만의 생명체를 창조했던 남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조각해 끝내 역사에 남는 예술가가 됐다. 문신(1923∼1995)이다. 돈을 벌겠다고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갔던 아버지가 일하던 탄광촌에서 태어난 문신. 1923년 시작된 문신의 삶은 출발부터 고단했다. 어머니는 인근 농촌 마을에 살던 일본인이었다. 둘째 아들인 문신은 다섯 살이 되던 해 아버지의 고향인 마산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부모는 2년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일곱 살배기 문신은 한국에 남았다. 할머니가 아이를 일본에서 키우면 왜놈이 된다며 자신이 맡아 키우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건강이 안 좋아지자 문신은 친척 집에 맡겨졌다. 더부살이하던 신세이다 보니 생활 전선에 일찍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는 술집 배달, 전파상 보조, 영화간판 그리기 등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다. 어두운 터널 속 한 줄기 빛이었을까. 그 여러 일 중 미술에 눈을 뜬 계기가 있었다. 화방 점원으로 일하던 때였다. 문신은 화방에서 마음껏 화집을 보며 피카소나 블레이크 같은 화가들에게 빠졌다. 주인이 몸이 아파 화방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가 됐을 때 문신은 화방을 인계받았다. 가게를 맡은 문신은 화방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화집의 그림을 모사해 팔기도 했다. 이렇다 할 미술교육 한번 받아보지 않았던 그였다. 타고난 솜씨가 있었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던 1938년, 열여섯 살 문신은 일본으로 밀항해 도쿄 니혼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학비는 또 한번 온갖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산부인과 조수, 영화 엑스트라를 거쳐 목수에 이르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면서 학교 데생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출중한 실력이었다. 도쿄 대공습 때 다들 대피소로 피신했지만, 문신은 이젤 앞을 떠나지 않았다. 어차피 죽을 바에야 그림을 그리다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삶에 대한 미련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대신 오직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 그가 문신이었다. ◇13m 나무 추상조각, 프랑스에 우뚝 서다그렇게 7년의 유학과정을 마친 문신은 광복을 맞은 1945년, 고향 마산으로 돌아왔다. 일본에서 온갖 일을 전전하며 모은 1000원을 들고서였다. 그 귀한 돈의 절반으로 고향의 뒷산을 샀다. 나머지 절반은 몽땅 물감을 사는 데 썼다. 재료 부족으로 모든 화가가 허덕이던 시절, 덕분에 그는 물감들을 아낌없이 쓸 수 있었다. 문신의 ‘닭장’(1950s). 국내 화단에서 활동하던 초기의 회화작품이다.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닭장 앞에 무심히 앉아 있는 남자와 푸드덕거리는 닭의 에너지가 대치와 조화를 동시에 이루고 있다. 암울하던 시대 답답한 현실을 역설적이게도 선명한 색감으로 밝혀냈다. 지난 5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한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Ⅰ’에 걸렸다.캔버스에 유화 물감, 141×103.5㎝. 국립현대미술관(이건희컬렉션) 소장.그렇게 탄생한 문신의 그림은 찬란하다. 1950년대의 작품 ‘닭장’(1950s)을 보라. 뙤약볕 아래의 선명한 색감이 화면을 밝히고, 푸드덕거리는 닭의 에너지가 화면 가득 충만하다. 가난하고 암울하던 시대에도 그는 이토록 생명력 넘치는 화면을 기어코 만들어냈다. 문신은 이런 회화작품으로 1946년부터 1960년까지 국내에서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오늘날처럼 전시 기회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그렇게 원 없이 그림을 그리던 1961년, 문신은 돌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프랑스로 갔다. 이번에도 무일푼이었다. 비행기 값을 지불하고 남은 돈은 달랑 50달러. 굶어 죽을 것 같은 위기에 처했으나 파리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화가들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처음 받은 일거리는 판자를 잘라 액자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어서 파리 북쪽에 위치한 라브넬 고성을 수리하는 일을 맡았다. 석공, 미장, 목수 등의 역할을 모두 담당했다. 50개가 되는 방과 지붕 위 양쪽 첨탑에 밧줄을 매고 이동하면서 서커스 줄타기처럼 깨진 돌을 갈아붙이는 일을 했다. 어릴 때부터 산전수전 겪으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던 것이 밑천이 됐다. 그는 여기서 3년을 꼬박 일했다. 다행히 주 나흘은 일을 하고, 사흘은 본인의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문신의 ‘무제’(1963). 프랑스 파리에서 접한 앵포르멜·신사실주의·신구상 등 다양한 미술사조의 영향을 받아 형식·재료·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조형적인 실험을 시도한 작품 중 한 점이다. 패널에 시멘트를 두껍게 바르고 숟가락·노끈 등 일상의 오브제를 붙였다. 작가의 친구이자 스페인 출신 화가인 모나를 모델로 삼았다고 알려진 이 작품은 1967년 신세계갤러리 ‘문신 도불 작품전’에 걸리기도 했다. 패널에 혼합재료, 60×22.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이때만 해도 회화작품을 주로 제작했다. 구체적인 형상이 사라지고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추상에 진입했다는 것만 달라졌다. 그러나 이내 문신은 조각으로 선회한다. 16세기에 지어진 고성에서 헌 돌을 들어내고 새롭게 돌이나 돌과 같은 혼합물을 쌓아 올리는 고된 일을 하며 입체 작업에 대한 영감을 받은 거다. 처음에는 작게 여러 실험을 했으나 이후 문신의 작업은 엄청난 스케일로 커지는데, 거대한 석조건물을 대상으로 작업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거다. 성을 고치는 일이든, 작은 입체 조각이든 문신의 손은 언제나 능숙했다. 점차 그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러던 중 드디어 전환점이 찾아왔다. 1970년 남프랑스의 항구 도시 바카레스에서 열린 조각공원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세계 각국의 조각가들이 모인 자리였다. 주최 측은 모든 작가에게 나무를 나눠줬는데, 문신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나무를 골랐다. 높이 약 13m, 지름 1.2m, 무게 7t이 넘는 통나무였다. 그는 원과 구, 선을 기본 단위로 삼아 끊임없이 형태를 변주하는 추상조각을 완성했다. 240일 동안 새벽 5시부터 밤 8시까지 손에서 쇠망치를 놓지 않았다. 그 치열한 시간이 문신의 세계를 회화를 넘어 입체로 향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고향에 14년 공들여 세운 ‘문신미술관’…자체로 거대 예술품 작건 크건, 문신의 작품에는 몇 가지 분명한 특징이 있다. 첫째는 완벽에 가까운 좌우대칭이다. 표현적인 회화에서 출발한 작가가 이토록 정밀한 대칭 구조를 고집했다는 사실이 다소 의외일 만큼. 문신에게 대칭은 절제된 질서 속에서 조형의 아름다움을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선과 면이 정확히 마주 보며 균형을 이루는 순간, 조각은 고요하면서도 강한 힘을 품게 된다. 이러한 조형미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작품을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방식으로 설치했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아슬아슬한 균형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각을 받치는 구조까지 철저히 계산한 결과다. 둘째는 생명력이다. 문신의 조각은 늘 어디선가 존재할 것 같은 기묘한 생명체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마다 작은 구멍을 내곤 했는데 이는 조각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든 ‘숨구멍’이었다. 작품을 단지 조형물이 아니라 숨 쉬는 생명체로 여긴 것이다. 작업을 하며 그가 바란 것은 오직 하나, 그 형태들이 생명을 갖는 것이었다. 강인한 육체와 치열한 정신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냈던 문신다운 태도다. 작가 문신. 1981년 자신의 조각작품 곁에 선 문신을 사진작가 임응식(1912∼2001)이 촬영하고 ‘문신 인물’이란 제목을 달았다. 종이에 젤라틴실버프린트, 25.5×3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그렇게 강인하고 기묘한 문신의 조각은 유럽 화단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는 파리 몽파르나스를 비롯해 여러 곳에 작업실을 마련해 창작에 몰두했고, 수십 년 동안 유럽 전역을 무대로 100여 회의 전시에 참여했다. 그리고 마침내 1980년. 그는 다시 고향 마산으로 돌아왔다. 긴 여정의 끝에 모든 출발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문신은 예전에 사뒀던 뒷산, 그 언덕에 자신만의 미술관을 짓기 시작했다. 설계도면을 그리고 자재를 모으고 직접 시공까지 하며 14년이란 시간을 쏟아부었다. 하나의 예술품처럼 쌓아올린 그 미술관(문신미술관. 현재는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오랜 유랑을 마친 예술가가 남긴 최후의 조형물이자 삶 전체의 응축이었다. 그는 1995년 타계할 때까지 그곳에서 조용히 작품을 만들었다. 바람이 지나가면 선이 되고 햇살이 스며들면 면이 되는 생명이 깃든 조각을. △정하윤 미술평론가는… 1983년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려 했다는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일찌감치 작가의 길은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이후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 가을·겨울’(2025 출간 예정), ‘꽃피는 미술관: 봄·여름’(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5.07.18 I 오현주 기자
오세훈 “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가장 인상 깊어”
  • 오세훈 “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가장 인상 깊어”
  • [밀라노(이탈리아)=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오스트리아 빈과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으로 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꼽았다. 또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택 공급 평가에 달렸다며 사실상 서울시장 내리 3선(총 5선) 도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과 추가경정(추경) 집행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오스트리아 빈과 밀라노 출장 중 성과와 느낀 점 등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오 시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한 호텔에서 열린 동행 기자간담회에서 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에 대해 “공급형태를 가족 구성원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가 임대하는 방안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평가했다.특히 기금을 조성해 일정 부분을 공공에서 지원하되 민간이 과감하게 투자하게 인센티브로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민간의 활력을 공공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부러웠다”고 말했다. 또 “어르신 돌봄시설 옆에 어린이집을 배치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존의 가치를 구현하는 모습은 우리가 꼭 벤치마킹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철도를 지하화한 후 지상을 친환경 첨단 도시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밀라노의 ‘포르타 누오바’ 지구, 혁신 디자인이 적용된 주거·상업시설 ‘시티라이프’ 등을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참고 모델로 언급하며 행정적 인센티브를 통해 혁신 건축 디자인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포트라 누오바 지구에 있는 세계 최초의 수직정원 아파트를 둘러본 오 시장은 “서울에도 수직정원 건물 한 두 개 정도 있으면 좋겠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분명 건축비의 1.2~1.5배 정도 더 들기 때문에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보급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밀라노의 시티라이프도 보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건축물의 모습이 되지 않겠나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봤다”고 설명했다.오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도전에 대해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그것을 완성시키고 싶은 욕구도 당연히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서울 시민들의 평가다. 특히 주택부문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과거 전시회장 부지가 복합주거상업시설로 재탄생된 ‘시티라이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그는 신속통합기획을 거론하며 “제가 다시 서울시로 돌아오기 전 10년 동안 주택 공급은 암흑기였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이른바 CPR(심폐소생술)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4년이었다”면서 “제가 주거공급에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평가가 전제가 된다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격 상승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토허제 발표는 상당한 폭등이 이뤄질 때 구사하는 것”이라며 “그 점에서 지금은 토허제를 추가로 구사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 점에 대해서 국토부도 공감대가 있는 걸로 판단한다”고 했다.새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정책과 추경 집행에 대해서는 “경기 살리기라는 명목 하에 통화량을 시중에 공급하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해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가격은 정확히 돈의 공급에 비례한다”며 “새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시중에 풀리는 통화량을 조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까지가 있어야 부동산 가격을 확실하게 하향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덧붙였다.아울러 대선 패배 후 국민의힘 쇄신 방안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대패한 후 국민의힘이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나 보면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오 시장은 “입법·사법·행정 3권이 모두 한 정당(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인 우위로 전유되고 있다”며 “체크 앤드 밸런스(견제와 균형)의 가치를 매우 높게 부여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균형의 상실에 대한 불안이 굉장히 큰 상실감으로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또한 “국민의힘이 국민적 부담감을 해소할 수 있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있나 자문해 본다면 매우 반성할 점이 많다”면서 “국민의힘이 역사적인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오 시장은 쇄신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야권 통합을 거론했다. 그는 “개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도 그 방법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 “합당 자체가 중요한 목표가 아니라 그런 모멘텀을 활용해 우리 당이 몸부림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 드릴 때”라고 밝혔다.
2025.07.08 I 박태진 기자
2주차 접어든 이스라엘-이란 공방, 인명 피해 커진다
  • 2주차 접어든 이스라엘-이란 공방, 인명 피해 커진다
  •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공방을 이어가면서 인명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이스라엘과 이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2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라술아크람 병원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이란 시민이 병상에 누워있다. (사진=AFP)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이란 곰 지역의 한 아파트를 공격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해외 작전 부대인 쿠드스군의 지휘관을 제거했다고 밝혔다.살해된 지휘간은 쿠드스군에서 팔레스타인 부대를 이끌던 베테랑 사이드 이자디로 확인됐다. AFP통신은 이스라엘이 다른 IRGC 지휘관 2명도 함께 제거했다고 전했다.이스라엘군은 또 이란의 미사일 저장소와 발사 시설을 겨냥해 일련의 공격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 핵 시설도 다시 공격했다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이번 공격이 이스파한 핵 시설 내 원심분리기 생산 시설 두 곳이 표적이었다고 밝혔다.이와 관련해 이란 파르스 통신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대 핵 시설 중 하나인 이스파한 핵시설을 공격했으나 유해 물질 유출은 없었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사무총장 명의 성명을 통해 이스파한의 원심분리기 제조 공장이 공격을 받았지만 이곳엔 시설에는 핵 물질이 없어 방사능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서남부의 군사 시설을 공격 중이라고 밝혔다. 아바즈는 이라크 접경 후제스탄주에 있으며 이란의 주요 석유 생산 지역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 전문가 암살도 계속됐다. 이란 반관영 통신 메흐르는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핵과학자 이사르타바타바이-함셰와 그의 부인이 숨졌다고 보도했다.이스라엘 해군은 이날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를 타격했다. 앞서 전날 이스라엘은 이란과 분쟁에 헤즈볼라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등 중부 지역과 서안지구에선 이날 오전 2시 30분께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이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자 이스라엘 방공망이 대응한 것이다.이스라엘군 당국자는 이란이 탄도미사일 5발을 발사했고 미사일이 목표물을 직접 타격한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이란 미사일이 요격되면서 발생한 잔해로 중부의 한 건물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인명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란 보건부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후 여성과 어린이 54명과 의료진 5명을 포함해 4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306명으로 집계했다. 미국에 있는 이란 반체제 뉴스 통신사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에서 민간인 285명을 포함해 최소 722명이 숨지고 2500명 이상 부상했다고 추산했다.AP통신은 이스라엘에서도 미사일 450발과 드론 1000대를 동원한 이란의 반격으로 최소 24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한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 이스라엘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사진=AFP)국제 사회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진전은 없다. 독일·프랑스·영국은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핵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아락치 장관은 유럽 등과 계속 협의하겠지만 자위권을 계속 행사할 것이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지속되는 한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과 휴전에 합의한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동참하면 홍해에서 미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이날 이슬람협력기구(OIC) 외무장관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해 지역을 완전한 재앙으로 몰고 갔다”며 이슬람 국가들의 연대를 촉구했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OIC 외무장관회의 기조연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정부가 역내 평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아락치 장관에게는 이스라엘과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미국과 협상 재개라고 조언했다.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핵 포기 결단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제시한 2주간의 시한이 ‘최대치’라고 강조하며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2025.06.22 I 이명철 기자
트럼프, G7 조기 퇴장…이란-이스라엘 휴전 끌어내나(종합)
  • 트럼프, G7 조기 퇴장…이란-이스라엘 휴전 끌어내나(종합)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한 대피를 촉구한 직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돌연 조기 퇴장을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복귀해 여러 중요한 현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후 소셜미디어 X에 “중동 정세가 퇴장 결정의 배경”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SNS를 통해 “이란은 내가 말한 협상안에 서명했어야 했다.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지금 당장 테헤란을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이란 국영 파르스통신은 트럼프의 글이 올라온 직후 테헤란 동쪽에서 여러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테헤란 내 일부 지역 주민에게 사전 대피 경고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트럼프가 G7 조기 퇴장이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의 조기 퇴장이 긍정적인 중동 상황 전개를 의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휴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백악관 대변인 알렉스 파이퍼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는 일부 주장을 부인하며 “미군은 방어적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변경된 바 없다”고 밝혔다.이스라엘은 지난 13일 공습을 시작한 이후 이란의 핵 및 미사일 시설을 집중 타격하고 있으며, 자국은 현재 이란 영공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산을 계속하면서 공격을 멈추길 원하지만, 우리는 이 두 위협을 제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지난 60일간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핵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있으며,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오만을 통해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중동 및 유럽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공망이 뚫린 이란 입장에서는 현재로서는 이스라엘과 휴전을 하는 게 최선책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속적으로 공방전을 주고 받고 있다. 이란은 24시간 동안 수차례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테헤란 국영방송 건물을 포함한 주요 시설을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고위 군 인사가 또다시 사망했다.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이스라엘 내에서 24명이 숨지고 592명이 부상했다. 이란 정부는 자국 내 사망자가 224명에 달하며 대부분 민간인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의 추가 개입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했지만, 이스라엘 방어를 위한 THAAD와 이지스 체계, 드론 요격 전투기 등은 이미 지원한 상태다.네타냐후 총리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50년 간의 갈등을 종식시키려 한다”며 “필요하다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은 갈등 확대를 원치 않지만,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에는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6.17 I 김상윤 기자
이스라엘-이란 갈등완화 기대…뉴욕증시 반등·유가도 진정
  • 이스라엘-이란 갈등완화 기대…뉴욕증시 반등·유가도 진정[월스트리트in]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따라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반등하고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란이 핵 협상을 재개하기를 원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트럼프 “이란 협상 원해”…위험 선호 심리 자극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5% 오른 4만2515.09를,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94% 상승한 6033.11에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1.52% 오른 1만9701.21을 기록했다.국제유가도 주말 양국간 공급으로 급등했던 흐름에서 반전해 1% 이상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21달러(1.66%) 하락한 배럴당 71.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00달러(1.35%) 내린 배럴당 73.23달러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공격이 원유 수출 핵심 인프라를 피해간 데다,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짐이 없다는 점도 안도감을 줬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금요일 이란을 선제 타격했고, 이에 이란은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주말 내내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해왔다.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저가매수에 적극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싶어한다는 보도에 대해 “이란은 대화를 원하지만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다”며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핵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있으며,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오만을 통해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중동 및 유럽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16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아자디 타워(왼쪽) 근처에서 폭발로 인해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 방송(IRIB) 건물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타격을 입어 생중계가 즉시 중단됐다. (사진=AFP)◇여전히 공격은 이어져…“예기치 못한 변수 고려해야”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은 4일째 공격을 주고 받으며 갈등 완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당하다. 이란은 24시간 동안 수차례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테헤란 국영방송 건물을 포함한 주요 시설을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고위 군 인사가 또다시 사망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이스라엘 내에서 24명이 숨지고 592명이 부상했다. 이란 정부는 자국 내 사망자가 224명에 달하며 대부분 민간인이라고 밝혔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산을 계속하면서 공격을 멈추길 원하지만, 우리는 이 두 위협을 제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지난 60일간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계속 공격을 이어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이번 갈등이 제한적인 군사 충돌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에 시장이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우리는 갈등이 향후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보며, 에너지 시장을 포함해 미국까지 휘말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경고했다.모건스탠리 산하 E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시장 참여자들은 관세 외에도 시장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하게 됐다”며 “현재 시장은 중동 상황이 통제 가능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매그7 일제히 상승…신제품 기대에 AMD 8.8% 급등‘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주요 대형 기술주들이 모두 상승했다. 유가 급등세 진정에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1.2% 올랐고, 메타 플랫폼스는 왓츠앱에 광고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힘입어 2.9% 상승했다. 이외 아마존(1.89%), 알파벳(1.17%), 엔비디아(1.92%), 애플(1.0%), 마이크로소프트(0.88%)도 상승 마감했다. 글로벌 갈등의 수혜주로 꼽히는 팔란티어도 2.9% 상승했다.AMD는 이날 미국 증권사 파이퍼 샌들러가 지난주 공개된 AMD의 신제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4분기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부문의 반등을 기대한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8.8% 급등했다. US스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일본제철의 141억달러 인수에 대해 승인하면서 5.1% 상승했다.10년물 국채금리 추이 (그래픽=CNBC)◇국채금리 소폭 상승…달러는 보합주식시장과 달리 국채금리는 장초반 하락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다시 꼬리를 들었다. 오후 4시기준 글로벌 국채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2bp(1bp=0.01%포인트) 오른 4.456%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1.5bp 오른 3.973%를 기록 중이다. 달러는 보합이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02% 내린 98.17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5.06.17 I 김상윤 기자
이스라엘-이란 갈등완화 기대에 뉴욕증시 반등…유가 1% 이상 뚝
  • [속보]이스라엘-이란 갈등완화 기대에 뉴욕증시 반등…유가 1% 이상 뚝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 따라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반등하고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란이 핵 협상을 재개하기를 원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5% 오른 4만2515.09를,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94% 상승한 6033.11에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1.52% 오른 1만9701.21을 기록했다.국제유가도 주말 양국간 공급으로 급등했던 흐름에서 반전해 1% 이상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1.21달러(1.66%) 하락한 배럴당 71.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00달러(1.35%) 내린 배럴당 73.23달러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공격이 원유 수출 핵심 인프라를 피해간 데다,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짐이 없다는 점도 안도감을 줬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금요일 이란을 선제 타격했고, 이에 이란은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에 나섰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주말 내내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해왔다.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저가매수에 적극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싶어한다는 보도에 대해 “이란은 대화를 원하지만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다”며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핵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있으며,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오만을 통해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중동 및 유럽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은 4일째 공격을 주고 받으며 갈등 완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당하다. 이란은 24시간 동안 수차례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테헤란 국영방송 건물을 포함한 주요 시설을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고위 군 인사가 또다시 사망했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이스라엘 내에서 24명이 숨지고 592명이 부상했다. 이란 정부는 자국 내 사망자가 224명에 달하며 대부분 민간인이라고 밝혔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산을 계속하면서 공격을 멈추길 원하지만, 우리는 이 두 위협을 제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지난 60일간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계속 공격을 이어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이날 투자자 노트에서 “이번 갈등이 제한적인 군사 충돌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에 시장이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우리는 갈등이 향후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보며, 에너지 시장을 포함해 미국까지 휘말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경고했다.모건스탠리 산하 E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시장 참여자들은 관세 외에도 시장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하게 됐다”며 “현재 시장은 중동 상황이 통제 가능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주요 대형 기술주들이 모두 상승했다. 유가 급등세 진정에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1.2% 올랐고, 메타 플랫폼스는 왓츠앱에 광고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힘입어 2.9% 상승했다. 이외 아마존(1.89%), 알파벳(1.17%), 엔비디아(1.92%), 애플(1.0%), 마이크로소프트(0.88%)도 상승 마감했다. 글로벌 갈등의 수혜주로 꼽히는 팔란티어도 2.9% 상승했다.주식시장과 달리 국채금리는 장초반 하락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다시 꼬리를 들었다. 오후 4시기준 글로벌 국채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2bp(1bp=0.01%포인트) 오른 4.456%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1.5bp 오른 3.973%를 기록 중이다. 달러는 보합이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02% 내린 98.17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5.06.17 I 김상윤 기자
트럼프 “이란 대화 원해”…네타냐후 “공습 계속될 것”(재종합)
  • 트럼프 “이란 대화 원해”…네타냐후 “공습 계속될 것”(재종합)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할 때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싶어한다는 보도에 대해 “이란은 대화를 원하지만 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다”며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반면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개시한 뒤, 테헤란 상공을 포함해 이란 영공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산을 계속하면서 공격을 멈추길 원하지만, 우리는 이 두 위협을 제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지난 60일간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핵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있으며,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오만을 통해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중동 및 유럽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이 같은 보도에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브렌트유는 4% 가까이 하락했고, 미국 국채도 일부 하락분을 만회했다.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은 갈등 완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24시간 동안 수차례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테헤란 국영방송 건물을 포함한 주요 시설을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고위 군 인사가 또다시 사망했다.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이스라엘 내에서 24명이 숨지고 592명이 부상했다. 이란 정부는 자국 내 사망자가 224명에 달하며 대부분 민간인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의 추가 개입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했지만, 이스라엘 방어를 위한 THAAD와 이지스 체계, 드론 요격 전투기 등은 이미 지원한 상태다.네타냐후 총리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50년 간의 갈등을 종식시키려 한다”며 “필요하다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은 갈등 확대를 원치 않지만,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에는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6.17 I 김상윤 기자
"최고의 마케팅은 품질..콧대 높던 GM·아우디도 빗장 풀더라"
  • "최고의 마케팅은 품질..콧대 높던 GM·아우디도 빗장 풀더라"
  • 우리 사회에 따뜻함을 전해온 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명사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통찰과 영감을 제공하겠습니다. <편집자 주>권영직 광진그룹 회장이 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와 인터뷰하며 활짝 미소짓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대담=예종석 명예대기자(한양대 명예교수)·정리=이지현 기자] 미국 자동차기업들이 밀집한 디트로이트에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빨간 우체통 앞에 돼지 머리를 두고 절을 하는 한국인들이 있었던 것. 이런 진풍경은 당시 디트로이트 지역신문에 실리며 화제가 됐다. 10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권영직(87) 광진그룹 회장은 “미국 자동차회사 GM에 납품 입찰 서류를 내러 갔는데 우편 접수만 받았다. 우리를 꼭 선정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GM본사 앞 빨간 우체통 앞에서 큰절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이런 바람이 통했을까? 광진그룹은 1996년 GM의 자동차 부품 1차 제조사로 합류했고 품질을 인정받으며 미국 ‘빅3’ 자동차 기업과 유럽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에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 현재 국내뿐 아니라 미국, 멕시코, 브라질, 폴란드 등 11개국 20개 공장, 4개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권 회장은 성공비결로 첫째도 둘째도 ‘품질 관리’를 꼽았다. 그는 “처음부터 자산도 백도 없던 나에게 품질이 즉 마케팅이었다. 우리 공장 연구소에선 수십만 번씩 차량용 유리가 오르락내리락한다. 오작동을 사전에 발견해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며 눈빛을 반짝였다.사실 그는 이공계 출신이 아닌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다. 10년만 일하면 청계천에 가게를 내준다는 약속에 대학 재학 중 친구 아버지 회사인 협신볼트에 입사했다. 아침에는 청소, 공구관리, 공장작업지시서 발주, 오후에는 영업사원으로 변신해 거래처 수금, 저녁에는 경리를 봤다. 그렇게 10년을 일했다. 하지만 오일쇼크로 공장이 어려워지며 사장이 바뀌었고 약속도 휴짓조각이 됐다. 1973년 상업은행의 담보물건인 스케이트날을 만드는 작은 프레스공장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국제개발은행자금으로 한국에서 기차를 만들게 됐다. 대우중공업 전신인 한국기계가 맡았단 소식을 듣고 기차 부품을 납품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덤벼들었다. 무궁화호 짐받이 파이프에 스테인리스를 입힌 자재가 들어갔다. 그 부분과 기차의 중간 문을 만들려 도전했지만 처음부터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니다. 한국기계 구매담당자가 매우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매일같이 출근 시간에 찾아가 잘 봐달라고 매달렸다. 그렇게 해서 우리 기술로 기차를 만들 때 우리 제품이 들어갔다. 그 이후 지하철 1호선이 처음 생길 때도 우리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제조업을 시작했다. -현재 주력은 자동차 부품 생산이지 않나.△1970년대 초 대한민국에 자동차 산업이 막 태동했다. 1975년 현대차에서 포니가 세상에 나오던 그 순간, 현대차 경영진이 협력사를 직접 찾으러 다녔다. 한번은 우리 공장을 찾아와 스트럿 브라켓(차체 쏠림, 뒤틀림 방지 부품)이라는 차량 부품을 개발해보라고 제안했다.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던 때였지만 우리 공장장이 일주일 만에 샘플을 만들어냈고 그 자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운명이 바뀌었다.-처음부터 잘 풀렸나.△‘대한민국 최초인 고유모델’인 현대차 포니 품목 검사 합격(초도품 승인) 1호가 우리였다. 처음이라 원가계산이 잘 안 되어 현대차 직원의 조언을 받아 최소가격을 제출하면서 공급기회가 주어졌다. 이에 보답하고자 나도 물건을 살 때 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 것처럼 물건을 팔 때도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서 주면 그 사람에게도 좋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다.권영직 회장은 인터뷰 내내 ‘품질경영’을 강조했다. 돈이나 백이 아닌 품질과 기술력만이 광진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김태형 기자)-윈도우 레귤레이터 개발 과정은 어땠나.△어느 날 현대차 직원이 찾아와 윈도우 레귤레이터(창문을 여닫는 부품) 개발을 부탁했다. 다른 업체에서 공급을 받았는데 불량이 많아서 애를 먹고 있었던 거 같다. 우리 공장장에게 보여주니 어려운 물건이라면서도 일주일 만에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현대차에 주니 100% 합격 판정을 내줬다. 처음에는 발주량이 우리 회사가 30%, 타사가 70%였다. 이후 발주량이 점점 늘어나 결국 시장 점유율이 역전돼 우리가 80%까지 올라갔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현대차 내에서 ‘개발이 어렵고 까다로운 제품은 광진으로 갖다 줘라!’라는 말이 생겼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니 생긴 말이었다. 이런 믿음에 부응하면서 안산 반월공단에 입주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웠고 포니를 시작으로 소나타, 아반떼, 그랜저 등 다양한 차종에 부품을 공급하게 됐다.-해외 진출 배경이 궁금한데.△1980년대 후반에 해외진출을 결심했다. 국내에서 실력과 기술로 인정받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 완성차 부품업체(1차 벤더)의 하청이라도 받아낼 마음으로 미국 길에 올랐다. 그런데 현지 공장을 둘러보니 내가 직접 공급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하려고 하면 풀어나가야 하는 길이 다 있지 않나. 건물에 들어가면 안내실을 찾아가 길을 묻는 것처럼 해외진출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 디트로이트 한국 자동차 기술자들 모임(KPAI)을 무작정 찾아가서 GM과 포드에 납품할 방법을 알려달라 했다. 거기서 GM현직에 있는 한국사람이 ‘이렇게 하면 된다’고 길을 알려주더라. 그 방법대로 해 나가며 조금씩 터득했다. -미국에서 바로 성과가 나오진 않았는데. △포드와 GM을 두드리며 3년 넘게 좌절을 겪었다. 처음엔 전화도 받지 않고 문전박대를 당했다. GM이 글로벌화 정책을 선언하면서 기회가 왔고 샘플을 만들어 제출했다. 그런데 감감무소식이었다. 한국조차 낯설던 때에 들어본 적도 없는 부품회사와 거래한다는 것은 GM에 엄청난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한국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 무렵 GM 간부를 만나, ‘이번에 한국에서 큰 훈장을 받는다. 그러면 대통령과 식사를 하는데, 그때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을 거다. 그때 GM에 공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할 텐데, 그때 잘 되고 있다고 답을 할까? 안 되고 있다고 답을 할까?’라고 물었다. 듣고만 있던 GM간부가 갑자기 ‘미스터 권’이라고 부르더라. 그러면서 “내가 보증하겠다”고 했다. 그 순간,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싶을 만큼 기뻤다. 1997년 GM의 공식 납품 업체에 주어지는 Z-코드 넘버 AQ-64를 부여받아 3년간 연간 8만대(35억원 상당)를 납품할 수 있었다. GM 내에서 ‘불량 없는 업체’로 소문이 났고, GM의 주요 차종에 부품을 공급했다. 이후 GM, 포드, 폭스바겐,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게 됐다. 품질이 곧 마케팅이라는 신념이 현실이 됐다.-불량이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어떻게 제품에 불량이 없을 수 있나.△해외진출 성과에 회사 구성원 모두가 신바람 나게 일했다. 그러다 보니 물건이 기가 막히게 잘 나왔다. GM 내에 소문이 퍼지니 다른 모델 발주가 막 나왔다. 밀려드는 주문을 우리가 소화를 못 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GM에 납품한 물건이 불량이 나서 속을 썩인 건 한 건도 없다. 많이 팔리는 차도 잘 만들어야 하지만, 제일 좋은 차에 들어가는 것과 품질이 달라선 안 된다는 게 광진상공의 신념이다. 완성차 업체에서는 품질과 납기 등을 모두 전산화해서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노란색만 떠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철저하게 관리한다. 우린 모두 파란색이다. 품질이 경쟁력일 수밖에 없다. 은퇴할 나이에도 매주 화요일 오전 9시 국내외 공장 책임자들과 품질회의를 한다. 불량 사례를 공유하고 원인과 개선책을 논의한다. 나는 다른 건 말하지 않는다. 오직 품질관리로만 싫은 소리를 한다. 권영직 회장이 미국 진출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품질과 관련된 고속도로 일화가 있지 않나. △차를 타고 경주공장에 내려가는데 톨게이트에서 한 사람이 차에서 내려 통행료를 냈다. 자동차 유리문 고장 때문이었다. 그래서 차 번호를 적어뒀다가 경찰서에 문의해 차 주인에게 새 물건과 함께 편지를 보냈다. 윈도우 레귤레이터를 내가 만들고 있는데 미안한 마음에 연락드린다고 했다. 차주가 ‘세상에 이런 분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불량이 나면 해당 직원을 야단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게 내 일이다. 차량 윈도우가 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린 3정(정품, 정량, 정위치) 5행(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 운동을 통해 당시 불가능하다고 일컫는 불량률 100PPM을 달성했다. 품질 문제의 유형을 세부적으로 분석, 문제의 제발 가능성을 0%로 낮춘 뒤 사후 관리도 꼼꼼하게 하고 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상도 많이 받았는데.△GM에서 SOY시상식(Supplier Of the Year)이 29번 있었는데 우리가 22번 받았다. 아시아 최초 QS9000 인증을 획득했다. 1997년 광진아메리카 설립 후 2개월 후엔 GM Satum에서 선정한 품질 우수상과 우수 협력업체상을 받았다. GM이 최고 협력업체에 수여하는 GM 1996 올해의 우수 협력업체로도 선정됐다. 무역협회가 수여하는 제3회 세계화 우수기업 경진대회 우수상도 받았다. 국내가 외환위기 상황이었을 때 직원들이 더 똘똘 뭉쳐서 난국을 헤쳐나갔다. 덕분에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현재는 미국을 포함 멕시코, 브라질, 폴란드, 인도, 중국 등에 해외공장을 설립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현지 로컬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도 공장이 20곳이나 된다. 해외 인사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국내에서 함께 일하던 임직원들을 해외 법인장으로 보내 한국식 인사관리와 현지 문화를 조화롭게 접목해나가고 있다. 우리 법인장들은 어디에 보내도 잘 해내는 것이 강점이다. 멕시코공장 법인장은 스페인어를 못했지만 밤마다 공부하며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한번은 직원이 출근을 안 하면 집으로 찾아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런 일화는 많다. 덕분에 우리 회사는 현지 직원들과의 신뢰가 높다.-경영 철학은.△첫째도 둘째도 품질이다. 불량이 발생하면 원인을 찾고 개선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오직 체력과 성실함, 그리고 품질로 승부해왔다. -가족은.△1남 2녀다. 아들이 현재 총괄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해외 법인장들과도 잘 융화되고 현대차 등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딸 둘은 결혼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87세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척추협착증이 있지만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1시간 스트레칭을 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생활습관을 유지한다. 부부가 함께 건강을 챙긴다.-50여 년 경영 생활을 돌아보며, 젊은 창업가들에게 조언해준다면.△제조업 창업은 처음부터 큰 꿈을 꾸기보다 인내와 성실로 15년 이상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대장간 같은 현장에서 10년 넘게 청소부터 납품, 경리까지 모든 일을 하며 배웠다. 근면과 성실, 그리고 품질에 대한 집념이 결국 성공을 이끈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다.■권영직 △1939년생 △고려대 졸업 △1973년 광진기계 설립 △1978년 광진상공 대표이사 △현 광진그룹 회장
2025.06.11 I 이지현 기자
다시 대한민국을 상상하다 外
  • [200자 책꽂이]다시 대한민국을 상상하다 外
  • △다시 대한민국을 상상하다(최정호·김진현·김경동·오명·박성희|304쪽|21세기북스)한국 사회의 구조를 진단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담론을 제시한 석학 4인의 글을 엮은 책이다. 저자들은 한국이 전통과 현대가 복합적으로 얽힌 시간 속에서 독특한 발전 모델을 형성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저자들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발전형 관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나는 빌딩 중개로 건물주가 되었다(김명찬|352쪽|아라크네)빌딩 전문 중개인으로 일하며 100억 원대 자산을 형성한 저자가 실전 경험을 정리한 책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업무를 시작하는 방법부터 수익을 실현하는 노하우까지 초보 빌딩 중개인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단계별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부동산 투자의 원리도 함께 익힐 수 있다.△미중 화폐전쟁(조경엽|232쪽|미래의창)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및 국제 결제망 확장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혀 글로벌 통화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미-중간 경쟁이 한 세기에 걸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대 위안화의 구조를 이해해야 달라질 세계 경제의 판을 읽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지극히 사적인 일본(나리카와 아야|480쪽|틈새책방)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저자가 일본인들의 정서, 일본 사회의 내밀한 구조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퇴사 후 10년 가까이 한국의 문화를 일본에 알려온 저자가 오늘날 일본의 속사정을 한국인이 이해하기 쉬운 글로 풀어낸 책이다. 한류 열풍 이후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인식 전환도 조명했다.△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공익인권법재단 공감|252쪽|창비)국내 최초 전업 공익변호사단체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법정 투쟁기를 담은 책이다. 이주난민, 성 소수자, 여성, 빈곤, 불안정노동, 재난참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건 및 소송의 뒷이야기를 기록했다. 한국사회 인권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라디오 스타가 사라진 다음에는(김본|424쪽|문학동네)2020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저자가 쓴 중단편 작품을 엮은 소설집이다. 데뷔작인 ‘내일의 집’을 비롯해 ‘뱀이 쫓아온다’, ‘안개가 시작된다’, ‘슬픔은 자라지 않는다’ 등 7편을 실었다. 가족과 친구의 삶을 다시 한 번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애틋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5.06.11 I 김현식 기자
홈플러스 '고용 유지' 밝혔지만…폐점 불안에 현장은 ‘술렁’
  • 홈플러스 '고용 유지' 밝혔지만…폐점 불안에 현장은 ‘술렁’[르포]
  •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본사 말처럼 전환 배치가 과연 쉽겠어요? 그곳 기존 근무 직원들은 어떡하고요. 현실성이 없다고 봐요. 폐점하면 관둬야 하는 거죠. 방법이 있겠나요.”27일 오후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입구에는 고기, 과일, 채소 등의 식료품 할인 행사 ‘메가푸드 페스타’ ‘몰빵 데이’ 포스터가 오밀조밀 붙어 있었다. 화려한 포스터나 행사 문구와 달리 상품을 정리하는 직원들의 표정에는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이곳 직원 A씨는 “얼마 전 홈플러스가 이곳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폐점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계약이 끝나 홈플러스 매장에서 철수한 한 입점 매장 (사진=한전진 기자)홈플러스가 지난 3월 4일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한지 80여일이 흘렀다.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겠다는 홈플러스의 모회사 MBK파트너스의 말과 달리 회사 안팎을 둘러싼 상황은 더욱 혼란스러워진 분위기다. 특히 ‘매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홈플러스는 과도하게 책정된 임차료를 조정한다는 이유로 최근 17개 점포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대상 매장은 가양, 일산, 시흥, 잠실, 계산, 인천숭의, 인천논현, 원천, 안산고잔, 화성동탄, 천안신방, 천안 등이다. 대상 점포 중 한 곳인 이곳에서는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폐점이 진행될 경우 해당 점포 소속 직원을 인근 매장에 배치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이를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트산업노동조합 뱃지를 단 한 직원 B씨는 “과거 폐점 사례를 보면 인근이 아닌 먼 점포로 배치돼 결국 퇴사한 이들이 있었다”며 “이제 다른 업종을 알아보기엔 나이도 있고, 이 일만 20년 넘게 해온 사람들에겐 막막한 얘기”라고 털어놨다.더 큰 문제는 입점 업체들이다. 폐점이 갑자기 이뤄지면 한순간 문을 닫을 수 있어서다. 이 점포에서는 최근 입점 매장에 대해 한달 기간 단기 계약을 맺고 있다. 홈플러스와 건물주의 임차료 협상이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메가푸드 페스타’, ‘몰빵 데이’ 등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사진=한전진 기자)해당 홈플러스 점포에서 20년간 시계 등 잡화 매장을 운영해온 C씨는 “이달 30일이 연간 계약 만료일인데, 점포 측에서 갑자기 연간이 아닌 한달짜리 계약을 맺자고 했다”며 “올해 초 인테리어 비용을 크게 들여 매장을 연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점포가 폐점되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꽃집과 금은방 등 브랜드가 아닌 개인 입점 매장은 더 힘들 것”이라며 “폐점되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기한까지 해당 점포 건물주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당초 내달 12일까지였던 회생계획안 제출일은 법원의 판단으로 오는 7월 10일로 늘어났다. 협상 기간을 벌게 됐지만 홈플러스가 요청한 35~50% 임대료 인하는 임대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현실성이 없는 임대료 인하 요구를 통해 폐점 수순을 밟는 것”이라며 “고용 보장 이야기 역시 구조조정 명분 쌓기”라고 일축했다.임대료 협상에 실패한 17개 점포 외에도, 향후 문을 닫는 매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안고 있는 리스부채는 4292억원에 달하며, 연간 임차료만 해도 4000억원을 웃돈다. 고정비 부담이 과도한 상황에서 임대료를 줄이지 않으면 회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에 앞서 이미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된 점포 9곳의 폐점을 결정한 바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폐점 역시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홈플러스는 경영 정상화 조치를 계획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한 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일부 점포에 부득이하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던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홈플러스는 임대주와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만일의 경우에도 해당 점포 직원의 고용은 모두 보장하며 점포 전환 배치와 격려금 지급 등을 통해 근무 안정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05.27 I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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