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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스테이블코인의 결합, 은행권에 최대 위협"…맥킨지의 경고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자산이 아니라 은행들의 예금 기반을 잠식할 수 있는 경쟁자이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에이전트형 인공지능(AI)과 결합할 경우 은행권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가 경고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느리지만 안정적인 ‘거북이’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으며, 안정성과 규율을 유지하면서도 ‘토끼’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맥킨지는 8일(현지시간) 클라우스 달레루프, 미클로시 디에츠 선임파트너 등 5명이 공동 집필한 ‘2026년 글로벌 은행업 연례 리뷰’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은행들에 닥친 위협을 이 같이 조망하면서, 은행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갖춘 정밀 경영(Precision at Speed)’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보고서는 “전 세계 소매은행들의 수익 중 60% 가까이가 순이자마진(NIM)에서 나올 정도로, 예금은 오랫동안 은행 수익성의 핵심 원천이 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대부분의 (금융) 소비자들은 자신이 예금에서 얼마의 금리를 받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거나,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자금을 옮길 시간이나 도구, 동기가 부족한 반면 ATM, 공과금 납부, 자산관리서비스 등이 통합된 하나의 편리한 은행 계좌를 선호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에이전트형 AI(Agentic AI)가 등장하면서 은행의 이 같은 수익 원천이 큰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게 맥킨지의 시각이다. 보고서는 “AI는 실시간으로 계좌 잔액을 모니터링하고, 금융기관별 수익률을 비교한 뒤 놀고 있는 자금을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계좌로 자동 이동시킬 수 있으며, 각종 결제 시점에 맞춰 다시 당좌계좌로 자금을 옮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에이전틱 AI 덕에 지금까지 은행이 가져가던 예대마진의 상당 부분이 고객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예금뿐 아니라 다른 은행 사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AI 에이전트는 고객이 신용카드 잔액을 더 유리한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돕고, 각종 가입 혜택을 찾아내며 포인트를 최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맥킨지가 실시한 AI 채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실제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알트루이스트(Altruist)가 공개한 AI 기반 세무·자산관리 플랫폼 헤이즐(Hazel)은 고객의 세무신고서와 급여 명세서, 계좌 내역 등을 읽고 몇 분 만에 개인 맞춤형 세무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다. 향후 자산관리(WM)나 투자자문 영역 확대도 준비 중이다. 결제분야에서는 페이팔(PayPal)이 이미 AI 기반 지갑(agentic wallet)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개인 재무 비서처럼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적절한 혜택을 추천하며, 결제와 자금 이동을 관리해준다. 이렇다보니 맥킨지는 “결국 소비자금융, 대출, 결제 등 다양한 은행 서비스가 AI 기반 핀테크에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생성형 AI의 확산 속도는 최근 어떤 기술보다 빨라 미국 생산가능인구의 45%가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년이었다”면서 “반면 디지털 뱅킹이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15년이 걸렸으며, 이번에는 느린 대응 자체가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은행과 고객의 관계를 흔드는 또 다른 기술이다.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유통규모는 약 3000억달러 수준이고, 작년 실제 결제에 사용된 금액이 4000억달러 정도지만, 시장에서는 2030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4조달러(원화 약 6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맥킨지는 “스테이블코인이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성장은 어느 것보다 빠르다”며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송금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 특히 무역금융이나 해외송금(remittance),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 간 거래에서 강점을 가지는 만큼 은행 고객들이 이러한 용도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예금 구조가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고 점쳤다. 맥킨지는 “기존 법정화폐 예금은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기업들은 해외결제나 운영자금을 위해 은행에 많은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며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거의 실시간으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결제를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과 개인 모두 자금을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투자처로 쉽게 이동시킬 수 있어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의 핵심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맥킨지가 지적하는 대목은 은행들이 전통적으로 고령 고객층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해 온 반면 젊은 세대의 금융 소비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젊은 고객들은 고객 중심 서비스와 혁신, 신속한 대응, 개인화 경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비은행 사업자로 이동하는 데 훨씬 적극적”이라고 썼다. 실제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Z세대의 65%는 전자지갑(e-wallet) 서비스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30%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서 맥킨지는 AI와 스테이블코인이 결합할 때 은행에 가해지는 위협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AI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고객들의 충성도를 해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더 주목할 것은 핀테크와 네오뱅크가 이제 단순히 만족도만 높은 것이 아니라 신뢰도에서도 기존 은행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신뢰는 오랫동안 전통 은행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지만, 이제 그 우위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는 “과거 인터넷과 스마트폰 혁명이 등장했을 때 은행은 매우 느리게 움직였다”며 “음악산업은 CD에서 스트리밍으로, 유통산업은 오프라인에서 전자상거래로 급격히 이동한 반면, 은행은 핵심 고객층인 55세 이상이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린 만큼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기존 영업점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은행과 고객 모두 천천히 적응할 수 있는 ‘유예기간(grace period)’이 존재했지만, AI는 다르다는 얘기다. 이에 “이번에는 은행이 천천히 적응할 시간을 벌어줄 고객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행들이 오랫동안 신중함과 규제 준수, 안정성, 리스크 관리를 우선시하며 느리게 움직여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AI 시대에는 더 이상 그렇지 않은 만큼 은행들도 이젠 고객 전략과 세분화, 기술 및 AI 실행, 자본 배분, 인수합병(M&A)과 사업 확장 등 모든 영역에서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큰화 예금과 스테이블코인 비교 (자료=맥킨지)한편 맥킨지는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대응카드로 내놓은 토큰화 예금(Tokenized Deposit)이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고객이 1000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면 평균 15% 정도만 은행 시스템에 남게 돼 은행 예금 감소와 은행 대차대조표 축소로 대출 재원이 줄게 될 것”이라며 “반면 토큰화 예금은 스테이블코인처럼 블록체인과 실시간 결제, 프로그래머블 기능 등을 가지면서도 예금 자체는 온전히 은행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썼다.그러면서 맥킨지는 “올 한 해는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은행 토콘화 예금이 글로벌 자금 이동시장에서 어떤 모델이 우위를 차지할지 시험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이정훈의 크립토네이션] 스트래티지를 위한 변명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 미국 상장사 스트래티지(Strategy)의 32개 비트코인 매도가 한 주 내내 가상자산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혹자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하고, 혹자는 ‘배신’을 입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84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보유분 중 고작 0.004%에 불과한 32개를 내다 판 것치곤 너무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흥미로운 건, 스트래티지가 아무도 예상 못하는 시점에 불쑥 비트코인을 내다 판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가가면 이미 작년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회사 측은 “보유 중인 비트코인 시장가치가 크게 하락하면 재무적 의무 이행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 재무제표 상 자산 대부분이 비트코인이라 외부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재무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시장이 워낙 좋은 흐름을 유지하던 때라 다들 이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렸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쯤 후 비트코인이 역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긴 침체기에 들어서자 스트래티지는 자신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달 초 시장에 직접적인 경고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올 1분기에만 125억4000만달러(원화 약 18조44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한 스트래티지는 지난달 6일 회사가 오랫동안 지켜 온 ‘보유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는다’ 전략이 바뀌었음을 재차 천명했습니다. 이날 퐁 르 스트래티지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주당 비트코인 가치에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는 비트코인을 팔아 미국 달러를 확보하거나 비트코인을 팔아 부채(채무)를 매입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전제는 있었습니다. 그는 “회사에 유리할 때 비트코인을 매도할 것”이라며 “그저 ‘비트코인은 절대 팔지 않는다’고 말하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곤 “그것(=유리할 때 비트코인을 매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가장 큰 가치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습니다.이처럼 몇 차례 시장에 이미 예고했던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실제 처분이 시장에 큰 충격을 만든 건, 그만큼 비트코인시장 내 매수 기반이 무너져 있다는 방증과 같습니다. 또 다른 매수축이었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자금을 빼가는 상황에서 유일한 버팀목이라 믿었던 스트래티지의 매도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랐던’ 시장의 왜곡된 기대심리를 저버린 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32개 매각은 자신들이 공언했던 ‘회사에 유리할 때 팔겠다’는 원칙에는 부합하는 걸까요? 회사 측이 말하는 32개 비트코인 매각 이유는 회사가 비트코인 매입을 위해 발행했던 영구우선주인 ‘스트래치(STRC)’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배당 재원 마련이었습니다. 스트래티지 영구우선주인 STRC(스트래치) 주가 추이스트래티지는 올 3월 말 기준으로 9억달러 정도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현금은 주로 STRC 투자자에 대한 11.5%에 이르는 배당금 지급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이 현금으로는 약 6개월 동안 STRC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은 순현금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금을 지급하려 가진 현금을 쓰게 되면 재무적으로 한계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시장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6개월치 남은 현금을 소진하기보단 비트코인 일부를 팔아서라도 배당을 지급하는 게 ‘회사에 더 유리하다’ 판단한 겁니다.애초 STRC는 액면가인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최근 STRC 가격은 약 95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스트래티지는 STRC 주가가 액면가 아래로 내려가면 배당률을 0.5%포인트 높여 약해진 투자 수요를 늘려 주가가 100달러에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회사 측은 곧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STRC 배당률을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배당금 지급 재원을 더 아껴야 하는 유인이 생긴 것이죠. 아울러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매입 재원도 마구잡이로 조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름 전략을 갖고 움직여 왔습니다. 애초 보통주 증자로 비트코인 매입 재원을 조달했다가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이 커지자, 이를 멈추고 전환사채(CB)를 발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향후 보통주 전환에 따른 물량 부담이 있는데다 주가 하락으로 전환 메리트가 떨어지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영구우선주인 스트래치는 이런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었습니다.현재 스트래티지의 총 부채는 약 67억5000만달러인데, 그 대부분이 CB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순레버리지 비율(Net Leverage Ratio)은 약 11% 수준입니다. 이는 조정 EBITDA 대비 순부채를 나눈 값인데, 기업의 채무 부담을 이자 감당 능력 관점에서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하구요.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까지 떨어져도 회사 자산가치가 여전히 부채규모를 크게 웃돌 수 있는 수준입니다.더구나 회사는 기존에 발행한 CB도 계속 줄이는 중입니다. 실제 스트래티지는 지난달 중순 일부 사채권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오는 2029년 만기 도래하는 쿠폰금리 0%인 선순위 CB 가운데 15억달러(원화 약 2조2500억원) 어치를 조기에 되사기로 합의했습니다. 현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현저히 낮아 주식 전환이 유리하지 않은 만큼 CB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에 응할 것으로 보고 이 참에 잠재적인 주식가치 희석 우려를 낮춘 것입니다.결국 앞으로도 스트래티지는 STRC 배당금 지급이나 과거 발행했던 CB 조기 상환을 위해서라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더 내다 팔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그러겠다고 주주나 시장에 공개 선언을 한 겁니다. 그게 시장에 충격을 줄진 몰라도, 회사나 주주들에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 비트코인을 팔아서라도 더 많은 STRC를 지속적으로 찍어야 향후 더 많은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이런 관점에서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나온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이사회 의장의 발언은 새겨들을 만합니다. 그는 “부동산 개발회사는 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는 비트코인 개발회사와 같다”고 했습니다. 세일러는 “에이커당 1만달러에 토지를 샀다가 이를 10만달러에 팔아 그 차익으로 더 많은 토지를 사거나, 나중에 더 많은 토지를 사려고 빌린 부채의 이자를 갚기 위해 10만달러에 팔았다고 해보자”며 “누구도 그것이 부동산 가격에 나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고, 그 사업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일러 의장과 스트래티지는 아무런 땅이나 사서 언젠간 땅값이 오르기만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부동산 개발업자처럼 개발하기 좋은 땅을 찾고, 그 땅 위에 건물이나 주택을 지어 분양 이익을 얻습니다. 개발하려 땅을 샀는데 미리 땅값이 올라가면 다른 개발업자에게 땅을 팔아 차익을 얻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채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본력을 극대화하거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땐 개발을 자제하고 빌린 채무를 갚기도 합니다. 마침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매도 가능성을 예고한 컨퍼런스콜 다음날, 국내 대표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인 비트플래닛의 이성훈 대표이사를 인터뷰했었습니다. 비트플래닛은 스트래티지와 달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비트코인 채굴을 주사업으로 해 여기서 발생한 영업현금흐름으로 서서히 비트코인을 축적해가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세상에 스트레티지는 당연히 하나밖에 없으며, 스트래티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회사는 못한다”며 “미국이든 다른 나라든, 스트래티지의 전략을 카피해 똑같이 실행하는 것도 유효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의 얘기처럼, 지금 스트래티지는 바로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캐시카우를 만드는 본업에 기대지 않고, 증시 내에서의 자본조달 전략으로 비트코인을 쌓아 주주들에게 수익을 공유하는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실험일뿐, 그 자체로 무모하거나 전략 없다고 결론 내릴 순 없습니다. 오히려 일개 상장사 하나에 비트코인시장 전체의 버팀목 역할을 기대하는 시장이 무모한 것이죠. 이런 비정한 시장을 의식해선지, 세일러 의장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X(옛 트위터)계정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현재 시장은 1)비트코인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화폐 혁신이라고 믿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 2)비트코인을 글로벌 경제에 편입돼야 할 디지털자본으로 보는 비트코인 캐피털리스트, 3)비트코인 프로토콜이 지속 확장되기 위해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 비트코인 기술주의자, 4)비트코인 원래 철학과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비트코인 근본주의자 등 4가지 부류로 나뉜다”며 “비트코인은 하나의 투자자 집단에 의해 성장하는 게 아니라, 이 모든 집단이 균형있게 함께 움직일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스트래티지 같은 자금조달 구조를 가지지 못한채 그 전략을 따라가는 트레저리 ‘카피캣’들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적어도 스트래티지가 실행하는 비트코인 트레저리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한국 등에서의 주요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고 관련 회계 기준도 명확해져 많은 일반 기업들도 재무제표에 조금씩이라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편입할 수 있는, 보편적 가상자산 투자 시대가 온다면 이런 비트코인 트레저리의 성공 가능성은 지금보다 분명 높아질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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