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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의 칼럼]혈전 적지만 출혈위험 높은 한국인
- [정영훈 중앙대광명병원 혈전· 바이오마커센터장]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심혈관 질환에 걸리는 사람과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또한 암에 걸리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암과 관련된 혈전(피떡) 발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도 전 세계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질환들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사망 원인은 몸속에 큰 혈전이 생기는 것이며, 이는 심장이나 뇌 같은 주요 장기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필자는 2012년에 세계 최초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한국인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이 개념을 설명하고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혈액이 덜 끈적하고 염증 반응도 적어서 혈전(피떡)이 생길 위험은 낮지만, 대신 출혈 위험은 더 높기 때문에, 항혈전제를 쓸 때는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도 이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며, 실제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2020년 이후 전 세계를 위협했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나라와 인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차이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낮았다. 물론 정부의 방역 조치와 국민들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19 감염이 몸속에 혈전을 쉽게 생기게 하는 특성이 있음에도, 한국인은 그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다.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에 있는 수용체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오고,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주로 호흡기 질환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폐뿐 아니라 몸속 여러 장기에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전신 염증을 심하게 만들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 불리는 상태를 유발할 수 있으며, 동시에 혈전을 잘 만들게 하는 성향도 높아져 심근경색, 뇌졸중, 정맥혈전증 등의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그림 참조). 하지만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혈전이 잘 생기지 않는 체질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혈전 발생도 적은 편이다. 실제로 한국인에게서 코로나19 이후 혈전 질환이 드물게 발생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죽상경화증이나 암에 동반된 혈전증도 다른 인종보다 적다는 보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요즘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여러 가지 건강 위험요인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는 ‘혈전 예방’이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혈전이 잘 생기게 하는 요인들-예를 들면 매연, 흡연, 감염병 등-은 최대한 피해야 하며,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분 섭취도 신경 써야 한다. 또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도 혈전을 잘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8만7,824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사용한 경우 사망률이 28%나 줄어들었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한국인에게 아스피린을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특히 위장관 출혈 같은 심각한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야 한다. 결국, 사람마다 다른 ‘혈전이 잘 생기는 성향’을 정확히 평가하고, 출혈 위험을 높이지 않는 적절한 항혈전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약물은 개인별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하여 올바른 약을 선택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 들리시오? 화합 부르짖는 먹먹한 함성 [국현열화]<2>
- 이응노의 ‘군상’(1986). 추상적인 묵화를 제작하던 후기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한 점이다.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하고 프랑스로 돌아간 이후 1970년대에는 문자추상을, 1980년대에는 인물추상인 ‘군상’ 연작을 만들어냈다. 다른 동작의 인간 형상을 대형화면에 군집시킨 작품은 역동적인 운동감이 압도적이다. 5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하는 ‘MMCA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 걸린다. 종이에 먹, 211×27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문득 사는 일을 돌아보니 그랬습니다. 지켜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오롯이 세월을 지키는 일 말입니다. 한국미술이 먼저 떠오릅니다. 척박한 세상살이에 미술이 무슨 대수냐고, 그림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데일리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그 쉽지 않았던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을 더듬습니다. 이건희컬렉션을 입고 더욱 깊어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통해섭니다. 오는 5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천에서 ‘MMCA 상설전’이란 타이틀 아래 미련없이 펼쳐낼 300여 점, 그 가운데 30여 점을 골랐습니다. 주역을 찾진 않았습니다. 묵묵히 자리를, 오롯이 세월을 지켜온 작품을 우선 들여다봤습니다. ‘열화’입니다. ‘뜨거운 그림’이란 의미고, ‘식을 수 없는 그림’이란 의지입니다. 전시에 한발 앞서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196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중앙정보부가 대규모 공안사건을 발표한 것이다. 독일·프랑스로 건너간 유학생·학자·예술가·교민 등이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내용. 바로 ‘동백림사건’이다. 194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잡혀들어왔고 그중에는 화가 이응노(1904∼1989)가 있었다. 1958년부터 프랑스에 살고 있던 이응노는 동베를린에 가면 한국전쟁 때 잃어버린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는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 있을 때지만, 동독 방문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던 터다. 이응노는 아들을 본다는 희망을 안고 동베를린으로 갔으나 결국 헛걸음만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 짧은 방문이 이응노를 ‘동백림사건’에 휘말리게 했다. 대남 적화공작을 벌였다는 간첩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1967년 6월 21일, 이응노는 김포공항을 통해 대한민국에 소환됐고,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이 소식에 세계에 흩어져 있던 예술인들이 움직였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미국의 화가들과 국제미술평론가협회, 컬렉터 단체, 미술관, 가톨릭교회 등이 탄원서와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무기징역이었지만,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이응노는 2년 6개월여 만에 형집행정지 및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1969년 프랑스로 돌아갔다. 하지만 타계할 때까지 다신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전쟁 후 폐허 재건 일꾼, 하루벌이 노동자…‘약자’ 향한 관심이 사건을 계기로 이응노가 억압된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념 갈등에 의한 분열이 한 나라와 가족, 개인에게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유·평화·화합을 부르짖는 군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던 중 1980년 고국에서 날아온 5·18민주화운동 소식을 들었을 때 이응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 길로 붓을 들고 삶의 마지막 작품 시리즈를 시작했다. ‘군상’이었다. 그 연작 중 한 점인 ‘군상’(1986)은 가로 270㎝, 세로 211㎝에 달하는 대작이다. 여든 둘의 노화가는 이 거대한 화면을 오직 먹만 사용해 사람의 형상으로 채웠다. 이만큼 큰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라니. 도대체 몇 명이나 될지 어림조차 되지 않는다. 인물 하나하나는 고도로 단순화된 모양이다. ‘나도 그릴 수 있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인간 형상으로 3m에 육박하는 빈 공간을 압도할 수 있겠는가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게다가 그 많은 사람 모두가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손을 들고 춤을 추며, 이쪽저쪽으로 뛰어오른다. 인물의 밀집도도 다르다. 화면의 중심부에서 정점을 이루고, 군데군데에서 이합집산을 반복한다. 먹의 농담 역시 변주를 보인다. 화면의 중심이 가장 진하고, 주변으로 갈수록 연해진다. 리듬감 있는 이 요소들 덕분에 화면에 역동감이 생기고, 소리의 울림이 만들어진다. 종국에 그림 속에서 울리는 발 구르는 소리, 손뼉소리, 함성소리는 화면을 넘어 관람자의 귀에 닿는다. 단순한 형상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조형적인 요소들을 노련하게 운용한 결과다. ‘군상’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이응노 자신은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지만, 유럽 사람들은 ‘군상’ 시리즈를 반핵운동, 다시 말해 평화를 향한 외침으로 해석했다. 화가는 이 역시 긍정했다. 그림 자체가 인물이나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덕분에 유연하게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거다. 자유·평화·화합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군중의 모습이라면, 어떻게 읽어도 틀리지 않다.‘군상’ 시리즈는 1980년을 기점으로 시작했지만, 이응노의 작품 여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인간에 대한 그의 관심은 훨씬 이전부터 자리했음을 볼 수 있다. 1946년에는 3·1운동을 하는 군중을, 한국전쟁 때는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 무리를 그린 바 있다. 전쟁 후에는 폐허를 재건하는 일꾼들, 하루의 벌이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 거리의 악사와 꽃장수, 술 한잔에 시름을 달래는 서민들을 수차례 그렸다. 아무 특별할 것 없는, 곤궁한 현실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권력 있는 사람보다 약한 사람, 모여 살아가는 사람, 일하는 사람에 마음이 간다”는 이응노가 선택한 그림의 주인공들이 그랬다. 아마 그가 동시대를 살았다면 이른 새벽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출근하는 직장인들, 아침부터 밤까지 가게를 지키는 소상공인들, 트럭 가득 물건을 싣고 바삐 나르는 택배기사들을 그리지 않았을까. ◇인간 형상 군더더기 제거…‘집단의 역동적 기운’에 집중1950년대에 이응노가 그린 인물들은 구체적인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단순해진다.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그들 안에 감도는 생동하는 기운에 집중한 결과다. 이렇게 눈앞의 현실을 그리되, 추상화해 표현하는 방식은 이응노가 그전까지 학습했던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종합해 만든 그만의 결실이었다. 이응노의 ‘동’(動·1955).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사실적인 특성에서 벗어나 형태를 단순화시키던 시기의 작품이다.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시풍경 속에서 ‘노동하는 서민’을 반추상으로 건져내며 사회상을 반영한 동시에 동양화의 현대화를 모색했다. 5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하는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Ⅰ’에 걸린다. 한지에 먹, 28.5×31㎝. 국립현대미술관 소장.1904년 충남 홍성군에서 태어난 이응노는 1922년 서울로 올라와 해강 김규진(1868∼1933)에게 정통 문인화를 배웠다.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대나무를 그리며 먹의 농담을 조절하는 방법과 대상을 빌려 정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익혔다. 1935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직접 눈으로 관찰한 세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방법을 새롭게 학습했다. 일본의 패망이 확실해지던 1945년에 귀국한 그는 마침내 이 둘을 결합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동’(動·1955)처럼 지금 이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며 그들의 기운이 화면 가득 느껴지게 한 작품이었다. 현대적 추상으로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현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당시 화단의 딜레마를 이응노는 이렇게 풀었다. 1950년대에 이룬 이러한 회화적 성취는 점점 더 추상으로 나아갔던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쳐 마침내 1980년대 ‘군상’에서 다시 발현했다. 이응노는 이미 30년 전에 그러했듯 사람들 하나하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채 그들이 집단으로 만들어내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작품의 목적이 사람들의 생김생김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힘을 표현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인물 하나하나의 다름 대신 하나의 화면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춘 덕분에, 작품이 가진 메시지도 또렷해진다. 자유와 평화라는 가치를 위해서만큼은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조금씩 양보하고 함께 화합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그림은 벽에 걸어두는 장식품이 아니”라고, “그림은 핏기 용솟음치는 발언”이라고 한 이응노가 생의 마지막에 전한 메시지였다.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빈번히 일어나는 요즘, 그들이 외치는 함성이 이응노의 ‘군상’에 자주 겹쳐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소리를 높이고 있나. 우리의 함성은 얼마나 화합하고 있는가. 재판정에서 우리 모두는 같은 민족이 아니냐며 꺼이꺼이 울던 이응노의 ‘군상’이 오늘 우리에게 묻는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 1983년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려 했다는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일찌감치 작가의 길은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이후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 가을·겨울’(2025 출간 예정), ‘꽃피는 미술관: 봄·여름’(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 尹 탄핵선고 앞 출판가 “대통령의 자격, 다시 묻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제시하는 리더십 관련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대통령의 자격을 묻는 책부터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자질과 덕목, 또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관련서들이 서점가에 등장했다. 87년 체제의 헌법하에서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2017년에 이어 또 한 번 현직 대통령이 탄핵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은 어떤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까. 가장 눈에 띄는 도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작가 한윤형이 공동 집필한 ‘대통령의 자격’(MG채널)이 14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출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역대 대통령들을 예리하게 논평했다면, 3번의 대선을 치른 이번 책에선 국정 14년의 공과를 진단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책은 대통령의 자질과 지도자의 역할을 분석하며, 최근의 정치적 변화와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 역량을 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동서양의 역사와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 정치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을 분석하며, 정치적 양극화와 민주주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대표적 보수 원로이자 보수 정권의 청와대와 정부, 정당에서 20여년 공직생활을 한 윤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위기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윤 대통령의 스테이트크래프트(통치역량)는 대한민국 수립 이래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굳이 비교하자면 동양 전근대사를 거슬러 올라가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이라는 ‘혼군(昏君)’이자 ‘암군(暗君)’으로 불렸던 이들과 비교해야 할 지경이 됐다”고 비판했다. 책 서문에서는 지난 14년 동안 우리나라가 ‘중진국의 덫’에서 벗어나 선진국에 진입한 것은 고무적이나 정치·사회적으로 그전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근 ‘대통령의 무자격’을 모두가 목도했고, 책임져야 할 위치에 올라간 사람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참담하게 관람했다”며 “‘대통령의 무자격’을 절실하게 느낀 이 순간이 오히려 ‘대통령의 자격’을 다시 물어야 하는 시점일 수 있다”고 썼다.‘최악의 대통령’(페이퍼로드)은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통해 미국 정치사를 살펴본 책이다. 저자는 ‘대통령으로 활동하며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손해를 끼쳤는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인을 이끌었는가’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최악의 대통령들을 선정했다. 대상은 제1대 조지 워싱턴부터 제43대 조지 H.W 부시 대통령까지다.그에 따르면 지미 카터는 도덕적 독선에 빠진 채 미래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고, 윌리엄 태프트는 진보의 시대에 보수주의를 고집한 시대착오적인 사람이었으며, 캘빈 쿨리지는 모든 사안에 무능과 침묵으로 대응해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업무조차 수행하지 않았다. 제임스 뷰캐넌은 편협한 사고와 이기적인 행동으로 남북 전쟁을 촉발했다.자신감 결여, 불량한 성격, 타협과는 거리가 먼 형편없는 정치력과 무능, 부정직하고 불성실한 태도, 의사소통의 거부, 비전의 부재, 나쁜 도덕성과 인격 등이 바로 최악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자들의 공통점이다. 그중에서도 인격과 도덕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금연 작심삼일 이유 있네, 니코틴 대사 관련 유전자 변이가 관건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하지만 성공하기 어려운 금연, 그 이유가 단순한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유전자에 숨어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재민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테라젠헬스 홍경원 본부장 공동연구팀은 한국인 남성 4364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연구팀은 질병관리청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대상자를 비흡연자 1326명, 과거 흡연자 1684명, 현재 흡연자 1354명으로 분류했다. 이어 니코틴 대사 관련 12개 유전자에서 총 1644개 단일염기다형성을 분석해 유전자 변이와 금연 성공률 간 연관성을 세밀하게 살폈다. 그 결과, 6개 단일염기다형성(rs2431412, rs45625338, rs41297431, rs118063322, rs144769946, rs2715904)이 금연 성공 여부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6개 단일염기다형성을 기반으로 유전적 위험점수를 산출한 추가 분석에서는 점수가 높을수록 흡연자로 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 유전적 요인이 금연 성공 여부에 있어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유전적 위험점수를 활용하면 금연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 개인별 맞춤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니코틴 대사가 빠른 유전형을 가진 사람은 금단 증상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강화하거나 추가 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연구팀은 또 현재 흡연자의 1주일당 평균 알코올 섭취량(219.8g)이 과거 흡연자(167.6g)나 비흡연자(116.9g)보다 훨씬 많고, 규칙적 운동을 하는 비율은 현재 흡연자(46.2%)가 과거 흡연자(62.2%)와 비흡연자(61.7%)보다 낮은 점을 확인했다. 이는 금연에 생활 습관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흡연은 심혈관질환과 암을 비롯해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2023년 기준 한국 남성 흡연율은 32.4%로 높은 수준이며, 2011년~2015년에는 한국 남성 사망원인 중 19.5%가 흡연과 직접 관련 있다는 통계도 발표된 바 있다.박재민 교수는 “니코틴 대사 속도는 금연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유전적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이번 연구는 기존 서양인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한국인 맞춤형 금연 전략 수립 필요성과 기초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는 “한국인 특성을 반영한 유전체 연구 및 다양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해 국가적 차원의 의료비 절감과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 Lifestyle Genomics(생활습관 유전체학)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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