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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 적지만 출혈위험 높은 한국인
  • [전문의 칼럼]혈전 적지만 출혈위험 높은 한국인
  • [정영훈 중앙대광명병원 혈전· 바이오마커센터장]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심혈관 질환에 걸리는 사람과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또한 암에 걸리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암과 관련된 혈전(피떡) 발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도 전 세계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질환들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사망 원인은 몸속에 큰 혈전이 생기는 것이며, 이는 심장이나 뇌 같은 주요 장기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필자는 2012년에 세계 최초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한국인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이 개념을 설명하고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혈액이 덜 끈적하고 염증 반응도 적어서 혈전(피떡)이 생길 위험은 낮지만, 대신 출혈 위험은 더 높기 때문에, 항혈전제를 쓸 때는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도 이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며, 실제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2020년 이후 전 세계를 위협했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나라와 인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차이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낮았다. 물론 정부의 방역 조치와 국민들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19 감염이 몸속에 혈전을 쉽게 생기게 하는 특성이 있음에도, 한국인은 그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다.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에 있는 수용체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오고,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주로 호흡기 질환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폐뿐 아니라 몸속 여러 장기에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전신 염증을 심하게 만들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 불리는 상태를 유발할 수 있으며, 동시에 혈전을 잘 만들게 하는 성향도 높아져 심근경색, 뇌졸중, 정맥혈전증 등의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그림 참조). 하지만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혈전이 잘 생기지 않는 체질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혈전 발생도 적은 편이다. 실제로 한국인에게서 코로나19 이후 혈전 질환이 드물게 발생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죽상경화증이나 암에 동반된 혈전증도 다른 인종보다 적다는 보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요즘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여러 가지 건강 위험요인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는 ‘혈전 예방’이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혈전이 잘 생기게 하는 요인들-예를 들면 매연, 흡연, 감염병 등-은 최대한 피해야 하며,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분 섭취도 신경 써야 한다. 또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도 혈전을 잘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8만7,824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사용한 경우 사망률이 28%나 줄어들었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한국인에게 아스피린을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특히 위장관 출혈 같은 심각한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야 한다. 결국, 사람마다 다른 ‘혈전이 잘 생기는 성향’을 정확히 평가하고, 출혈 위험을 높이지 않는 적절한 항혈전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약물은 개인별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하여 올바른 약을 선택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2025.03.26 I 이순용 기자
조선 왕 집무실 창덕궁 희정당, 내달 2~5일 야간 특별 개방
  • 조선 왕 집무실 창덕궁 희정당, 내달 2~5일 야간 특별 개방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는 오는 4월 2일부터 5일까지 창덕궁 희정당 야간 특별관람 프로그램 ‘오얏꽃등 밝힌 창덕궁의 밤’을 운영한다.2024년 ‘오얏꽃등 밝힌 창덕궁의 밤’ 현장.(사진=국가유산청)‘오얏꽃등 밝힌 창덕궁의 밤’은 창덕궁 희정당 내부에서 해설과 함께 서양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희정당은 대조전과 함께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생활하던 내전 영역이다. ‘밝은 정사를 펼치다’라는 뜻을 지닌 전각이다. 조선 후기에는 선정전을 대신해 왕의 집무실로 사용됐다.1917년 화재로 소실된 뒤 1920년 재건됐다. 이 과정에서 전통건축 방식과 근대적 요소를 함께 반영해 조선 후기와 근대 왕실의 생활환경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산이다.그동안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내부 관람을 제한했지만 2019년부터 천장, 마루, 창호, 벽지, 카펫, 전등 등 내부공간을 정비해 일부 권역을 공개한 바 있다.이번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희정당의 중앙 접견실과 귀빈실, 복도 등을 관람하며 샹들리에를 비롯해 근대기의 다양한 조명이 어우러진 창덕궁의 밤을 감상할 수 있다.금강산을 주제로 한 부벽화가 있는 희정당 중앙홀에서는 분단된 조국의 아픔과 금강산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가곡 ‘그리운 금강산’,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나라’, 그리고 완연한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를 감상할 수 있다.이번 프로그램은 만 13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오는 26일 오후 2시부터 인터파크티켓에서 선착순으로 예매할 수 있다. 회차당 입장 인원은 문화유산 보호와 쾌적한 관람을 위해 25명으로 제한된다. 관람료는 1인당 1만 5000원이다.보다 자세한 사항은 창덕궁관리소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는 “앞으로도 궁궐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민들이 국가유산을 더욱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2025.03.24 I 장병호 기자
해양수산부 주간계획(3월 24~31일)
  • 해양수산부 주간계획(3월 24~31일)
  •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19일 킴스클럽 NC대전유성점에서 ‘수산인의 날’ 수산대전 행사를 살피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다음은 내주 (3월 24~31일) 해양수산부 주요 일정이다. ◇ 주요일정 △25일 (화) 10:00 국무회의 (장관, 서울) 13:30 국제여객터미널 운영점검 (차관, 평택)14:00 항만배후단지 착공식 (차관, 평택) △26일 (수) 14:05 수산물 소비동향 점검 (장관, 서울) △27일 (목) 09:20 다중이용시설 안전관리 점검 (장관, 인천) 09:30 차관회의 (차관, 서울) 11:10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점검 (장관, 인천)13:10 여객터미널·여객선 안전점검 (장관, 인천) 14:05 해양재난 구조대 발대식 (장관, 인천) ◇ 보도자료 △23일 (일) 11:00 해양환경측정망 자료 활용 논문 공모전 시행11:00 경북 상주시에 내륙지역 청소년을 위한 해양교육원 문 연다△24일 (월) 11:00 제30회 바다의 날 기념 대국민 릴레이 콘텐츠 공모전 11:00 평택·당진항 항만배후단지(2-3단계)개발사업 착공식 개최 11:00 2024년 해양사고 통계 공표 11:00 해수부 ‘어촌계 구석구석’ 현장설명회 개최 △25일 (화) 10:00 패스트트랙 빠른 입법으로 민생과 경제에 신속한 온기 전달 11:00 항만 및 연안정비 건설현장 간담회 개최 11:00 2025년 어복버스 사업 추진을 위한 관계기관 협약식11:00 2025년 수산인의 날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개최 11:00 2025년 제1회 해양수산발전위원회 심의 결과 11:00 갯벌생태마을 지정 공모 △26일 (수) 11:00 강원·경북·울산 수산 기후변화 포럼 개최 △27일 (목) 11:00 양식재해보험 신규품목 출시 11:00 2025년 싱가포르 해사주간 참석 △30일 (일) 11:00 대서양화 현상 서북극해 확장 최초 확인
2025.03.22 I 권효중 기자
내달 덕수궁 내부 특별개방…27일부터 선착순 관람 예약
  • 내달 덕수궁 내부 특별개방…27일부터 선착순 관람 예약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덕수궁 전각 내부 특별관람을 오는 4월 4일부터 19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하루 2회(오전 10시, 오후 3시 30분)씩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2024년 덕수궁 전각 내부 특별해설 현장. (사진=국가유산청)덕수궁은 고종이 대한제국(1897~1910년)을 선포하고 황제 자리에 오른 뒤 황궁으로 사용한 곳이다. 전통 건축물과 서양식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이번 덕수궁 전각 내부 특별관람은 덕수궁 내 3개의 주요 전통 건축물 내부를 전문 해설사의 깊이 있는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보물), 덕수궁 내 유일한 2층 목조 건물인 석어당, 고종이 승하하신 함녕전(보물)을 중심으로 진행한다.대한제국 선포 이후 후 지어진 중화전은 황제를 상징하는 용 문양이 새겨진 보개천장(궁궐이나 불전 천장의 가운데를 높게 해 보개처럼 만든 천장)과 황금색 창호를 통해 황제국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1593년 선조가 임시로 머물렀던 유서 깊은 건물인 석어당은 궁궐에서 보기 드문 2층 목조 건물이다. 참여자들은 석어당 2층에 올라 4월 아름다운 덕수궁의 봄을 흠뻑 느낄 수 있다.1897년 고종의 환궁과 함께 지어진 황제의 침전인 함녕전 내부 모습도 관람할 수 있다.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유산의 보호와 쾌적한 관람환경 조성을 위해 중학생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다. 사전 예약제(회차당 15명)로 운영한다. 27일 오후 2시부터 덕수궁관리소 홈페이지에서 1인당 2명까지 선착순으로 예약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1시간 10분 가량 소요된다.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이번 특별관람이 참가자들에게 덕수궁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궁궐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참가비는 무료(덕수궁 관람료 별도)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덕수궁관리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2025.03.21 I 장병호 기자
들리시오? 화합 부르짖는 먹먹한 함성 <2>
  • 들리시오? 화합 부르짖는 먹먹한 함성 [국현열화]<2>
  • 이응노의 ‘군상’(1986). 추상적인 묵화를 제작하던 후기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한 점이다.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하고 프랑스로 돌아간 이후 1970년대에는 문자추상을, 1980년대에는 인물추상인 ‘군상’ 연작을 만들어냈다. 다른 동작의 인간 형상을 대형화면에 군집시킨 작품은 역동적인 운동감이 압도적이다. 5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하는 ‘MMCA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에 걸린다. 종이에 먹, 211×27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문득 사는 일을 돌아보니 그랬습니다. 지켜내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오롯이 세월을 지키는 일 말입니다. 한국미술이 먼저 떠오릅니다. 척박한 세상살이에 미술이 무슨 대수냐고, 그림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데일리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그 쉽지 않았던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을 더듬습니다. 이건희컬렉션을 입고 더욱 깊어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통해섭니다. 오는 5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천에서 ‘MMCA 상설전’이란 타이틀 아래 미련없이 펼쳐낼 300여 점, 그 가운데 30여 점을 골랐습니다. 주역을 찾진 않았습니다. 묵묵히 자리를, 오롯이 세월을 지켜온 작품을 우선 들여다봤습니다. ‘열화’입니다. ‘뜨거운 그림’이란 의미고, ‘식을 수 없는 그림’이란 의지입니다. 전시에 한발 앞서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주> [정하윤 미술평론가] 196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중앙정보부가 대규모 공안사건을 발표한 것이다. 독일·프랑스로 건너간 유학생·학자·예술가·교민 등이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내용. 바로 ‘동백림사건’이다. 194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잡혀들어왔고 그중에는 화가 이응노(1904∼1989)가 있었다. 1958년부터 프랑스에 살고 있던 이응노는 동베를린에 가면 한국전쟁 때 잃어버린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는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 있을 때지만, 동독 방문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던 터다. 이응노는 아들을 본다는 희망을 안고 동베를린으로 갔으나 결국 헛걸음만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 짧은 방문이 이응노를 ‘동백림사건’에 휘말리게 했다. 대남 적화공작을 벌였다는 간첩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1967년 6월 21일, 이응노는 김포공항을 통해 대한민국에 소환됐고,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이 소식에 세계에 흩어져 있던 예술인들이 움직였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미국의 화가들과 국제미술평론가협회, 컬렉터 단체, 미술관, 가톨릭교회 등이 탄원서와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무기징역이었지만,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이응노는 2년 6개월여 만에 형집행정지 및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1969년 프랑스로 돌아갔다. 하지만 타계할 때까지 다신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전쟁 후 폐허 재건 일꾼, 하루벌이 노동자…‘약자’ 향한 관심이 사건을 계기로 이응노가 억압된 자유에 대해 깊이 생각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념 갈등에 의한 분열이 한 나라와 가족, 개인에게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유·평화·화합을 부르짖는 군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던 중 1980년 고국에서 날아온 5·18민주화운동 소식을 들었을 때 이응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 길로 붓을 들고 삶의 마지막 작품 시리즈를 시작했다. ‘군상’이었다. 그 연작 중 한 점인 ‘군상’(1986)은 가로 270㎝, 세로 211㎝에 달하는 대작이다. 여든 둘의 노화가는 이 거대한 화면을 오직 먹만 사용해 사람의 형상으로 채웠다. 이만큼 큰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라니. 도대체 몇 명이나 될지 어림조차 되지 않는다. 인물 하나하나는 고도로 단순화된 모양이다. ‘나도 그릴 수 있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인간 형상으로 3m에 육박하는 빈 공간을 압도할 수 있겠는가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게다가 그 많은 사람 모두가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손을 들고 춤을 추며, 이쪽저쪽으로 뛰어오른다. 인물의 밀집도도 다르다. 화면의 중심부에서 정점을 이루고, 군데군데에서 이합집산을 반복한다. 먹의 농담 역시 변주를 보인다. 화면의 중심이 가장 진하고, 주변으로 갈수록 연해진다. 리듬감 있는 이 요소들 덕분에 화면에 역동감이 생기고, 소리의 울림이 만들어진다. 종국에 그림 속에서 울리는 발 구르는 소리, 손뼉소리, 함성소리는 화면을 넘어 관람자의 귀에 닿는다. 단순한 형상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조형적인 요소들을 노련하게 운용한 결과다. ‘군상’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다. 이응노 자신은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지만, 유럽 사람들은 ‘군상’ 시리즈를 반핵운동, 다시 말해 평화를 향한 외침으로 해석했다. 화가는 이 역시 긍정했다. 그림 자체가 인물이나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덕분에 유연하게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거다. 자유·평화·화합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군중의 모습이라면, 어떻게 읽어도 틀리지 않다.‘군상’ 시리즈는 1980년을 기점으로 시작했지만, 이응노의 작품 여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인간에 대한 그의 관심은 훨씬 이전부터 자리했음을 볼 수 있다. 1946년에는 3·1운동을 하는 군중을, 한국전쟁 때는 한강을 건너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 무리를 그린 바 있다. 전쟁 후에는 폐허를 재건하는 일꾼들, 하루의 벌이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 거리의 악사와 꽃장수, 술 한잔에 시름을 달래는 서민들을 수차례 그렸다. 아무 특별할 것 없는, 곤궁한 현실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권력 있는 사람보다 약한 사람, 모여 살아가는 사람, 일하는 사람에 마음이 간다”는 이응노가 선택한 그림의 주인공들이 그랬다. 아마 그가 동시대를 살았다면 이른 새벽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출근하는 직장인들, 아침부터 밤까지 가게를 지키는 소상공인들, 트럭 가득 물건을 싣고 바삐 나르는 택배기사들을 그리지 않았을까. ◇인간 형상 군더더기 제거…‘집단의 역동적 기운’에 집중1950년대에 이응노가 그린 인물들은 구체적인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단순해진다.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그들 안에 감도는 생동하는 기운에 집중한 결과다. 이렇게 눈앞의 현실을 그리되, 추상화해 표현하는 방식은 이응노가 그전까지 학습했던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종합해 만든 그만의 결실이었다. 이응노의 ‘동’(動·1955).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사실적인 특성에서 벗어나 형태를 단순화시키던 시기의 작품이다.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시풍경 속에서 ‘노동하는 서민’을 반추상으로 건져내며 사회상을 반영한 동시에 동양화의 현대화를 모색했다. 5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막하는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Ⅰ’에 걸린다. 한지에 먹, 28.5×31㎝. 국립현대미술관 소장.1904년 충남 홍성군에서 태어난 이응노는 1922년 서울로 올라와 해강 김규진(1868∼1933)에게 정통 문인화를 배웠다.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대나무를 그리며 먹의 농담을 조절하는 방법과 대상을 빌려 정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익혔다. 1935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직접 눈으로 관찰한 세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방법을 새롭게 학습했다. 일본의 패망이 확실해지던 1945년에 귀국한 그는 마침내 이 둘을 결합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동’(動·1955)처럼 지금 이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며 그들의 기운이 화면 가득 느껴지게 한 작품이었다. 현대적 추상으로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현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당시 화단의 딜레마를 이응노는 이렇게 풀었다. 1950년대에 이룬 이러한 회화적 성취는 점점 더 추상으로 나아갔던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쳐 마침내 1980년대 ‘군상’에서 다시 발현했다. 이응노는 이미 30년 전에 그러했듯 사람들 하나하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채 그들이 집단으로 만들어내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작품의 목적이 사람들의 생김생김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힘을 표현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인물 하나하나의 다름 대신 하나의 화면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춘 덕분에, 작품이 가진 메시지도 또렷해진다. 자유와 평화라는 가치를 위해서만큼은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조금씩 양보하고 함께 화합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그림은 벽에 걸어두는 장식품이 아니”라고, “그림은 핏기 용솟음치는 발언”이라고 한 이응노가 생의 마지막에 전한 메시지였다.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빈번히 일어나는 요즘, 그들이 외치는 함성이 이응노의 ‘군상’에 자주 겹쳐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소리를 높이고 있나. 우리의 함성은 얼마나 화합하고 있는가. 재판정에서 우리 모두는 같은 민족이 아니냐며 꺼이꺼이 울던 이응노의 ‘군상’이 오늘 우리에게 묻는다. △정하윤 미술평론가는… 1983년생. 그림은 ‘그리기’보단 ‘보기’였다. 붓으로 길을 내기보단 붓이 간 길을 보려 했다는 얘기다. 예술고를 다니던 시절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푹 빠지면서다.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지만 일찌감치 작가의 길은 접고,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미술사학을 전공했다. 내친김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중국현대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이후 연구와 논문이 주요 ‘작품’이 됐지만 목표는 따로 있다. 미술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란 걸 알리는 일이다. 이화여대·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미술교양 강의를 하며 ‘사는 일에 재미를 주고 도움까지 되는 미술이야기’로 학계와 대중 사이에 다리가 되려 한다. 저서도 그 한 방향이다. ‘꽃피는 미술관: 가을·겨울’(2025 출간 예정), ‘꽃피는 미술관: 봄·여름’(2022), ‘여자의 미술관’(2021),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2019),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2018) 등을 펴냈다.
2025.03.21 I 오현주 기자
尹 탄핵선고 앞 출판가 “대통령의 자격, 다시 묻다”
  • 尹 탄핵선고 앞 출판가 “대통령의 자격, 다시 묻다”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제시하는 리더십 관련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대통령의 자격을 묻는 책부터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자질과 덕목, 또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관련서들이 서점가에 등장했다. 87년 체제의 헌법하에서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2017년에 이어 또 한 번 현직 대통령이 탄핵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은 어떤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까. 가장 눈에 띄는 도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작가 한윤형이 공동 집필한 ‘대통령의 자격’(MG채널)이 14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출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역대 대통령들을 예리하게 논평했다면, 3번의 대선을 치른 이번 책에선 국정 14년의 공과를 진단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책은 대통령의 자질과 지도자의 역할을 분석하며, 최근의 정치적 변화와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 역량을 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동서양의 역사와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 정치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을 분석하며, 정치적 양극화와 민주주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대표적 보수 원로이자 보수 정권의 청와대와 정부, 정당에서 20여년 공직생활을 한 윤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 위기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윤 대통령의 스테이트크래프트(통치역량)는 대한민국 수립 이래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굳이 비교하자면 동양 전근대사를 거슬러 올라가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이라는 ‘혼군(昏君)’이자 ‘암군(暗君)’으로 불렸던 이들과 비교해야 할 지경이 됐다”고 비판했다. 책 서문에서는 지난 14년 동안 우리나라가 ‘중진국의 덫’에서 벗어나 선진국에 진입한 것은 고무적이나 정치·사회적으로 그전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근 ‘대통령의 무자격’을 모두가 목도했고, 책임져야 할 위치에 올라간 사람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참담하게 관람했다”며 “‘대통령의 무자격’을 절실하게 느낀 이 순간이 오히려 ‘대통령의 자격’을 다시 물어야 하는 시점일 수 있다”고 썼다.‘최악의 대통령’(페이퍼로드)은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통해 미국 정치사를 살펴본 책이다. 저자는 ‘대통령으로 활동하며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손해를 끼쳤는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인을 이끌었는가’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최악의 대통령들을 선정했다. 대상은 제1대 조지 워싱턴부터 제43대 조지 H.W 부시 대통령까지다.그에 따르면 지미 카터는 도덕적 독선에 빠진 채 미래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고, 윌리엄 태프트는 진보의 시대에 보수주의를 고집한 시대착오적인 사람이었으며, 캘빈 쿨리지는 모든 사안에 무능과 침묵으로 대응해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업무조차 수행하지 않았다. 제임스 뷰캐넌은 편협한 사고와 이기적인 행동으로 남북 전쟁을 촉발했다.자신감 결여, 불량한 성격, 타협과는 거리가 먼 형편없는 정치력과 무능, 부정직하고 불성실한 태도, 의사소통의 거부, 비전의 부재, 나쁜 도덕성과 인격 등이 바로 최악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자들의 공통점이다. 그중에서도 인격과 도덕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2025.03.19 I 김미경 기자
'제3회 서울예술상' 대상에 연극 '몰타의 유대인'
  • '제3회 서울예술상' 대상에 연극 '몰타의 유대인'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극단 적의 연극 ‘몰타의 유대인’이 서울문화재단 ‘제3회 서울예술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제3회 서울예술상’ 대상 수상작 극단 적 연극 ‘몰타의 유대인’의 공연 장면. (사진=서울문화재단)서울문화재단은 1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제3회 서울예술상’ 시상식을 열고 연극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몰타의 유대인’에 대상을 수여했다.‘몰타의 유대인’은 르네상스 시대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의 고전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물신주의와 기독교 비판’을 다룬 원작을 거대자본이 확산하기 시작한 1980년대로 가져와 ‘돈(욕망)과 타인 혐오 현상 비판’이란 주제로 풀어냈다.심사위원단은 “깊은 연출적 고민과 주연배우의 흡인력 있는 연기력이 돋보인 작품”이라며 “관객과 연극 전문가의 지지를 동시에 얻어내며 서구 고전의 성공적인 현대화를 보여준 또 하나의 새로운 방법론”이라고 선정 평을 밝혔다.‘서울예술상’은 한 해 동안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을 비롯해 서울에서 발표한 예술작품 중 서울시민에 감동을 선사한 순수예술분야 우수 예술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이다. 올해는 최우수상 6팀, 포르쉐 프런티어상 6팀,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4개 작품과 장애예술인 부문 1명에 총 상금 1억 8000만원을 수여했다.시상 부문은 연극·무용·음악·전통·시각·다원 등 총 6개 분야다. 최우수상 6개 작품에 각 1500만원을 시상하며 대상은 최우수상 수상작을 후보로 1개 작품을 최종 선정해 총 2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한다.포르쉐 프런티어상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갖춘 동시에 새로운 시도와 발전가능성이 돋보이는 유망 예술인의 작품을 선정하는 부문으로 장르별 6개 작품 각 1000만원을 시상한다.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은 재단의 예술지원을 받지 않았은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우수작 4개 작품을 선정해 500만원을 수여한다. 장애예술인 부문은 최근 2~3년간 활발한 활동으로 장애예술계의 확산과 확장성에 기여한 장애예술인에 500만원을 수여한다.이날 시상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주요 관계자와 예술인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원로 연극배우 박정자가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와 함께 대상을 발표하고 시상했다.다음은 ‘제3회 서울예술상’ 수상작 및 수상자 명단이다.◇대상△연극 ‘몰타의 유대인’(극단 적)◇최우수상△연극 ‘몰타의 유대인’(극단 적) △무용 ‘올더월즈’(리케이댄스) △음악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슈만 1810~1856’(김도현) △전통 ‘김효영의 생황 ‘오굿:Resurrection’(김효영) △시각 ‘봉래산-포모사 프로젝트’(나현) △다원 ‘서커스 이펙트(김지연-밸런싱 밸런스드)◇포르쉐 프런티어상△연극 ‘쿠키, 앤, 크림’(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무용 ‘서양극장 속 한옥’(우보만리) △음악 ‘아벨 콰르텟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전곡연주 1&2’(아벨 콰르텟) △전통 타악기 콘서트 ‘김인수의 장단소리 : 正面(정면)’(김인수) △시각 ‘곁’(고요손) △다원 ‘노화된 기술’(송세진)◇심사위원 특별상 작품 부문△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공놀이클럽) △음악 ‘테너 김효종 독창회-Questo e Rossini!’(김효종) △전통 ‘가야금의 巫(무)감각화’(박세연) △시각 ‘서울 오후 3시’(이은주)◇심사위원 특별상 장애예술인 부문△연극인 김지수(극단 애인 대표)
2025.03.19 I 장병호 기자
연기 전공 중퇴생, '하늘서 깨먹는 티라미수' 대박 낸 사연
  • 연기 전공 중퇴생, '하늘서 깨먹는 티라미수' 대박 낸 사연
  •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한국의 대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K디저트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했습니다. 면세점 중에서도 신세계면세점이 저희 브랜드 콘셉트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변화를 좋아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점이요.”양지우 프롬골든피스 대표가 인천국제공항 제 2터미널 신세계면세점에 위치한 하트 티라미수 매대에서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화제의 디저트 ‘하트 티라미수’를 만든 양지우 프롬골든피스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를 만나 신세계면세점 입점 비화를 이같이 설명했다. 프롬골든피스는 지난해 1월 정식 창업한 디저트 업체다. 업력은 짧지만 최근 굵직한 디저트 상품을 선보여 MZ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 디저트 ‘크림브륄레’와 같이 깨 먹는 방식의 ‘하트 티라미수’ 브랜드다. 최근 팝업 스토어(임시매장), 입점 등 백화점 업계의 러브콜까지 받는 곳이다.하트 티라미수는 지난해 11월말 인천공항 제 2터미널 신세계면세점에 입점했다. 한국 현지인에 인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됐다. 대한항공이 있는 서편에서 매장이 있는 동편까지 오려면 20분을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곳까지 와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양 대표는 “요즘 젊은 해외 관광객은 한국인이 즐기는 디저트를 그대로 먹고 싶어한다”며 “면세점 구입 후 비행기에서도 먹을 수 있어서 ‘하늘에서 깨먹는 티라미수’로 유명하다”고 했다. 실제로 하트 티라미수는 신세계면세점의 효자 브랜드가 되고 있다. 다른 면세점은 초콜릿, 캔디, 한과 등 천편일률적 구성으로 외국인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하트 티라미수가 하나의 집객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하트 티라미수의 제 2터미널 신세계면세점 1월 매출은 전달 대비 155% 급증했다. 대부분이 해외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냉동고 설비까지 갖추는 등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였다. 인테리어 권한도 양 대표에게 맡겼다. 양지우 대표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데일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프롬골든피스의 화제 상품은 비단 하트 티라미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준 프리미엄 약과 ‘골든피스’도 있다. 한국 전통 디저트 약과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제품은 2023년 가수 지드래곤이 나이키와 협업 행사를 진행할 때 행사 디저트로 제안받아 ‘지드래곤 약과’로 유명세를 모았다. 프롬골든피스는 이런 성공을 기반으로 탄생한 K 디저트 브랜드다. 신세계면세점 매장에서는 하트 티라미수와 골든 피스도 선보이고 있다.양 대표는 1998년생으로 올해 28살인 젊은피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다가 중퇴했다. 유튜브 등 빠르게 일과 부딪혀보고 싶다는 갈급함이 있어서였다. 평소 디저트를 좋아하는 양 대표는 유명 디저트 카페 후기를 올리는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이다. 한때는 아우어베이커리 등을 운영하는 CNP컴퍼니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했다. 이후 본격적인 창업을 위해 한식·서양 디저트 공부도 시작했다. 여기에 양 대표의 감각까지 더해지니 소위 대박이 터지기 시작했다. 하트 티라미수를 떠올린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티라미수를 깨먹는다는 신기한 방식이 현재의 숏폼(짧은 동영상)트렌드와 잘 맞아 떨어질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MZ세대의 관심이 몰리며 곧장 화제의 디저트가 됐다. 하트 티라미수는 더현대 서울에서 디저트 부문 팝업 역대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6주 팝업 기간 동안 매출 8억원을 달성했다.양 대표는 “연기를 전공하면서 사람에 대한 탐구를 이어갔던 것이 제품 구상에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다만 생각을 제품화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당시 배우 김성철의 ‘티라미수 케익’ 노래가 뜨면서 제품도 덩달아 유명해져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양 대표의 꿈은 프롬골든피스를 K디저트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골든 피스, 하트 티라미수 등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나 있다. 그는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입 후 귀국하다 보니 제품이 해외에서도 많이 알려진 상황”이라며 “대만 일본 홍콩 등 해외 업체들의 상품 납품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렌디한 한국적인 디자인을 입힌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치즈 케이크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03.14 I 한전진 기자
금연 작심삼일 이유 있네, 니코틴 대사 관련 유전자 변이가 관건
  • 금연 작심삼일 이유 있네, 니코틴 대사 관련 유전자 변이가 관건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하지만 성공하기 어려운 금연, 그 이유가 단순한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유전자에 숨어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재민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테라젠헬스 홍경원 본부장 공동연구팀은 한국인 남성 4364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연구팀은 질병관리청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대상자를 비흡연자 1326명, 과거 흡연자 1684명, 현재 흡연자 1354명으로 분류했다. 이어 니코틴 대사 관련 12개 유전자에서 총 1644개 단일염기다형성을 분석해 유전자 변이와 금연 성공률 간 연관성을 세밀하게 살폈다. 그 결과, 6개 단일염기다형성(rs2431412, rs45625338, rs41297431, rs118063322, rs144769946, rs2715904)이 금연 성공 여부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6개 단일염기다형성을 기반으로 유전적 위험점수를 산출한 추가 분석에서는 점수가 높을수록 흡연자로 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 유전적 요인이 금연 성공 여부에 있어 중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유전적 위험점수를 활용하면 금연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 개인별 맞춤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니코틴 대사가 빠른 유전형을 가진 사람은 금단 증상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강화하거나 추가 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연구팀은 또 현재 흡연자의 1주일당 평균 알코올 섭취량(219.8g)이 과거 흡연자(167.6g)나 비흡연자(116.9g)보다 훨씬 많고, 규칙적 운동을 하는 비율은 현재 흡연자(46.2%)가 과거 흡연자(62.2%)와 비흡연자(61.7%)보다 낮은 점을 확인했다. 이는 금연에 생활 습관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흡연은 심혈관질환과 암을 비롯해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2023년 기준 한국 남성 흡연율은 32.4%로 높은 수준이며, 2011년~2015년에는 한국 남성 사망원인 중 19.5%가 흡연과 직접 관련 있다는 통계도 발표된 바 있다.박재민 교수는 “니코틴 대사 속도는 금연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유전적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이번 연구는 기존 서양인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한국인 맞춤형 금연 전략 수립 필요성과 기초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는 “한국인 특성을 반영한 유전체 연구 및 다양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해 국가적 차원의 의료비 절감과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 Lifestyle Genomics(생활습관 유전체학) 최신호에 게재됐다.
2025.03.13 I 이순용 기자
서울문화재단, 19일 국립극장서 '제3회 서울예술상'
  • 서울문화재단, 19일 국립극장서 '제3회 서울예술상'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서울문화재단은 ‘제3회 서울예술상’을 오는 1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최한다.‘제3회 서울예술상’ 포스터. (사진=서울문화재단)‘서울예술상’은 한 해 동안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을 비롯해 서울에서 발표한 예술작품 중 서울시민에 감동을 선사한 순수예술분야 우수 예술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이다.올해 3회를 맞이한 ‘서울예술상’은 최우수상 6팀, 포르쉐 프런티어상 6팀,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 4개 작품과 장애예술인 부문 1명에 총 상금 1억 8000만원을 수여한다.시상 부문은 연극·무용·음악·전통·시각·다원 등 총 6개 분야다. 최우수상 6개 작품에 각 1500만원을 시상하며 대상은 최우수상 수상작을 후보로 1개 작품을 최종 선정해 총 2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한다.작품성과 예술성을 갖춘 동시에 새로운 시도와 발전가능성이 돋보이는 유망 예술인의 작품을 선정하는 포르쉐 프런티어상은 포르쉐코리아의 후원으로 장르별 6개 작품 각 1000만원을 시상한다.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문에는 재단의 예술지원을 받지 않았지만 작년 한 해 서울에서 발표한 예술작품 중 우수작 4개 작품을 선정해 500만원을 수여한다. 장애예술인 부문에는 최근 2~3년간 활발한 활동으로 장애예술계의 확산과 확장성에 기여한 장애예술인에 500만원을 수여한다.올해 수상작 및 수상자는 △몰타의 유대인(연극·극단 적) △올더월즈(무용·리케이댄스)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슈만 1810~1856(음악·김도현) △김효영의 생황 ‘오굿:Resurrection’(전통·김효영) △봉래산-포모산프로젝트(시각·나현) △서커스 이펙트(다원·김지연) △쿠키, 앤, 크림(연극·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서양극장 속 한옥(무용·우보만리) △아벨 콰르텟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전곡연주 1&2(음악·아벨 콰르텟) △타악기 콘서트 ‘김인수의 장단소리 : 정면(正面)’(전통·김인수) △곁(시각·고요손) △노화된 기술(다원·송세진)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연극·공놀이클럽) △테너 김효종 독창회 ‘Questo e Rossini!’(음악·김효종) △가야금의 巫(무)감각화(전통·박세연) △서울 오후 3시(시각·이은주) △연극인 김지수 등이다. 대상 수상작은 시상식 당일 현장에서 발표한다.한편 ‘서울예술상’은 내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 선정작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심사위원 특별상 작품부분을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재단 지원금 수혜를 받지 않은 작품이라는 시상 조건에 ‘자생력’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한다. 후보작 발굴 방식도 ‘전문가 추천제’에서 예술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개 공모’ 방식으로 변경할 계획이다.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서울예술상 시상식은 예술가가 한 해 동안 빚어낸 최고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 열정과 노력을 치하하는 자리”라며 “서울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좋은 예술작품을 발굴하고 확산하여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제3회 서울예술상’은 서울문화재단 유튜브 채널 스팍TV 등을 통해 생중계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03.12 I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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