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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제네론, 고용량 ‘아일리아HD’로 ‘셀트리온·알테오젠’ 앞길 막나
-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리제네론)가 안과질환치료제 아일리아의 고용량 버전인 ‘아일리아HD’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물질특허 만료 시기가 다가온 아일리아의 용도나 용법 관련 특허를 추가하며 방어막을 구축해 온 리제네론이 사실상 신제품으로 분류되는 ‘아일리아HD’를 미국에서 승인받은 것이다. 아일리아HD가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은 만큼 국내 셀트리온(068270)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알테오젠(196170) 등 저용량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의 시장 전략을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장 투약 용량을 자랑하는 로슈의 ‘바비스모’의 시장확대로 아일리아HD를 포함한 관련 제품군의 매출 확장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미국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가 지난 8월 미국에서 승인받은 ‘아일리아HD’(성분명 애플리버셉트). 아일리아HD는 기존 저용량 버전 보다 약 4배 많은 약물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제공=리제네론파마슈티컬스)◇안과질환 대표藥 ‘아일리아’...2025년 물질특허 만료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2001년경 임상 개발이 시작된 아일리아에 대해 각국에서 등록된 주요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미국(2024년 5월)과 EU(2025년 11월) 등 대부분 국가에서 아일리아의 주요 물질특허가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공동개발한 아일리아는 0.05㎖당 2㎎의 용량으로 미국 기준 2011년 습성 황반변성(wAMD) 적응증을 획득하며 최초 승인됐다. 이후 양사는 2020년까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습성 황반변성은 물론 당뇨병성 망막병증(DR),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등의 안과질환자에게 적응증별로 1~2달 간격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황반변성은 시신경이 몰려 있는 황반부에 노폐물이 쌓여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망막내 말초 혈관 순환장애를 일으켜 시력저하를 유발한다. 또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당뇨로 인해 황반이 부어 시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아일리아는 혈관내피생성인자(VEGF)를 억제해 신생혈관의 생성을 막아 이 같은 노인성 안과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물론 아일리아가 구축한 제형 및 추가 적응증 특허가 남아 있지만, 합의 가능성을 전제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례로 2023~2024년 사이 미국과 유럽에서 물질 특허가 만료되는 ‘스텔라라’(성분명 우즈테키주맙)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최근 오리지널 개발사와 남은 특허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업계 관계자는 “물질특허가 만료된 블록버스터 약물의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하기전 소송을 통해 나머지 특허들을 회피하거나 합의하는 전략이 세워진다”며 “과거 사례를 비춰 볼 때 글로벌 기업들은 합의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아일리아HD’ 저용량 시장 대체 노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리제네론은 0.07㎖당 8㎎의 애플리버셉트를 넣은 ‘아일리아HD’에 대해 습성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의 적응증에 대해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아일리아HD는 기존 저용량 버전보다 약 4배 많은 약물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리제네론에 따르면 아일리아 HD는 승인된 모든 적응증에서 초기 3달간 매달 한 번씩 투약해야 한다. 이후부터는 습성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에게는 해당약물을 2~4달 간격으로,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에게는 2~3달 간격으로 각각 투약하게 된다. 의사가 눈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투약 간격은 이 약물의 경쟁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사실상 투약 간격 및 효능면에서 면에서 아일리아HD가 기존 저용량 버전을 압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조지 얀코폴루스 리제네론 최고의학 책임자는 “아일리아HD가 적은 횟수의 주사로 시력제어에 확실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셀트리온이 당뇨병성 황반부종 대상 저용량 버전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의 임상을 마쳤으며, 지난 6~7월 사이 미국과 한국에서 해당 물질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지난 4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B15’의 습성 황반변성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알테오젠도 관련 시밀러 ‘ALT-L9’에 대한 황반변성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을 내년 초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알테오젠 등 각 사는 안과질환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저용량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했다.(제공=게티이미지, 각 사)◇“아일리아HD, 바비스모 공세...시밀러 시장성 위기”한편 이미 아일리아HD가 노리는 시장에서 바비스모가 세력을 확장 중인 상황이다. 최초 승인 당시 바비스모는 저용량 아일리아의 3배인 0.05㎖당 6㎎의 용량으로 설정돼 사실상 아일리아HD와 맞먹는 용량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지난해 1월과 9월 로슈가 미국과 유럽에서 습성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의 환자에게 최대 넉달 간격으로 투약하는 ‘바비스모’(성분명 파리시맙)을 승인받았다. 기본 적응증에서 투약 간격이 2배 이상 긴 바비스모가 투약 편의성을 내세워 아일리아 시장을 위협하게 된 것이었다. 로슈에 따르면 바비스모는 출시 첫해 2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아일리아(96억 달러)의 20% 수준을 달성했다. 이후 리제네론과 로슈의 적응증 확대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우선 리제네론은 당뇨병성 망막병증에서 아일리아의 최장 투약 간격을 바비스모와 같은 네 달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올해 2월 아일리아는 미국에서 동종 약물 최초로 미숙아의 망막병증 적응증을, 지난 5월 바비스모는 ‘ROV 또는 망막정맥분지폐쇄’ 동반 황반부종 환자 대상 최대 2개월 간격으로 투약하는 적응증을 추가했다. 이에 아일리아 시밀러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일리아HD 출시 후 가장 비중이 큰 미국에서 저용량 아일리아 시장을 얼마나 빠르게 잠식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바비스모가 등장한 상황에서 아일리아HD까지 출시국 확대 등을 본격화한다면 저용량 버전으로 품목허가에 이른 국내사의 바이오시밀러의 미래 수익성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관련 시장 전략 및 고용량 버전의 개발 전략 등을 포함해 다방면으로 논의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아일리아 시장이 조금이라도 더 크게 형성된 시점에서 남은 특허를 정리하고 되도록 빠르게 시밀러를 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 SK온, 美 포춘 ‘세상을 바꾸는 혁신 기업’ 1위 선정
-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SK온이 미국의 유력 경제 전문 매체 포춘(Fortune)지가 발표하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 명단에서 1위를 차지했다.3일 SK온에 따르면 포춘은 지난달 27일 (현지시간) ‘2023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 명단을 공개하고 SK온을 완성차 회사인 테슬라, 제너럴 모터스, 전기차 충전소 기업인 차지포인트와 함께 ‘미국의 전동화를 이끄는 자들’(The American Electrifiers)이라 칭하며 공동 1위에 선정했다.포춘은 2015년부터 사회·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과 이에 따른 사업적 성과, 혁신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년 50여개의 혁신 기업 순위를 공개한다. 올해는 약 250개의 회사가 후보로 오른 가운데 총 59개의 회사가 혁신 기업에 선정됐다. 아시아에서는 SK온을 비롯해 7개의 회사가 이름을 올렸고 월마트(3위), 애플(15위), 마이크로소프트(24위)등 글로벌 유수 기업들도 포함됐다.SK온은 올해 혁신기업에 선정된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 중 처음으로 포춘의 ‘세상을 바꾸는 혁신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번 1위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중에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앞서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지난해 8위, 중국의 비야디가 2019년 3위를 차지한 바 있다.포춘은 올해 혁신기업 공동 1위에 선정된 4개사를 가리켜 글로벌 넷제로 미션 중 하나인 전기차 혁신을 선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동차와 가장 친숙한 나라인 미국의 전동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춘은 SK온 선정 이유에 대해 “미국 배터리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2025년 SK온 공장들은 연간 미국에서 전기차 약 150만대분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서 2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또 포드와 함께 켄터키주에 2개, 테네시주에 1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과도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이들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 이후 SK온은 북미에서만 18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배터리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SK온은 2019년 조지아주에 진출해 현재 미국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전기차 산업 벨트 조성에 첨병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SK온을 가리켜 “미국 배터리 산업 태동기의 첫 주자”라고 칭한 뒤 “미국 배터리 제조업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SK온 관계자는 혁신기업 1위 선정에 대해 “당사의 북미 전동화 리더십이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배터리 기술과 제품으로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SK온이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춘’이 발표한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 명단에서 테슬라, 제너럴 모터스, 차지포인트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사진은 포춘 홈페이지 캡쳐 화면.(사진=SK온)
- '거미집' 김지운 감독 "나이 들어도 내 영화는 늙지 않았으면"[인터뷰]①
-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 일을 아무리 사랑해도 어느 순간 환멸이 날 때가 있지 않나. 자기 환멸, 그리고 세계에 대한 환멸. 그런 점에서 ‘거미집’은 나에게 힘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룰 준 작품이다.”김지운 감독은 영화 ‘거미집’이 영화에 대해 던진 그의 질문에 길잡이가 되어준 작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지운 감독은 최근 영화 ‘거미집’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지운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건 팬데믹 기간 영화에 대해 거쳤던 일종의 ‘성찰’의 의미였다”며 “그 시기 많은 상념에 빠져있었고, 영화가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 건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영화란 무엇인가, 그 당시 내가 영화에 대해 던진 질문과 고민의 찰나 만든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결과적으로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계속 찍어야겠다는 마음을 잃지 않게 일깨워준 작품이 됐다고.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달콤한 인생’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약 5년 만에 내놓는 스크린 작품이다.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과 함께 올 추석 연휴 한국 영화 3파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평단과 매체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의 VIP 시사 이후 주변 지인들에게 접한 반응을 들려줬다. “뒤풀이만 보면 성공적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하더라. 한국 영화가 좋았던 시절 그 때의 뒤풀이 현장을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김지운 감독은 “다른 나리에 비해 유독 한국 영화 시장의 팬데믹 이후 회복 속도가 더딘 것 같다”며 “그런 시점에 뭐랄까 속을 탁 풀리게 하는 영화를 본 것 같다 말해주는 반응도 있었다. 한 동료 감독은 이 영화를 너무 좋게 보고 곧바로 시나리오를 쓰러 가 뒤풀이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주기도 했다. ‘아, 이 작품이 힘을 주는 영화가 됐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최근 할리우드에선 ‘바빌론’(감독 데이미언 셔젤), ‘파벨만스’(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 극장 영화의 역사와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는 성찰적 의미의 작품들이 영화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거미집’도 좁은 의미에선 김지운 감독 자신의 영화인생을 되돌아보는 작품이면서, 나아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창작자들의 마음과 의미를 되새긴 작품이었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기가 됐구나 생각을 했다. 나의 힘이 더 빠지지 않게 북돋아줘야지,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회상했다. ‘거미집’의 작중 배경은 1970년대다. 유독 검열이 심했던 암흑기에 걸작을 만들고 싶은 열망에 휩싸인 ‘김열’ 감독이 주인공이다. 김지운 감독은 굳이 197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현재의 침체기에서 한국 영화를 다시 되돌아보니 70년대가 한국 영화의 침체기이자 암흑기였다. 당시 검열이라는 창작자에게 고통스러운 어떠한 장치가 있던 때”라며 “그 시대의 선배들은 어떻게 그 시기를 돌파해 영화를 만들었을까 생각했다. 그런 곤경을 어떻게 돌파해 2000년대 두 번째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가져오는 주춧돌을 세웠을까 생각이 들더라”고 떠올렸다. ‘거미집’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바꾸려는 김감독의 좌충우돌 촬영 현장과, 김감독이 만든 극 중 극 ‘거미집’의 스토리를 교차해 보여준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 속에서 영화를 찍는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관객들이 어느새 극 중 영화도 보고 싶어지게 만들 수 있는 플랜이 필요했다”며 “처음엔 헌신적인 여성상과 가부장제 집안 풍경 등 그 시대의 풍속을 이야기하는 영화처럼 다가가다가 위기감과 긴장을 자아내고, 장르적 변주를 통해 ‘이런 과정까지 치닫는다고?’란 느낌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극 중 극 ‘거미집’을 통해 그 시대의 틀에 박힌 현실적 여성상, 욕망을 가진 현대적 여성상을 동시에 표현해낼 수 있는 배역이 필요했다. 임수정이 연기한 ‘이민자’란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임수정은 ‘장화, 홍련’ 이후 오랜만에 ‘거미집’으로 김지운 감독과 재회했다. ‘장화, 홍련’이 개봉 20주년을 맞은 상황에 ‘거미집’이 세상에 선보여진 타이밍이 절묘하다. 김지운 감독은 “‘이민자’란 캐릭터를 베테랑 여배우가 연기해야 했다. ‘장화, 홍련’ 땐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여배우 중 한 명이 임수정”이라며 “일본의 거장 오스 야스지로와 ‘만춘’, ‘동경이야기’ 등에서 호흡한 하라 세츠코란 여배우가 있다. 임수정에게 그런 모습을 표현하길 바랐다. 임수정이 기본기가 잘 다져진 배우라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거미집’은 개봉 전 고(故) 김기영 감독의 유족들과 갈등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당시 유족들은 고인을 부정적으로 모방하고 묘사했다며 ‘거미집’의 제작사 앤솔로지스튜디오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언론배급 시사회를 앞두고 오해를 풀며 극적인 갈등 봉합에 성공했다. 김지운 감독은 이에 대해 “김기영 감독의 독창적 세계에 개인적인 존경심을 품고 있었고, 그 진심이 유족들에게도 전달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김열 감독은 김지운 감독 본인의 페르소나였을까. 그에게도 걸작들을 향한 열등감과 질투심이 있는지 물었다. 김지운 감독은 “한국에서 잘 되는 모든 영화들은 질투나는 영화들”이라면서도,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탐나는 작품들은 있지만 내 자신이 여태껏 영화를 만들며 상대적으로 그 때 그 때 하고싶은 것들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영화적 야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성공한 영화들을 또 만드는 건 내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른 장르를 시도하고 모색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안주하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내려지는 사형 선고다.’ 그는 서태지와 데이비드 보위의 이같은 어록에 자신도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운 감독은 “항상 나를 리프레시된 상태에 놓는 게 중요하다”며 “내가 나이 드는 건 괜찮아도 영화만큼은 늙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 제작과 함께 OTT 드라마에도 도전한 바 있다. 애플tv+ ‘닥터 브레인’이 첫 시도였고, 지난 6월 말부터 두 번째 드라마 ‘망내인’의 촬영을 진행 중이다. 2013년엔 한국 감독 중 처음으로 영화 ‘라스트 스탠드’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했다. 김지운 감독은 “미국에 간 것도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이루고 편해진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다. 주변의 작업하는 모든 사람들이 내게 어려운 말을 해주지 않고, 그런 리액션이 불안하더라”며 “가장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 그 자체가 리프레시의 과정이라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영화 한 편의 성공이 내게 중요하지 않다. 영화를 통해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게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며 텐션을 유지하는 나만의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팬데믹 이후 더 보수적인 분위기로 변한 영화 시장을 더 큰 모험과 도전들로 타개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거미집’ 역시 그런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는 재능있는 감독들의 등장만으로 이뤄질 순 없고, 그런 감독들을 발굴해 영화적 비전을 시행할 수 있게 돕는 제작자들도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양한 영화적 시도들이 이뤄지기 위한 관객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지운 감독은 “모든 이야기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보편성으로 확장해나간다”며 “그 작업은 독자와 관객의 몫이다. 요즘을 지켜보면 그것마저도 안 하려는 게 아닐까, 관객들도 퇴행을 한 게 아닐까 싶어 안타까웠다. 관객이 감독에게 질문을 던지듯, 감독인 나도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용기 있는 확장이 이뤄져야 대중성의 영역도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거미집’은 지난 27일 개봉해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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