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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외이사, 고액 알바 아냐”…행동주의 펀드, 칼 빼든 이유
- [이데일리 이은정 김보겸 기자] “이사회는 교수, 변호사들이 분기마다 커피를 마시고 오는 단순한 ‘고액 알바’가 아닙니다.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경영진만이 아닌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한다면 기업가치와 함께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건강한 이사회를 위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적극 표 대결에 나서겠습니다.”한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냈다. 행동주의 펀드의 짙어진 존재감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명분’이 없었다면 변화도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거란 입장이다. 3월 표 대결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대상 기업 JB금융지주(175330)), 트러스톤자산운용(태광산업(003240), BYC(001460)),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KT&G(033780))의 얘기를 들어봤다.◇ 트러스톤 “소수주주 목소리 커졌다…사익편취 근절·주주환원 주목”지난해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를 저지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권리 인식이 확산되며 소수주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주권리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경영권에 근접해 있는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소수주주와 일치하지 않을 유인이 많아 바로잡기 위해서다. 이원선 트러스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이 보유 자금을 사사로운 목적에 동원, 대주주가 보유한 특별관계 기업과의 거래를 통한 사익 편취 등은 ‘주주평등의 원칙’ 위반이고 저평가 원인”이라며 “올바른 기업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견제와 감시를 통해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믿음이 생길 때 한국 증시 저평가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트러스톤의 주주 관여는 “일부 해외 행동주의처럼 이벤트성으로 노이즈를 일으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다”고도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즉 기업의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짚었다. 자기자본은 대주주 외 많은 주주들의 투자로 구성된다. ROE는 투자된 자기자본에 대한 리턴을 나타낸다. 이 CIO는 “ROE를 높이는 방법은 크게 투자와 분배 두 가지로 나뉘는데, 투자를 통해 ROE를 높이는 성장 기업이라면 주주환원율이 낮아도 된다”며 “하지만 투자를 통해 ROE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성숙 기업이라면 주주환원율을 높여야 한다. 투자도 환원도 하지 않고 유휴 현금을 계속 쌓아두면 ROE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정상적인 내부거래나 대주주의 사익편취 역시 마진율을 낮춰 ROE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했다. ◇ 얼라인 “명분 중시…기업 근본적 변화시 장기 주가 긍정적”“주요 행동주의 펀드는 무엇보다 ‘명분’을 중시하고 있다”는 게 얼라인의 입장이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얼라인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은 모두 오랜 기간 투자자들이 공감해 온 문제들”이라며 “에스엠의 라이크기획, 국내 은행주의 부족한 주주환원 등 장기간 주식시장에서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얼라인은 지난해 에스엠 주주총회에서 감사 선임을 통과시킨 이후 변화를 만들어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요구를 지속했고, 올해 에스엠과의 최종 합의문과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 발표가 이뤄졌다. 지난달 주요 은행들이 자본배치·주주환원정책 발표와 관련주 강세도 얼라인의 공개주주서한 등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얼라인의 요구에 거절 의사를 밝힌 JB금융지주와는 배당과 사외이사 추가 선임 관련 표 대결을 준비 중이다. 이에 비해 금융당국은 JB금융 등 일부 지주의 배당 성향이 과도하다고 보고 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단기적 현금 배당 극대화보다는 만성적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도록 중장기 자본배치·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건설적 논의, 이사회 전문성·독립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표 대결 승패 여부를 떠나 주주들과 토론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가 유의미한 한걸음”이라고 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실제 주가 상승 시 팔고 떠나버리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수익을 내달라며 맡긴 투자자의 자금이므로 언젠가 당연히 팔 수 있지만, 기업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켜 주주가치가 제고되면 자금을 뺀 이후에도 주가는 유지될 것”이라며 “행동주의 펀드도 향후 캠페인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트랙 레코드와 평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얼라인은 대부분의 종목에 장기 투자 중”이라고 했다.◇FCP “사외이사, 고액알바 아닌 국회의원 역할”이상현 FCP 대표는 “사외이사는 고액알바가 아닌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국민의 의견을 듣고 일하는 국회의원처럼 주주 목소리를 회사에 반영하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목소리 내는 것은 국민들이 선거일에 투표하는 것과 같은 권리이자 의무”라며 “현 상장사들은 사외이사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는 것 같다. 주주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건 이사회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주주 목소리를 거부한 결과가 주가 흐름으로 나타난다고도 봤다. 이 대표는 “KT&G 주가는 인베스터 데이인 1월26일부터 하락세를 타고 있다”고 짚었다. 당시 KT&G는 KGC인삼공사를 분할상장하고 분할된 신설회사 이사회에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051900)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FCP 제안을 거부했다. 분리상장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실익이 적으며, 지금도 사외이사 비중이 75%로 충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인베스터 데이 이후 지난 10일까지 KT&G 주가는 11.72% 하락했다. KT&G를 상대로 신청한 가처분 소송 역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주주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당연한 상법상 권리”라면서도 “소송까지 가지 않으면 주주제안도 쉽게 할 수 없는 현실이 KT&G 이사회의 현주소”라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법원이 행동주의 펀드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환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제서야 주주의 권리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며 “3년 정도만 지나면 ‘주주가 목소리를 내는 데 법원 판결이 왜 필요해? 언제적 얘기야?’라고 말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KT&G-인삼공사 분리" 행동주의 펀드 제안에 소액주주 '솔깃'(종합)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주주총회 시즌을 한 달여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가 KT&G(033780)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KT&G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간섭을 막는다는 입장이다.이상현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대표(사진=FCP)◇KGC인삼공사 분리상장 제안…경영진 후보로는 ‘차석용’싱가포르계 사모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지난달 19일 접수한 KT&G 2023 주주총회 안건 중 KGC인삼공사 분리상장과 관련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051900)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상세 분할계획안을 재접수했다고 15일 밝혔다.분할계획안은 KT&G에서 KGC인삼공사 주식을 100% 보유한 지주회사(분할신설회사)를 설립하는 안을 담고 있다. 이 분할회사의 이사회에는 차 전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 등이 경영진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FCP는 현재 KT&G의 자회사 체제보다는 별도 경영을 통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담배와 인삼은 성격이 다른 만큼 독립 경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FCP는 분할을 통해 인삼의 차별화 경쟁력을 키우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5년 안에 지금의 4배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분할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현재 KT&G가 KGC인삼공사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이에 대해 KT&G는 “지난달 인베스터 데이 개최를 통해, KT&G 그룹의 미래 비전 및 성장 전략을 주주를 비롯한 시장관계자들과 공개적으로 소통했다”며 “앞으로도 주주의 의견을 존중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속적인 성과 창출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시장에서는 1% 지분을 보유한 FCP의 주주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백화점(069960)의 인적분할 실패, 에스엠(041510)(SM)의 이사회 구조 개편 등 소액주주들이 모였을 때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흐름이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가 상승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만큼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FCP의 제안에서 가장 소구력이 있는 것은 차석용 전 대표의 KGC인삼공사 경영진 선임이다. LG생활건강을 국내 대표 종합화장품 회사로 키우고 주가를 수십배 상승시킨 그의 이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에 FCP가 소액주주들의 표를 결집시키고, 국민연금까지 가세한다면 주주총회에서 반전을 이끌어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KT&G 주식 토론방 등에서는 분리안건에 찬성하겠다는 글을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KT&G “하반기 새로운 주주환원책 발표” 주주마음 잡기 나서FCP 외에 또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안다자산운용도 KT&G에 주주제안을 신청한 상태다. 안다자산운용은 현재 6명인 사외이사 정원을 8명으로 늘리고, 배당을 현재 5000원에서 7800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의 대표이사가 사외이사들을 임명하고, 사외이사들이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등의 ‘셀프 연임’을 해왔던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G는 사외이사는 독립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주총에 추천해서 주주 결의로 선임한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백복인 KT&G 지난달 사장이 1월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KT&G-PMI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KT&G는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분리상장으로 얻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밝혔다. 당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은 “KT&G와 KGC가 사용하는 원료가 농작물이기 때문에 서로 관계하고 있는 농민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 노하우를 공유한다”며 “면세와 대형 유통채널 교섭력, 스마트팜을 함께 운영하는 공동 연구개발(R&D), KT&G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KGC의 해외 진출 시너지 등을 상실할 수 있으며, 자금 지원도 어렵다”고 강조했다.더불어 KT&G는 “올해 자사주 3000억원 매입과 배당 5900억원 등 9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이 있다”며 “연내 반기배당을 실시하고 하반기에는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주주 마음 잡기에 나섰다.KT&G 관계자는 “이번 주주제안에 대해서 관련 절차에 따라 충실히 검토 중에 있으며, 적법한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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