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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라클레스와 백조…수단 교민 탈출 '프라미스 작전'의 주역[김관용의 軍界一學]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무력충돌이 벌어진 수단 내 우리 교민 대피를 위한 군사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재외국민 보호 약속을 지킨다’는 프라미스(Promise) 작전이었습니다. 이번 수단 교민 철수 작전은 대통령실 지휘 아래 국방부 등 군 당국과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각 부처의 노력이 결집됐습니다. 특히 육·해·공군 전력이 모두 투입된 최초의 재외국민 보호 작전이었습니다. 육군과 공군 특수부대 병력을 태운 공군 수송기와 공중급유기가 파견됐고,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청해부대’ 제39진에 배속된 해군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도 공중 이동이 불가능 한 상황을 대비해 수단 인근 해역으로 향했습니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C-130J와 KC-330의 합작품이번 작전에서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와 KC-330 ‘시그너스’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의 활약이 컸습니다. 공군 C-130J 수송기는 지난 21일 수단 체류 국민들의 무사 귀환을 위한 작전 명령을 받고 3시간 만에 김해기지 이륙 준비를 마쳤습니다. C-130J 수송기는 1만1507㎞를 날아 24시간 만에 수단 인근 지부티 미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태국과 인도에서 중간 급유만 받고 10개국의 영공을 통과하며 쉼 없이 비행했다는 얘기입니다. C-130J 수송기 연료로는 한번에 갈 수 없는 거리였습니다. 평소라면 중간 기착지를 경유해 40시간은 족히 소요됐을 거리라는게 공군 설명입니다. 당초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지부티 내 미군기지를 거쳐 교민들을 대피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었습니다. 장거리 비행이지만 혹시 모를 교전 위험성에 C-130J를 보낸 것입니다. 제우스 신의 아들 ‘헤라클레스’의 영어식 표기인 ‘허큘리스’(Hercules)라는 별칭을 가진 C-130J 수송기는 지대공 위협에 대비한 자체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위협 상황에서 전술 기동도 가능합니다. 특히 정밀접근레이더 등 항행안전시설이나 관제탑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착륙 할 수 있습니다. 기체 방탄과 연료 누유 방지 등 방호 설계가 적용돼 있어 피탄 시에도 임무 수행이 가능한게 특징입니다.수단 체류 국민의 무사 귀환을 위한 ‘프라미스’ 작전에 투입된 공군 C-130J 수송기가 28일 오후 김해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공군)하지만 하르툼 공항 폐쇄 등으로 접근이 어려워지자 교민들이 일단 육로로 하르툼에서 수단 북동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작전이 변경됐습니다. 이곳에서 홍해 건너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거쳐 귀국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C-130J 수송기와 임무요원들은 다시 포트수단 공항으로 이동해 교민들을 후송할 준비를 했습니다. 24일 포트수단에 도착한 수단 교민들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으로 안전하게 후송하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아프간 기여자 수송 ‘미라클 작전’도이후 교민들은 제다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KC-330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로 갈아타고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별자리 중 백조자리를 뜻하는 ‘시그너스’라는 별칭을 가진 KC-330은 여객기를 모체로 하는 탓에 급격한 기동에는 무리가 있지만, 중간 기착 없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합니다. 화물이나 승객을 태우지 않았을 경우 항속거리가 1만7400㎞에 달합니다. 최대 300여 명의 인원 또는 37톤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기 때문에 주임무인 전투기 공중 급유 뿐만 아니라 국외 재해·재난 발생 시 현지 국민이송, 해외 파병부대 화물·병력 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실제로 지난 2021년 5월에는 코로나 19 백신 수송을, 같은 해 8월에는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11월에는 ‘요소수 긴급 공수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국가와 국민의 안전 보장에 기여했습니다. 올해 2월에도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 긴급 구호대와 물자를 수송하는 인도적 지원 작전을 펼쳐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됐을 때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가족 390여명을 구출한 ‘미라클 작전’ 역시 C-130J 수송기와 발을 맞춰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당시 C-130J 2대가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간 단거리 수송 임무에 투입됐고, KC-330은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수송하는 임무를 담당했습니다. 공군 KC-330 공중급유기가 후미로 진입한 F-15K 전투기에 급유 붐을 길게 내려 공중급유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공군)◇수송기 추가 도입 추진…공중급유기도 부족국력 확대와 국제 사회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공군 수송기들 역시 임무가 늘어 추가 도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공군은 현재 C-130H/J 16대, CN-235 20대의 수송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130J 일부 수송기의 수명 연한이 다가오고 있어 이를 대체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시절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400억 원을 들여 대형 수송기 10여 대를 외국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도입 규모가 7대로 줄었고, 다시 줄어 결국 C-130J 수송기의 동체 연장형인 C-130J-30 4대가 2014년 6월 전력화됐습니다. 이후에도 대형수송기 도입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 했지만 예산 문제로 진행이 쉽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예산 7100억 원을 들여 3대를 추가 도입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역시 부족한 상황입니다. 공군은 2019년 1월 KC-330 1호기 전력화 이후 현재까지 총 4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4대지, 1대는 정기 정비로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고 다른 1대는 비상대기용으로 남겨둡니다. 실제로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기체는 2대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에 더해 1대 마저 재외국민 보호 임무나 인도적 지원 작전에 투입될 경우 영공방위를 위한 주임무인 공중급유는 단 1대로 밖에 할 수 없습니다. 1~2대의 KC-330으로는 동·서·남해 모든 영역을 담당할 수 없습니다. 지난 해 12월에서야 공중급유기 2대를 추가하는 사업이 결정됐습니다.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총사업비 1조 2000억원을 들여 공중급유기 2대를 국외에서 구매한다는 계획입니다.
- 맥아더·김영옥·백선엽..'한미 10대 영웅' 뉴욕에 뜬다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가보훈처는 20일 정전협정·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연합군사령부와 공동으로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을 영상으로 제작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송출한다고 밝혔다. 10대 영웅의 모습을 담은 30초 분량의 영상은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삼성과 LG 전광판을 통해 매일 680회씩 송출된다.10대 영웅은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70년을 이어온 한미동맹의 역사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 밴 플리트 부자(父子), 윌리엄 쇼 부자(父子), 딘 헤스 공군 대령, 랄프 퍼켓 주니어 육군 대령, 김영옥 미국 육군 대령, 백선엽 육군 대장, 김두만 공군 대장, 김동석 육군 대령, 박정모 해병대 대령 등이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해 전세를 역전시킨 영웅이다. 밴 플리트 장군은 미8군 사령관으로서 전선을 지킨 명장이었으며, 그의 아들 제임스 밴 플리트 2세는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해 1952년 4월 임무 수행 중 적 대공포 공격을 받고 실종됐다. 윌리엄 쇼 선교사는 주한미군 군목으로 자원입대해 한국 군대에 군목제도를 도입했다. 그의 아들 윌리엄 해밀턴 쇼는 하버드에서 박사과정 수학 중 6.25전쟁 발발 소식을 듣고 미 해군에 재입대 해 인천상륙작전 시 정보장교로서 작전 성공에 기여했고, 서울수복작전을 위한 정찰 임무 수행 중 적의 총탄을 맞고 28세 나이에 전사했다.딘 헤스 공군 대령은 1950년 7월 대구기지에 도착한 이후 한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 양성 훈련을 포함해 1년여 동안 250회에 걸쳐 전투 출격을 하는 등 한국 공군의 대부로서 역할을 했다. 랄프 퍼켓 주니어 육군 대령은 1950년 11월 청천강 북쪽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 점령 때 수류탄에 맞고도 작전을 지휘하는 등 중공군에 맞서 활약했다. 김영옥 미 육군 대령은 재미교포로, 제2차 세계대전 참전 후 전역한 뒤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 예비역 대위로 자원입대했다. 2018년 한국인 이름을 딴 미국 최초의 고속도로인 ‘김영옥 대령 기념 고속도로’의 주인공이다.백선엽 장군은 6.25전쟁에서 국군 제1사단을 지휘해 칠곡군, 가산·동명면 등지를 아우르는 다부동 전투에서 미군과 함께 북한군 3개 사단을 격멸했다. 김두만 공군 대장은 6.25전쟁 중 대한민국 공군 최초로 100회 출격을 달성, 김신 장군 등과 함께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에도 참가했다. 김동석 육군 대령은 1950년 9월 미8군 정보 연락장교로 서울탈환작전을 위한 결정적인 적군 정보를 수집해 유엔군사령부에 제공함으로써 서울탈환작전에 크게 기여했다. 박정모 해병대 대령은 서울탈환작전 시 소대원을 인솔해 시가전을 전개하고 중앙청(당시 정부청사)에 인공기를 걷어내고 태극기를 게양했다.
- [한반도 24시]여덟살에 후계자 된 김정은, 그리고 그의 딸
-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지난해 11월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공개활동을 시작하면서 후계자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과연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서 공개 활동을 하는 것인지,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하는 전략국가 지도자의 이미지 연출 차원의 딸 공개인지, 딸을 가진 가정의 가장으로서 정상국가 지도자상을 내세우고 외부 세계와의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 전달 차원의 연출인지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김주애가 지난 석 달간 군사부문, 스포츠 행사, 건설현장 등 7차례 공개행보를 하고, ‘존귀하신’, ‘존경하는’, ‘사랑하는’ 등의 수식어와 함께 ‘백두혈통 결사보위’ 구호와 ‘사랑하는 자제분이 제일로 사랑하는 충마’라며 김주애가 타는 말에 대한 공개 언급, 우표발행 등은 후계구축과 관련한 징후로 볼 수 있다.1984년 1월 8일생인 김정은의 나이 40세에 후계를 공식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빠르고 후계자로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인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후계자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후계와 관련짓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므로 선대 지도자들의 후계구축 논리와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김일성으로부터 김정일로 승계가 이뤄질 때 북한이 내세운 후계자론은 ‘혈통 계승론’, ‘혁명 계승론’, ‘김일성 화신론’ 등이 있다. 북한은 백두산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한 백두혈통이라야 후계자가 될 수 있고, 제국주의가 남아 있는 한 혁명은 계속돼야 한다면서 김일성 가계가 대를 이어 수령제 국가를 지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김일성 화신론은 김일성의 통치철학과 스타일에 따라 수령제 국가를 계승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성 화신론은 ‘김일성 영생론’과 함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조선로동당=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동일시하는 담론의 근거로 활용된다. 김정일은 계모인 김성애가 낳은 이복동생들과의 치열한 후계투쟁을 거쳐 이른바 ‘곁가지’들을 물리치고 당내 유일사상체계 구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4년 2월 당 원로들에 의해 후계자로 추대됐다. 이후 김일성 사망 때까지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을 운영했다. 당내 후계지명 이후 김정일은 후계수업과 동시에 사실상 실권자로 20여년간 후계체제를 구축해나갔다.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이라는 어려움 속에도 정권과 체제를 유지한 것은 오랜 후계구축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김정은은 2008년 8월 김정일의 뇌졸중 발병 이후 2009년 1월 8일 25살 생일 때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의 경우 후계자가 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있었지만, 김정은의 경우는 아버지 시대에 만들어 놓은 후계논리에 따라 선대수령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간택됐고, 북한 주민들은 이를 ‘관습헌법’처럼 받아들였다.김정일의 후계자 선택 기준은 수령체제를 잘 이어갈 지도자의 자질이었다. 세 아들 중 지도자 자질을 보였던 김정은을 8세 때 후계자로 내정했고, 권력핵심에서는 김정은을 ‘샛별대장’이라고 부르고 ‘발걸음’이란 찬양 노래를 만들어 척척척 발걸음 소리를 후계자 등장의 상징으로 활용했다.김정은으로의 후계구축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은 ‘김정일의 요리사(2003)’란 책을 쓴 후지모토 겐지이다. 김정은 후계가 외부에 공식화된 것은 대만 사진작가 `후앙 한밍`이 2009년 9월 북한에서 찍은 포스터 사진을 공개하면서부터다. 포스터에는 “장군복, 대장복 누리는 우리 민족의 영광, 만경대 혈통, 백두의 혈통을 이은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문구와 함께 김정은 찬양 노래 ‘발걸음’의 가사가 적혀 있었다. 이때까지 김정일의 아들 중 한 명이 후계자가 될 것으로 보았지만 3남인 김정은으로의 후계를 정확히 예측한 기관과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김주애의 이른 등장으로 여러 억측이 난무하지만 김주애가 후계자 군에 있는 것은 분명하고, 지도자의 자질이 있다면 여자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도 성립하기 어렵다. 수령제가 제도화됐다고 본다면 선대 수령이 간택하면 남녀 구분 없이 후계 수령이 될 수 있다. 다만, 김정은의 갑작스런 유고가 발생할 경우 야심가들이 김주애를 수령으로 옹립해 놓고 집단지도체제로 섭정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왕위계승처럼 북한의 후계문제는 최고지도자의 건강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변수다.
- "하늘에서도 작품하시길"…영화계, 故 윤정희 사망 애도 물결 [종합]
- 지난 2016년 9월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영화배우 윤정희 특별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한국 영화사의 발전을 함께한 은막의 스타, 영화배우 윤정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영화계 및 누리꾼들 사이에선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영화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던 윤정희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안타까운 비보에 영화계는 슬픔에 빠졌다. 신정균 감독은 고인의 죽음에 ‘별이 졌다’고 표현하며 그를 추모했다. 신정균 감독은 고 윤정희와 생전 ‘삼일천하’, ‘효녀심청’, ‘궁녀’, ‘평양폭격대’ 등 작업을 함께한 고 신상옥 감독의 아들이다. 신 감독은 “신상옥 감독과도 많은 작품을 하셨던 여배우 윤정희 여사님, 우리 어머니 생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하셨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결국 알츠하이머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과의 이별을 고했다”며 “부디 하늘나라에서 먼저 가신 동료 선후배 영화인들과 함께 영면하시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도 SNS로 추모의 뜻을 전했다. 원 대표는 “1990년 ‘한샘’의 모델이셨고 그 광고의 조감독으로 선생님을 뵈었다”고 고인과의 첫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님의 ‘시’ 시사회장에서 만나 그 인연을 말씀드리니 ‘꼭 작품 같이 해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지만”이라고 덧붙이며 비통한 심정을 덧붙였다. 원로배우 한지일 역시 자신의 SNS에 “대배우 선배들과 연기를 한다는 게 참 힘들었던 저에게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신 선배님”이라며 “‘죽는 날까지 영화를 하시겠다’던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시고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가셨다. 파리에 계시면서도 늘 영화배우의 끈을 놓지 않고 귀국 때마다 영화 배우 선후배들과의 만남, 영화계 큰 어르신인 신영균 선배님과 동료 배우들과의 교우를 끊지 않으셨던 선배님”이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하늘나라에서도 그토록 사랑하셨던 영화 많이 많이 출연하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영화 기관들도 애도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공식 SNS 계정에 “배우 윤정희 님께서 별세하셨다”며 “‘청춘극장’(1967)부터 ‘시’(2010)까지 280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마지막 영화로 많은 여우주연상을 받으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1944년생인 고인은 지난 1967년 1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출연한 영화 ‘청춘극장’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당시 대종상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 신인상 트로피를 8개나 쓸어담으며 주목을 받았다. 고인은 특히 문희, 남정임과 함께 ‘충무로의 트로이카’로 불리던 1970년대 대표 여배우다. 데뷔 이후 7년 동안 무려 30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다. ‘안개’, ‘장군의 수염’, ‘독 짓는 늙은이’ 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아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여러 곳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전성기 시절 엄청난 인기로 ‘은막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왕성히 활동하던 중 돌연 학업에 매진해 유학길을 떠난 적도 있다. 그는 1974년 돌연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뒤 파리 제3대학에서 영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6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의 결혼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다만 결혼 이후에도 20여편의 영화에 출연해 연기에 대한 꾸준한 열정을 보였다. 1994년 영화 ‘만무방’ 출연 이후 긴 공백기를 가졌지만, 16년 만인 지난 2010년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통해 화려하게 귀환했다. ‘시’는 당시 칸 영화제 각본상까지 수상했다. 윤정희는 이 작품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인생 마지막 여우주연상, 각종 공로상들을 휩쓸었다.다만 ‘시’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고인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서 연기 활동이 더 이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019년 언론 보도로 그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악화됐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다. 당시 남편인 백건우는 이에 대해 “사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은 뉴스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이제는 더 숨길 수 없는 단계까지 왔고 윤정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사실 다시 화면에 나올 수도 없는 거고 해서 알릴 때가 됐다 생각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20년에는 윤정희의 동생들이 ‘백건우가 치매에 걸린 윤정희를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백건우가 윤정희 동생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급기야 프랑스 및 한국에서 윤정희의 후견인 지위를 둔 법적 다툼까지 빚어졌다. 당시 윤정희의 성년후견인은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였다. 백진희는 프랑스 법원에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어머니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고 2020년 국내 법원에도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윤정희의 동생들이 딸 백 씨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생들은 2심 결과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하지만 성년후견 대상인 윤정희가 사망하면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사건은 추가 심리 없이 각하될 전망이다.
- 스크린에서도 뜨거운 '영웅'…천만 가슴 울릴까
-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국내 대표 흥행감독 중 한명인 윤제균 감독이 첫 시도한 뮤지컬 영화로 관객의 심판대에 선다.오는 21일 개봉하는 윤제균 감독의 새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서른한 살이라는 짧고 불꽃 같은 생을 산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작품. 영화는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의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영화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돼 2009년 초연부터 7번째 시즌까지 마친 동명의 스테디셀러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다.◇뮤지컬 감동 그대로…웅장해지는 ‘그날을 기약하며’ ‘장부가’아들이자 남편, 두 아이의 아버지인 안중근(정성화 분)은 평범한 삶을 뒤로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의병 운동에 몸 바친다. 한편 일본의 만행을 목도한 궁녀 설희(김고은 분)는 조국의 원수를 갚고자 일본으로 건너간다. 안중근은 설희의 첩보 활약으로 이토 히로부미의 하얼빈 방문 계획을 입수하고, 하얼빈으로 향한다. 마침내 거사 당일,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끌려가며 “코레아 우라(대한제국 만세)”를 외친다.‘영웅’은 정성화의 명불허전 안중근 연기가 빛나는 작품이다. 도입부에 안중근이 설원에서 왼손 네 번째 손가락 한 마디를 잘라내고 동지들과 이토 히로부미 처단을 맹세하며 부르는 ‘단지동맹’은 비장한 목소리로 한순간에 몰입되게 한다. 마지막에 안중근이 사형대에 올라서서 죽음의 두려움을 견뎌내며 부르는 ‘장부가’는 영웅 안중근에 가린 인간 안중근을 부각시키며 처절한 외침과 함께 깊은 잔상을 남긴다.영화는 초중반까지 안중근과 동지들의 의병운동, 설희의 첩보활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투박한 장면 전환으로 감정의 흐름을 매끄럽게 잇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거사가 임박한 순간부터 안중근이 최후를 맞는 순간을 담은 중반부 이후는 ‘영웅’ ‘그날을 기약하며’ ‘누가 죄인인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등 뮤지컬의 유명 넘버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배우들의 호연으로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하며 초중반의 아쉬움을 상쇄시킨다.특히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한 나문희와 설희를 연기한 김고은은 영화의 숨은 보석이다. 나문희의 관록이 묻어난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는 감정을 누르고 담백하게 부르는데 눈물샘을 자극한다. 원작보다 개연성을 강화한 설희 역의 김고은은 뮤지컬과 차별화시키며 발군의 노래 실력으로 놀라움을 선사한다.◇‘해운대’ ‘국제시장’ 쌍천만 감독의 뮤지컬 영화 도전‘영웅’은 윤제균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영화다. 2009년 부산 해운대을 덮친 초대형 쓰나미의 위험을 그린 ‘해운대’으로 1132만의 관객을, 2014년 격변의 시기를 견디며 가족을 위해 헌신한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 ‘국제시장’으로 1426만의 관객을 동원한 쌍천만 흥행감독이 도전한 첫 뮤지컬 영화다.그의 뮤지컬 영화 도전은, 2012년 ‘댄싱퀸’의 제작자와 배우로 인연을 맺은 정성화의 초대로 뮤지컬 ‘영웅’을 관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많은 넘버 중에서도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대목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는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위한 영화라면, ‘영웅’은 어머니를 위한 영화”라며 “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안중근 의사의 뒤에는 위대한 어머니가 있었다”고 얘기했다.윤제균 감독은 뮤지컬의 감동을 그대로 스크린에 가져오기 위해 전체 노래의 70%를 라이브 녹음으로 완성했다. 라이브 녹음 장비로 쓰였던 마이크와 인이어를 지우느라 무려 1000컷의 CG를 썼는데, 재난영화 ‘해운대’와 시대극인 ‘국제시장’보다 더 많은 CG를 사용했다는 후문이다.◇왜 안중근인가…관련 문화 콘텐츠 봇물문화계는 때아닌 안중근 열풍이다. 관련 문화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오는 21일에는 영화 개봉뿐 아니라 뮤지컬 ‘영웅’의 서울 공연이 개막한다. 안중근 의사가 무대와 스크린에서 동시에 관객과 만나게 된 셈이다. 지난 8월에는 청년 안중근의 삶을 그린 김훈 작가의 ‘하얼빈’이 출간됐고, 영화계에서는 또 다른 안중근 의사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가 준비 중이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하고, 현빈이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는 ‘하얼빈’이 제작된다.‘왜 안중근인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난세의 영웅을 바라는 것과 같은 심리라고 답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경기침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 외우내환의 상황이 안중근 의사를 소환해냈다는 것.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안중근 의사는 이순신 장군과 함께 난세를 헤쳐 나간 대표적인 민족의 영웅”이라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금의 불안한 현실이 실존했던 역사 속의 영웅을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제균 감독과 함께 안중근 캠페인을 준비중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K콘텐츠의 영향력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영웅’ 같은 콘텐츠가 우리의 역사를 전파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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