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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이런 곳이?…숨은 보물 '강소형 관광지' 4곳
  •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숨은 보물 '강소형 관광지' 4곳[여행]
  • 대구 남구의 앞산 해넘이전망대(대구 남구청 제공)[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외국인 중 서울·부산·제주를 다녀온 뒤 ‘한국을 다 봤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유명 지역과 특정 관광지에 편중된 한국 관광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편견을 깨는 시도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19년부터 ‘강소형 잠재관광지’를 선정해 알리고 있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관광지를 발굴해 여행객 분산은 물론 지역경제·관광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13개 대상지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60여 곳의 숨은 명소를 발굴했다. 연말을 맞아 ‘겨울을 즐기기 좋은 강소형 잠재관광지 4선’에 가보면 어떨까. 계절의 정취와 지역 고장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을 모았다.◇전국 누비던 보부상의 세계 속으로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과거 봇짐이나 등짐을 지고 전국을 떠돌며 행상을 하던 상인을 ‘보부상’이라 불렀다. 이 보부상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가 충남에 마련돼 있다. 충남 예산군 내포보부상촌은 한국의 전통 유통 문화를 재현한 국내 유일의 보부상 테마파크다. 보부상 문화의 거점인 충남 예산군 덕산지역에 약 6만2810㎡ 규모로 2020년 7월 개장해 내포 지역의 문화적 특징과 보부상의 삶과 활동이 담긴 이야기를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내부에는 유통문화전시관, 저잣거리 및 난장 등 무형문화재 공연장 및 체험 공방 등이 있으며 보부상 촌 주변의 자연을 벗 삼아 휴식도 할 수 있다.저잣거리는 옛날 5일장이 열리는 모습을 재현한 공간으로 상점들과 식음 매장이 있어서 옛 보부상들이 즐기던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보부상 놀이마당은 전통 체험의 한마당으로 팽이놀이, 죽방울놀이, 쌈지놀이, 모도지기 윷놀이, 접시돌리기 등 보부상이 즐기던 옛 놀이와 잠뱅이씨름, 딱지치기, 장터풍장, 줄타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은 쉽게 체험하기 어려운 민속놀이를 신나게 즐길 수 있다.또한 패랭이모자, 봇짐, 짚신, 등짐을 묶었던 멜빵 역할의 박다위, 호객을 위한 죽방울 등 보부상들의 다양한 소품을 제작하는 공방은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이밖에도 예산의 유명 관광지인 예당호수와 추사고택, 수덕사, 덕산온천, 가야산 등을 연계하면 더욱 풍성한 일정이 만들어질 것이다. ◇일몰 보고 환상적인 야경도 즐기고대구 남구의 앞산 해넘이전망대(대구 남구청 제공)연말을 맞아 해넘이 장소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아픈 기억은 잊고, 희망찬 새해를 준비하려는 이들에게 대구 남구의 앞산 해넘이전망대는 좋은 선택지가 되고 있다.일몰과 함께 대구의 경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앞산 해넘이전망대는 2020년 8월에 개장했다. 독특한 타워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데, 앞산 빨래터 공원의 역사와 상징을 담아 빨래 비틀어 짜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앞산에서 내려온 깨끗한 물로 빨래하던 과거상을 담았다.밤이 되면 13m 높이의 타워형 전망대는 알록달록한 빛을 내뿜으며 시선을 잡아끈다. 이제는 전망대 자체가 하나의 멋진 야경명소로 자리 잡았다. 방문하기 좋은 시간은 해가 진 뒤 30분 이내다. 사진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매직아워’의 때이기도 하다. 때를 놓쳤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밤이 되면 서서히 조명이 켜지고, 황홀한 야경이 거리를 수놓는다.전망대로 올라가는 경사도로의 길이는 총 243m로 빙글빙글 돌며 산책하듯 걷기에 좋다. 일부가 투명유리 바닥으로 이뤄진 부분이 있어서 긴장감을 주는 것도 재미 요소다.전망대에는 임진왜란, 정유재란에 참가한 명나라의 장수인 두사충 이야기길이 조성돼 있고, 관련 조형물과 미디어파사드가 설치돼 있다. 타워와 앞산을 연결하는 하늘다리는 교량 중앙에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사랑의 오작교로도 불린다. 지금은 연인과 데이트하거나 인증샷을 찍기 위해 젊은이들이 모이는 로맨틱한 장소가 됐다.이곳에서 도보 5분 거리에는 별자리이야기터널이 있다. 앞산 골안골로 진입하는 지하보행로 48m 구간에 있는 터널로, 현재 정비를 통해 홀로그램 등의 장치를 설치한 새로운 야간 관광지로 선보일 채비를 마무리하고 있다.◇수려한 남해를 바라보며 아찔한 하늘길 산책을설리스카이워크 (한국관광공사 제공)아름다운 한려해상을 한눈에 담으면서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2020년 12월 개장한 경남 남해군 설리스카이워크다. 남해를 조망하는 언덕 위에 세워진 명물로 바다를 향해 뻗은 다리 형태의 구조물 바닥이 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스카이워크는 남해군 미조면 설리에 자리하고 있다. 스카이워크의 이름인 ‘설리’도 여기서 따왔다. 이곳에는 높이 38m의 스카이워크와 하늘그네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넓은 바다 풍광과 함께 스릴을 즐기려는 이들이 전국에서 방문하고 있다.바닥이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 구간의 길이는 94.7m로 꽤 길어서 담력 테스트 겸 걷기 좋다. 추억을 남기려는 여행객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위에 서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바다를 향해 그네를 탈 수 있는 하늘그네는 마치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시설이다.독특한 것은 다리의 모양이다. 기둥이나 벽에서 튀어나와 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는 상태의 보를 의미하는 캔틸레버 구조를 사용했다. 이런 방식을 사용한 교량은 이곳이 처음이다. 입체감을 주는 새로운 디자인 때문에 다리 자체가 하나의 명물이 됐다.설리스카이워크는 남해의 동남쪽에 위치해 경관이 뛰어나며, 주변에 해안 중심 관광지와 해양레포츠 등의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입장료는 대인 기준 2000원 등으로 비교적 싼 편이라 부담 없이 들러볼 만하다. 방문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며, 11월부터 4월까지는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험난한 협곡 따라가는 스릴 넘치는 걷기 여행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겨울 설경 모습 (한국관광공사 제공)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을 감상하며 절벽과 허공 사이를 따라 걷는 잔도길이다. 2021년 11월에 개통돼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잔도길은 총연장 3.6㎞, 폭 1.5m로 폭이 좁기 때문에 성인 2명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다. 한탄강의 대표적인 주상절리 협곡과 다양한 바위로 이뤄진 절벽을 따라 순담 매표소에서 드르니 매표소까지 이어지며 13개 교량과 3개 전망대를 지난다. 한탄강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구간이 이어지는데 동양화 속을 걷는 듯한 장엄한 절경은 무섭다는 느낌마저 금세 사라지게 한다. 코스 도중에 있는 전망대에서 폭포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흔들다리나 숲 사이를 걷는 데크 구간도 있으며, 길을 걸으면서 주상절리뿐만 아니라 수평절리, 돌개구멍 등 다양한 지질 풍경 감상도 가능하다. 또한 주변에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 은하수교, 고석정 등 연계 관광지가 여럿 있어서 1박2일 일정으로 가기에도 무리가 없다.
2023.12.01 I 김명상 기자
역사 속 국제 로맨스…김수로왕과 허왕후 잠든 김해
  • 역사 속 국제 로맨스…김수로왕과 허왕후 잠든 김해
  • [경남 김해=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고구려와 백제, 신라에 가려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가야는 6세기 중엽까지 존재했던 국가다. 가야의 찬란한 문화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는 물론 일본의 고대문화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연맹왕국의 성격이 강했던 초기 가야를 이끈 것은 금관가야였고, 금관가야의 왕도는 김해였다. 약 2000년 전 김수로왕이 터를 잡은 김해에는 알에서 나온 신화 속 주인공 김수로왕과 인도에서 건너온 허왕후의 흔적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가야테마파크에 있는 김수로왕·허왕후의 모형◇수로왕비릉에 담긴 허왕후의 숨은 이야기 조선시대 명필 한석봉이 쓴 ‘구지봉석(龜旨峰石)’‘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숫제 협박에 가까운 ‘구지가’의 내용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고대 시가로도 유명한 구지가는 2000년 전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탄생기가 담긴 노래다. 구지봉에서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자 하늘에서 알 여섯 개를 담은 금궤가 내려왔는데 여기서 사내아이 여섯 명이 나왔고 각각 6가야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큰 알에서 나온 사람이 수로왕으로 김해에 있었던 가장 큰 나라인 금관가야를 이끌게 된다. 전설 속 구지봉은 지금의 김해시 구산동에 있다. 산 모양이 거북이를 닮았다고 해서 구지봉으로 불리는 정상부에는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고인돌이 있는데 ‘구지봉석(龜旨峰石)’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조선시대 명필 한석봉의 글씨로 전해진다. 흥미로운 탄생기를 가진 김수로왕은 역사상 최초의 국제결혼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수로왕의 부인 허왕후는 인도에서 배를 타고 건너왔다. 허왕후는 본래 인도 북부 뉴델리 지방의 고대 왕국 아유타국의 공주로, 성은 허씨(許氏)이고, 이름은 황옥, 나이는 16세였다. 김해 수릉원에 있는 허왕후 동상그녀가 멀고 먼 가락국까지 온 까닭은 계시 때문이었다. 어느 날 허왕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꿈에서 하늘의 상제를 만났는데 “가락국 임금 수로는 하늘에서 내려 왕위에 오르게 하였으니, 신성한 사람이요, 아직 배필을 정하지 못하였으니 그대들은 공주를 보내 짝을 삼게 하라”고 명한다. 그렇게 허왕후는 배를 타고 가락국으로 건너와 수로왕과 혼인을 한다는 내용이 전설로 전해 내려온다. 역사서에 기록으로 남은 국제 결혼 1호 커플이라고 하겠다. 허왕후가 잠든 수로왕비릉허왕후의 무덤인 수로왕비릉은 김해 구산동 구지터널 옆에 있다. 허왕후는 일반적인 왕비와는 결이 달랐다. 김수로왕이 잠든 수로왕릉과는 약 1.5㎞ 떨어져 있다. 보통 왕과 왕비의 무덤을 가까이 두는 것과 다르다. 게다가 수로왕비릉은 왕릉보다 높은 곳에 있으며 지름은 약 16m, 높이는 약 5m로 수로왕릉의 크기와 비슷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허왕후가 157세를 일기로 먼저 세상을 떠나자 수로왕이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자신이 묻힐 최고의 명당을 양보했다는 것이 하나다. 또 다른 해석은 인도에서 온 허왕후의 세력이 독자적이었고 매우 강했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허왕후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강한 권력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10남 2녀를 낳았는데 이 중 두 아들이 허씨 성을 물려받았다. 허왕후는 타국살이에 외로움을 많이 탔는데, 자신의 성(姓)마저 후대에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한탄했다고 한다. 이에 김수로왕이 둘째와 셋째 아들에게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했는데 이 두 왕자의 후손이 김해 허씨와 하양 허씨다. 이는 자신의 성을 물려줄 정도로 강한 입지를 가진 왕비였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 없는 암석으로 만든 파사석탑허왕후의 능 앞에는 인도에서 가져왔다는 파사석탑이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이 석탑은 성난 파도를 가라앉혀준다는 신령한 탑이다.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락국으로 출발할 때 거센 풍랑 때문에 배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에 부왕이 파사석탑을 가져가라고 했는데 이를 싣자 파도가 잠잠해졌다고 한다. 파사석탑은 많은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중국 명나라 시기의 약학서 ‘본초강목’에는 파사석에 대한 언급이 있다. ‘파사석에는 해독작용이 있는데 태우면 유황 냄새가 나며, 닭 벼슬 피를 묻히면 응고되지 않고 물처럼 돼 흘러 내린다’고 나와 있다. 실제 실험 결과 파사석을 가열했더니 유황 냄새가 심하게 났고, 가루로 만든 파사석과 일반석에 닭 벼슬 피를 섞자 일반석에 넣은 피는 말라버렸지만 파사석에는 피가 마르지 않고 남아 있었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적외선 분광 등 비파괴 분석으로 파사석탑을 조사해보니 같은 암석이 나는 곳이 한반도에는 없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석탑의 산지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해외에서 왔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허왕후의 이야기는 전설이 아닌 실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가야왕궁 재현한 김해 가야테마파크 가야테마파크 입구가야는 오래된 무덤 외에는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을 찾을 수 없다. 아쉬움을 달랠 만한 곳은 ‘가야테마파크’다. 공연과 전시, 체험, 놀이 시설을 갖춘 대규모 복합테마파크로 사랑받고 있는 김해 가야테마파크는 역사 저편으로 사라진 가야왕국이 부활한 공간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야테마파크 입구에는 타지마할을 떠올리게 하는 인도식 건물이 있다. 허왕후가 인도에서 왔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인도의 역사·문화·종교를 소개하는 갤러리로 쓰인다. 가야테마파크의 태극전테마파크 안으로 들어가면 메인 건물인 태극전이 있다. 2010년에 방송된 MBC드라마 ‘김수로’의 세트장으로 제작됐던 것으로 당시 8분에 이르는 김수로왕의 즉위식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내부에서는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를 영상으로 알기 쉽게 제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고, 왕과 왕비 옷을 입고 어좌에 앉아 사진을 찍는 어좌 체험 행사도 열린다. 이어지는 허왕후스토리관에 가면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락국까지 오게 된 신행길을 보여주는 지도, 모형 파사석탑과 거울의 방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가락정전에는 가야시대 의복을 입고 있는 김수로왕·허왕후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익사이팅 사이클가야의 역사를 만나는 김해가야테마파크가 특별한 이유는 전국 유일무이한 놀이기구가 있기 때문이다. ‘익사이팅 사이클’은 22m 높이의 하늘에서 왕복 500m 길이를 자전거로 날 수 있는 짜릿한 체험시설이다. 허리에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생명줄을 걸고 나면 모험이 시작된다. 교육을 맡은 안전요원은 “일반 자전거와 조작법은 같습니다.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갑니다. 천천히 가면 더 흔들리니 힘차게 전진하세요”라고 말했다. 웃는 것은 잠시. 자전거가 출발하고 외줄을 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쏟아진다. 생명줄이 연결돼 있어도 기우뚱대는 자전거를 타고 공중을 날고 있자니 저절로 식은땀이 흐른다. 주변 풍광이 펼쳐지지만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긴장감 때문에 손이 떨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손잡이를 꽉 붙들고 페달을 밟다 보니 어느새 도착.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익사이팅 사이클도착점은 또 다른 출발점. 다시 외줄 자전거를 타고 출발점으로 돌아가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높이에 적응이 됐는지 테마파크의 시원한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약간의 용기를 내면 더 재미나게 탈 수 있다. 연인들은 서로 속도를 맞춰 손을 붙잡고 전진하며 서로를 의지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며, 두 팔을 들어 올리고 환호하는 이들도 나온다. 비언어극 ‘페인터즈 가야왕국’테마파크 내에서 상연하는 비언어극 ‘페인터즈 가야왕국’도 김해가야테마파크의 명물이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우수 공연상을 받은 페인터즈가 가야왕국과 김수로왕의 이야기를 화려하고 재미있는 퍼포먼스로 펼치는 공연이다. 스크래치, 마블링 등 다양한 미술기법이 동원되는데, 공연자들의 실력이 보는 내내 감탄사를 자아낸다. 사적 66호로 지정된 분산성은 낙동강 하류의 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발 326m의 분산 정상에 약 923m 길이로 쌓은 석축산성이다. 여기서 가야와 신라시대 토기 파편이 다수 출토된 것을 고려할 때 김해 가야의 중심 산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도 허왕후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낯선 타국에서 그녀에게 위안이 된 것은 저녁 노을이었다. 그녀는 분산성에 올라 노을을 보며 고국 아유타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그래서 분산성에서 보는 노을은 ‘왕후의 노을’로 불리고 있다. 또한 1999년에 복원된 분산성 봉수대 뒤편 바위에는 흥선대원군이 쓴 만장대 휘호와 낙관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왜적을 물리치는 전진기지로 ‘만 길이나 되는 높은 대’라는 칭호를 내렸던 것에서 유래했다. 분산성에서 도보로 200m 정도 거리에는 해은사가 있다. 허왕후가 가락국에 무사히 도착한 후 바다의 은혜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아 지은 사찰로, 내부의 대왕각에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2023.04.14 I 김명상 기자
 100년 골목서 만난 어메 손맛, 참말로 게미지다
  • [미식로드] 100년 골목서 만난 어메 손맛, 참말로 게미지다
  • 전주 남부시장 골목 한켠에 전주 콩나물국밥의 원조로 불리는 현대옥이 자리하고 있다.[전주(전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참말로 게미지네”‘게미(개미)지다’는 전라도 방언이다. 겉 맛이 아니라 속 맛 또는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기고 그리워지는 맛을 남도에선 이렇게 표현한다. 오래 묵은 장이나 묵은지, 고향집 어머니가 손수 담근 된장으로 끓여 낸 토장국 등에서 나는 웅숭깊은 그런 맛이다. 이 게미진 맛을 찾아 전북 전주로 운전대를 향한다. 남도에서도 첫손에 드는 맛의 고장이 바로 전주이기 때문이다.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그리고 넉넉한 인심의 막걸릿집에 최근에 새롭게 뜬 ‘가맥집’ 등등. 음식에 관해서라면 내세울 게 너무도 많은 동네가 바로 전주다. ◇관리·아전·기생·소리도 전주 음식만 못하더라전주에는 ‘사불여’(四不如)라는 말이 있다. ‘관불여리(官不如史), 이불여기(史不如妓), 이불여음(妓不如音), 음불여식(音不如食)’를 줄인 말이다. 풀이하자면, ‘관리는 아전만 못하고, 아전은 기생만 못하고, 기생은 소리만 못하고, 소리는 음식만 못하다’는 뜻이다. 전주 사람들의 음식 자부심이 얼마다 대단한지를 사불여라는 이 단어만 봐도 단번에 알아챌 정도다. 전주는 ‘식재전주’(食在全州)라고 불릴 정도로 음식이 발달했는데, 여기에는 지리적 영향이 크다. 드넓은 호남평야와 풍부한 해산물을 품은 서해와 갯벌, 그리고 동부의 산악지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다. 격조있고, 풍성한 반상 차림을 특징으로 하는 남도 한정식의 식문화가 생겨난 배경이다.전주 중심 한옥마을에서 특별한 맛을 찾고 싶다면 전주읍성의 남문인 풍남문을 지나 남부시장으로 가야한다.음식도, 여행도 전주의 중심은 역시 한옥마을이다. 행정구역상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이다. 인근 구도심과 함께 전주 역사문화벨트에 속한다. 경기전을 끼고 전주향교, 한벽당, 전동성당을 품은 이 평평하고 너른 마을을 오목대와 이목대가 둘러쌌다. 그 간극을 100여년 가까운 한옥 고택들이 채우고 있다. 실핏줄 같은 골목이 이들을 연결해 비로소 마을 자체가 숨을 쉰다는 느낌을 준다.한옥마을과 이목대와 오목대한옥마을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그 출발은 1930년대부터. 조선인들이 일본인 상인들의 세력 확장에 반발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역사는 짧아도 있을 건 다 있다. 마을 곳곳에서 ‘한국’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옥의 유려한 처마 곡선 아래 한복을 입거나, 개화기 의상을 입은 연인들이 거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전주공예품전시관, 한옥생활체험관 등 전주의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시설도 가득하다. 여기에 든든한 식사인 전주비빔밥, 베테랑 칼국수와 길거리 음식인 다우랑 만두, 전주 초코파이부터 먹거리까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이 바로 한옥마을이다.눈내리는 전주 남부시장◇전주 콩나물국밥, 그 원조를 찾아가다특별한 맛을 찾고 싶다면 전주읍성의 남문인 풍남문(보물)을 지나 남부시장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전주 토박이들의 진짜 서민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 유명한 피순대는 물론이고 콩나물해장국이며 전주비빔밥, 그리고 한입 먹으면 건강해지는 따뜻한 쌍화차까지 맛볼 수 있는 식당과 작은 카페들이 거리를 이루고 있다.현대옥 콩나물국밥1비빔밥 못지않게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콩나물국밥이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두 종류가 있다. 끓이는 식(직화식)과 부어내는 식(토렴식, 전주남부시장식)이다. 전주에서의 콩나물국밥은 대부분 전주 남부시장식이다. 전주 이외 지역에서의 콩나물국밥은 대개 끓이는 식이다.그윽하고 담백한 맛의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은 지금도 남부시장 어디를 가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많다. 많고 많은 식당 중에서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의 원조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현대옥’이다. 맛깔스러운 손맛으로 전주에서도 소문난 맛집이다.현대옥 외관현대옥 메뉴는 오로지 국밥 한 가지다. 식당 벽면에는 콩나물국밥 맛있게 먹는 법과 전주식 콩나물국밥이 좋은 이유를 곳곳에 붙여 놨다. 토렴식이라 국밥 온도가 적당해 김을 얹어 먹으면 맛이 2~3배 좋아진다거나, 수란 먹는 법과 잘게 썬 오징어 사리가 있어 좋다는 것 등이다. 국물을 서너 숟가락 수란에 떠 넣고 김을 잘게 부숴서 섞어 먹고 나면 그 이유가 단번에 이해된다. 먹기 좋게 따뜻한 토렴식 국밥의 매력은 식감이다. 적당한 국 온도에 콩나물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더 살아있다. 여기에 오징어 사리가 올려져 있어 질감까지 좋다. 김치, 깍두기는 국밥과 잘 어울리도록 적당하게 숙성되어 있어 감칠맛까지 더한다.◇전주 토박이만 가는 오래된 노포의 정겨움남부시장 안의 동래분식은 30년 넘게 팥죽과 수제비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깊게 파인 대접에 새알심이 듬뿍 들어간 팥죽은 한 그릇에 단돈 7000원이다. 팥칼국수는 그보다 싼 6000원이다. 싼 만큼 양이 적지도 않다. 두 사람이 먹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푸짐하다. 대신 곁들이는 반찬은 단촐하다. 더 정확한 이유는 별 반찬이 필요가 없다. 팥의 달콤함을 고스란히 느끼려면 반찬은 거추장스러운 장식일 뿐이다. 취향에 따라 소금과 설탕을 넣어 먹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남도에서는 설탕으로 간을 하지만, 소금으로 간을 해도 단맛이 확 올라와 구미를 당긴다. 물론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팥의 은근한 단맛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동래분식 주방에서 밭죽을 끓이고 있는 모습남부시장 뒷골목의 ‘세은이네’는 맞춤형 메뉴로 승부를 보는 특이한 식당이다. 메뉴판의 물국수(6000원), 닭곰탕(9000원)은 점심에만 판매하고 저녁에는 예약 손님만 받는다. 메뉴도 모임 성격에 맞게 맞춤으로 내는데, 주꾸미 샤부샤부가 일품이다. 주꾸미와 함께 배추, 청경채, 냉이, 숙주나물이 푸짐하게 제공된다. 데치고 끓이다 보면 채소 육수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효자문식당_불갈비전주객사 ‘풍패지관’으로 이어지는 객사길 주변에도 오래된 음식점이 많다. ‘효자문’은 1978년 문을 연 갈비탕 전문 식당이다. 35년 넘게 한결같이 100% 국내산 한우만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구이용처럼 칼집을 낸 고기가 들어간 맑은 국물의 갈비탕과 함께 진한 불고기 양념에 바싹 구워내는 ‘불갈비’가 주메뉴다. 불갈비를 주문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반갈비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보통 갈비탕은 맑고 뽀얀 국물인 반면 이곳의 갈비탕은 국물이 진한 갈색이면서도 걸쭉하다. 얇게 썬 편육이 들어 있는 일반 갈비탕과는 달리 통갈비뼈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이 집만의 비결인 특제양념으로 2~3일 정도 숙성시킨 통갈비를 넣고 끓여내기에 고기 또한 심심하지 않고 양념이 잘 배어 있다는 점이다.태봉집 복탕인근 ‘태봉집’도 1976년 개업한 복어 전문 식당이다. 주메뉴인 복탕에 미나리와 콩나물이 한 바가지 제공된다. 펄펄 끓는 맑은 탕에 살짝 데쳐 먹은 후 진하게 우러난 육수와 함께 복어를 건져 먹는다. 건더기는 식당에서 만든 특제 양념 소스에 찍어 먹어야 한다. 양념 소스는 다진 마늘과 초장을 섞은 것인데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100년 가까운 고택 캎인 행원에서는 전통차는 물론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다◇낮에는 카페에서, 밤에는 가맥집으로 풍남문 앞 골목에는 100년 가까운 고택 카페인 ‘행원’(杏園)이 있다. 전통차와 음료뿐 아니라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은행나무 정원이란 뜻’을 가진 행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식 건축법이 녹아든 한옥. 따로 마당 없이 ‘디귿’ 자 건물을 짓고 중정(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과 못을 두었다. 이곳은 전주 예술인의 성지였다. 1928년 조선요리를 팔던 식도원으로 출발했다. 해방 후 남원 권번 출신 화가인 허산옥이 인수해 ’행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1961~1978년)했다. 자연스럽게 당대의 국악인과 예술인에게 춤과 노래를 전수하며 지역 문화예술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행원 쌍화차 지금도 ‘소리가 있는’ 한옥 카페로 맥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매주 토요일 차를 마시며 국악공연을 즐길 수 있었는데, 현재는 소규모 예약제로 운영한다.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대금과 가야금 소리가 작은 방과 소담스러운 정원까지 가득 채운다. 대추차나 쌍화차보다 깊고 그윽한 국악의 향기가 울려 퍼진다.은혜다방 쌍화차남부 시장 현대옥 바로 옆의 ‘은혜쌍화탕’은 이름처럼 은혜로운 카페다. 커피와 식혜, 매실차는 1잔에 1000원, 가장 비싼 한방쌍화차는 2000원이다. 20가지 약재를 우려낸 한방차에 예닐곱 가지 견과류를 고명으로 얹었다. 저렴한 찻값이 미안해질 정도다. 20년 가까이 시장 상인을 상대로 영업해온 비결이다.가정집을 개조한 분위기 좋은 카페도 여럿 있다. 오래된 한옥 기왓집을 트렌디하게 개조한 효자문식당 바로 옆의 ‘경우’와 개량 양옥을 MZ놀이터로 바꾼 태봉집 옆 ‘한채’는 차와 커피를 즐기면서도 풍경까지 즐길 수 있다. 좁은 골목 안에 마당을 품은 아늑한 공간으로 소문나면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가맥집인 초원편의점의 북어포전주의 밤을 책임지는 가맥집들도 군데군데 있다. 가맥이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말한다. 옛날 주점 영업시간을 새벽 2시로 제한하던 때, 슈퍼마켓 간이의자에 앉아 차수를 늘이며 병맥주를 마시던 관습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사실 전주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 간판에는 가맥 또는 휴게실이란 글자가 따라붙는다. 가게 안팎에 탁자·의자를 마련해 두고 맥주와 갑오징어구이·황태구이·계란말이·북엇국 등 안주를 독특한 양념장과 함께 낸다. 갑오징어구이로 잘 알려진 ‘전일수퍼’, 명탯국으로 소문난 ‘임실슈퍼’, 튀김닭발을 잘하는 ‘영동슈퍼’ 등 이름난 가맥집들이 즐비하다. 왁자지껄하고 정겨운 분위기다.
2023.01.06 I 강경록 기자
 빨갛고, 파랗고, 노란 파프리카의 무한 변신
  • [미식로드] 빨갛고, 파랗고, 노란 파프리카의 무한 변신
  • 경남 합천 가야산 별빛농장의 쿠킹클래스인 ‘키토파샐 만들기’[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어머니의 품 같은 가야산이 두 팔 벌려 감싸고 있고, 그 아래 파프리카 수백 그루가 격식을 갖춘 듯 늘어서 있다. 눈부신 7월의 햇살은 빨갛고, 노랗고, 파란 파프리카에 반사되면서 마치 동화 속 풍경에 빠져 있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잎사귀를 조심스레 흔드는 산들바람과 달보드레한 흙냄새, 그리고 망중한을 즐기는 고양이들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더한다.경남 합천군 야로면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별빛농장의 풍경이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가야산 자락 해발 400m 고지에 만든 별빛농장으로 들어서자 스마트팜으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거대한 유리온실이 펼쳐졌다. 5만 평 규모의 대단지에서 토마토, 바질, 새싹 인삼 등 다양한 먹거리를 재배하는 별빛농장은 팜핑과 캠핑을 즐기는 복합 문화 농장이다. 이곳에는 등산, 황토 둘레길 걷기, 요가, 숲속 명상 등을 접목한 1박2일 ‘자연미행’ 프로그램이 마련돼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소진된 기운을 자연의 에너지로 다시 채우기 좋은 곳이다. 최근에는 팜크닉(농장소풍) 장소로 이름나면서 인근 도시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대폭 늘어났다.가야산 별빛농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파프리카를 직원들이 분류 중이다.사실 별빛농장은 이름처럼 농장이 주요 수입원. 파프리카, 새싹 삼 등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했다. 최근에는 내수 시장이 커지면서 더 이상 수출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하는 등 내수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별빛농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별빛농장에서는 각종 농산물 및 시설 채소, 특용 작물 재배 및 수확 체험 등을 운영 중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쿠킹 클래스다. 파프리카 피자 만들기, 청란버거 만들기, 키토파샐 만들기 체험 등이 있다. 특히 키토파샐 만들기는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 파프리카 속을 비우고 그 안에 속을 만들어 말아 넣는 요리다. 김, 치즈, 루콜라에 아삭아삭한 파프리카가 더해져 맛도 식감도 뛰어나다. 신선한 재료와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체험 시간은 대략 40~60분 정도다.가야산 별빛농장의 이현주 대표
2022.07.29 I 강경록 기자
 빵·잼 넘어 마들렌·마카롱까지 변신한 성주참외
  • [미식로드] 빵·잼 넘어 마들렌·마카롱까지 변신한 성주참외
  •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고 있는 경북 성주의 성주참외[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참외’ 앞에는 으레 ‘성주’가 수식어처럼 붙는다. 전국에 유통되는 참외의 70%가 경북 성주에서 생산되기 때문. 오죽하면 성주는 몰라도 성주참외는 안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성주에는 참외 농가도 많다. 성주 들판을 가득 채운 비닐하우스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비닐하우스에는 제철 맞은 참외가 매일같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참외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멜론계의 식물이 중동과 인도, 중국을 거쳐 서양의 멜론과 동양의 참외로 분화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땅에서 참외를 처음 재배한 시기는 언제일까.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 이전부터 참외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 땅에 강서참외, 감참외, 골참외, 성환참외, 개구리참외, 줄참외, 노랑참외, 수통참외 등 다양한 참외 재래종이 지방 각지에 존재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노란색 참외는 1957년 일본에서 건너온 품종인 은천에서 유래했다.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고 있는 경북 성주의 성주참외성주가 참외의 고장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예부터 성주는 대체로 겨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태풍과 큰비의 피해가 적었다. 이유가 있다. 북쪽의 금오산과 서쪽의 가야산을 잇는 산줄기가 겨울의 찬바람과 눈, 여름의 태풍과 비를 막아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낙동강을 기대고 있어 습한 땅이 많다는 점 또한 참외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여기에 농법이 발달하면서 성주는 참외의 고장으로 발돋움한다. 원래는 노지에서 키워 7월에 수확했는데, 비닐하우스 공법으로 이른 수확이 가능해지면서 농민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경북 성주에서는 성주참외를 활용해 참외잼이나 마들렌, 마카롱 등의 참외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성주에서 재배하는 참외 품종은 80% 이상이 오복이다. 금싸라기 계열이라 오복금싸라기라고도 부른다. 과육이 단단한 것이 특징으로, 밭에서 막 딴 것을 씹으면 그 식감으로 인해 단맛이 덜한 듯이 느껴진다. 하지만 4~5일 정도 후숙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맛있는 성주참외를 고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큰 놈보다는 손안에 쥘 정도로 크기가 적당한 게 좋다. 또 표면 매끈한 것보다 까칠한 것이 단맛이 더 좋다.성주에 간다면 참외를 가공한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월향면 참외향기마을의 카페 옐롱이 대표적인 곳. 2018년 문을 연 이곳은 청년들이 지역특산물인 참외를 이용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주민사업체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참외잼이나 마들렌, 마카롱의 참외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경북 성주 가야산역사신화테마파크에서는 여행객을 위해 명상체험과 참외를 활용한 피크닉세트를 제공하고 있다.
2022.04.22 I 강경록 기자
 뒤틀리고 휘어진 노거수, 500년간 성주를 품다
  • [여행] 뒤틀리고 휘어진 노거수, 500년간 성주를 품다
  • 경북 성주 이천변에 자리한 성밖숲에는 수령 300~500년 왕버들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성주(경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묘하게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 가슴과 등허리에 박힌 옹이들. 나무도 나이를 들어서일까. 세월만큼 깊어진 상처를 안은 노거수들이 하나같이 지팡이를 짚은 채 맥문동 푸른 싹들을 발치에 키우며 숲을 이루고 있다. 경북 성주의 성박숲(천연기념물 제403호) 풍경이다. 이 숲은 옛 성주읍성의 서문 밖, 성주읍내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상류 이천변에 자리하고 있는 왕버들숲이다. 이 숲의 정식명칭은 ‘성주 경산리 성밖숲’. 무슨무슨 공원도 아닌, 그냥 ‘성밖숲’이다. 풀이하면 성 밖의 숲이라는 뜻이다. 직관적인 이름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그 의미는 또 달라진다. 성 밖에서 안을 품은 숲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500년 간 성주를 품은 숲을 거닐다 온 나라에 연둣빛 붓질이 시작됐다. 바람은 싱그럽고 햇볕은 따뜻하다. 보이는 풀과 나무마다 꽃답지 않은 게 없다. 성주에도 제법 향기 나는 호젓한 명소들이 곳곳에 있다.성밖숲의 왕버들 노거수에도 신록의 향기가 가득하다. 성밖숲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이 아니라 인공숲이다. 마을을 보호하는 비보림으로, 과거부터 집중호우에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 이전에는 밤나무 숲이었는데 임진왜란 직후 다 베이면서 그 자리에 왕버들을 심었다. 그 후부터 이 숲의 주인이 된 왕버들은 5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나이를 먹어가며 천변에 가지를 뒤틀고 있다.경북 성주 성밖숲의 1호 왕버들나무왕버들은 버드나뭇과에 속하는 식물. 이름 앞에 ‘왕’자가 붙은 것도 괜한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왕버들의 평균 키는 무려 13m에 달한다. 그중에는 16m가 넘는 것도 있는데 둘레가 가장 큰 나무는 높이가 16.7m에 이른다.500년을 버텨온 숲에 사연 하나 없을까. 근래 들어 이 숲이 사라질 뻔한 위기가 있었다. 1980년대 국내에 잠사업이 성행했다. 이에 성주도 누에고치를 만들기 위해 뽕나무밭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이 숲의 나무들을 베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성주 사람들은 거칠게 반대했다. 결국 이들의 노력으로 숲을 지켜낼 수 있었다.사라질 위기를 넘긴 노거수들은 그 험난했던 수백년의 세월을 새겨놓은 듯 주름지고, 뒤틀리고, 이끼가 덧입혀졌다. 가지 하나하나가 숲의 이력인 셈이다. 그저 운치 있다는 말 한마디로 끝맺기에는 아쉬운, 성밖숲의 진짜 모습이다. 이곳 사람들은 철을 가리지 않고 성밖숲을 찾아 흙길을 따라 걷고 달리거나, 쌍쌍이 나무의자에 앉아 속삭여 댄다.경북 성주 성밖숲의 1호 왕버들나무성밖숲에는 약 1km의 둘레길이 있다. 숲은 그리 넓지 않아서 어른 걸음으로 걸으면 10~15분 남짓 걸린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거목들이 풍겨내는 기운 때문일까. 숲으로 들어서면 실제 규모보다 더 거대하고 웅장하게 느껴진다. 어른 셋이 팔을 뻗어야 겨우 감싸안을 수 있을 정도인 굵기도 엄청나지만, 뒤틀리고 울퉁불퉁한 나뭇결 따라 켜켜이 자라는 이끼가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대하게 뻗어나간 가지마다 생명력 넘치는 연둣빛 나뭇잎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덕분에 숲은 온통 맑고 푸른 기운으로 넘실댄다.나무 밑동 근처에는 저마다 번호표가 꽂혀 있다. 주차장에서 숲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나무가 1번 나무다. 숲과 조금 떨어져 있는 덕분에 거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람한 만큼 그늘도 가장 커서 마을 주민이 가장 사랑하는 쉼터다. 나무 둘레를 따라 둥글게 놓인 벤치는 수십 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하천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면 성밖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유히 흐르는 강 풍경과 함께 바라보는 숲의 모습이 그림 같다.가야산역사신화테마파크_정견모주의길◇성주의 깊은 역사를 느리게 둘러보다성주에 눈에 확 들어오는 풍경은 없다. 대신 느긋한 뒷짐과 느린 걸음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곳들은 여럿 있다. 조선 왕족들의 태를 묻은 태실 무리가 잘 보존된 ‘세종대왕자태실’과 조상들의 발자취가 서린 전통마을인 ‘한개마을’, 가야시대 고분군이 떼지어 깔린 ‘성산동 고분군’이 있다. 또 연초록 파도가 넘실거리는 성주호에선 ‘선비산수길’을 걸으며 잠시 머리를 식혀갈 수 있다.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정견모주의 길이 있다. 이 길에서는 최근 숲속 명상과 숲 피닉을 체험해볼 수 있다.특히 가야산 중턱에선 고대국가인 가야의 역사를 곱씹어볼 수 있다. 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과 그 뒤편의 산책로 등으로 구성돼 있는 가야역사신화공원이 이곳에 있어서다. 테마관에서는 가야 건국 설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정견모주의 길도 있다. 가야산 원시림 사이로 나무덱을 설치해 걷기 편하다. 최근에는 숲속 명상과 숲 피크닉도 체험해볼 수 있다. 가야산의 정기가 가득한 숲속에 앉아 마음공부를 한 후 성주참외와 참외빵·잼 등이 담긴 피크닉세트를 들고 소풍 가듯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선비산수길 1코스 성주호둘레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 부교성주호에선 호수와 어우러진 걷기길인 ‘선비산수길’을 만날 수 있다. 선비산수길은 1코스 성주호 둘레길과 2코스 가야산 에움길로 구성돼 있다. 1코스는 가천삼거리에서 출발해 성주호 주변을 빙 둘러 독용산성에 이르는 23.9km의 긴 구간이다. 1코스는 가야산 자락의 숲길을 걷는 11.3km의 2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지만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오르막과 내리막, 덱과 물 위에 떠 있는 부교를 지나는 아기자기하게 구성된 코스여서 지루함을 잊게 만든다.회연서원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학문을 이어받은 한강 정구가 세웠다.수륜면 신정리의 회연서원의 빼어난 봄풍경도 만날 수 있다. 회연서원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학문을 이어받은 한강 정구가 말년에 후학들을 길러내던 초당 자리에 들어선 서원. 앞마당 앞의 400년 된 느티나무의 신록이 한창인 이즈음의 회원서원은 그야말로 빼어나다 못해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다. 정구는 생전에 회연서원 옆으로 흐르는 대가천 물길을 따라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아홉 곳을 골라 ‘무흘구곡’이라 이름하고 노닐었다. 서원 뒤편에 봉긋 솟은 봉비암이 제1곡이다.월향면 대산리의 한개마을은 손을 덜 대 옛 마을 분위기가 살아 있는 전통마을이다. 한개란 ‘큰 개울’ ‘큰 포구’를 뜻한다. 한자 말로는 대포(大浦)다. 조선 세종 때부터 560여년을 이어온 성산 이씨 집성촌이다. 60여가구가 사는 이 마을의 한옥·초가 등 살림집과 재실·정자 등 건물 75채가 지방 문화재와 문화재 자료로 지정돼 있다.손을 덜 대 옛 마을 분위기가 살아 있는 전통마을인 ‘한개마을’
2022.04.22 I 강경록 기자
열고는 싶은데…봄축제 알리고 고심하는 지자체
  • 열고는 싶은데…봄축제 알리고 고심하는 지자체
  •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코로나19로 멈췄던 봄축제를 2년만에 준비하던 지자체들이 난관에 부딪혔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봄축제 소식을 알리면서 쏠림현상도 심각해지면서 축제 운영사 선정 등의 난관에 봉착했다.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축제 기획사와 이벤트 회사 등이 문을 닫거나 업종 전환을 해 각 지자체마다 축제 운영사 모시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축제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축제 준비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거리두기 해제에 기지개 펴는 축제들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역경제의 한축을 맡았던 지역축제도 마찬가지였다. 각 지지체와 단체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줄줄이 지역축제와 행사를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했다. 이에 각 지자체가 예정했던 축제와 행사들은 대폭 축소되거나 비대면 행사로 전환되는 등 ‘자중모드’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가졌다. 최근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18일부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면서다. 지자체들은 그동안 취소하거나 축소했던 봄축제를 서둘러 개최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오재열 한산모시축제 총감독은 “코로나19로 무너진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지역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 해제하면서 지역민의 축제 개최 요구도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6월 초 예정된 지방선거와 지난 2년간 황폐화된 지역경제도 지역 축제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봄축제 쏠림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4월 중순부터 6월초까지 수백개의 봄꽃축제와 먹거리, 전통문화 축제가 줄줄이 열린다. 강원도의 대표축제 중 하나인 춘천마임축제는 다음달 22일부터 19일까지 개최를 확정했다. 강원도 영월의 대표 역사문화축제인 당종문화제도 29일부터 3일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강릉단오제도 5월 30일부터 6월 6일까지 남대천 행사장에서 정상 개최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대부분의 연례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릉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주미 봉정은 이미 13일부터 시작됐다.경북 문경의 찻사발축제도 오는 30일 열린다. 내달 8일까지 문경새재 야외공연장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9일간 개최된다. 내달 5일부터는 경북 영주의 영주선비문화축제와 경북 고령의 고령대가야축제가 어린이날에 맞춰 개막하고, 5월 6일에는 경북 성주의 참외페스티벌도 개막한다◇ 축제 쏠림에 고심 깊어지는 지자체축제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도 지자체의 고민이다. 오재열 총감독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과 해제로 너도나도 봄축제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축제 비용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일부 축제 기획사와 이벤트 회사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축제를 감당할 숭 있는 업체 또한 찾는게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축제는 공연·전시 등 이벤트 산업의 종합판이다. 작은 지역 축제 한번에 들어가는 돈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각 지자체가 봄과 가을 기간에 너도 나도 열면서 경쟁이 심해졌다. 갑자기 늘어난 지역 축제에 축제 기획사나 이벤트 회사들도 여기저기 불려다니기 다반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축제 비용도 ‘부르는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일부 축제 전문 기획사나 이벤트 회사가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한 것도 경쟁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여름축제인 장흥물축제를 준비중인 전남 장흥의 한 공무원은 “아직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축제 준비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그늘막이나 대형텐트 임대료나 경호 인력 등의 인건비가 많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일부 지자체들은 축제를 당분간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여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충북 옥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옻축제를 비대면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고, 경남 산청의 황매산 철쭉제도 올해도 개최하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산청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이어져 축제를 부득이 취소했다”고 말했다.
2022.04.21 I 강경록 기자
 中 포털 바이두 역사왜곡 "삼계탕은 중국요리"
  • [밑줄 쫙!] 中 포털 바이두 역사왜곡 "삼계탕은 중국요리"
  • 읽고 싶은 기사를 포털에서 골라보는 시대. 쏙쏙 이해하고 있나요? 항상 요약을 찾아 나서는 2030 세대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어제의 뉴스를 지금의 언어로 쉽게 전하는 시간. 밑줄 쫙, 집중하세요! 첫 번째/ 北 김여정 “‘남조선 집권자’ 뻔뻔해”... 문 대통령 맹비난 (사진=연합뉴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제6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한 연설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어요.서해 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등으로 희생된 우리나라 국군 장병들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인데요. 2016년부터 3월 넷째주 금요일을 ‘서해 수호의 날’로 지정해 기념식을 열고 있습니다.문 대통령은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요.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어요.김 부부장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그는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어요.김 부부장은 우리 군의 신형 탄도미사일인 현무-4를 지적한 것으로 보여요. 지난해 우리 군은 현무-4 발사 실험에 성공했어요.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성공한 것에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北, 탄도미사일 발사 인정해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유엔 대북제재 위반사항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인정하고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여요.북한 매체들은 지난 25일 시험발사한 발사체가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보도했는데요. 북한은 지난 2019년부터 신형 전술무기 개발 차원에서 여러 종류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도 이를 ‘신형전술유도탄’, ‘초대형방사포’ 등으로 명명해왔어요.통일부는 북한이 이번 담화에서 지난 25일 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을 ‘탄도미사일’로 인정한 것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김 부부장은 이어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가 우리(북한)의 자위권을 유엔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줘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어요.북한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우려 국가로 지정돼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는 국가인데요.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엄연히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그런 차원에서 한국과 다르다”고 지적했어요.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가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합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30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지난 25일에 이뤄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는데요. 이번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조치가 결정될지 주목됩니다.◆ 통일부 “김여정 담화에 강한 유감...최소한의 예법 지켜라”통일부는 30일 “정부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어떤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져야 한다”고 대응했습니다.이어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서경덕 교수 “삼계탕 중국 음식으로 적은 바이두에 강력 항의” (사진=바이두 백과)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30일 삼계탕을 중국 음식이라고 설명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 항의 메일을 보냈어요.서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두가 삼계탕을 ‘고려인삼과 영계, 찹쌀을 넣은 중국의 오랜 광둥식 국물요리’로 소개하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서 교수는 메일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삭제하고 중국 누리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한국은 삼계탕에 국제적 상품분류체계이자 수출 시 관세율과 FTA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인 ‘HS코드’를 붙여 관리하고 있지만, 중국은 삼계탕에 대한 HS코드가 없습니다.◆ 바이두 역사 왜곡 꾸준해 “김치는 중국 유래, 윤동주는 중국인”바이두의 역사 왜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바이두가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기재했음이 알려져 공분이 일었는데요. 서 교수는 과거 “바이두는 한국 김치를 소개할 때 중국식 절임채소인 파오차이라고 부르며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이라고 지적했어요. 또 바이두에 “꼭 확인하고 잘못된 정보를 반드시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서 교수의 항의에도 바이두는 역사 왜곡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항의 메일을 보낸 후 몇 시간 뒤 이 문장은 사라졌지만, 김치 기원 논쟁이라는 제목 아래 ‘김치가 삼국시대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내용이 추가됐는데요. 현재 아예 이를 수정할 수 없도록 막아놓은 상태에요.바이두는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의 국적도 왜곡하고 있습니다. 시인 윤동주의 국적은 ‘중국’으로, 민족은 ‘조선족’으로 표기한 사실도 알려졌어요. 또 독립운동가 이봉창과 윤봉길의 국적은 ‘조선’으로 민족은 ‘조선족’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 교수는 바이두가 유관순과 김구·안창호·이회영·홍범도 등의 국적은 ‘한국’으로 올바르게 표기했으나 민족은 표기하지 않았고, 신규식은 국적 부분이 없고 이동녕은 국적과 민족 부분을 빈칸으로 놔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매체와 인터뷰하는 서경덕 교수 (사진=이데일리)서 교수는 역사왜곡 문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 8일에는 “요즘 하루 일과의 시작은 중국 누리꾼들이 보낸 메일·DM(다이렉트 메시지)·댓글들을 지우는 것”이라며 “저를 욕하는 건 상관없지만 가족을 건드리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이런다고 윤동주 시인이 중국인이 되진 않는다”며 맞받아쳤어요.◆ 전문가 “역사 공정 이은 문화 공정...잘못된 자국 우월주의”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중국의 지속적인 역사 왜곡을 ‘문화적인 열등감이 작용한 중국의 자국 우월주의’로 평가했어요.조 교수는 30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중국은 역사 공정을 통해 중국 내 소수민족의 모든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했다”며 “대표적인 예로 동북공정이 있는데 이를 마무리 했다고 생각하니 ‘우리의 위대한 중화문명을 전세계에 전파하고 홍보하자’는 과정에서 중국의 문화를 왜곡된 우월주의로 마구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조 교수는 이날 삼계탕의 원형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삼계탕의 원형은 고려시대 개성 지역에서 닭을 약재와 함께 삶아 먹는 방식이었는데, 우리가 일제강점기 때 닭에 인삼가루를 넣어 먹었다는 식으로 잘못 표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교수는 “중국의 이런 논리를 방어할 수 있도록 우리 문화와 내용을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어요. 세 번째/日 모든 고교 사회과목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일본 초등 교과서 (사진=연합뉴스)일본 문부과학성이 30일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에서 내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이 사용할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어요.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검정 심사를 통과한 △역사총합 △지리총합 △공공(公共) 등 3개 사회과목 교과서 30종에는 모두 독도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관련 기술이 포함됐는데요. 모든 사회과목 교과서에는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술이 명기됐습니다.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2022년부터 개편되는 일부 고교 사회과목에서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하는 학습지도요령을 2018년 3월 30일 고시했는데요. 학습지도요령은 교과서 제작에 반드시 반영돼야 해 고교 사회과목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교육하도록 사실상 의무화한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은 줄고...임나일본부설도 등장한편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총합 과목에서 다뤄졌지만 대체로 관련 내용이 축소돼 기술됐습니다. 일부 교과서에서는 위안부 관련 기술이 아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어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기술한 교과서는 전체 12종 중 절반 이하였습니다.‘임나일본부설’에 입각한 극우 성격의 교과서도 검정을 통과했어요. 임나일본부설은 일본 야마토정권이 4세기 후반 한반도 남부 지역에 진출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 가야에 일본부라는 기관을 두어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했다는 주장입니다.◆ 외교부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외교부는 30일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일본 정부를 강력규탄하고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습니다.외교부는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과거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은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의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일본 역사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전시 여성의 인권 유린이자 보편적 인권 침해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본질을 일본 정부가 정확히 인식하고, 스스로 표명하였던 책임통감과 사죄·반성의 정신에 입각해 관련 역사교육에 임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했어요.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2021.03.31 I 권보경 기자
2000년간 마르지 않았던 호수, '쉼터'가 되다
  • [여행]2000년간 마르지 않았던 호수, '쉼터'가 되다
  • 물안개 핀 의림지의 아침풍경[제천(충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중부 내륙에 위치한 아담한 소도시, 충북 제천. 하늘에서 보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 조용하게 돌아다니기에 안성맞춤인 도시다. 그 중심에 ‘의림지’가 있다. 제천 10경 중 으뜸으로, 제천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곳이다. 제천 시민들은 의림지에 대한 향수가 각별하다. 유년 시절 단골 소풍 장소였고, 가족의 추억이 담긴 유원지며, 오붓한 산책로와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았다. 시간을 거스르면 의림지는 용두산 아랫마을 제천의 농토를 적시는 생명줄이었다.제2의 의림지로 불리는 비룡담◇제천 10경 중 으뜸 ‘의림지’의림지는 제천시 모산동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 이름이 ‘임지’였지만 고려 때 의림지로 개명됐다. 저수지가 품은 역사는 선암사의 해우소만큼이나 깊다. 삼한시대에 처음 쌓았다고도 하고, 신라 진흥왕 때인 550년쯤 우륵이 만든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우륵은 제자들과 함께 이곳에서 가야금을 뜯으며 만년을 보냈다고 한다. 그가 조석으로 가야금을 연주했다는 우륵대(제비바위)와 우륵정이 남아 있다. 이후 조선시대 초기 이곳에서 현감을 지낸 박의림이라는 사람이 증축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의림지의 나이는 대략 1500~2000살쯤 된다.용두산 자락에 안긴 의림지는 못이라기보다 호수에 가까울 만큼 크고 넓다. 저수지 주변에는 수백년은 됐음직한 노송과 수양버들이 늙은 자태를 뽐낸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2㎞ 거리의 호반 둘레길로 든다. 도로에서 불과 몇 발짝 옮겼을 뿐인데 바람 끝에 실린 솔향이 싱그럽다경승지로도 유명하다. 둘레길에는 과거 시인묵객들이 시심을 풀고 풍류를 즐겼던 영호정(1807년 건립)과 경호루(1948년 건립)가 버티고 있다. 의림지 풍광을 더욱 운치 있게 해주는 것은 소나무와 수양버들이다. 저수지를 수호신처럼 지키고 선 소나무는 허리가 굽고 비틀어진 채로 수백년을 버텨왔다. 하늘로 곧게 솟은 소나무에선 기개가 느껴진다. 물가에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버들은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한다. 제천 사람들은 의림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우리나라 최고(最古) 저수지라는 이유도 있지만, 사시사철 맑고 푸른 제천의 하늘을 담아내는 거울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의림지는 삼한시대 이후 단 한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저수지 바로 아래서 지하수가 사시사철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앞날을 내다보는 우리 선조들의 혜안에 또 한번 놀란다. 최근에는 영화 촬영지로 많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늘었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다. 늦은 밤 저수지 산책은 빼놓을 수 없다. 의림지는 제천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 가운데 하나다. 그저 바라보는 야경이 아니라 느릿하게 걸으며 느끼는 밤의 풍광이다. 의림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유리전망대와 용추폭포◇의림지의 새 명물, 용추폭포 유리전망대의림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유리전망대와 용추폭포의림지에 새 명물이 등장했다. 마치 폭포 위에 서 있는 듯 짜릿함을 안겨주는 용추폭포 유리전망대가 그것. 2020년 8월에 개방했다. 유리전망대에 가기 위해서 먼저 용추폭포를 찾는다. 제천시 캐릭터 박달신선과 금봉선녀가 앞에 있는 의림지관광안내소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에 용추폭포가 등장한다. 유리전망대는 용추폭포 위에 설치한 인도교로, 발아래 장쾌하게 쏟아지는 폭포가 내려다보인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물을 바라보면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가 포말과 함께 사라지는 기분이다. 몇 걸음 걷지 않아 마치 폭포 위를 산책하듯 아찔하다. 폭포는 아래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발아래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는 느낌이 색다르다. 용추폭포라는 이름은 이무기가 용이 돼 승천하지 못하고 터져 죽어 만들어진 곳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일부 주민은 지금도 용추폭포를 ‘용터지기’라고 부른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용 울음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용폭포’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용추폭포 아래 용 모양 바위가 있었으나, 오랜 풍화작용으로 사라졌다.용추폭포는 약 30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경호루 뒤쪽으로 가야 한다. 아름드리나무 사이로 폭포가 존재감을 뽐낸다. 경호루 근처에 있는 후선각 터도 전망 포인트다. 유리전망대에 깜짝 재미도 있다. 전망대 바닥은 투명 유리와 불투명 유리가 섞여 있는데, 철제 기둥에 설치된 센서를 지나면 불투명 유리가 투명 유리로 바뀌어 폭포가 내려다보인다. 관광객은 예상하지 못한 변화에 놀라며 즐거워한다.의림지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도보길을 따라가면 솔밭공원이 나온다. 의림지와 함께 제천사람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이다.◇의림지를 중심으로 이어진 걷기 좋은 길의림지와 이어진 길도 요즘 같은 봄날에 더없기 걷기 좋다. 의림지 남쪽으로는 ‘삼한의초록길’이 있고, 북쪽으로는 한방치유숲길이 이어진다. 의림지를 중심에 두고 이어진 이 두 길은 생김새부터 다르다. 삼한의초록길이 의림지가 가둔 물이 흘러 적시는 평야지대를 걷는 길이라면, 북쪽의 한방치유숲길은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숲길이다. 농로를 확장·개조한 삼한의초록길은 의림지뜰을 북에서 남으로 일직선으로 관통해 시내 언저리까지 닿는다. 전체 2.3km 산책로를 걸으면 사방으로 시야가 툭 트인다. 산간지역인 제천에서 의외로 드넓은 평야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의림지에서 솔밭공원~비룡담~용두산으로 이어진 한방치유숲길은 이름 그대로 숲길이다. 특히 의림지와 이어진 솔밭공원은 의림지를 능가하는 숲의 규모에 놀란다. 멋들어지게 휘어진 소나무 가지 아래는 솔잎만 떨어진 붉은 흙길이다. 그늘 한 점 들기 힘든 소나무의 땅이다.솔밭공원 산책로는 바로 위 제2의림지로 불리는 비룡담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제방에 놓인 지그재그 목재 데크를 오르면 제천의 진산인 용두산 아래에 의림지와 규모가 비슷한 저수지가 초록색 물을 담고 있다. 호수 왼편 산자락으로 난 길은 상류 피재계곡으로 이어진다. 한국전쟁 당시 희생자들의 아픔이 반영된 지명이다. 약 1km를 걸으면 목재 덱이 끝나는 지점에 한방생태숲이 있다. 조성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은 생태숲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인데, 군데군데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제2의 의림지로 불리는 비룡담의 반영◇여행메모△볼거리=2019년 1월에 문을 연 의림지역사박물관은 의림지의 역사·문화·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는 곳이다. 의림지와 동고동락한 제천의 세월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나는 ‘시간의함’, 의림지의 역사적 가치를 낱낱이 보여주는 ‘역사의함’, 용두산 피재와 의림지 등을 거쳐 농경지로 물을 공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문화의함’,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명의함’, 의림지의 과거와 현재 생활상을 전시하는 ‘추억의함’ 등 5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체험거리=제천한방엑스포공원에서 운영되는 ‘홉테라피’는 제천 지역의 대표 웰니스관광 프로그램이다. 제천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맥주 원료 홉을 활용하는데, 정신 안정과 육체의 이완을 이끌어내며 체내 독소를 제거하고 혈액 순환 촉진과 면역 증진에 도움을 준다. 홉차 만들기, 홉 족욕, 홉 핸드스파, 홉 코스메틱과 테라피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먹거리=의림지 주변으로는 먹거리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도토리묵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꿀참나무 식당’과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넣은 돌솥밥과 오쌕꽃비빔밥으로 유명한 ‘오디향 식당’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2021.03.19 I 강경록 기자
가을과 엔딩하기 좋은 억새 군락지
  • 가을과 엔딩하기 좋은 억새 군락지
  • [이데일리 트립 in 장세희 기자] 가을이 깊어지면 산등선을 따라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이루며 일렁거린다. 밤에는 선명하게 빛나는 별이 보이고, 낮에는 땅에서 반짝이는 별인 억새가 만발하는 요즘이다. 울긋불긋 곱게 물든 산을 배경으로 천천히 억새길을 걸으며 가을 산책을 해보면 어떨까. 인생샷은 덤, 황매산 억새 군락지경남 산청과 합천을 잇는 황매산은 해발 1,113m에 이르며, 축구장 100개 크기의 거대한 억새 군락지를 자랑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합천호,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이 모두 보이는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져 영남의 금강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매년 5월 열리는 황매산철쭉제가 유명한데 진분홍빛의 대규모 철쭉 군락이 산허리를 감싸는 황홀한 풍광을 볼 수 있다. 봄에는 철쭉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푸르른 초목으로 뒤덮인다면 가을에는 흐드러진 억새풀과 야생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황매산군립공원 제1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조금만 걸으면 정상에서 드넓은 억새 평원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까지 가파르게 난 ‘하늘계단’을 올라가다 뒤돌아서면 아찔하고도 낭만적인 억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 바로 아래서 탁 트인 풍경을 보니 가슴 속 답답함이 뻥 뚫려 가을바람이 자유자재로 내 몸속을 드나드는 기분이 든다. 꼭 정상에 올라가지 않아도 정상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 억새 군락지로 안내하는 길이 나 있어 자신의 체력에 맞게 산책하면 된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에서 억새풀을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감성사진도 찍으며 더욱 생생한 가을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어르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 모두 편안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무장애나눔길과 휴게공간이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억새길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황매산의 장점이다. 인근에 한우국밥, 비빔밥, 해물파전, 도토리묵 등을 맛볼 수 있는 ‘철쭉과 억새사이 식당’,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더치워터, 국화유자차 등을 마실 수 있는 ‘인얼스커피’, 오토캠핑장을 이용하여 가을 정취를 만끽하면서 느긋하게 쉬어가는 것도 좋다. 울긋불긋한 산맥과 억새가 한눈에, 민둥산 강원도 정선에 가면 해발 1,119m의 높이를 자랑하는 민둥산이 있다. 옛날에 화전민이 먹고살기 위해 산에 불을 질렀는데 ‘산에 나무가 없어 번번하다’는 뜻으로 ‘민둥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불을 지른 자리에는 억새가 많이 자랐고, 민둥산은 억새꽃축제가 열릴 만큼 풍성한 억새를 볼 수 있는 명소다. 가을에는 정상부터 8부 능선까지 억새꽃의 은빛 물결을 감상할 수 있으며 곱게 물든 아름다운 산 전망은 덤이다. 해발 500m에 위치한 증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하면 1시간 30분 만에 민둥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데 산행 초보도 쉽게 오를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급경사가 없어 경치를 구경하며 쉬엄쉬엄 걷기 좋은 길이다. 숲길을 걷다가 지치면 전망 데크에서 초록 산맥이 단풍으로 뒤덮여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쉬어가도 좋다. 계속해서 걷다 보면 드디어 억새 군락지가 나타나는데 산등선을 따라 즐비한 억새풀이 장관을 이룬다. 억새밭 너머로는 가리왕산, 함백산, 태백산 등 울긋불긋 은은하게 물든 산맥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구름이 수놓은 하늘, 고운 단풍,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물결이 한눈에 담기는데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하늘과 맞닿아 끝없이 이어지는 산등성이, 운치 있는 억새밭과 함께 탁 트인 시야를 만끽하고 싶다면 민둥산을 둘러보길 추천한다. 가을바람 맞으며 억새바람길 걷기, 명성산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에 걸쳐 있는 해발 922m의 명성산은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억새 명산이다. 거리가 가까울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억새밭, 산정호수의 단풍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사람들에게 꾸준히 인기 있는 산이다. 매년 10월이면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열리는데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 물결을 만끽할 수 있다. 명성산은 산정호수 방면에 비탈진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반대편은 완만하기 때문에 산정호수에서 출발해 등룡폭포를 지나 억새바람길에 도착하는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가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2시간 정도 소요되며 억새바람길에 다다르면 드넓은 억새밭이 펼쳐진다. 억새바람길은 데크길과 흙길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길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즐기면 된다. 억새밭 사이에 난 길 한가운데 서서 멋진 인생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다.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포토존, 쉼터, 전망대 등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마음에 드는 곳에서 편안하게 억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팔각정에서는 억새 군락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데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부드럽게 굴곡진 능선길을 따라 가을 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는 억새를 구경하는 것이 이곳의 최고의 묘미다.
2020.11.09 I 심보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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